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아빠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들어오고 있었다.
""으이구 으이구~ 저 양반이 또 뭐 하고 들어왔다가""
현관으로 들어오는 영미아빠, 며칠 전에도 우리 집에 왔다 갔었다.
창틀에 실리콘을 발라 준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영미아빠의 바지춤을 보고는 영미아빠를 쏘아 붙인다.
""이~ 양반이 이거 뭐에요 바른데로 말해요~ 또 그년 집에 간거에요?""
""아~ 아냐~ 무슨 아냐~ 실리콘이야 실리콘~""
""이 미친영감아 실리콘 같은 소리하네~ ""
엄마는 아저씨의 바지춤을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는
""지랄을 한다 어디가서 같잖은 물 빼고 와서는 뭐? 실리콘?""
""아~ 참 얘들 있는데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아니라니까 그러네 새로나온 건 냄새가
달라 어~허 참 아니라깐 그러네""
""아니긴 뭐가 아냐 이양반아~ 빨리 들어와요""
아저씨가 아줌마의 손에 끌려가다시피 안방으로 들어갔지만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밖으로 세어나왔다.
""바른데로 말해 또 그년한테 간거야? 왜~ 아주 그냥 살지 그래~ 어어~ 이거봐 이거봐""
아줌마는 아저씨의 옷을 벗기는 것 같았다.
""아이구 실리콘 같은 소리하네 팬티안에도 이렇게 젖어 있는데 실리콘?? 참 당신 그럴
거면 나가~ 나가라고~ ""
""아~ 이사람 참 보진이도 있는데 왜그래""
""말 잘했네 그럼 아주 보진이랑 살지 그래~ 그년이랑 아주 살림을 차리지 내가 못살아
~ 못살아~""
아줌마의 탄식이 이어지고 아저씨를 때리는 소리가 한참을 나더니
""보진이 너~ 집에 가 이제~ 그리고 영미 너 이제 보진이랑 놀리 마""
""아~ 왜 엄마~ 보진이랑 왜 못 놀게 하는데""
""아 그런게 있어 이년아~ 빨리가 가~ 이것도 가져가고 이제 다신 우리집에 오지도 말어""
나는 그렇게 영미집에서 쫒겨났고 그 이후로도 몇몇 친구들 집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언니와 같이 쓰는 방 구석에 쳐박혀 울었다.
늘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유빈이 아빠, 집에서 뒹굴뒹글 놀기만 하는 상철이네 아빠, 맨날 집에 들어오면 잔소리만 늘어놓은 종현이네 아빠, 난 그저 아빠가 있는 친구들이 너무도 부러웠다.
""보진아~ 왜 울고 있어 여기서~""
""엄마~ 엄마~ 나도 엉엉~ 아빠가~ 엉엉~""
""보진아~""
""아~ 왜~ 우린 아빠가 없는 거냐고~ 엉엉~""
나는 그렇게 한시간을 엄마에게 땡깡을 부리며 울었다.
엄마는 우는 날 안고는 같이 울었다.
엄마의 물컹한 가슴이 내 볼에 닿고 엄마의 향기로운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엄마~""
""왜?""
""엄마~~ 친구들이 그러는데~ 창녀가 뭐하는 거야?""
엄마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울컥울컥 하시더니 다시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꼭 안아 주셨다.
""나쁜거 아니지?""
""엄마 그지? 그거 나쁜거 아닌거지?""
""그래~ 그래~ 보진아~ 흑흑흑~ 흑흑흑""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그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따져 묻지 않았다.
엄마가 또 우실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보진이 엄마는 창녀래요~ 창녀래요~ 창녀래요""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이 나를 그리고 엄마를 놀려댔다.
난 그 때마다 언니와 같이 쓰는 방 한 구석에 앉아서 내 손톱을 물어 뜯곤 했다.
가끔 친구들에게 새 인형을 같이 가지고 노는 조건으로 함께 어울리긴 했지만 그럴때도
여지 없이 마지막은 엄마와 나를 놀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왜~ 우린 아빠가 없는 거냐고~ 왜~ ""
나는 그 때마다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부리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고 엄마는 그저 날
안아 줄 뿐 아무 대답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돌아와서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방안에서 익숙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아~ 안된다니까 그러네""
노래방 아저씨였다.
나는 빼꼼히 현관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저씨는 금방 고름을 뺐던 것일까? 축 늘어진 고추를 만지작 거리며 쇼파에 바지를 벗은 채 앉아 있었다
근데 엄마는 아저씨의 발 밑에 발가벗은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숙인 머리를 들고는 노래방 아저씨에게 사정을 하고 있었다.
""제발 어떻게 조금만 더 연장을 하면 안될까요 사장님""
""어허~ 참 벌써 1년이나 내가 연장을 해줬잖아~ 더이상 나보고 어떡하라고""
엄마는 아저씨의 다리를 붙들고는 애원하고 있었다.
""제가 잘할께요~ 사장님 뭐든지 시키는데로 했잖아요~""
""어험~ 참 그거~안된다니까 그러네~""
""사장님 제발요~ 제발요~""
엄마는 손을 뻗어 빌고 있었다. 그것도 발가벗은 채 가슴을 덜렁이며 빌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엄마는 아저씨의 축 늘어진 고추를 입에 물었다.
"우웁~ 뿌웁~"
""아~ 이여자가 진짜~ 왜이래~ 안된다니깐 추잡하게~""
""사장님 어떻게요 두딸이랑 길바닥에 나 앉으라구요?""
""아~ 그건 내가 알바 아니고~ 어험~ 아무튼 다음 주까지 안되면 학교로 찾아 갈거니까
그렇게 알아욧~""
""사장님 아..안돼요~ 그것만은 안돼욧~ 제발 사장님~ 일을 해야 돈을 갚죠""
""아~ 그래서 1년동안이 봐 줬잖아""
""제발 사장님 제발요~ 제발 부탁드려요~ 6개월만요~ 제발요~""
""아~ 거참~ 씨발~ 짜증나게 그러네 씨발년이~""
갑작스런 욕설에도 엄마는 무릎을 꿇을 채 사정을 했다.
""사장님 뭐든 시키는데로 할께요~ 거기도 다 ""
""거기도?""
""네~~""
""아이구 우리 조여사 아주 막나가네 똥꾸녕을 다 준다고 하고 급하기는 급한가봐""
엄마는 몸을 돌리더니 아저씨를 향해 엉덩이를 쳐든다.
"찰싹~"
""아~ 보니까 벌써 어지간히 박힌 모양인데 아다라면 모를까 어험~ 됐고 아무튼
다음 주까지 안되면 학교로 갈거니까 알아서 하라고""
""제발요~ 사장님~ 제발요~""
엄마는 다시 빈다. 슬픈 눈으로 노래방 아저씨에게,
""아~ 거참~ 뭐 영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그게~""
""뭐..뭔데요 사장님 뭐든 할께요~ 뭐든요""
""뭐든 한다고 해서 하는 말인데""
아저씨는 엄마의 귀에다 대고 뭐라고 했는지 몰라도 엄마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져서는
아저씨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어 댄다.
""아~ 뭐 싫으면 할 수 없고~ 아휴 어린 딸년들 고거 참 얼굴들이 반반한데~""
아저씨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쇼파에서 일어난다
""사장님~""
""뭐 한번 하고 나면 얼추 그정도 돈을 된다니까""
아저씨는 보영이 언니의 사진과 내 사진을 손에 들고는
""캬~ 고년들 참 맛~있게 생겼네~ 흐흐흐 아이구 참 누구 손에 놀아 날런지""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께요~ 돈은 그럼 다 되는거죠?""
""암~ 그럼 그럼~ 당연하지~ 당연하지""
""아~ 걱정마~ 얼굴 모자이크처리 하는데다 하도 많아서 누가 누군지 몰라 그리고
내가 아는 형님이 한분 계신데~ 일주일이면 충분할꺼야~""
엄마는 뭔가 결심을 한 듯 아저씨와 눈을 마주쳤고 그리고 며칠 뒤 엄마는 출장이 있다면서 일본으로 건너가셨다.
엄마가 없는 일주일, 늘 구박만 하던 언니는 마치 엄마처럼 날 돌봐 주었다.
언니가 그렇게 밥을 잘하고 음식을 잘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언니~ 근데 나 소고기 먹고 싶은데~ ""
언니는 난처해 했다. 하지만
""아..알았어 내일 해줄테니까 그래 내일 해줄께""
""진짜지? 언니 우와~ 언니 짱이야~ 진짜지 언니?""
나는 몇 번이나 확인을 하고 또 확인을 했다.
그 다음 날
"뿌웁~ 뿌웁~ 컥~ 컥~ 콜록~ 콜록~""
============================ 작품 후기 ============================
조금이나마 재밌게 읽으셨다면 힘나도록 선작과 추천!! 꾸욱 한번 눌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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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아빠 -- > * 58화 *
나는 그 날, 엄마가 없던 그 날 정말 맛있는 소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많이 먹어~ 언니는 입맛이 없어서~""
그리고 몇 시간 뒤 친구집에 다녀온 뒤 방 한구석에서 울고 있는 언니를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언니는 연씬 입을 닦으며 울었다.
한참을 울더니 화장실로 달려간 언니는 20분 넘게 양치질을 하고는 나와서는 다시 양치질을 해댔다.
""언니~""
""어? 보진아 왜? 배고파?""
""아~ 아니~ 그냥""
""왜에 언니 한테 다 말해 뭐야? 친구들이 놀려?""
""아~ 아니~ 그냥 아빠가""
""왜~ 친구들이 아빠 없다고 놀려? 언니가 가서 때려줄까?""
""그게 아니고~ ""
""이리와~""
언니는 대답대신 나를 꼭 안아 주었다.
몇 초나 지났을까 내 머리위에 따뜻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빠 있었으면 좋겠어??""
""어~~ 언니~ 언니는?""
언니는 다시 대답대신 나를 꼭 안아 주었다.
그렇게 언니의 보살핌 속에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엄마가 오는 날이 되었다.
""엄마~~""
""그래~ 보진아~ 보영아~""
""엄마~ 보고 싶었어~""
""나두 그래 어이구 우리 애기들~""
""엄마는 이제 애기 아니라니깐""
엄마는 짐을 풀지도 않은 채 언니와 나를 먼저 안고는 한참을 품어 주었다.
""보영이는 입술이 왜 찢어진거야?""
""아~ 아냐~ 엄마""
""아니긴 싸운거야?""
""아~ 내가 무슨 어린애야~ 얼른 가기나 해""
엄마는 언니의 터진 입가가 신경이 쓰였는지 집으로 가는 내내 언니 얼굴만 쳐다 보는것
같았다.
""별일 없는 거지?""
""그럼~ 당연하지""
""언니가 소고기도 해줬어 엄마""
""소고기?""
소고기라는 말에 엄마는 언니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 거 왜 영미 엄마가 갖다 주셨어~""
""그래?""
""그럼~ 그치 보진아~""
언니가 내 옆구리를 쳤다.
""어어~ 어어~ 맞아 엄마 맞아~ 영미 엄마가~ 흐~""
엄마의 얼굴이 그제서야 펴지는 듯 했는데 나는 무슨 영문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엄마의 얼굴은 일주일 동안 꽤나 수척해 있었다.
일이 힘들었던 것이 분명했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 입는 엄마, 젖꼭지가 잔뜩 부어 있었고 옷을 주으려고 엎드릴 때
잠깐 보았지만 엉덩이 사이도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배고프지? 엄마가 금방 밥해 줄께""
엄마는 피곤할텐데도 오자마자 우리 밥 걱정부터 했다.
언니의 밥도 좋긴 했지만 역시 엄마가 해 주는 밥이 최고긴 최고였다.
""저~ 엄마""
""어~ 왜 보진아""
""아~ 아니야~ 엄마""
""보진이가 아빠 있었으면 좋겠데""
언니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어서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물론 언니는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라는 걸 어린 나도 알 수 있었다.
""그..그래? 아빠 말이야?""
""어~ 아빠~ 우리도 아빠 있음 좋겠다 놀이공원도 가고~ 망치질도 해주고 자전거도
고쳐 주고, 예전에는 아빠가 뭐 고장 나면 다 고쳐 줬는데~ ""
엄마는 언니의 눈치를 살피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날 밤 언니와 엄마는 한참을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나를 재워 놓고 말이다.
""진짜 그래도 되겠어??""
""아~ 몰라~ 할 수 없잖아~ 보진이가 저렇게 원하는데""
""보영이 넌?""
""아~ 몰라 괜찮으니까 엄마가 알아서 해""
다음 날 노래방 아저씨가 고기를 잔뜩 사들고는 집으로 오셨다.
""아이구 조여사~ 오랜만이야~ 그래~ 일은 괜찮았고?""
엄마는 아저씨를 쏘아 붙이고는 내 눈치를 본다.
""보진아 친구 집에 가서 놀다 오면 안될까?""
""놀 친구가 없어~ 아빠 없다고 자꾸 놀려서 싫고""
""아이구 우리 보진이가 아빠 없어서 속상하구나~~~ 아저씨가 아빠 만들어 줄까?""
""진짜요? 아저씨가 만들 수 있어요?""
""그럼~ 당연하지~ 힘도 쎄고~ 고장난 것도 잘 고치고 놀이공원도 잘 가는 아빠 말이야""
""지..진짜죠? 엄마 아저씨가 아빠 만들어 주신데~ 진짜야??""
""어어...보진아 좀 나가서 놀다와~""
""엉~ 알았어 엄마 나 갔다 올 동안 아저씨한테 아빠 빨리 만들어 놓으라 그래 알았지?""
내가 현관을 나서자 엄마의 언성이 높아졌다.
""어떻게 된거에요? 약속이 틀리잖아요~""
""조여사 하~ 그게 말이야~ 현지 사정이""
""현지 사정요? 가는 날 부터 일주일 내내 일주일 내내`~~""
""아~ 그거야 데뷰하는 신인이라~""
""그리고 모자이크는요 모자이크~~""
""아~ 거참~ 분명히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걱정마 누가 알아본다고 그래~ 화장 진하게
하고 했잖아~ 아무도 몰라 그냥 일본 사람인 줄 알거라고 안그래??""
""미친~ 영감~ 내가 당신을 믿고~~""
""뭐야?? 씨발 미친영감?? 이 년이 씨바 오냐 오냐 해줬더니 아주 기어 올라 썅년이
선생년이 돈 없어서 보지 굴려서 돈 벌게 해줬더니~ 뭐? 미친영감""
엄마와 아저씨는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를 했다.
잠시 후 소강상태가 되고 쇼파에 앉은 아저씨가 엄마를 설득하는 듯 했다.
""아~ 그러니까~ 천씨랑 합치면 되잖아~ 남은 천만원도 해결하고~ 서로 외로운 사람끼리
좋잖아~ 조여사야 딸린 식구가 둘이나 되지만 천씨는 없잖아~ 거기다 총각이잖아""
엄마는 아저씨의 말에 어의가 없는 듯 고개를 가로지른다.
""아~ 조여사 잘 생각해~ 여잔 말이야 남자 그늘이 있어야 해~ 지금 상황에 그정도
남자면 괜찮지~ 조여사 외로운 것도 잘 해결 해줄거고 거기다 철공소 해서 꽤나 돈 모았다는 소문이 자자해~ 잘 생각해~""
""사장님~ 그래도 이건""
""이건 뭐~ 안그럼 내일이라도 학교로 찾아 갈테니까 그렇게 알아""
""사장님~ 사장님~""
""전화만해~ 지금이라도 천씨가 바로 천만원 꼽아 준다고 했으니까""
""사장님~ 사장님~~""
아저씨는 현관문을 나서면서 한마디 툭 던져 놓는다.
""잘 생각해~ 두 딸년~ 술집 가는 거 일도 아니야~ 잘생각해 조여사~ 반반한 기집애들
그냥 둘거 같애?""
엄마는 얼이 빠진 듯 쇼파에 털썩 주저 앉는다.
""어떻게 천씨를""
천씨아저씨~ 일단 머리가 반쯤 까졌다.
우리동네는 아니고 옆 동네에 사는 아저씬데 철공소를 하신다.
힘도 좋으시고 얼굴인상도 꽤 좋으신 분이어서 동네에서는 성실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아저씨다.
근데 희안하게 아줌마들이나 학생들, 아무튼 여자들은 다 천씨 아저씨를 싫어했다.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자들은 모조리 아저씨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엄마는 한참을 쇼파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벽에 걸려 있는 나와 언니 사진을 벌써 30분 째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천만원~ 천만원""
엄마는 천만원이라는 말을 한참 동안 중얼중얼 거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갈수록 음식이 부실해지고 엄마의 주름은 늘어만 가는 것 같았다.
천씨 아저씨 얘기가 나오면서 아저씨들의 발걸음도 뚝 끊어졌다.
아마도 천씨 아저씨가 다른 아저씨들을 못 오게 막은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노래방 아저씨에게 전화를 거는 듯 했다.
""아이구 그래~ 잘 생각했어 그래~ 잘했어 조여사~ ""
수화기의 노래방 아저씨 목소리는 한껏 격앙되어 있었지만 엄마의 표정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지금 천만원을 해주고 보영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는 따로
살게 해줘요~""
""아~ 그거야 뭐 천씨한테 물어 볼께 잘 될거야~ 천씨가 어지간히 성격이 좋잖아""
천씨 아저씨가 아빠가 된다는 소리에 나는 내심 너무 좋았다.
친구들에게 새아빠가 생겼다고 자랑도 하고 놀이공원도 가달라고 하고 특히나 멋진
물건들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다 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엄마 엄마...그 천씨 아저씨가 우리 아빠 되는거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아~ 엄마~ 되는거냐고 아저씨가~""
""어? 어어""
""정말이지 엄마 정말인거다 나 친구들 한테 가서 다 말할거니까 거짓말 하면 안돼 엄마""
나는 엄마의 말을 듣고 부리나케 친구들에게도 뛰어갔다.
""야야~ 나도 이제 아빠 생긴다 아빠~ 나도 생긴다고""
나는 이 친구 저친구의 집을 뛰어다니며 아빠가 생긴다고 고래고래 광고를 하고 다녔다.
천씨 아저씨는 엄마의 바람대로 엄마의 남은 빚, 천만원을 미리 갚아 주었고 또 보영이
언니가 대학에 들어가는 그 날까지 집은 따로 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을 합치기 한달 전 쯤이다.
""크크큭~ 씨발년~ 지 엄마를 닮아아 아주 달달 하네 달달해~""
""아저씨~ 제발~""
""아저씨는 씨발년아~ 안 벌려? 빨리 싸라고 썅년아~ 보지 안벌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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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늪 -- > * 59화 *
""아휴~ 우린 보진이 많이 무거워졌네""
""아~ 아니에요~ 아저씨~""
""아직도 아저씨야?""
""그..그게 아직~ 잘 안되서""
""괜찮아~ 아저씨 천천히 기다릴테니까 걱정마~ ""
아저씨를 만나고 몇달 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다른 친구들의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들이 우산을 챙겨 들고와서는 하나둘씩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오후 2시 엄마는 학교에 있을 시간이었다.
""엄마~ ""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봤지만 역시 엄마는 아니었다.
""많이 기다렸지 으이구 내새끼~ 가자~ 여기 우산""
우리 반 밉생쟁이 주현이의 엄마였다.
""나 먼저 간다~ 메롱~~""
만화 그림이 있는 우산을 펼쳐 들고는 혀를 밉쌀스럽게 내미는 주현이의 모습에
가슴이 쓸어 내릴 쯤이었다.
""보진아~""
멀리서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아저씨의 손에는 주현이가 쓴 것처럼 예쁜 우산이 들려 있지는 않았다.
""아이구~ 많이 기다렸지 보진아~ 가자~""
아저씨는 예쁜 우산대신 아저씨의 넓다란 등을 내주셨다.
머뭇거리는 나를 향해
""아~ 어서~ 비 맞아~ ""
아저씨는 나를 사뿐히 들쳐 업고는 커다란 우산을 덮어 주었다.
앞에서 주현이 엄마와 주현이가 물구덩이를 피해 가느라 낑낑거리고 있었다.
""첨벙~ 첨벙~""
장화를 신은 아저씨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고 교문에 가까이 왔을 때는 저만치 앞서
갔던 주현이와 거의 맞닿을 수 있었다.
""부르르르릉~ 부르르르릉""
나는 발에 물한방을 묻히지 않고 아저씨의 트럭에 탔고 주현이는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기 위해 비바람을 우산으로 가리며 서 있었다.
""아이구 이거 어쩌죠 짐이 실려 있어서~ 태워 드리기가""
""괜찮아요~ 먼저 가세요""
""예~ 그럼 먼저 갑니다~""
나는 밉상 주현이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그 뒤로도 아저씨는 비가 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날 태우러 오셨고 내 발이 물에 젖지
않도록 날 꼭 업고는 교문밖으로 나가셨다.
""아~ 보진이 부럽다""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들었던 놀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는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으이차~ 다 됐다 보진아~ 어때?""
""끼이익~ 끼이익~""
철공소를 하는 아저씨, 어느 날 모든 친구들이 부러워 하는 그네를 집안에 만들어 주셨다.
""와~ 좋겠다~ 보진이 집에 그네 있데 그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등을 돌리고는 아는 척도 하지 않던 친구들이 다시 집을 찾기
시작했고 어느 새 난 동네에서 제일 주목 받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와~ 니네 새아빠가 만들어 주셨어? 진짜 대박이다 와~ 진짜 좋겠다 보진아~""
""니네 아빠는 뭐든 만들어 주신다며?""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날에는 아빠는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도와주셨다.
""자~ 보진이 아빠와 보진이에게 박수~~""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환호를 받는 나!! 너무도 기분이 좋았고 나는 어느 새 학교에서 인기 최고의 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늘 피곤해 하는 아빠와는 달리 아저씨는 너무도 힘이 좋으셨다.
""여~차~""
이제 꽤나 무거워 진 나를 반나절은 목에 태우고 다니실 만큼 아빠는 힘이 좋았다.
놀이 공원을 갈 때도 외출을 할 때도 아빠는 언제나 나를 목에 태우고 다니셨다.
""아~ 무거워요~ 이제 내려도 되요~""
""아이구 참 무슨 소리~ 우리 보진이 새털처럼 가벼운데~ 안그래? 보진아~?""
이 뿐만이 아니었다.
아저씨는 동네 노인들의 집수리며 가구, 보일러수리 등 못하는 일이 없었다.
마을에서는 천씨 아저씨를 향한 칭찬이 끊이지를 않았다.
""아휴~ 내가 이거참 뭐라도 줘야 하는데""
""괜찮습니다 어르신~ 이제 좀 편하시죠?""
""그럼~ 그럼~ 아이구 정말 고마워~""
아저씨는 우리집에 무슨 조그만 일이라도 생기면 마치 슈퍼맨 처럼 나타나서는
일을 해결하고는 사라지셨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같이 살고 싶었지만 엄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차일피일 미루셨다.
""엄마~""
""보진아~ 조금만 기다려~ 언니가 대학에 가면~ 그때~""
""아~ 그 때 언제~ 아아아~""
난 때를 써보기도 하고 땡깡도 부려 봤지만 엄마의 결정은 쉽게 변하지를 않았다.
""보진아 아저씬 괜찮으니까 엄마 너무 힘들게 하지마""
아저씨는 큰 등짝만큼이나 마음도 넓으셨다.
나는 아저씨가 금방 좋아지고 있었다. 어느 새 아저씨에서 아빠라는 호칭을 쓰면서도
난 전혀 이상하지가 않았다.
나를 눈같이 보호해주고 지켜주시는 분은 다른 아닌 아저씨 였기 때문이었다.
언니 역시도 아저씨가 싫지 않은 눈치다.
나 만큼이나 아저씨는 언니를 끔찍하게 여기셨다.
야간 자율학습이 있는 날에는 늘 버스를 탔던 언니, 지금은 아저씨가 야자시칸에 맞춰
언니의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아마 오늘도 아저씨는 언니의 하교를 기다리고 계신 것 같다.
""보영아~ ""
언니가 차에 탈 때는 혹시나 하시면서 항상 흰 손수건을 엉덩이에 깔아 주셨다.
""아이고 이거 지저분해서 여기 앉아~""
손으로 몇 번이나 털었던 의자가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영이 언니의 엉덩이에 흰 손수건을 깔아주는 아저씨다.
""그래도 숙녀가 아무렇게나 앉아서야 되나 자~ 여기 앉아 여기~""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일찍 하교를 하고 있는 내 귀에 동네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씨 그 놈 아주 요즘 복이 터졌더구만~ 완전 꽃밭이야 꽃밭~ 마누라 새끈하지. 아직
작은 딸이야 어리지만 큰 딸년은 완전 지 엄마를 빼다 박았더만 젖탱이가 아주 그냥~""
""듣기로는 천씨 그 놈이 아주 작정을 하고 덤볐다던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 무슨 소리는 이 사람아~ 두 딸년들 어떻게 해보겠다고 돈 까지 써서 조선생이랑
결혼한다는거 아니야""
""진짜~ 아이고 천씨 그 놈 본색을 알아야 할 터인디""
""왜 아니래~ 지 애미도 따 먹은 놈인데~ 의붓딸년이야 뭐~ 시간 문제겠지?""
""에휴~ 니미 돈 있겠다 물건 실하겠따 못 할게 뭐야~ 씨바 부러우면 지는건데""
""아~ 그사람 참~ 그렇게 부러우면 확대수술이라도 하던가""
""아~ 하면 뭐합니까 마누라 거시기가 허벌창인데~ 아주 휑 합니다 휑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저씨와의 즐거운 날들은 계속 되었고 내 입가는 언제는 웃음으로
가득 찰 수 있었다.
언니가 그 난리를 피우기 전까지 말이다.
""보영아~ 너~ 진짜 아니야?""
""아~ 아니라는데 왜그래 진짜~ 엄마는""
""너 말고는 그 시간에 거기 있던 사람이 없는데 그럼 어떡해~""
""아~ 그럼 그냥 없어 질수도 있잖아~ 아저씨가 잃어 버리셔 놓고 우리더러 그러는거
아니야?? 왜 맨날 나야~ 왜!!!!!""
""짜악~""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