< -- 238 회: 끝나지 않은 진실게임 -- >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남편과 아들....... 그 다섯글자가 갑자기 떠오르더니 뭔가 불안한것이 휙 지나갔다.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어쩌면 엄마는 남편보다는 아들을 더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설령 날 최도균으로 받아준다고 해도 이후 시헌이가 사라져버린 우리 가정에 행복이 다시 찾아올 수가 있을까도 의문스러웠다. 더욱이 엄마는 공인이다. 나도 공인에 가깝다. 어딜 가도 엄마와 나는 자유로운 연애가 불가능하다.
“엄마 미안해. 그냥 참을게.”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대로 엄마를 안았다. 맨살이 닿자 다시 충동이 격해졌지만 나는 꾹 참았다. 엄마는 그런 내 등을 톡톡 두들겨주었다.
“아들, 잘했어. 우린 인간이야. 절대로 그런 짓을 해선 안 돼.”
나는 그대로 엄마 배위에 잠이 들었다. 꿈자리가 무지 좋았다가 나빴다가 반복을 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나는 옷이 입혀진 상태였다. 엄마는 안보였다. 섭섭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밥 먹어요.”
정아가 고개를 삐죽이 내밀곤 손짓했다.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줌마가 상기된 표정으로 날 맞았다. 식탁에 앉아있는데 푸짐한 고기가 차려졌다.
“왜 이렇게 많이 차려요? 난 괜찮은데!”
“응, 어제 은태호가 온다고 해서 장 봐 둔거야.”
은태호! 개자식을 생각하니 갑자기 머리가 빡 돌았다. 정아가 뜬금없는 소식을 전했다.
“은태호가 어제 교통사고 났대!”
“그게 무슨 소리야?”
“가벼운 교통사곤데 금방 낳을 거래.”
어쩌면 은태호는 어제 내게 맞은 흉터를 가리기 위해 교통사고로 위장한건지도 모른다. 밥을 먹고 별장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문자가 들어왔다. 라미에게서 온 것이었다.
‘너같이 팔자 좋은 녀석은 첨이다. 너 아픈 거 아니지?’
날 정확히 알고 있는 라미의 눈썰미가 나는 괘씸했다.
나는 서울로 올라갈 준비를 끝냈다. 기차를 타고 싶었는데 아줌마는 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뻥 뚫린 길을 시원하게 달렸다. 택시 안에서 나는 간밤의 일을 떠올렸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이 되었다. 아까부터 내 사타구니는 이미 텐트가 설치된 상태였다. 폭주하는 성욕을 다스리려면 해독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반가웠지만 내 입은 짜증을 내고 있었다. 이런 게 바로 응석이라는 건가?
“엄마 진짜 싫어! 일어나 보니까 또 나 혼자야!”
“시헌아, 미안해! 바쁘니까 용건만 말할게. 드디어 해독제를 갖고 있는 사람과 통화가 되었어. 엄만 바빠서 못 만나니까 아들 혼자 만나. 알았지? 꼭 만나서 약을 먹어! 아들이 해독제를 만약에 안 먹으면 엄마는 불안해서 아무 일도 못할 거 같애! 사랑해 아들! 전화번호는 문자로 보낼게.”
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그런데 막상 해독제를 먹으려 생각하니 뭔가 아쉬웠다. 물론 꼴려있는 물건도 조금 귀찮고 또 반드시 여자와 섹스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겠지만 항상 섹스의 문턱에 발을 조금 들여놓은 이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엄마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날 안 편하게 했다. 일단 그 사람을 만나서 약이라도 받아야지. 먹는 척이라도 해야지.
약속장소는 건국대 앞의 어느 커피숍이었다. 학교 앞이라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는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모자를 하나 사서 푹 눌러쓰고 들어갔다. 웬 아줌마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정말 유완희씨 아들이 왔어! 어쩜 좋아.”
정신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들떠있었는데 잠시 후 흥분이 가라앉혀진 모습을 보니 원숙한 냄새가 조금은 풍기기도 했다. 아줌마 치고 매우 날씬한 스타일이었다. 긴 생머리에 하얀 피부.
“너무 반가워, 내가 완희씨 왕팬 이거든!”
그녀는 물을 한잔 먹더니 차분히 약을 만들게 된 사연을 꺼내 놓았다.
“남편이랑 나랑은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만났어. 그런데 우리가 결혼하기 직전의 어느 날, 이상한 약을 남편이 가져왔어. 그걸 먹고 나는 그때부터 이상해졌지.”
나는 그 약에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묻지 않았다. 아줌마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약 때문에 행복했지만 한편으론 너무 힘들었어. 아무튼 내 몸을 이상하게 만든 약에 대한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 남편과 나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지 뭐야. 휴, 간신히 해독제를 만들었어. 근데 다음이 문제였어....... 해독제를 먹고 나니까....... 시헌이한테 말하기 뭐하지만 좀 아쉽대”
그녀는 말을 이었다.
“말 나온 김에 다 할게. 날 이상하게 만든 약을 다시 먹고 싶었지만 남편이 약을 주지 않았어. 그래서 신약을 만들게 된 거야.”
아줌마는 핸드백에서 조그만 약을 하나 꺼냈다. 연한 보라색을 띄고 있는 타원형의 알약이었다.
“딱 하나밖에 만들 수가 없어서 아무나에게 주지 않으려 한 귀중한 약이야. 완희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니까 주는 거야. 그리고 걱정 마 난 절대적으로 비밀을 지킬 거니까.”
아줌마의 핸드백 속에서 저금통장이 언뜻 보였다. 엄마는 거액을 지불한 걸까. 하지만 속단하긴 금물이었다. 아줌마의 표정이 슬퍼지더니 내게 조건을 내밀었다.
“그거....... 만들려구 내 남편을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어. 실은 그거 아직도 완성된 약은 아냐.”
“예?”
나는 불안했다. 아줌마는 안심하라고 했다.
“위험은 절대 없어. 다만 약의 효능이 너무 강하고 징그러....... 미안해. 징그럽다기 보단 좀 심한 부분이 있는데 다시 약을 개발 중이야.”
“뭐가 심한데요?”
아줌마는 약에 대해서 전반적인 기능을 다 설명했다. 실로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기능들 이었다. 한동안 충격에 빠져있는 내게 아줌마는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시헌이 한텐 미안한데 날 정기적으로 만나주면 안 될까?”
만나달라는 건 섹스를 원하는 것일까? 그런 조건이 있어야 아줌마는 비밀을 폭로하지 않을까? 내가 머뭇거리자 아줌마는 그제야 사정 이야기를 꺼냈다.
“약이 여러 개 있다면 좋으련만 딱 하나밖에 만들 수가 없었어. 재료를 그만큼 구할 수가 없었어. 만약에 남편이 살아있었다면 나는 남편에게 먹였을 거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승낙을 했다. 아줌마는 흥분하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신에 약에 대한 또 다른 사실을 하나 더 가르쳐주었다.
“이건 엄마만 따로 알고 있는 건데 바로 그것 때문에 완희씨가 약을 시헌이에게 먹이려고 결정을 한 거야.”
그건 바로 향수기능이었다. 내 정액을 향수와 섞어 몸에 뿌리기만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킨다는 거였다. 남자가 바르면 여자를, 여자가 바르면 여자를....... 향수냄새의 강약과 약의 성능관 무관하다고 한다. 나는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엄마에게 다시 화가 났다. 대체 그걸 뿌려서 어디에 쓰려고!
아줌마가 화난 내 표정을 괜히 오해하더니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조금만 겪어보고 시헌이를 풀어줄 거야. 대신에 또 하나 약속해줄게. 그 약보다 더 위대한 약을 지금 개발 중에 있어. 나는 꼭 해낼 거야. 그걸 만들어내서 꼭 젊어지고 말거야. 훗!”
아줌마는 그러면서 알약을 내 손바닥위에 올려주었다. 그리곤 볼펜과 종이를 내밀었다.
“우선 이약을 먹기 전에 약의 기능을 자필로 적어둬. 이약을 먹은 즉시 하루 간 기억의 대부분이 삭제되니까. 그리고 미안한데 나와 당분간 만나기로 한 것도 적어줘. 미안해.”
나는 약의 기능을 꼼꼼히 메모했다. 그리고 아줌마와도 만날 것도 기록해두었다. 아줌마는 기쁜 표정으로 약을 먹으라고 했다. 나는 주저 없이 물과 함께 약을 먹었다.
“꿀꺽!”
상쾌했다. 뱃속에서 뭔가 타악 터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빠르게 혈관을 타고 내 몸의 세포하나하나까지 점령했다. 내 사타구니로 돌연 돌덩어리 같은 느낌의 에너지가 꽉 들어찼다. 아줌마가 수상한 눈빛으로 내 옆으로 앉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피해 일어났다. 아줌마가 내 뒤를 쫓아왔다.
“잠깐만. 서봐. 중요한 할 말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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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완희와의 관계는 빨리 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