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부 (8/10)

8 부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실비집에 들렀다. 이제 막 청소를 끝내고 마칠려는데 내가 들어가니 반갑게 나를 맞는다.

"어서 오세요. 왠일이에요 이렇게 늦게..."

"술 한 잔하고 오다가 생각이 나서 들렸어요"

"무슨 생각요 술생각 아`~~~~저녁 생각"

"아니요 그냥 술생각이요"

"술드시고 오는 것 아니에요?"

"술먹다가 나왔어요"

여자집에 갔다는 소리는 못하고 그냥 얼버무렸다. 그냥 그녀에게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마치는 거예요? 내가 늦게 왔어요?"

"아니에요 안 늦었어요 늦었어도 누군데 챙겨 드려야죠"

"그냥 소주하고 안주될 거 주세요"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더니 목소리가 갈라졌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요 그냥 좀 울적하네요"

그녀는 소주와 돼지 두루치기를 내왔다

"이게 제일 빨리 되는 거예요"

"소주한잔 하실래요?"

"한잔주세요 정말 오랫만에 소주 마셔보네"

나는 그녀와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내가 빠르게 술잔을 비워가자 그녀가 말했다.

"너무 빨리 마시지 마세요. 취해요"

"취할려고 술마시는 것 아니예요?"

"그래도 그렇게 빨리 마시면 금방 오르잖아요"

"괜찮아요 이래봬도 저 술이 세답니다"

"술세단 사람 치고 별로 센것 못 봤는데..."

"아저씨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하세요?"

"예? 뭐가요 나는 별로 안 그랬는데..."

"오늘 낮에도 그렇고 저한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서..."

"왜요 부담스러워요"

"예 조금...."

"신경쓰지 마세요 제가 형제가 없어요 형제가 없다보니 아주머니가 제 동생같고 그래서 그랬어요 부담스러우면 이제 안 오겠읍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에요 가지 마세요 사실 저도 아저씨가 오빠같고 해서 좋았는데 본지 얼마 안됬는데 저에게 잘해주고 해서 약간 의심도 했어요"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이제까지 제가 밥을 끓여먹었어요."

"일가 친척도 없고 해서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으니까 사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랬어요."

"어머 그래요 어릴때 고생 많이 하셨네요"

"제가 부모님 정을 모르고 컸어요 나는 결혼하면 자식 많이 낳아서 오손도손 살아 봐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요. 그런데 세상은 내뜻데로 되질 않았어요"

나는 술잔에 술을 따라 입에 털어 넣었다.

"받는 정을 모르고 자랐으니 주는 정도 모르겠더라구요 무조건 잘해주면 되는 줄 알았어요 어떻게 해야 할줄 모르니까..."

"결혼은 하셨다면서요"

"결혼은 했었죠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했죠 그녀는 일반인과 성향이 좀 달랐어요. 나만 그런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게 헤어졌어요"

술을 마시기 시작하니 병수가 늘어나고 안주도 떨어 졌디.

"아주머니 주방좀 빌릴께요"

"뭐하시게요 말씀하세요 제가 해 드릴께요"

"아닙니다 그냥 제가 먹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누룽지 없어요?"

"있어요 숭늉 만들려고 사다 놓은 것이 있어요"

나는 누룽지를 튀겨 버섯과 양파 고기 잡다한 것을 넣고 일명 누룽지탕을 만들었다

"요리를 하실 줄 아시네요"

"혼자 살아서 이것저것 만들어 먹었죠"

나는 연정이와 함께 있을 때 만들었던 요리들이 생각나서 한번 만들어 보았다. 만들다 보니 괜히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만 더 울적해졌다.

"이 음식 사연이 있는 거죠?"

"아닙니다 소주마실 때는 이게 최고죠"

그녀가 나를 말없이 쳐다 보았다. 그러더니 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나는 그냥 입술을 대고 가만히 있었다.

"너무 울적한 것 같아서요..."

나는 더 이상 있다가는 사단이 날것 같았다.

"아주머니 이제 가 볼께요"

"아주머니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 알잖아요"

"혜영씨 고마웠어요 힘이 좀 나는 것 같아요"

"예 힘내시고요 내일 아침 드시러 오세요 민규 오빠 화이팅!"

나는 울적한 마음에 답답한 마음이 더해져 오늘 저녁에 잠이 들긴 틀린 것 같다. 아침을 먹으러 실비집에 가니 왠 꼬마가 혜영이와 실갱이를 한다.

"엄마 나도 야구 보러 갈거야 보내죠"

"여기서 마산이 어딘데 갈려는 거야"

"친구들은 아빠하고 엄마하고 야구보러 간데 엄마 우리도 가자 응~"

"엄마 일하는 거 안보이니 엄마는 그런데 갈 시간이 없어 그냥 TV로 보자 응"

"싫어 반 친구들은 직접 야구장에 가서 본단 말이야 우리도 가자"

"얘가 왜 이렇게 고집을 피워 너도 봐 우리는 그런데 갈 수 없어"

꼬마는 안된다는 말에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아이가 울자 어찌 할줄를 모르더니 눈물을 보이고 만다. 나는 내 어릴 적에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나서고 말았다.

"얘 꼬마야 이리와 봐"

꼬마가 울음을 그치고 나를 바라 봤다.

"이리와 봐 너 이름이 뭐니?"

"김지호예요"

"지호는 야구장에 그렇게 가고 싶어?"

"예 친구들은 다 간다는데 저만 못 가잖아요"

"이 삼촌하고 갈래?"

"예? 삼촌하고요"

"민규 오빠 그러지 마세요 오빠도 일해야 되잖아요"

"지호야 오늘은 이 삼촌이 일해야 되니까. 다음주에 가는게 어때"

"다음주는 마산에서 야구 안한단 말이에요"

"마산에만 야구하니 부산에서 야구 보면 되지"

"진짜요 정말 야구보러 가는거죠?"

"그래 우선 엄마한테 허락 받고 가자"

"엄마 내 이삼촌하고 야구보러 갈래"

"오빠 오빠 일해야 하잖아요?"

"다음 입항 때 배를 도크에 올려야 된데 배수리 들어간다고 한 오일 쉰다고 하던데 그때 가면 되지뭐 오랜만에 부산에도 한번 가보고...."

"그래요 그럼 지호야 섬촌하고 다음 주에 사직야구장에 갔다와 그럼 됐지"

"응 엄마 엄마는 안가?"

"엄마는 장사 해야지"

"으~응 엄마도 같이 가자 엄마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산이 하고 엄마하고 삼촌하고 이렇게 같이가자 응~"

"안돼 가게문 닫으면... 너 자꾸 그럼 야구보러 못가게 한다."

"알앗어요"

"지호야 너 어느 팀 응원 하니"

"자이언츠 요"

"자이언츠? 감독이 양상문 이지 아마?"

"아니예요 삼촌은 야구 모르나봐요"

"왜 양상문 아냐?"

"감독 바뀐지 오래 됐어요 지금은 로이스터 감독이에요"

"뭐 외국 사람이 한국팀 감독이라고?"

"작년부터 감독인데요"

"아직도 꼴등이냐?"

"아니에요 작년에 플레이 오프에 나갔어요"

"어~엉 자이언츠가 플레이오프에 나가"

나는 새삼 지나간 사간을 느꼈다.

내가 세상과 단절되었던 3년간의 시간을....

--------------------------------------------------------------------------------------------------

나는 인터넷에서 경기일정을 확인했다. 이틀 후에 사직에서 야구 경기가 있었다. "혜영아 지호가 소원인데 가족끼리 다 같이 가는 것이 어때?"

"오빠 가게를 닫을 수는 없잖아요"

"휴가간다고 써붙이면 되잖아 금년에 휴가 안 갔잖아"

"저에게 휴가가 어딨어요 어휴 휴가가 뭔지 잊어 버린지 오래 됐어요"

"그러니까 아이들 방학도 했고 하니 휴가겸해서 한번 다녀 오자 이틀 후에 부산에서 야구한대. 이틀 휴가가서 구경도 좀하고 몸도 마음도 좀 쉬고 하면 좋잖아 "

"오빠 저희 사정에 휴가를 갈 형편이 되요? 그냥 다녀 오세요"

"형편이 뭐? 외국에 가자는 것도 아니고 부산에 갔다가 그 다음날 오는 건데 뭘 그래?"

"생각해 볼께요"

"그래 내 예매해 놓는다"

나는 지정석으로 4좌석을 예매하고 렌트카도 예약을 해 놓았다. 내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기분이다. 당일 날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해서 출발을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렸다.

"지호야 이렇게 차타고 가니 좋아?"

"응 삼촌 우리 이렇게 어디 가본 일이 없어요 애들이 어디 갔다 왔다고 자랑하면 부러워거든요"

나는 내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중학교 다닐 때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학교 선생님들이 챙겨 주셨지만 나는 늘 혼자였다. 특히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나는 아무도 졸업식에 참석할 사람이 없었다. 혼자 졸업장을 받고 혼자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사먹었다. 길거리에서 졸업한 아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려 간다면서 몰려 다닐 때 나는 외톨이가 되어 혼자 쓸쓸히 자취방으로 돌아 왔다. 중학교 때는 많이도 울었었다. 그 뒤로는 내 인생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연정이를 만날 때까지....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응 아무것도 아냐 이렇게 나오니 좋네"

"예 고마워요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아니야 내가 고맙지 나에게 가족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잖아"

"얘들아 뭐 먹으러 갈까?"

"피자요 햄버거요"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 한다. 나는 꼭 내가 이 아이들의 아빠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얼굴에 웃음이 피어 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