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중-2
아내의 동창회는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형태로 끝이 났다.
뭔가를 바라거나 기대 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런 싱거움에 나도 모르게 허탈함마저 느끼게 되었고 오히려 그런 내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내가 선물한 얇고 섹시한 흰색 블라우스나 짧은 미니스커트를 끝내 벗지 않은 코트 속에 감춘 어쩌면 아내의 당연한 행동에도 실망감을 느끼던 난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라는 자괴감을 그렇게 느끼게 되었다.
과거는 과거로서 잊혀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달으며 내가 한 행동에 갑작스러운 경멸감까지 느끼게 된다.
“얼굴이 왜 그러냐?”
“...뭐가?”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얼굴이 반쪽이구만..”
“나야 뭐... 제수씨는 잘 있고?”
“형수님이지 새끼야~ 항상 그렇지 뭐. 살만 디룩디룩 쪄서 앉아 있으면 비너스상하고 똑같다.”
“비너스?”
“그래 비너스. 고대 석상에 나오는 비너스 조각 모르냐?”
“....”
“그거 있잖아! 눈사람처럼 생긴..”
“아~..하하하...하.”
“큭큭.. 그러는 제수씨는? 잘 지내시지?”
“지수도 마찬가지지 뭐.”
“그런데.. 넌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진짜 얼굴이 반쪽이 됐네..”
“반쪽은.. 요즘 운동해서 그렇지 뭐.”
“그래. 우리도 이제 운동 좀 하고 살 나이지.”
“아! 그것보다.. 너 민수 얘기 들었냐?”
“민수??”
“그 놈 있잖아... 우리 대학교 때 선배들 막 따먹던..”
“아~~~. 난 그 새끼랑 안 친했잖아. 양아치 새끼처럼 여 선배들한테 달라붙어서.. 그런데 그 새끼랑 친했냐?”
“회사 입사하고 어쩌다보니까..”
“그래?”
내가 그런 난봉꾼 새끼랑 당연히 친할 리 없었다.
“그 새끼가 왜?”
“민수 그 친구가 이번에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더라고..”
“이혼? 왜? 혹시 그 새끼 결혼하고도 그 버릇 못 고쳤다냐? 아니! 그 새끼가 결혼은 했냐?”
“웬걸.. 민수 와이프가 얼마나 미인인데..”
“미인? 하긴 그 새끼 여자 얼굴하고 몸매는 무지 따졌었지.. 그런데 왜 이혼을 한데?”
“그 친구 와이프가.. 과거가 문란했다나 봐.”
“문란? 업소라도 뛰었다던?”
“아니.. 그런 쪽은 아닌 거 같고.. 남자랑 동거까지 하고,,”
“미친놈.”
“동거한 게 미친거냐?”
“아니! 민수 새끼가 미친놈이지! 지는? 올챙잇적 생각 못하고 여자 흠이나 따지냐? 그리고 과거라며? 과거가지고 쪼잔 한 새끼처럼..”
“막 사진도 찍고 그랬다는데?”
“사진이 찍었겠냐? 찍은 거겠지? 이 형님이 살아보니까 깨달은 게 있는데, 보통의 여자들은 말이다 남자와의 관계에서 보통 먼저 나서는 일이 극히 드물더란 말이지!”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간단해! 그 사진이란 게 찍은 거 갰냐? 찍힌 거 갰냐? 보통 남자새끼들이 호기로 사진 찍자고 먼저 말을 꺼내지, 여자들은 절대로 사진 찍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그것도 결혼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남자하고 사진을 지가 나서서 스스로 찍는다고? 그리고 솔직히 남녀가 만나 하는 게 그 짓인데 그런 걸로 이혼을 한다고? 에라이!! 그럼 대한민국 남자들 중 70%는 다 이혼해야 돼!”
“......”
“왜?”
“이런 말까지 해도 될까 모르겠는데...”
“뭔데?”
“민수가 하는 말이.. 그 여자가 완전히 야동처럼 놀았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그 짓이 야동이지 뭐냐고! 참~ 답답하네.. 야! 우리 부부도 할 때 찍으면 다 야동이고 야한 사진이다!”
“아니.. 그런 거 있잖아.. 막...”
“막? 아! 답답하게! 막 뭐!?”
“남자 둘이랑 같이 하고...”
“뭐!??”
“...”
“진짜? 그런 사진을 찍었다고?”
“...응.”
“허~...”
“아무리 생각해도 그 여자가 나쁜 년...”
“진짜 나쁜 새끼네..”
“...뭐?”
“그렇잖아! 사랑한다고 살살 꼬셔서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었을 텐데, 그걸 유포했다는 거잖아!”
“...”
“민수 새끼가 알아볼 정도면 어느 정도 신상도 공개될 정도로 드러났다는 거고, 와~!! 양아치 새끼도 아니고! 그게 불알 달고 할 짓이냐!”
보통의 남자라면 이런 생각부터 하는 게 당연한데...
“너도 봤냐?”
“..뭘?”
“그 동영상.”
“아..아니.. 얘기만 들었지..”
“흠~..”
내 가장 친한 친구의 뜻하지 않은 아쉬움이 담긴 표정에 더 이상 입을 떼지 못한다.
나날이 수척해져가는 아내의 얼굴과 표정에 고민하던 난 불알친구이기도 한 이 놈과 오랜만에 회포를 푼다는 핑계로 고민 상담을 해본다.
장난으로 아내를 골려주려던 내 엉뚱한 생각이 열어선 안 될 판도라의 상자의 뚜껑을 아주 조금 열어 훔쳐본 것만으로도 생각지 못한 고민에 빠졌던 난 잠시 뒷걸음질을 하며 내가 왜 이런 짓을 아무 생각 없이 했는지에 대해서부터 생각을 해봤다.
단지 아내의 숨겨뒀던 과거에 괘씸해서 복수를 하기 위한? 그것도 아니라면 아내가 아직도 다른 남자를 그리워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확인차??...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를 바라는 내 깊숙이 숨어 있는 내적본능???..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기에 고민에 고민을 했고 고뇌까지 해보며 지금은 연락도 되질 않는 민수란 놈의 이름까지 도용해 가장 친한 친구 놈의 의중을 들쳐보려 했었고 역시나 일반적인 남자의 일방적인 대답을 듣고 모든 것을 바로 잡아야 된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순간의 호기심과 어처구니없는 과거에 대한 복수심으로 잃어선 안 될 여자가 아내라는 걸 확신시하며 조용히..
나만 속에 묻어둔다면 모든 것은 끝일 거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가개통한 핸드폰의 배터리를 분리하게 된다.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도는 아내의 그 적나라한 모습들과 표정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다...
생각지도 못 한 한 남자와 만나기 전까진...
아내가 더 이상 핸드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쯤 생각지도 못 한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리고 난 수원의 낯선 커피전문점에서 대면하고 있는 어색한 표정이 역력한 이 낯선 남자와 그리고 다른 한 남자와 함께 작은 원형 테이블 앞에 삼각구조로 앉은 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더 떨리는 손을 테이블 밑에 숨긴 채 바로 옆에 있는 남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정말 100만원이나 주시는 거예요?”
낯선 남자가 쭈삣거리며 내게 질문을 했지만 난 멍한 표정으로 커피 잔만을 내려다봤고, 그 모습에 얼른 끼어들며 그 낯선 남자에게 십만 원짜리 두 장을 건네주는 남자가 입을 연다.
“당연하죠~. 우리가 이런 일로 먹고 사는데! 신용이 첫 번째 아니겠습니까!”
“.....”
“그러니까. 창한씨도 정지수라는 여자랑 정말 섹스까지 했다는 거죠?”
“네.”
위조수표가 아닌지 확인이라도 하는 듯 빛에 비춰보며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하는 낯선 남자다. 창한.. 조사원의 전화를 받고 수원까지 동행해 찾아낸 이 낯선 남자의 이름이 조창한이라는 걸 되새기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그럼. 그 철근이라는 남자는요?”
“철근이요? 아! 상근이요?”
“상근??”
“네. 아이디가 철근이였어요. 천근같은 대물이라고 해서...”
“아이디였구나.. 그러니 그렇게 찾아도 안 나오지.. 어!.. 마지막 사진 확인했을 땐 아이언건이라고 하던데..”
“아이언건은 철근이란 아이디를 삭제하고 나중에 만든 아이디였고요. 그때 사고가 좀 있어서 철근이로 올린 사진들은 전부 자삭했을걸요.”
“그럼 그 상근이라는 분하고는? 직장동료라고 하셨던데..”
남자가 잠시 뚫어져라 자신을 쳐다보던 내 시선이 껄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지만 나와 함께 간 남자의 능숙함에 곧 입을 다시 열었다.
“직장 동료가 아니고 피시방에서 알게 된 친구에요.”
“음~. 그런데.. 증거가 있어야 나머지 잔금을 드릴 수 있다는 건 알고계시죠?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동영상도 몇 개 있는데..”
“동영상이요?”
흥신소 직원인 남자가 동영상이라는 말에 고개를 돌려 날 잠깐 쳐다보곤 의자를 당겨 바짝 테이블에 앉아 말을 이어간다.
“동영상이라면.. 오래전인데 아직도 그런 게 남아 있어요? 혹시 비슷한 여자에 AV같은 거 아닌가?”
“지수 년이 확실한데요! 왼쪽 가슴 중앙에 점이 있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몸매가 끝장...”
“영상 좀 볼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의심을 부정하듯 남자는 한층 더 딱딱한 말투로 확실히 얘길 강조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말을 끊고 끼어들게 된다.
“.....”
“죄송합니다. 저희도... 돈을 받고 일하는 거라서..”
“잠시만요.”
불쑥 끼어든 날 잠시 쳐다보던 남자는 의심이 가득 담긴 얼굴을 잠시 접고는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화면에 띄워 내가 아닌 흥신소 직원에게 넘긴다. 화면에 띄워진 사진을 잠깐 확인한 흥신소 직원이 다시 내게 핸드폰을 건넨다.
귀에 들려오는 요동치는 심장소리를 막듯 핸드폰에 남자가 건넨 이어폰을 꽂고는 화면의 정중앙에 있는 삼각형을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추며 ‘꾹’ 눌러본다.
-아흑~..아아~~아~~
너무나 친숙한 신음소리가 크게 내 귀를 통에 머릿속을 강타한다.
화면을 가득 매운 클로즈업된 엉덩이가 점점 작아지며 익숙한 빛깔의 땀에 젖은 엉덩이와 등이 보이더니 곧 크게 흔들리며 그 신음소리가 다시 크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개처럼 엎드린 채 남자의 아이팔뚝만한 자지가 엉덩이 골 사이로 연신 숨어들어가는 모습이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반복적으로 보였고 여자의 등은 침대위에 점점 더 내려가 어느새 엉덩이만을 치켜세운 모습으로 완전히 시트에 가슴을 짓이기며 요동치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긴 생머리가 헝클어진 채 그렇게 친숙한 여자의 신음소리는 더 크고 선명하게 이어폰을 통해 내게 들려온다.
생생하게 흔들리는 여자의 뒤태와 신음소리로 인한 머리에 쥐가 나는 듯 한 충격은 수십 번이나 봤던 사진 속에 아내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르게 내게 전해진다.
“~~ 맞죠!”
“...네.네??”
얼마나 집중을 했는지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남자의 말을 뒤늦게 듣고는 핸드폰을 정지시킨 후 이어폰을 빼며 멀뚱히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
“지수 맞죠?”
“....”
“맞다니 까요.”
“얼굴이 안 나와서 잘...”
“....잠깐만요.”
남자는 핸드폰을 채가듯 가져가선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더니 다시 내게 핸드폰을 건넨다.
핸드폰을 받아든 난 순간 얼음처럼 굳어진 채 화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한다. 화살표 아래에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살짝 벌린 입술을 하고 있는 여자의 얼굴은 분명 아내인 정지수가 확실했기에 얼음처럼 굳어진 채 아내의 얼굴을 몇 번이고 확인만 한 채 차마 재생버튼을 누르지도 못하곤 쳐다만 본다.
“영상 속에 나오는 남자가 철근.. 상근이라는 남잔가요?”
“네.”
“어떻게 이게 아직도 남아 있어요?.”
“상근이가 자랑하려고 다 돌렸거든요.”
“돌리다뇨?”
멀뚱히 핸드폰만을 내려다보던 내 모습에 흥신소 직원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나대신 핵심 질문을 한다. 흥신소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나도 그제야 시선을 옮길 수 있었다.
“상근이 놈이 그 쪽으로는 아주 난 놈이라서.. 여자들이 한 번 맛보면 껌뻑 죽거든요.”
“죽는다...”
“죽다뇨?”
사진 상으로도 봤던 철근이라는,, 이 남자가 말 한 상근이라는 놈의 물건이 얼마나 대단한질 이미 알고 있던 나였지만... 뻔 한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그 새끼 물건이 엄청난 대물이거든요. 한 번 맛보면 웬만한 물건으로는 만족 못해요. 거기다가 자만심이라고 해야 하나.. 여자를 좀 하찮게 보는 면이 없지 않아서 지 마음대로 하는 경향도 많고..”
“지수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 쪽으로는...”
“제가 봐도 지수란 여자 분은 도도하고 정갈??.. 순진해 보이시던데..”
자제력을 잃고 무심코 3자가 아닌 당사자처럼 내가 말을 꺼내자 흥신소 직원이 말을 가로채며 끼어든다. 날 이상한 듯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을 뒤늦게 발견하고서야 흥신소 직원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그러게.. 평범하게 보이던데.. 조사한 걸로 보면 대학교도 여대를 나왔고, 지금 남편하고도 아주 평범하게 문제없이 살고 있다고 하던데 말이죠.”
“그래요?.. 하긴 상근이도 만난 여자 중에 공을 제일 많이 들인 게 지수 년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아무 뒤탈 없는 거죠?”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여대를 나왔는데.. 상근이라는 남자는 어떻게 만난건지 혹시 알고 있어요?”
“소개팅일걸요. 대학교인지 졸업하고 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소개팅으로 만나서 지수 첫 아다를 때고 상근이가 똥 밟았다고 했었어요.”
“똥을 밟았다고요?”
“네. 적당히 술을 먹이고 먹었는데도 아프다고 울고불고 난리쳤대나.. 하긴 구멍이 무지 작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첫 경험이 상근이 말자지였으니 울만도 하죠. 그렇게 몇 번 먹기 시작하니까, 처음이 힘들었지 천천히 길들여졌고, 난중엔 결혼하자고 했다던가, 사랑이란 걸 꼭 확인하려고 했던가.. 하여튼 달라붙어서 무지 귀찮다고..”
“자..잠깐만! 그럼 이런 사진을 결혼하자는 여자인데 찍고,, 다른 남자한테도 돌렸다고?”
“상근이는 항상 그랬는데요. 저희도 콩고물이 많이 떨어져서 더러운 성격도 다 참아주고 쫄따구 노릇도 한 건데.”
“항상 그랬어?”
“거의요. 되게 이쁜 년들도 몇 번 먹고 싫증나면 우리한테 돌려먹게 해주거나 같이 먹게..”
“여자들이 그걸 허락을 했다고요? 그럼 지수..도... 상근이란 놈이...”
“에이~ 아무리 놀던 년이라도 전부 그랬겠어요. 거의 술 먹고 꽐라 됐을 때 일을 치른 거지.. 지수 년은 음~~... 아! 지수한테는 약까지 먹였을걸요.”
“약!??”
내 목소리가 커졌다.
“약이라뇨?”
“....”
“하하.. 우리 계장님이 약에 대해서 좀 민감하셔서 그래요. 아저씨가 그런 것도 아니고 상근이라는 친구가 그런 건데 걱정 마시고.. 약을 먹였다는 게.. 무슨 약?”
“그런 약은 아니고.. 물봉이라고..”
“아~~ 그럼 지수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당한 거네?”
“그렇죠.”
상기된 표정을 애써 감추고 있던 내 허벅지에 잠시 손을 얹어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한 흥신소 직원이 남자의 말에 ‘그래도 지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라는 말을 하는 듯 시선을 옮겨 날 쳐다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데..
“근데 지수년이 작은 구멍에 취한 상태에서도 감도가 워낙 좋아서 진짜 몇 번이나 해댔었죠.”
“....”
“...... 감도?”
“네. 보통 두 명만 번갈아가면서 해도 녹초가 돼서 힘들어하는데, 지수년은 박는 족족 다 받아들이면서 다시 흥분하는 체질,, 섹녀라고 해야 하나? 하하하.”
옛일을 회상하며 그때의 쾌감이라도 떠올리는 듯 남자가 자신의 바지 중앙을 손으로 한 번 고쳐 쥐고는 히쭉거리며 말을 이어간다. 처음의 조심스러움이 돈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류의 남자였는지 자랑하듯 말을 이거가기 시작했다.
“저도 상근이 놈한테는 꿀리지만 한 물건 하는데요, 하여튼 제 기억 중에 세손가락 안에 드는 여자가 지수였어요.”
“그럼... 할 때마다 그 물봉이라는 걸...?”
“아뇨! 처음엔 그랬는데.. 언제더라..... 아~ 크리스마스 파티 끝나고 상근이가 지수를 적당히 취하게 만들었을 때네.. 아마 우리가 골뱅이 된 지수를 두 번 돌려 먹고 난 후에.. 상근이 새끼가 자만해서 대놓고 돌리면서 즐겨보자고 밑밥을 깔아놨던 날일걸요.”
“그럼 그때부터 사진 같은 걸 계속 찍은 겁니까?”
“사진은 그 전부터 찍은 거죠. 상근이가 둘만의 추억이라고, 혼자만 볼 테니까 찍자고 꼬셔서 찍은 것도 있고, 골뱅이 됐을 때 찍은 것들도 있고.”
“,,,”
“그러다가 그 크리스마스 날 갑자기 틀어진 거죠. 그 날 적당히 꽐라로 만들었는데도 평소보다 멀쩡했나보더라고요. 게임이라고 여자 둘에 나빼고 다른 남자 넷이서 즐기려다가.. 아! 그 날 상근이가 소라넷에서 초대남까지 불러서 친한 동생들이라고 소개해서 놀려다가 골뱅이가 안 된 지수가 당연히 거부했고, 그래서 엄청 짜증을 냈었어요.”
“초대남? 친구들도 있는데 굳이 초대남을 왜 불렀데?”
“솔직히 한 몸매 하는 여자들 사진은 몇 번 올렸었는데 소라에서 지수년 만큼 인기를 끈 적이 없었거든요. 가슴도 빵빵한데다가 남미여자들처럼 까무잡잡해서.. 그래서 상근이가 우쭐해가지고 지수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초대남까지 불렀던 건데, 그 초대남새끼가 노골적으로 터치를 하니까 틀어진 거죠. 골뱅이나 만들어서 버리기 전에 제대로 돌려먹자는 계획이 아예 망가졌으니 상근이가 화를 냈고,,”
“상근이라는 놈이 원래 변태였습니까?”
“네??”
“아니.. 아무리 여자를 하찮게 봐도 그렇지.. 만나다가 그냥 헤어지면 될 걸 왜 다른 놈.. 다른 남자한테도 돌렸냐고?”
“그냥 자랑하고 싶어서 그랬을걸요. 워낙 잘난체가 심한 친구였거든요.. 학고 몇 번 맞고 퇴학당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호스트 쪽으로 넘어가서 일하면서.. 아마 그런 쪽으로는 더 개방된 걸 거예요.”
“개방적이라고?.. 그런 변태 같은 새끼...”
나도 모르게 혼자말로 그 상근이라는 놈을 욕했고 그 모습을 흥신소 직원이 또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막았다. 마음 같아선 앞에 있는 놈의 면상에 주먹이라도 꽂고 싶었지만 더 많은 걸 알기위해 꾹 참고 다시 귀를 기울인다.
“그럼 지수씨는 그 전에, 그러니까. 초대남 이전에는 술에 만취한 지수씨를 친구들한테 돌렸고, 크리스마스 파티 이후에 헤어진 건가요?”
“아! 그리고 나서 저랑 같이 즐기고, 봉팔이라고도 한 번인가 더 하고나서 헤어졌었죠.”
“그럼 그 파티 이후에도 계속 물봉이나 술을 먹이고 지수씨는 무의식중에 아무것도 모른 체?”
“아니요.”
“...그럼요? 지수씨도 알고 했다는 말인가요?”
“그렇게 크리스마스 파티 쫑나고 나서 엄청 싸웠을 거예요. 그리고 나서 지수가 속상해 하는 걸 보고 속 풀어준다고 저하고 술을 먹다가 취해서 한 번 한 거죠.”
“....”
주먹을 무의식중에 꽉 쥐게 된다.
이놈도 마누라를 따 먹은 놈들 중에 하나였고 그걸 자랑스럽게 늘어놓기까지 하는 놈으로 상근이라는 놈과 별반 다를게 없는 놈이라는 생각에 턱에 주름이 지어지며 아귀를 꽉 다물며 주먹을 쥐게 된다. 그런 내 속내도 모르고 앞에 앉은 남자가 미소를 띈 채 회상이라도 하듯 신나서 더 떠벌리며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술 먹고 옷 벗기기 시작하니까 안 된다고 하면서도 반항을 하는데 막상 자지가 들어가니까 어깨를 꽉 끌어안더니 허리를 흔드는데..크~. 보통 상근이한테 길들여진 여자는 허벌창이 돼서 보지가 너덜너덜하거든요. 그래서 웬만한 남자한테는 콧방귀도 안 뀌는데 지수는 자지가 들어갈 때마다 보짓물을 뿜어내면서..”
그때의 느낌이라도 생생히 떠오르는 듯 남자가 자신의 바지로 눌린 자지를 고쳐 잡고는 히쭉거리며 웃는다.
“아! 지수가 흥분을 하기 시작하면 버릇이 있는데요. 그게 진짜 장난 아니에요.”
“버..릇이라뇨?”
“천성이 잘 느끼는 체질이라서 그런지 신음소리하고 반응이 장난 아니거든요. 처음에 시작할 때엔 보통 여자하고 다를 게 없는데 불이 붙으면 허리를 새우처럼 세워서는 엉덩이로 지탱하고 움직이면서~.. 거기다가 앓는 소리가 또 장난이 아니에요. 끙끙거리면서 잔잔한 신음소리를 뱉어내다가 숨 쉬는 걸 잊어버린 년처럼 ‘헉헉’거리는데....”
내 두 눈이 크게 커졌다.
아니.. 동공마저 크게 확장되는 느낌으로 난 분명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내 표정을 잘 못 인식한 남자는 더 신이 나서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특히 바람피운 걸 상근이한테 들키고 나서 더 화끈해졌죠. 솔직히 들킨 게 아니라 전부 상근이 계획이었는데 그걸 알 리가 없었으니 지수는 얼굴도 못 들고 상근이가 시키는 걸 전부 하게 된 거죠.”
“계..계획? 그럼 상근이란 새끼가 지수는 아무것도 모르게 하고 따먹으라고 너한테 시키기라도 했다는 말이야!?”
“......”
“하하.. 계장님~.. 진정 좀 하세요. 아무리 동생 남편이 바람을 피웠어도 그렇지 공은 공이잖아요. 죄송해요. 그래서요? 뭘... 시켰다는 말입니까? 상근이라는 남자가?”
“그만할게요. 좀 이상하네요.”
“이상할 거 하나도 없습니다. 저희는 그냥 있었던 일만 조사해서 지수란 여자 남편한테 보고하면 끝이고, 아저씨는 자료만 넘겨주고 옛날 얘기만 자세히 해준 후에 돈만 받아 가면 되는 건데 뭐가 이상해요.”
“.....”
“상근이란 사람이 준비한 계획이 뭐였습니까? 술 먹고 지수씨랑 섹스를 하게 한 후에 뭘 시켰다는 건지 좀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반말을 섞어 쓰던 흥신소 직원이 조금은 부드럽게 어투를 바꿔 말을 해도 남자는 잠시 동안 날 껄끄럽게 쳐다본 후에서야 입을 열었다.
“제가 지수 년 전화를 일부러 무음으로 바꿔놨었거든요. 밤새도록 상근이는 수십 통 전화를 지수한테 걸었고요.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서 울고불고 난리치는 지수였고 전 최대한 순진한척 연기하면서 사실대로 얘기하자고 했었죠.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더 위로하면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그런데요?”
“옆에 오지도 못하게 하더라고요. 위로한답시고 등 좀 쓰다듬어주다가 자연스럽게 키스로 이어가고 어차피 벌어진 일! 전부터 널 사랑했다. 상근이 여자 친구라서 정말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 라고 하면서 살살 구슬려도 봤는데, 오히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화를 내더라고요.”
“그래서요?”
“그냥 물러날까 하다가,, 짜증이 좀 나더라고요. 전날 밤에는 그렇게 좋다고 허리를 흔들어대더니 일어나서 완전 쌩까는 모습이.. 그래서 상근이한테 다 까발리고 네가 먼저 유혹했다고, 난 안된다고 하는데도 네가 달라붙었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얘기한다고 했죠.”
“......”
내 눈치를 살피는 남자의 모습에 얼굴에 표정을 담지 않기 위해 노력 한다.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남자의 시선에 비춰진 내 표정과 살기로 인해 도망이라도 갈 거 같았기에 참아본다.
“그럼 그렇게 지수씨랑 아침에 또 한 번 했다?”
“아뇨. 끝까진 못했죠. 강제로 눕히고 핥고 빠는데 갑자기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눈물까지 흘리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요? 상근이라는 남자가 모텔에 들이닥치기라도 했습니까?”
“아니요. 뜸을 들여야 한다나? 하여튼 그 다음날 저녁에 삼자대면이라는 걸 시키더니 계획대로 제가 실수했다고, 너무 많이 취해서 정말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고, 그러니까 지수는 아무 잘못 없다고 얘길 했는데 상근이가 제 앞에서 지수한테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지수는 뭐...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데..”
“분위기가 심각했을 텐데.. 어떻게 같이 돌려먹었다는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네...”
“상근이가 잠시 떨어져 있자고 연극하더니 일주일정도 지나서 지수를 불러내던데요. 그리고는 술만 마시고, 지수한테도 계속 따라주다가 갑자기 자기 앞에서 했던 걸 똑같이 하라고, 용서하고 다 없었던 걸로 해줄 테니까. 딱 한 번만 자기 앞에서 그날 그대로 보여 달라고요.”
“네? 지수씨가 그걸 듣고 단번에 그러자고 해요?”
“당연히 아니죠! 용서해달라고, 이러지 말라고 울고불고 매달리고.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제안을 하는 상근이 놈이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의외로 그게 먹히더라고요.”
“먹히다뇨?”
“상근이가 되게 심각한 표정으로 끝까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지수도 체념을 하던데요.”
“체념이라면... 지수씨가 상근이 제안을 받아 들였다?”
“아니요. 헤어지자고 하던데...”
“헤어지자고 했다고요?”
“네. 우리야 골뱅이 된 지수년을 몇 번 먹긴 했지만 지수는 그런 기억이 없으니 상근이의 제안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겠죠. 뭐,, 상근이도 지수가 그렇게 나올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던 거 같지만..”
“예상을 했다면? 그럼 처음에 말했던 헤어지기 위해서 그런 계획을 세운 거다?”
“저도 그런 건 아닌가 했는데.. 둘이 더 이상 말없이 술을 먹기 시작하던데요. 상근이가 다시 먼저 술을 먹기 시작했고 지수한테도 따라주면서,,”
“골뱅이를 만들어서 또 돌려 먹으려고 술을 먹였나?”
“아니요. 술을 먹이더니.. 그대로 모텔로 가서는 재우더라고요. 저보고 손끝하나 대지 말라고 하면서 속옷만 입힌 채로 새벽까지 재우더니 몇 시간 지나고 나서야 상근이가 지수 거길 빨기 시작하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수가 반응을 하더라고요. 운을 먼저 띄워놓고 의식이 돌아올 때쯤에 딱 시작했던 거죠. 저보고 자..물건을 꺼내놓고 지수 손에 쥐어주라고 시키면서 가슴을 빨라고.. 그랬더니 반응을 하더라고요.”
“....”
“술이 깨기 시작한 단계에서 비몽사몽으로 두 남자한테 애무를 당하니까. 처음엔 크게 놀라서 절 밀어내려고 했지만 상근이가 곧바로 삽입해서 펌핑을 시작하니까. 얼굴만 돌린 채로 제 물건을 꽉 쥐더라고요. 와~ 그때 그 흥분감이란 게..”
“그럼.....”
“그 다음부터는 쉬웠죠. 지수도 정말 체념한 건지 아니면 흥분을 못 이긴 건지 상근이랑 저랑 번갈아가면서 박아대니까 연신 끙끙거리면서 허리를 세우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상근이랑 제 물건을 빨기까지 하더라고요.”
“그 얘기는 그만 됐고, 그런데 왜 헤어졌습니까? 아저씨도 받아들였으면 일이 더 쉬워졌을 텐데.. 상근이가 싫증이 나서 찼어요?”
일그러지기 시작한 내 얼굴에 흥신소 직원이 주제를 돌려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사실 이 남자가 조금만 더 이야기를 이어갔다면 내 본능대로 주먹이 날아갔을 게 분명했다.
“아니요. 그렇게 몇 번 같이 놀다가. 지수가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거 같은데요.”
“한 거 같다니요?”
“상근이 말로는 싫증나서 찼다고 했지만, 상근이 놈이라면 몇 번은 더 먹고 차버렸으면 차버렸지 그렇게는 헤어질 놈이 아니었는데.. 하여튼 그렇게 둘이 헤어진 거죠. 사진이야 그동안 찍어 놓은 것도 많아서 헤어지고 나서도 두 달인가 동안은 계속 올리면서 장난 좀 친 거 같던데.. 저도 왜 헤어졌는지는 확실히는 몰라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자료들만 넘겨주시면.. 여기 잔액을 드리죠.”
“정말.. 뒤탈은 없는 거죠? 혹시 나중에라도..”
“걱정 마시고.. 여기 있습니다.”
흥신소 직원이 허리를 숙여 가방에서 또 하나의 봉투를 건네자 남자도 가방에서 외장하드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외장하드값은...”
“....네?. 하하하.. 드려야죠.”
외장 하드를 건네받기 위해 직원이 상체를 일으키며 웃음소리를 내는데.. 그 웃음소리보다 내 신경을 더 거슬리게 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흥신소 직원의 바지 중앙에 작게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발기 한 채로 흥신소 직원은 남자의 말을 경청하며 상상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엄청나게 꼴릿한 얘기임에는 확실했지만.. 난 남자의 말을 들으며 단 한 번도 발기란 걸 안했기에 흥신소 직원의 반응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아니.. 남자의 말에 점점 더 빠져들수록 내 아내가 아닌 전혀 낯선 다른 여자의 과거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고 부정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발기란 생리현상이 억눌리며 소멸되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 거대한 상근이 놈의 자지가 들락거리는 아내의 보지를 문뜩 머릿속에 그리게 되어 세차게 흔들면서도 다시 상상하게 되는... 그러나 그런 야릇한 망상속에서도 아내인 지수의 얼굴이 떠오르자 결코 발기란 것이 되질 않는다.
꼭 내 몸에 일부가 아닌 물건처럼 자지는 축 늘어진 평소모습처럼 바지 속에서 자리 잡고 죽어있었다.
난 그렇게 삼십대라는 젊은 나이에 처음으로 발기불능이라는 걸 경험하기 시작했다는 걸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손에 쥔 외장하드를 더 꽉 움켜쥐며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