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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6 회: 딸의 계모에게 약을 먹여라 -- > (76/272)

< -- 76 회: 딸의 계모에게 약을 먹여라 -- >

나는 오주선 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오주선은 어제 그 아가씨를 불러도 되냐고 물었고 나는 사양했다. 

“다른 아가씨 불러줘요?”

“그냥 냅둬! 아가씨 안 불러도 돼지?”

“정말 기분 나쁜 일 있었나 봐요? 물론 아가씨를 꼭 불러야할 필요는 없구요. 대신에 내가 안주만 만져주고 나갈게요!”

오주선은 날 보고 내내 싱글벙글 이었다. 사실 오주선은 자기 때문에 내가 기분이 우울해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때 영화배우를 한 것 빼고는, 그래서 조금 반반한 것 빼고는 내세울 것도 없는 술집 여자가 말이다. 얼마 후 술과 안주가 나왔다. 

오주선은 과일안주를 깎고, 마른안주를 찢고, 술을 한잔 따른 후에 방을 나섰다. 나 혼자가 되었다.

나는 양주를 한잔 비우곤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 미스 조의 사무실을 나온 직후 바로 씻긴 했지만 아직도 내 얼굴엔 미스 조가 갈긴 오줌냄새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싸이코 같은 년!”

나는 주먹으로 화장실 벽을 쾅 쳤다. 차라리 처참하게 매를 맞는 게 백번 낫지....... 그 더러운 꼴을 딸들이 봤을 거라 생각을 하니 그저 높은데서 뛰어내려 죽어버리고만 싶었다. 나는 개처럼 그년의 씹을 빨았고 또 그년의 오줌까지 얼굴에 받았다. 그리고 그 더러운 씹구멍을 박으며 어쩔 줄 모르듯 좋아했다. 나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핸드폰을 확인해보았다. 집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 바로 십분 전이었다. 내 딸들이 정말로 나의 추접한 장면을 봤을까 확인전화를 해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봤을 것이다....... 암, 봤겠지. 미스 조가 3억을 포기하고 벌인 일인데!

문제는 큰딸이다. 작은딸이야 항상 흥분제를 먹은 것처럼 약에 중독되어 있으니 어쩌면 조금이나마 나를 이해해줄지도 모르지만 큰딸은.......

나는 다시 술을 벌컥 퍼부었다. 하지만 여전히 화가 삭혀지질 않았다. 어떡하든 미스 조 그년에게 약을 먹여야 한다. 먹인다고 해봐야 현재의 상황에서 더 낳아질 리가 없겠지만 적어도 내게 홧병은 생기질 않을 것이다. 홀짝홀짝 마신 술이 어느덧 동이 났다. 인터폰으로 술을 시켰다. 오주선이 웨이터와 함께 들어왔다.

“무슨 술을 혼자서 이렇게 빨리도 먹는 담?”

그녀가 눈웃음을 쳤지만 나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치하지만 오주선 너 때문에 마시는 술이 아니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을까, 문득 내 딸 향이가 몹시도 궁금했다.  

“이봐 오 부장, 자네 딸 있잖아.......”

“왜 갑자기 내 딸을 물어요?”

“아, 아냐, 아무것도!”

그녀는 한동안 날 쏘아보았다. 기분 나쁜 표정이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혹시.......”

“혹시 뭐?”

“혹시 말 이예요, 제 딸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셨어요?”

갑자기 그녀는 왜 향이의 얼굴을 봤냐고 물어보는 것일까? 나는 전혀 보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전에 내 딸 얼굴을 한번 본 남자가 있었는데 글쎄, 그 남자가 2천만 원을 주겠다며 딸하고 한번 잠을 자겠다나? 뭐, 그래서 내가 물어본 것뿐이에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진 말아요. 나야 남자들 근성을 원래부터 잘 알고 있으니까!”

순간 먹었던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씨발, 그래서 어쨌어? 딸을 팔아먹었어?”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

“아 씨발, 팔아먹었냐고 안 팔아먹었냐고?”

“이봐요, 최 사장님 진정 좀 하세요. 그 앨 팔아먹든 안 팔아먹든 그건 내 맘이에요. 내 딸이에요. 내 딸. 최 사장님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요. 암튼 향이 그년이 싫다고 발버둥치는 바람에 깨졌지 뭐.”

“뭐? 그럼 그 추접한 거래에 관한 얘길 딸에게 했단 말야?”

“추접하다뇨? 다리한번 벌려주고 2천만원이예요! 그건 티브이에 나온 애들도 받기 힘든 액수라구요!”

“어우 돌겠네!” 

참다못한 나는 술병을 벽에 던졌다. 쨍그랑, 소리가 나면서 병은 박살이 났다. 오주선이 벌떡 일어났다.      

“최 사장님, 어제부터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예요? 솔직히 말씀해주시죠? 저한테 여전히 감정이 안 좋으시죠?”

“없어, 없으니까 계산서 가져와.”

오주선은 휑하고 사라졌다. 그녀는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타났다. 내게 열을 식힐 시간을 주려고 늦었던 것이다.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다가 나는 문득 미스 조에게서 받은 수표가 생각났다. 오주선도 돈이라면 환장하는 년이 분명하므로 큰 걸 내보이면 표정이 어떻게 변할까 그게 궁금했다. 

“어머나!” 

일억 짜리 한 장을 내밀자 그녀는 잠시 경직이 되었지만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최 사장님, 일단 넣어두시고요. 내일 제가 수금하러 갈게요. 회사 근처에서 뵙죠!”

그녀는 내가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걸로 알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그녀를 별로 만나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거스름돈이나 가져와, 낼 만날 필요까지 없으니까.”

“거스름돈이야 가져올 수 있는데 여기저기서 꺼내 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가 또.......”

“또, 뭐?”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손님들 중엔 돈이 있으면서 고의로 술값을 외상 하는 경우가 있어요. 왜 그러냐 하면 다음날 마담한테 술값을 결재해 줄때 그냥 해주지 않거든요, 서비스랄까....... 암튼 그런 걸 바라면서.” 

나는 그녀의 말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보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룸살롱에서 술값을 고의로 외상 해 놓고 다음날 마담이 수금을 하러오면 그때 마담과 섹스를 한번 하고 술값을 준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도 같았다. 

 ‘낼 이 여자에게 약이나 먹일까.’

섹스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온 여자에게 키스정도는 가볍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대충 그렇게 굳어졌고 나는 내일 그녀와 만날 약속을 잡은 후 룸살롱을 나왔다. 나는 택시를 집어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나는 집으로 가려다가 참았다. 아무래도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근처 아무 호텔이나 내려줘요.”

택시기사는 속도를 내더니 몇 분도 안 되어 호텔까지 날 데려다줬다. 룸으로 들어와 야경을 보면서 새삼 내 신세가 처량하다는 걸 알았다. 마누라는 없지 내 딸들에게는 돌아가지 못하지....... 

전화가 울렸다. 또 집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아빠! 아빠아아! 대체 뭐야? 그 미친 아줌마하고 왜 그랬어?”

작은딸은 목청이 터지도록 화를 내고 있었다.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미, 미안하다 아진아!”

“흐흐흐흑!”

나는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전화를 붙잡고도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참 뒤 큰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큰딸도 날 한번 부르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큰딸의 우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나는 대충 생각나는 대로 변명을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심장은 뻥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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