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6)

지수-3

아내의 일상은 변화가 없었다.

아침마다 출근 전 나와 아이를 바쁘게 챙겨 보내고 퇴근 후에도 말끔해진 집안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평소처럼 아줌마들과 몇 십분이나 통화를 하며 수다를 떨었고, 어느새 강간범이었던 내 다른 존재에 대해선 잊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피곤해?”

“..응?.. 좀...”

그러고 보니 그 날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아내와의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못 해줬다는 게 맞는 말일 테지만... 그 남자에게 듣게 된 생생한 아내의 과거는 사진이나 영상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내게 주었고 그 충격에 며칠 밤동안 뜬눈으로 보냈어야 했지만, 평화로운 일상은 서서히 그 충격들을 조금씩 무덤덤하게 만들어 갔다. 아니.. 무덤덤해지려 애를 쓰며 아무것도 모른 체 미소로 아이와 날 대하는 아내를 대면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발기가 안 되는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평범한 아내의 모습과 동영상과 사진 속에서 봤던 음란하기 짝이 없던 또 다른 아내의 모습 속에서의 느껴지는 괴리감에 혼란스러워 하며 망상 속에 사로잡혀 가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고, 그런 내 내면속의 고통은 발기조차 되지 않는 몸뚱이의 이질적인 형태에서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 남자의 얘기에서 아내는 변태적인 한 남자로 인한 피해자임을 확인했고, 질투 반 장난 반으로 시작된 내 행동들에 상처 입은 아내의 모습에 모든 걸 덮고 떨쳐버리고 묻어야 한다는 결심에도 좀처럼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내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뭐가 잘 안 돼?”

“...응?”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뉴스들을 검색하던 내 귀에 걱정스러운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부장님이 또 갈궈?”

“갈구긴.. 왜?”

“자기 요즘.. 살 빠졌어.”

“그랬나?.....”

“살만 빠진 게 아니고..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잠꼬대까지 하던 걸.... 진짜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니야... 그냥.. 조금 있으면 승진 기간이잖아...”

“에휴.. 자기야...”

“....응?”

“당신이 대리건 과장이건,, 부장이건.. 어떤 호칭으로 불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자기는 자기야! 아무리 회사에서 만년 대리로 통해도 내 남푠이고 아이 아빠라는 것만 명심하고 기만 죽지 마.”

“....넌 내가 만년 대리로 끝났으면 좋겠냐? 아주 고사를 지내라.”

“누가 만년 대리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분위기 있게 얘기하던 아내의 면상에 농담 섞인 비아냥거림을 하자 삐죽거리며 슬그머니 와서 잡았던 내 손을 내동댕이치듯 내려놓는다.

“하하~ 걱정 마. 이번엔 분위기도 좋고, 강과장놈이 강력하게 밀어 주고 있으니까.”

“강과장님이?”

“님은 개뿔.. 그 자식이 비비길 잘해서 그렇지 나랑 동기거든!”

“동기는! 과장이잖아! 당신도 좀 강과장님처럼 비비기도 하고 술도 좀 사고 그래라.”

“허~.. 방금 뭐라고 했냐? 기죽지 말라며? 남편이고 아이 아빠로서 기죽지 말라고 방금 얘기하지 않았냐?”

“그건 그거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말도 모르냐!? 남자가 꿇을 땐 꿇기도 해야지!”

“참나.. 에라이!!”

“큭큭큭~ 여튼! 고민 있으면 나한테라도 털어놓으라고! 내가 누구냐! 당신의 든든한 후원자고 지원자에 배후자 아니냐!”

“아이고~ 힘도 없는 여편네가 빽이라서 든든하기도 하네!”

“호호호호~ 알면 됐다.”

아내가 내 배를 토닥거리듯 몇 번 때리곤 새수건을 꺼내 욕실로 걸어간다. 평소대로 아내는 고민거리라도 있는 듯 행동하는 내 모습을 누구보다 가장 먼저 알아채곤 격려를 하곤 용기를 북돋아 준다.

항상 그랬다.

보통의 아줌마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내는 자신의 물건보다는 아이와 내 물건을 가장 최우선으로 구입했고 자신은 입을 게 없다며 처녀 때 입던 옷을 한보따리 꺼내놓고 투덜거리길 반복하면서도 막상 새 옷은 좀처럼 구매하길 망설이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었다.

그냥 하나 사라고 말하는 날 귀엽게 노려보고는 연신 투덜거리기만 반복하는...

“아!! 내일은 괴기 먹자! 당신 퇴근시간에 맞춰서 내가 맛있는 소고기 구울게.”

“소고기? 갑자기 웬?”

“부자 되는 법이란 책이 진짜 도움이 되던데!”

“부자 되는 법?...그건 무..ㅓ... 야!!”

말을 끝내곤 부리나케 욕실로 숨어든 아내를 뒤로 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후다닥 컴퓨터 방으로 뛰어간다.

내 마지막 비상금.. 원래 은행에 숨겨뒀던 내 비상금들 중 이번 조사를 위해 전부를 출금해 쓰고 남은 내 전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빳빳한 5만 원짜리 8장인 40만원이 들어있던 책 이름을 떠올리며 급하게 컴퓨터 방 책장으로 뛰어갔는데.. 위에서 두 번째 책장에 있던 책들이 전부 아이의 교육전집으로 바뀐 모습에 멀뚱히 서 있기만 한다.

아내가 들어간 욕실 문고리를 잡고 돌려보지만 당연히 잠겨 있었다.

“어딨어? 그거 회사 공금이라고!”

“나나나나~ 난나나나~~”

“야! 진짜야! 공금이라서 내일 써야 된다고!”

‘끼익~’

얼굴만 빼꼼히 내민 아내가 혀를 삐쭉 내밀곤 눈을 흘긴다.

“됐거든! 공금을 생전 보지도 않던 책에 숨겨 뒀냐!?”

“진짜라니까!”

“내일 이대리한테 전화해서 확인한다!”

“확인해보던지! 내가 돈이 어딨냐! 어디다 뒀어?”

“진짜야?”

“그렇다니까!”

“흥이다!~ 내일 전화해서 맞으면 뱅킹으로 쏴주고! 아니면 소고기 파티야~”

“야아!!”

“큭큭~ 나~나나나~~ 나나난나~쏴!~”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내의 흥얼거림에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게 된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벌써 몇 번이나 비상금을 털려본 경험으로 항상 반은 다시 내 지갑에 넣어두는 아내의 행동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 고민과 고뇌에 의한 고통이 잠시 동안 잊힌 듯 한 홀가분한 기분 때문이었다.

아내의 과거에 혼자 배신감을 느껴 복수라고 하기에도 웃긴 만행을 저질렀던 내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을 후회하며 침대로 천천히 걸어간다. 날 만나기 전에 크다고 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친구놈의 말대로 과거의 실수를 굳이 들추어내 혼자 괴로워하는 내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이대로...

나만을 사랑해 나와 결혼을 했고, 내 아이를 낳아 정말 열심히 키우며 불평불만조차 없는 아내에게 고마워해야 할 내가 아내의 흠집을 난도질한 꼴이 되어버린 이 상황이 어쩌면 업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아내는 지금처럼 나와 아이만을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 분명할 것이었기에 나만 모른 체하면 된다.

아니.. 아내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이런 형태가 아닌 상황에서 알게 되었다고 해도 날 만나기 이전의 모습에 괴로워할 필요도, 고통스러워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나도 아내를 만나기 전에 있던 옛 애인과 할 짓 안할 짓 가리지 않고 하지 않았던가.. 단지 영상이나 사진으로 남겨놓지 않았고 그 변태같은 상근이 놈과는 질적으로 다른 평범남으로서 돌려먹지 않았다는 차이만 있을 뿐 이라는 생각을 애써하며 침대에 눕는다.

“얼굴 좀 보자고~”

“헤어졌다니까!”

“야! 내가 뭔 짓이라도 할 거 같아서 그러냐!? 정말 궁금해서 그래!”

“진짜 헤어졌어.”

“아나~ 정말 나 못 믿어서 그래? 내가 그 흑진주라는 분을 뺏기라도 하겄냐!?”

“다시 재결합한다고 해서 그냥 헤어졌어..”

“재결합이라니? 이혼녀였어?”

“.....응”

목요일의 저녁. 한적한 호프집에서 강과장과 오랜만에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며 얘길 나누고 있다.

보여준 사진이후 이렇게 단 둘이 남게 되기만 하면 흑진주를 입에 달고 사는 강과장의 아주 의도적인 술자리 권유를 더 이상 뿌리치지 못하고 가볍게 500cc로 시작을 했고 벌써 세잔 째 잔을 들이킨다.

“제대로 안 해줬구먼!”

“...뭐?”

“네가 제대로 해줬어봐! 헤어졌던 남편한테 가겄냐?”

“..크크. 그랬나보다.”

“줘도 못 먹는 병신이 어디 있나 했더니..”

“병신?”

“그래 병신! 그런 보물을 만족 못시켜서 놓치냐!?”

“마누라한테 미안하더라고.. 집에서는 마누라 만나고,,, 밖에서는 다른 여자를 안으려니까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

“허~~~~~”

“강과장은 안 그래? 접대하고 나면 찝찝하고....”

“그게 왜 찝찝하냐! 한꺼번에 두 여자를 안아보는 게 내 소원이다!”

“크크.. 소원도 저렴하네.. 요즘은 돈 주면 다 해준다더라. 그게 소원이면 여자를 부르면 되지.”

“이런 이런~. 하여튼 순진해가지고.. 돈 주고 따먹는 여자가 맛이 있냐? 재미가 있냐?”

“...”

“그리고 닳고 닳은 여자를 안아서 뭐하냐고. 그런 걸레들은 먹는 재미도 없잖아.”

“참나.. 사람이 심보를 그렇게 먹으니 제수씨한테 항상 달달 볶이는 거지. 솔직히 창녀촌이 왜 생겼겠어? 다 찾는 사람이 많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거잖아. 그걸 닳고 닳았다고 표현하나?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거고, 구매자인 남자 놈들이고 그만큼 자주 찾으니까 늘어나는 거지. 꼭 여자를 폄하하면서 얘길 해야겠어?

“네네~ 여성부 납셨네요. 이러니 여자가 옛 남편한테 돌아가지!”

“큭큭~..”

“에휴~. 술맛 다 떨어졌네.”

“아...강과장아.”

“....뭐?”

“여자 둘이 소원이면.. 남자 둘은 어때?”

“남자 둘? 여자 하나에?”

“.....응.”

처음 내 질문으로 내게 소라넷을 소개해준 당사자인 강과장의 그쪽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기도 했고, 대화의 흐름상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생각에 무심한 듯 ‘툭’하고 말을 던져본다.

“너~”

“왜?”

“너 해봤구나!”

“뭘?..아니야!”

“딱 보니까 해봤구만!”

“아니라니까...”

“자꾸 아니래! 설마 헤어진 거 아닌데 숨기려고..”

“그건 진짜 아니고.. 진짜 헤어졌어.”

“그럼 쓰리섬은 해봤군.”

“.....”

“와~~~ 이친구 쑥맥으로 봤는데, 혹시 해볼 거 안 해볼 거 다 해보고 잔인하게 찬 거 아니..”

“아니라고!!”

강과장의 말에 큰소리를 지르게 된다. 강과장의 말을 피식하고 웃으며 듣던 중 갑자기 떠오른 상근이라는 놈의 모습과 강과장이 말하는 내 모습이 겹쳐지는 듯 느낀 내 감정으로 인해 무의식중에 터져 나온 큰 목소리였다.

큰 소리를 지르곤 괜히 머쓱해진 난 맥주를 원샷으로 들이킨 후 애꿎은 강과장에게 사과같지 않은 사과를 한다.

“자네가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니까.. 소리를 질렀잖아. 미안해.”

“너 진짜 좋아했냐?”

“.....”

“허~.. 이거 지대로 꽂혔었네.. 너 그러면 안 돼!”

“꽂히긴..”

“몸은 줘도 사랑은 주면 안 되는 거 모르냐. 유희는 유희로, 바람은 바람으로 끝나야지 정까지 주면 가정 못 지켜.”

“강과장 너나 잘 해!”

“나야 집에 항상 충실하지! 충실하면서 즐길 줄 아는 남자가 고수라는 걸 아직 하수는 모르지! 고럼!.. 그런데 어땠냐?”

“...뭐가?”

“뭐긴 뭐야. 쓰리섬이 어땠냐고. 야동처럼 여자가 좋아 죽겠다고 몸부림 치냐? 정말 질질 싸고 막 그래?”

“이래서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게 음란물이라고 하더니.. 뭘 죽냐 죽어.”

“아닌가?... 영상 보면 여자가 까무러칠 정도로 좋아하던데.....정말 아니야?”

“나도 몰라! 해봤어야 알지.”

“그럼 왜 그런 걸 물어보냐?”

“그냥.. 이해가 좀 안 돼서...자기 여자를 그렇게 돌리고 싶을까? 아무리 즐기는 입장이라고 해도....”

“글세... 성적 취향이 각자 다르니.. 왜? 흑진주가 그런 걸 좋아 했냐?”

“...”

“오~~ 진짜 그 여자 죽인다!”

“그게 죽이는 거냐?”

“죽이는 거지! 그 정도로 개방적이고 음란한 여자라면 모든 지 다 들어줄 거 아니냐. 그럼 말 다 한 거지! 알아서 빨아주고 핥아주고, 알아서 대주고!!”

“대주고?”

“하하하하하하하..”

이런 쪽으론 숨김이 없는 친구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소라넷을 통해 나도 이쪽에 관심이 많다는 걸로 오해(?)한 강과장은 같은 족속으로 판단했는지 아예 대놓고 저속한 단어들과 행동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럼 반대로 하나 물어보자. 강과장 넌 제수씨가 그런 걸 원하면 초대남을 초대할 생각이야?”

“그 여편네가 그런 걸 원한다고? 풋..큭큭,, 하하하하하.”

“왜 웃냐?”

“제발 좀~~~”

“뭐?”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고. 우리 섹스리스로 지낸지 벌써 4년이다. 대놓고 스와핑 같은 것 좀 해보게 그런 쪽으로 발달 좀 됐으면 좋겠다고!”

“미친..놈...”

“큭큭~ 이 여편네가 어떤 줄 아냐? 드라마에 미쳐서 텔레비전 앞에서 움직이지도 않지.. 움직이지만 않냐! 그 자리에서 ‘북북’하고 구들장이 울릴 정도로 방귀나 껴대고, 냄새를 맡기까지 하더라.. 여자가 아니야. 가족이지.. 그쪽으로는 아예 관심도 없어서 씻고 와도 무섭지도 않다, 이제.”

“다 그렇지 뭐..”

“뱃살만 디룩디룩 찐게 아니다. 엉덩이는 산만해서 이젠 오르기도 힘들다.. 아니.. 오를 마음도 안 드네.”

“김과장 넌 와이프한테 그러고 싶냐?”

“큭큭크~ 말 했잖아. 이젠 가족이라고.. 그 여편네가 마음 고쳐먹고 치장 좀 하고 몸매 좀 가꾸고,, 아! 짧은 치마에 스타킹, 거기다가 하이힐까지 신어주면.. 하긴 그 하이힐이 뭔 고생이냐..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고 하이힐로 태어나서 코끼리를 업고 다닐 죄를 진 것도 아니고... 아마 5분도 못 견디고 힐이 부러질거다.”

“하하하하.. 에라이!~~”

“가자!”

“....어딜?”

“상상했더니 속 버렸다. 힐링 받으러 가자.”

“힐링?”

“내가 죽이는 곳을 뚫었다는 거 아니냐! 가자.”

맥주도 반이나 남겨놓고 강과장의 손에 이끌려 호프집을 나서게 된다.

강과장이 날 이끌고 간 곳은 1000명 대기라고 크게 적혀 있는 과부촌이라는 룸주점이었다. 간판에 적힌 과부는 찾아볼 수 없는 과부촌인 이곳은 룸에 들어가 앉아 있자 곧 대여섯 명의 야한 복장을 한 여자가 줄을 지어 대기하더니 강과장의 간택을 받고 바짝 자리를 차고 앉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이런 곳은 아니었지만 나도 접대나 회식으로 몇 번 와봤기에 술을 따라주는 여자의 손길을 어색하지 않게 받아 들였고 능숙하게 농담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뭐하냐! 윗통 좀 까고! 밑 좀 올려라! 이거 서비스가 영~~”

“호호호호호~ 뭐가 나와야지 벗던가 까던가 하죠.”

“아차차!! 내 정신 좀 봐라! 여긴 몇부터 시작 하냐? 일만? 오만??”

“에이~ 쩨쩨하게! 한 장씩 올려놔봐! 그럼 오늘 서비스 화끈하게 해줄게 오빠!”

“오~케~~이!! 내가 오늘 큰맘 먹고 쏜다!”

호탕한 목소리와 함께 강과장이 오만원권 네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여자들의 애교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원피스의 어깨끈을 내리며 출렁이는 젖탱이를 아무 거리낌 없이 내놓고는 아예 내 허벅지 위에 가랑이를 벌리고 앉기 시작했다.

자연산이라고 하기엔 많이 어색한 커다란 가슴이 내 얼굴 바로 앞에 출렁이며 위치했지만 이순간에 엉뚱하게도 난 아내의 가슴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인위적인 걸 극도로 싫어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아내의 탄력이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물방울 모양의 유방을 떠올리고 앉아 있다.

그것도 내 허벅지 위에서 교태를 부리며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여자가 점점 더 노골적인 성행위와 같은 모습으로 술을 먹여주고 있는 이 상황에서 말이다.

“아우~ 요 귀여운 것 좀 봐라! 아후~~ 도저히 못 참겄다. 여서 한 판 뜨자!”

오늘 여러 가지를 보여주는 강과장의 모습에 더 놀라고 있던 난 뒤늦게서야 한 판 뜨자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곤 덩달아 낄낄거리며 웃게 된다.

“미쳤어! 오빠 변태야! 위에 있는 모텔로 가던가!”

“2차에다가 모텔비까지 쏠 테니까! 나 못 참겠으니까 걍 하자고.”

“미..미쳤어!!”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강과장의 파트너는 내려지는 팬티를 막질 않았고 곧 벗겨진 팬티를 발목 아래에 걸친채로 강과장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바로 옆자리에서 허리까지 흔들며 강과장의 목덜미에 손을 두른 채 섹스를 하고 있는 모습을 대놓고 보고 있던 나도 야릇한 분위기와 감정에 휩쓸리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런 감정의 변화가 보여지는 남녀의 섹스만으로 인한 것이 아님을 하반신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고서야 고개를 내렸다.

“오빠도.. 할래?”

“으..응??”

“모텔비는 필요 없고, 어때?”

“....”

“아이씨! 울도 놀자!”

내 파트너가 갑자기 내 허리띠를 풀고는 지퍼까지 단번에 내려버렸다. 그리곤 그 속으로 쑤욱하고 그녀의 손이 들어와 주무르기 시작한다.

“어.. 나만 흥분 한 거야?”

“...”

“잠깐만 기다려. 내가 이래봬도 베테랑이잖아.”

“어..어....”

허락도 없이 내 파트너가 내 물건을 꺼내 허리를 숙이곤 능숙하게 빨기 시작한다.

“오~ 뭐냐!”

“...”

“저쪽은 더 찐하게 노는데! 넌 뭐야! 더 흔들어!!”

“아씨!~”

여자의 혀와 입술이 요란하고 현란하게 내 자지를 농락하기 시작한다. 좀처럼 반응이 없자 손을 내려 내 불알까지 주무르며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어 대는 여자의 행위였지만.. 내 물건은 작아진 그대로 꼼짝도 하질 않았다.

“쩌쪽... 오빠 지루야? 아님 불능?”

“아..아니야.”

“그럼 왜 안 서!?”

“긴..장해서 그래....”

“호호~ 오빠 긴장했어? 긴장 풀고~~ 이 언니가 발딱 세워줄게 기다려.”

다시 시작된 파트너의 오럴은 더 대범해지고 현란해졌다. 커지지 않는 내 자지를 쭈욱 당겨 빨아먹듯 크게 머리를 들기도 했으며 불알까지 전체를 입속에 머금고 빨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10분 넘게 정성스럽게 노력하는 파트너의 행위에도 내 자지는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다.

“으윽!!.”

“아아~~~악~~”

강과장의 단발마의 탄성에 맞춰 내 파트너가 고개를 들며 입술을 손으로 훔친다.

“휴~~.. 자기 진짜 죽이네.. 어! 언제 끝났냐?”

“으..응??”

바지를 몰래 고쳐 입는 날 보며 강과장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히쭉거리며 웃는다. 그 웃음이 꼭 조롱 섞인 비아냥 같다는 느낌은 순전히 내 자격지심 때문일 거라는 걸 알면서도 썩 좋은 기분이 아닌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빠 다음에 오면 제대로 하자.”

“왜? 오늘은 제대로 못 했냐?”

“오빠가 하도 시끄럽게 하니까, 우리는 제대로 못 즐겼잖아! 오빠 때문이야!”

“하하하하. 그런가?”

고맙게도 파트너가 내 물건이 불능인 걸 숨겨준다.

그게..

오히려 더.... 비참하다.

“이제 들어와?”

“안 잤어?”

“잤어... 그렇게 시끄럽게 들어오는 데 어떻게 잠을 자?”

“그랬나? 미안...”

“술 많이 마셨어?”

“... 아니. 조금..”

“조금은.. 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후암~~”

“큭큭..”

크게 하품을 하며 아내가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아내의 말에 옷에 묻은 술 냄새를 확인하곤 대충 옷을 벗고 그대로 욕실로 향해 샤워를 시작했다. 술 냄새가 아닌 다른 여자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정성스럽게 씻고 대충 머리를 말린 후 아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데...

내 가슴에 아내의 손이 얹어지더니 천천히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내 특유의 조물딱거림이 시작된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아내의 발정기. 아무것도 몰랐던 예전의 내겐 이건 강과장이 원하는.. 그런 여자의 제림과도 같은 것이었다.

“음~~”

“...”

“피곤해?”

“...그건 아닌데.”

“한..번.. 할까?”

“....너무 늦지 않았어?”

아내는 대답대신 천천히 몸을 이불속으로 들어가 내 하반신 쪽으로 내려간다.

“뭐..해?”

“울 서방 마음도 울적한 거 같은데.. 서비스 해주려고.”

“서비스?...풋~.”

갑작스러운 아내의 서비스라는 말에 아까의 일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지만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내 자지를 입에 문다.

다른 여자가 바로 얼마 전에 빨았던 자지를 빨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 죄책감을 약간 느끼긴 했지만.. 그것보다 비교부터 하게 된다. 주점에서의 파트너가 현란함과 능숙함으로 내 자지를 공략하려 했다면 아내의 오럴은 따스하고 부드럽다는 느낌을 전해줬다. 정확히는 내 약점을 이미 알고 있는 전문가처럼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를 꼬집어 빨기 시작했다.

귀두만을 살짝 입에 담고 혀를 낼름거리며 갈라진 틈부터 빨기 시작하는 아내의 행위는 오래된 경험에서 찾은 내 자극 포인트였고 이 방법은 여지없이 내게 통해 금세 발기를 유도했었다. 예전이라면 말이다.

“으음~..쩝~..~~~”

“....”

“~쩝쩝~~..쩝~~~”

아내의 노력에도 내 자지는 반응을 하질 않는다.

“많이 피곤해?”

“....조금.”

“....”

아내도 적자니 당황한 게 분명했다.

당황했다기보다는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더 받으며 여전히 내 자지를 쪼물딱거리며 입맞춤을 반복하는 아내의 모습을 이불을 살짝 들어 확인하며 대답한다.

“미안...”

“뭐가 미안해.”

“...”

아쉬움이 가득 담긴 아내의 말투에 정말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아내의 과거를 숨긴 것과 감쪽같이 날 속여 내 몸의 불능원인이 아내에게 있다고 하여도 이 순간엔 고개숙인 남자로서 미안함을 먼저 느끼고 있는 나였다.

“자긴 미안할 거 하나도 없어. 다른 남자들도 피곤하고 그러면 잘 안 될 때도 있다고 하더라.”

“다른 남자? 당신이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응?.... 아, 아줌마들 수다로...”

“수다로?”

“응. 아줌마들이 말이 진짜 많잖아. 시시콜콜한 가정사부터 남편 흉까지 다 보는 걸...”

“그래?”

“자기 피곤 할 텐데 얼른 자자.”

“그래서 당신은? 당신도 내 얘기 하고 그랬나?”

“할 게 뭐가 있어.”

“에이~.. 솔직히 말해 봐.. 나에 대해서 뭐라고 했냐?”

“잘생기고 잘나고, 가정적이고,”

“거짓말은..”

“진짠데!”

“거짓말쟁이...울 마누라가 거짓말쟁이였네..”

“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냐!?”

“하하..하....”

“......”

아내가 자리를 잡고 누워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새근거리는 콧바람이 미약하게 느껴졌을 때.. 혼잣말처럼 무심코 속삭이게 된다.

“만약... 내가 발....기불능이면 이혼하자고 할.... 거야?”

“.......”

“응?.. 뭐라고?”

“..........아니.”

다시 새근거리며 잠에 빠져든 아내의 숨소리를 들으며 꿈을 꾼다.

병원에서 받게 된 완전한 발기불능판정..

꿈속에서도 혼자 좌절했고 혼자 힘들어 했으며 꼭 현실처럼 느껴졌다. 아내에게 고백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여러 가지 고민을 했었고, 그 고백에 대한 방법에도 꿈속에서도 또 고민을 하게 된다.

결국 너 때문이라고.. 발기불능이 순전히 너의 과거 때문에 받은 충격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얘길 하는데.. 아내가 의외로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미안.. 난 돈 없이는 살아도.. 섹스 없이는 못 살아..”

“무..뭐라고?”

“미안. 우리 헤어져.”

“너 미..미쳤냐!? 아무리..”

“미안해......흑~~.. 아......아~~~.....아~~~~흑..”

테이블에 앉아 내 고백을 냉정하게 차던 아내의 뒤에 갑자기 낯선 남자가 등장해 아내의 긴 치마를 위로 끌어올린다. 그리곤 얼굴을 처박고 음란하게 빨기 시작하자 나와 진지하게 대화를 하던 아내가 눈을 감고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뇌쇄적인 신음소리를 뱉어낸다.

곧 테이블에 올려놓은 팔꿈치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진동과 흔들림이 격해지자 아내가 테이블 위에 머리를 처박고는 더 크고 음란한 신음소리를 뱉어내며 감았던 눈을 뜨곤 날 쳐다본다.

“미안.. 난 섹스.. 없이는 못 살아...”

“지..지수야.”

“아흑~...아~~.. 더.. 더 빨리... 흑~~”

“여보?? 자기야!”

“으..응??”

“무슨 꿈을 꿨길래...”

흔들어 깨우던 아내의 시선이 내 팬티 중앙에서 멈췄다.

발기불능이라는 단어가 어색할만큼 크게 부풀어 오른 팬티의 중앙에 나도 마찬가지로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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