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0 회: 음란한 몸과 순결한 입 -- >
간단한 리허설이 끝나고 나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나와 혜정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스튜디오 밖에 있었지만 혜정이는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다릴 꼬며 자꾸만 헛기침을 했다. 정말이지 정신력 하나는 대단한 여자였다. 약을 먹은 상태에서도 초지일관. 방송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댔다.
“아!”
그녀는 매끈한 허벅지에 내 손이 닿자 잔뜩 풀린 눈으로 탄식을 쏟아냈다. 다행히도 스튜디오 밖에선 혜정의 허리 아랠 볼 수가 없다. 큼지막한 테이블 때문이었다.
당연히 내가 테이블 밑에서 무슨 짓을 벌여도 밖에선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혜정의 스커트 속으로 손을 넣었다. 혜정인 저절로 다릴 벌려주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뭔가 극도로 조바심이 나는 표정이었다. 그러한 그녀의 이미지와 장미의 이미지가 겹쳐졌다. 분위기가 많이 비슷했다. 뭔가를 끈끈하게 견디고 있는 모습이 무섭도록 닮았다.
나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이제 혜정이의 몸은 오빠의 것이야.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장소에서든 내가 원하면 혜정이는 기꺼이 섹스에 응해줘야 해.”
“하아, 알았어요.”
고분고분하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섹시하기 짝이 없었다. 반드시 생방송 중에 그녀와 관계를 맺고 싶었다. 그렇지만 생방송 도중 사고가 나면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만약에 생방송 중에 섹쓰는 소리가 전파를 탄다면 그날로 혜정 이는 끝이다. 그렇게 되면 내게도 좋을 리가 없다. 솔직히 나는 최 회장이 두렵다. 그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오빠, 정말 안원장님과 애인이세요?”
뜬금없는 혜정이의 질문에 나는 그녀의 마음을 애태우고 싶었다.
“애인 맞아! 근데 그건 왜 물어?”
“실은, 아빠하고 만났던 여자라서 좀 그래요”
혜정은 역시 지혜로운 여자였다. 약에 취한 이 순간에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질 않는다. 어쩌면 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여자를 만난건지도 모른다.
유리창너머를 보니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혜정에게 물었더니 다들 세수를 하러, 혹은 잠깐 쉬러 간 것 같다고 한다. 새벽이니 잠을 견디기 힘들다는데 그래서 혜정이를 제외한 실제 방송에 관여하는 사람은 엔지니어 혼자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안심을 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나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최소한 작가라도 관여를 할 거 같다고 했다. 내 굳은 표정을 살피던 혜정은 날 안심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방송장비는 거의 오토 시스템 이예요. 나 혼자 독자들 사연을 읽어주고 노래를 보내주는 식이라 생방이라고 해봐야 별 어려운 것이 없어요.”
나는 혜정의 스커트 속을 만졌다. 약을 절반 먹어버린 혜정이는 음부를 만지기도 전에 이를 악물었다.
“아아아, 이상해요. 왜 극도로 신경이 야릇한 데로 쏠릴까요?”
“흠, 그건 오빠하고 혜정이가 속궁합이 아주 잘 맞으니까 그래.”
“속궁합이요? 어떻게 그런 걸 속단할 수 있죠?”
“진짜 잘 맞는 속궁합은 서로 바라만 봐도 오르가즘에 오른데. 천국에 사는 사람들처럼!”
“천국에선 그런데요?”
“그래,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고 오르가즘에 오른다고 해. 그거야 말로 최상의 속궁합이지!”
혜정이는 방실방실 웃었다.
“훗, 저도 그럼 기회는 있겠네요?”
“무슨 기회?”
“오빠 맘에 제가 파고들 기회요.”
혜정이는 역시 안 원장을 의식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나는 허벅지에 있던 손을 더 위로 올렸다. 혜정의 팬티가 잡혔다. 팬티를 확 벗기고 방송 전에 혜정이를 질질 싸버리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극도로 그녀의 음부를 예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 짓을 저지르지 못했다. 나는 순간 유리창너머의 안원장과 눈을 마주쳤다. 잠시 잊고 있던 그녀의 눈물과 그녀의 사연이 내 가슴을 쓰리게 후려쳤다.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안 원장에게 언어적 테러를 가했던 혜정이, 그리고 그 이전에 안원장의 딸에게 마약을 먹이고 추행한 최 회장. 아! 어찌 내가 용서를 할 수 있겠는가.
최 회장에게 농락과 능멸을 당한 안미나와 그 딸을 대신하여 나는 혜정이와 혜정이의 동생들을 철저하게 무너뜨린다고 그녀에게 약속하지 않았던가.
“휴우우!”
그녀의 팬티를 잡으려다가 다시 놓쳐버리자 혜정인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쉬우면서도 뭔가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문득 밖을 보니 안원장이 손가락으로 위쪽을 쿡쿡 찌르는 시늉을 했는데 시계를 보라는 제스처였다. 시간은 이제 20분을 남겨놓고 있었다. 잠시 후면 피디나 작가가 들어올 것이다. 갑자기 내 머릿속으로 뭔가가 팍 하고 떠올랐다.
“혜정이, 나 차에 좀 다녀올게.”
“빨리 오셔야 해요.”
나는 얼른 주차장으로 갔다. 내가 차에서 꺼낸 건 에그 장난감이었다. 다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작가 말고도 두 명이 더 나와 있었다. 피디와 엔지니어였다. 안에 들어가 혜정이 옆에 앉자 혜정은 묻지도 않은 작은 비밀하나를 공개했다. 작가와 피디는 은밀히 사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생방송이라고 해도 거의 끝날 무렵에나 둘은 나타난다는데 혜정의 말로는 엔지니어한명과 자기처럼 오래된 디제이만 있으면 그들은 사실상 필요가 없다고 한다.
작가는 대본을 던져주면 끝이 나는 거고 피디 역시나 방송 중엔 딱히 나타나봐야 할 일이 없다고 한다. 물론 청취자들과 공개적으로 전화가 오는 시스템이면 피디가 적극적으로 간섭을 해줘야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혜정이가 맡고 있는 프로는 독자들의 사연을 읽고 노래만 들려주는 식이다.
아무튼 피디와 엔지니어는 뜻하지 않는 사태를 맞은 것처럼 날 보곤 안절부절 못했다. 나는 호주머니에 있는 에그를 만져보았다. 삽입을 해야 하는데 자꾸만 유리창너머로 그들이 날 보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방송까진 이제 일 분밖에 남질 않았다. 밖에 있는 네 사람은 더욱 초조해했다. 나는 물을 한 컵 마셨고 바로 그 순간 새벽 한시가 되었다. 혜정이는 차분하게 마이크를 입에 대고 오픈멘트를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그것의 무게를 재 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바로 가까이서 들어보는 혜정이의 목소리는, 날 처음 세상에 나온 어린아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지금 내 귀에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경이적일 수밖에 없었다.
멘트는 계속 이어졌고 그 멘트의 말미엔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하고 있었다.
“최혜정의 ‘새벽데이트’에선 오늘 처음으로 특별 게스트를 모셔봤습니다. 이번 아이티지진현장에 다녀오신 최도균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나는 침착하게 인사를 받았다. 모두 대본에 쓰인 대로 읽기만 하면 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어느새 아주 착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혜정이의 아름다운 얼굴을 눈으로 보고, 또한 혜정이의 차분하고 고운 목소리를 귀로 들으면서 나는 꿈결처럼 대본을 읽어 내릴 수가 있었다. 조금은 버벅거렸지만 너무나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윽고 혜정이는 내게 신청곡을 물었다. 나는 오래된 팝송 제목하나를 던졌다.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스튜디오 밖은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정말 잘하셨어요.”
혜정이는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서 강한 성적 충동을 느꼈다. 당장 에그라도 박아 젖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차분하게 생방이 끝나는 대로 관계를 하고도 싶었다. 그런 갈등이 있었지만 나는 곧 탁자 밑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우선은 유리창너머의 풍경이 매우 한가했다. 하품을 하는 엔지니어만 혼자 놔두고 피디와 작가는 보이지도 않았다.
거기에다 이제 더 이상 나는 방송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인 홀가분함 까지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