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1 회: 큰딸에게 들통 나다 -- >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택시들이 내 앞을 쌩쌩 지나갔다. 나는 기운을 내어 다시 주변을 뒤지기로 했다. 놀이터로 가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도 없었다. 아무래도 큰 딸이 나와 누님의 대화를 다 들어버린 것 같았다.
거기에다가 버젓이 진한 키스까지 했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나는 우선 집으로 돌아왔다. 남의 속도 모르고 하지누님은 설설 끓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즉석에서 섹스를 벌이고 싶을 만큼 매력이 넘쳤다. 알약을 조금 더 먹은 누님의 온몸으로 색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하지만 지금은 내 딸 완희가 중요했다. 나는 누님의 손을 잡았다. 일단 그녀를 집에 보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잡아끌었으나 그녀는 일어나지도 못했다.
누님은 약기운 때문인지 계속 흐느적거렸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놔두고 완희를 다시 찾으러 가기로 했다.
“누님, 어디 나가지 마시고 딱 집에 있어요.”
“네 도균씨!”
나는 주차장에 있는 차에 시동을 걸고 무작정 아파트를 나섰다. 가만 생각해보니 완희는 추리닝 차림이었고 일단은 돈 한 푼도 없이 무작정 뛰쳐나갔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파트 주변에 있을 것이다. 나는 차 유리를 몽땅 내리고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다녔다.
이십여 분을 샅샅이 배회했으나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있는데 어떤 여자애가 놀이터벤치에 앉아있었다. 나는 헐레벌떡 달려갔다. 완희였다.
“와, 완희야!”
완희가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는 달려가 완희의 작은 손을 잡았다. 완희는 내 손을 빼지 않았다.
“완희야 미안하다. 내 말 좀 들어볼래?”
“괜찮아요. 좀 놀랐을 뿐이에요. 사업상 아는 분이라고만 했는데 갑자기 키스를 하길래....... 제가 괜히 오버를 했나봐요. 아빠는 어른이신데 그깟 키스한 거 가지고.......”
완희가 날 힐끗 쳐다보면서 다시 말했다.
“그런데 정말 보통사이가 아닌가 봐요. 그 아줌만 아빠가 뛰어 내려 죽으라고 해도 죽는다면서요?”
심장이 쿵 떨어졌지만 그것이 알약 때문이라는 걸 미쳐 의심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 누님이 좀 순정파야. 한 남자를 알면 그 남자한테 목숨을 거는 타입이지! 그렇다고 설마 죽기야 하겠냐? 허허허!”
웃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긴 했지만 어쩌면 완희가 하지누님에게 질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딸이니 아빠의 애인에게 질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빠에게 어떤 아줌마가 진한 키스를 하면서 죽기 살기로 사랑고백을 하는데 질투가 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희가 지금 질투를 한다면 그것은 아빠라는 존재를 전혀 모르는 아줌마에게 빼앗길까봐 염려를 하는 그런 종류의 질투일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내 심장은 이팔청춘처럼 벌떡거렸다.
어쨌든 나는 알약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버리게 되면서 정말 홀가분해졌다. 완희가 날 보고 말했다.
“그 아줌마는 어떻게 하다가 만나셨어요?”
“응, 아빠가 요즘 여윳돈으로 주식에 좀 투자하고 있거든? 하지누님은 거기서 만난 사람이야. 아줌마 괜찮아? 맘에 들어?”
완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완희의 부정에 가까운 그러한 태도가 날 까닭 없이 기분 좋게 했다.
나는 완희의 단발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충동에 빠졌다. 나는 여태 완희의 머리한번 쓰다듬어 준적이 없었다. 물론 지난 새벽엔 내가 딸에게 아주 몹쓸 일을 저질러버리긴 했지만 그건 순전히 짐승 같은 본능이었고 나는 순수하게 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다듬어 준적이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큰딸의 어깨를 만지기 위해 팔을 들었다. 바로 그 순간, 딸이 입을 여는 바람에 나는 다시 팔을 접어야 했다.
“참 아줌마는 가셨어요?”
“아니, 너 찾으려고 부랴부랴 쫓아 나온 바람에 아줌마는 그대로 뒀어!”
“아빠, 어서 올라가세요. 전 여기 있다가 올라갈 거예요.”
“아니다, 나는 우리 딸하고 같이 있을련다.”
그러면서 나는 아주 태연하게 완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올려놓고 보니 정말 심장이 떨렸다. 완희도 순간 몸을 흠칫 거렸지만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 완희의 한쪽 어깨가 내 가슴에 기분 좋게 닿았다. 완희는 더 이상 집으로 올라가란 소릴 하지 않았다.
나는 완희의 몸과 내 몸이 살짝 닿아있는 자체가 행복했다. 문득 완희의 몸이 내 가슴팍으로 스르르 쓰러졌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나는 순간 내 딸에게 어제의 일을 사과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나는 꾹 참기로 했다. 굳이 그런 걸 말해봐야 딸의 상처만 뒤집는 꼴이었다.
완희도 충분히 이해를 해 줄 것이다. 나는 꿈결에 아진이 엄마인줄알고 그냥 보듬은 것뿐이었다. 애인도 없는 홀아비가 잠시 눈이 돌아서 딸아이를 한번 안아본 것뿐인 것이다.
문득 완희의 고개가 푹 꺾였다. 나는 고개를 숙여 완희의 얼굴을 살폈다.
완희는 잠이 들어있었다. 그러니까 좀 전에 내게 기댔던 건 완희의 자유의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완희성격에 이렇게 선뜻 안기거나 하진 않을 것이었다. 좀 씁쓸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아마도 간밤의 그 사건으로 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완희를 안아들었다.
나는 큰딸을 처음으로 안은 셈이었다. 하지만 내게 안긴지 얼마 안 되어 완희가 눈을 떴다.
“아, 아빠!”
날 부르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다. 나는 괜찮다며 완희를 내려놓지 않았다. 완희는 부끄러워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아빠 내려주세요. 다 큰애가 안겨있으면 창피하잖아요.”
“뭐 어떠냐. 내 딸인데!”
정말 품안에 쏙들어오는 내 딸이었다. 나는 내 딸을, 이 품안에 쏙들어오는 내 딸을 어제 새벽에 몰래 안았다. 숨이 막히도록 안고 비볐다. 도둑놈처럼.......
계속 안고 가고 싶었지만 완희가 계속 내려달라고 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려주었다.
집에 들어가 보니 누님은 소파에서 얌전히 자고 있었다.
나는 누님을 아진이의 방에다 눕혀놓았다. 나와 누님이 한방을 쓰지 않겠다는 걸 완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완희는 내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는 제 방으로 들어갔다.
내 방으로 돌아왔지만 나는 잠이 오질 않았다. 정신이 말짱했다. 낮엔 두 모녀를 알몸으로 벗겨놓고 번갈아 섹스를 했다. 그리고 내 집에 돌아와선 그와 비슷한 두 여자를 끔찍이도 아끼듯 각자의 방에다가 고이 모셔두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두 얼굴을 가진 놈이었다. 뜬금없이 큰 딸의 팬티가 떠올랐다.
완희의 팬티는 분명히 지려있었다. 왜 지려있었을까.
나한테 놀래서 덜덜 떨다가 오줌을 싸버린 것일까? 아님 설마 나와 포옹을 하면서 뭔가를 느낀 것일까?
도무지 그러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껌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문득 거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보니 하지누님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가 날 발견하고는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녀가 물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예요?”
나는 대답대신 물컹한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렇잖아도 남자를 굶주린 데다가 약을 더 복용했으니 섹스를 하면 느낌이 아주 죽여줄 것이다. 큰딸이 집에 있었지만 오랜만에 누님과 섹스가 하고 싶었다. 나는 누님의 손을 잡고 내 방으로 왔다. 큰딸의 밤잠이 예민하긴 하지만 지금은 무척 피곤한 상태라 푹 곯아 떨어졌을 것이다. 나는 누님에게 말했다.
“옷을 얼른 다 벗어요! 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