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 회: 첫번째 실험대상 이웃집 그녀 -- >
내가 여자애에게 알약을 먹여주고 나면 나는 으레 전화번호를 놈에게 주었다. 그 놈은 틀림없이 아이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다.
그러니 녀석은 굳이 여자애들을 만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제 혜린이에게 택시를 타면서 전화로 내말만 들으라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전화가 오면 그냥 끊어버리라고 했다.
그리고 혜린이의 집에 도착해보니 혜린이는 두통이 없어졌다.
어쩌면 내 전화를 받은 순간에 두통이 사라져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바꿔 말하면 내 말만 들으라는 소릴 듣고 나서부터 두통이 사라버린 것일 수도 있다.
정말 수수께끼보다 더 어려운 문제였다. 그렇다고 학교에 있는 혜린이에게 지금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혜린이를 위해 내 알약의 마루타가 되어줄 또 다른 여자가 떠올랐다.
옆집의 그녀!
어차피 혜린이가 아니었어도 나는 그녀에게 시험을 해보고 싶어서 요즘 안달이었다.
이 알약이 과연 나이를 먹은 유부녀에게도 듣는지 정말 궁금했다.
나는 알약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도마에 올려놓고 칼질을 했다.
썩둑, 썩둑, 네 등분하니 정말 손톱만 해졌다.
일단은 이정도의 양만 먹여봐야겠다.
나는 그 한 조각을 입에 넣어보았다. 역시 아무런 느낌도 없고 녹지도 않는다.
이정도 양이면 어떻게 되는 건가? 혜린이가 어제 이런 걸 두 개 정도 먹었나?
나는 두 조각만 꺼내놓고 두 조각은 다시 넣어버렸다. 식탁에 있는 두 조각전부 내 침을 묻혀놓았다.
나는 아파트를 나서면서 달력을 보았다. 애들 방학이 이제 보름 남았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섰다. 정말 엎어지면 무릎 닿는 곳이 그녀의 아파트다.
그런데도 지구 반대편에서 돌아온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의심 많은 성격의 그녀가 문 앞까지 와서 물었다.
“옆집이에요.”
내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녀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머, 무슨 일이세요?”
“저 죄송한데요.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요?”
친절한 그녀는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뭔데요?”
“제 친구가 실은 초콜릿 회사에 다니거든요? 근데 희한한 초콜릿을 이번에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걸 테스트해볼 여자가 없어서!”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 저의 집으로 좀 가주시면 안 될까요? 초콜릿이 집에 있어서!”
그녀는 우리 집까지 순순히 따라왔다. 약간의 긴장과 호기심이 반반씩 짬뽕된 얼굴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파트 문을 살짝 열어두었다. 우린 식탁에 앉았다.
거기엔 두 조각의 알약이 있었다. 두 개 다 내 침이 묻어있었다.
내가 손가락으로 알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건 남자가 먹으면 절대로 녹지를 않아요. 제가 한번 먹어볼게요.”
나는 손톱만한걸 입에 쏙 넣었다가 이리저리 굴려준 후 다시 혀를 빼서 보여주었다.
말짱하게 안 녹은 알약을 본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그녀에게 남은 하나를 먹어보라고 했다.
그녀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알약을 입에 쏙 넣었다. 그녀가 놀란 토끼눈으로 말했다.
“어머 정말 녹는데요? 진짜 신기하네요.”
그러면서 그녀는 내 입에서 녹지 않았던 남은 알약을 또 살펴보았다.
자기가 먹은 알약과 정말 같은 것인지 확인하려고 그런 모양이었는데 내 침이 묻어서인지 차마 입엔 넣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핸드폰번호를 물어보았다.
“왜 전화번호가 있어야 하죠?”
“초콜릿 시제품을 시험해봤는데 경품을 받아야죠!”
경품이라는 소리에 그녀가 좋아했다.
그녀가 집으로 사라지고 나서 얼마 후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옆집남잡니다.”
“네.......”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느슨해진 듯 이상해진 것 같았다. 내가 물었다.
“혹시 머리 안 아프세요?”
“예? 머리가.......약간 아픈 것 같기도 해요.”
내 심장이 거세게 방망이질을 쳤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이라면 무슨 말이라도 들어야 합니다.”
“네.......”
이제야 알약의 효능에 대한 실체에 접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아줌마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양 규림이예요!”
“규림씨, 제가 지금 그리로 갈게요. 문 열어두세요!”
그녀는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심장이 가슴뼈를 뚫고 튀어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알약을 먹게 되면 그 순간부터 최초로 전화를 건 남자의 명령을 받게 되어있다.
명령을 받기 이전엔 약간의 두통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눈빛이 어제 혜린이의 모습과 비슷했다.
“규림씨!”
“네.......”
그녀에게서 강렬한 백치미가 느껴졌다. 알약의 또 다른 기능인 것 같았다. 어제 혜린이의 모습도 이랬다.
당장 그녀와 뜨거운 불륜을 저지르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몸에선 섹기가 풍겼다.
그녀의 눈빛이, 나른하고도 무기력한 눈빛이 내 몸을 태우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똑바로 보고 말했다.
“규림씨, 앞으로 내 말이라면 다 들어야 돼!”
“네!”
나는 용기를 냈다.
“규림씨, 내게 키스해줘!”
“네!”
그녀는 한 번의 반문도 없이 내게 키스를 해주었다. 너무 태연한 키스여서 마치 오래된 연인과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입술을 떼고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그녀는 소파까지 쫓아와 내게 키스를 했다.
그녀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내게 부드럽고도 맹목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영계들과의 어설픈 키스만 맛봤던 내 입술이 간만에 호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뒷덜미를 붙잡고 혀를 더 빨았다. 감미로웠다.
“후으음!”
오랫동안 키스를 해도 물리질 않았다. 이윽고 그녀의 입술을 떼고는 말했다.
“규림이 옷을 다 벗어!”
그녀는 약간 곤란하다는 듯 흔들리는 눈을 했지만 이내 옷을 다 벗기 시작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치마와 티를 벗어던지자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았다.
짧은 머리에 통통한 스타일의 그녀는 벗겨놓고 보니 더 육감적이었다.
내 물건이 더 솟구쳤다.
그녀가 문득 날 노려보더니 원망하는 목소리를 냈다.
“절 왜 벗으라고 하신 거예요? 우린 이럼 안 되잖아요!”
그녀는 정말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의 명령과 도덕사이에서 잠시 혼란을 일으키는 모양이었다.
만약에 알약을 다 먹였으면 내 말을 착실하게 들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일어나서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녀는 내게 안기면서도 조금씩 떨었다. 날 두려워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내 말을 들어야해 규림이. 어서 옷을 벗어.”
“네, 벗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