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 지수-3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된 이 상황이 묘한 스릴감과 쾌감을 동시에 내게 안겨주기 시작했다.
한 달이라는 한정된 기간은 결코 길지만은 않다는 걸 준비하는 동안 깨닫게 되었고 한편으론 잡다한 모든 망상들을 떠올리며 아내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지수란 여자를 공략해가며 굴복시키는 재미를 망상만으로도 즐기기 시작한 나였고 한편으론 철근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존재의 등장에 내가 알던 아내에 대한 의구심이 날이 갈수록 증가해 간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혼 후 아내는 완벽한 부인과 엄마로서의 생활을 그려갔다.
결혼 전 생긴 아이로 아내는 결혼식이후부터 어쩔 수 없는 엄마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지만 단 한 번도 얼굴에 힘든 기색조차 드러낸 적 없었으며 오히려 뱃속의 아이에 충실한 엄마로서의 모습만을 봐왔기에 과거란 단어를 떠올릴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다. 그렇다면 확실히 과거의 남자일거라는 생각에 잠시 그 철근이라는 놈의 존재를 접어두기로 한다.
급한 건 아내를 조리하는 것이었다.
어드밴티지..
아내를 나만큼 잘 알고 있는 남자도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상향이 같은, 아내의 취미, 취향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아내의 몸에 관한 것은 이미 다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자부했었다. 아내인 정지수란 여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서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었고 성격까지 파악하고 있었다고 자부했지만..
한 가지의 변수라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이 재미있는 상황을 더 이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신중했고 고민했다.
우선 아내를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선 좀 더 타락의 나락으로 이끌어야 한다.
어쩌면 권태로운, 나와 지수 사이에 느꼈던 그 단조로움과 권태로웠던 섹스에 새로운 불꽃을 튀게 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함께 느끼며 난 여러 가지를 준비하게 된다.
가장 먼 저 준비 한 건 목소리 변조 어플이다.
문자로 명령을 하기엔 한계가 있음을 확실히 느낀 난 목소리 변조 어플이라는 걸 검색하다 찾게 되었다. 그리고 직원에게 장난치듯 실험한 결과 너무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낸 후 지금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
“안녕하십니까.”
[..........]
전화를 받고, 그리고 내가 인사를 했을 때 핸드폰너머에선 긴 침묵만이 이어졌다.
굵고 허스키한 변조된 내 목소리에 아내는 흠칫 놀란 게 분명했다.
“어허~ 사람이 인사를 했으면 호응이 있어야지.”
[...원하는 게 뭐에요?]
아내의 날카롭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투 속에 경멸이라는 감정이 묻어나오고 있다는 걸 경험에서 느낄 수 있다.,
“더 해달라고 들러붙을 땐 언제고 너무 냉랭하네...”
[누..누가 달라붙.... 원하는 게 뭐냐고요. 이제 25일 남았어요. 25일 이후에도 또 연락하면 그땐 다 필요없고 신..]
“아아~ 그래 마음대로 하라고! 25일이나 남았나? 한 20일정도 남은 거 같은데~”
능글맞은 내 목소리에 나도 오글거렸지만 시간이 없었다.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소비한 시간이 벌써 6일이나 지나버렸다. 생각보다도 시간이 촉박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세 달은 걸어둘걸..
“지금 당장 옷을 벗고 완전한 나체로 사진을 찍어 보내.”
[......]
“왜 대답이 없어!?”
[당신 미쳤군요.]
“무..뭐?”
[변태새끼...]
“벼..변태!!? 이 아줌마가.. 지금 장난 같지? 장난같냐고!”
[.......]
“아니면 지금 집으로 내가 찾아갈까? OO동 555-5번지로 찾아가!?”
[..!!!!]
“왜? 이제 실감이 가?”
[마음대로 해요! 찾아오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그래요! 마음대로 하라고요!]
“좋아.. OO기업이 여기서 30분 거리던가.. 아줌마 남편이 다니느 회사가 거기 맞지?”
아내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바들거리며 떨고 있을 거란 걸 안보고도 느낄 수 있었다.
[....]
“OO기업 맞지! 남편이 있는 OO회사로 아줌마 대신 내가 찾아가서 사진이라도 같이 나눠서 볼까?”
[무..뭐라고요?]
“후~. 좋아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면 탈이 나지.. 그럼 나체 사진은 됐고,, 대신 최대한 섹시한 옷으로.. 그렇지! 최대한 짧은 미니스커트에 스타킹을 신고 남편을 만나러 가라고.”
[나..남편이라뇨?]
“왜? 그것도 싫어!? 그럼 어쩔 수 없지. 약속은 없었던 걸로 하자고. 남편한테 곧바로 전화..”
[아.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좋아.”
[......]
심하게 떨리는 아내의 목소리에 아내만큼이나 떨고 있는 나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묘한 쾌락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적당히 술을 마시고 회사 옆에 있는 장미관 모텔 505호로 남편을 데리고 들어가서 나하고의 그 날처럼 적나라하게 허리를 흔들라고! 나도 양심이라는 게 있으니 몰카는 설치 안 해놓겠지만, 바로 옆방에서 듣고 있을테니 제대로 안하면 한달이라는 기간이 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남편하고요?]
“왜? 남편 말고 나랑 하길 기대했나?”
[...]
“혹시~ 술에 취했어도 그날의 쾌감은 잊지 못하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아내가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볼에 가져다댔는지 시커멓게 변해버린 화면이 보여지더니 고함이라도 치듯 큰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남편이라는 말에 조금이나마 안도를 하던 아내의 말투가 갑작스럽게 고함소리로 변해 나도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역시나 아내가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님을 다시 확인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아내에게 작은 상을 주려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 달만 내 말대로 잘 따르면 다시는 날 보는 일도 없을...”
“뭐하냐?”
갑자기 들려온 묵직한 목소리에 황급히 전화를 끊고는 뒷주머니에 숨긴다.
같은 팀의 입사동기지만 나보다 먼저 과장이 된 강과장이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며 걸어오고 있었다. 나랑 동갑이면서도 능글 맞는 성격과 주당이라는 주량으로 윗선에 이미 눈도장을 잘 찍어둔 강과장은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대식가에 대주가였다.
나와도 거리감 없이 잘 지내는 놈의 성격으로 직함과는 달리 평소엔 말을 트고 지내고 있다.
“그..그냥 있지 뭐..”
“뭔데 숨겨?”
“아무것도 아니야.”
“이 친구가.. 뭔데? 좋은 거냐?”
“일 안 해?”
“그러는 넌? 농땡이를 너무 대놓고 치는 거 아니냐? 올라올 때 보니까 오차장이 너 찾던데. 30분째 행방불명이라며.”
“오차장님이?”
“그래 인마! 동방 계약서 어쩌고저쩌고 하던데..”
“아!!... 내 정신 좀 봐.. 수고해라!”
“어... 야!!”
서둘러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아내의 일에 너무 집중해 오늘까지 맺기로 한 계약건도 잊고 있던 난 서둘러 자리로 돌아가 똥 씹은 표정으로 날 갈구기 시작한 오차장의 바로 앞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예상보다도 계약건이 잘 풀리지 않았다. 거래처인 동방사의 전무란 사람이 워낙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로 소문이 자자한 남자답게 내가 보낸 계약서류에 몇 번이나 토를 달며 반려를 반복하더니 나중엔 문구의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기까지 했다.
그럴수록 오차장의 얼굴은 더 일그러졌고 난 표정에 곤욕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야근까지 하게 된다.
어느새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었으며 난 아내와의 약속 시간도 잊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아닌 강간범인 제 2의 인물인 남자와 아내가 한 약속이었지만... 그런데 아내에게서 전화조차 없다. 혹시 내 지시를 무시한 채 집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짜증이 난 상태라서 그런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아내에게 무시당한 기분이 들어 짜증이 배가 된다.
“여보세요?”
[네.]
“어디야? 집이야?”
[아..아니. 지금 당신 회사 앞..]
“뭐?”
아차..
아내가 당연히 집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야 할 나였는데 급한 마음에 그만 아내의 위치가 아닌 내 퇴근이 늦을 거라는 걸 먼저 알렸어야 했다는 걸 후회하게 되지만 그런 부자연스러운 내 말에도 다행히 아내는 아무 눈치도 못 챈 듯 더듬거리며 내 전화를 받는다.
“회사엔 왜 왔어?”
[약속이 있어서 잠깐 나왔다가.. 당신하고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려고요.]
“아이들은?”
[엄마한테 맡겼어요.]
“그럼 일찍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니야?”
[늦는다고 얘기 했어요.]
“늦는다니?”
[네?.. 그러니까.. 모임이 늦게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그래?...”
아내의 횡설수설에 더 꼬치꼬치 캐묻기를 자연스럽게 끝내며 시계를 확인한다. 8시 15분을 가리키고 있는 바늘을 확인하곤 10여분만 더 기다리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고는 서둘러 메일을 보낸 후 거래처에 전화를 돌린다. 언제나처럼 일을 철저하게 마무리 짓고 내일 결제서류만 일찍 책상위에 올려놓으라는 말과 함께 진작 퇴근한 부장놈을 혼잣말로 씹어대며 퇴근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말도 없이 이렇게 찾아오면 어떻게 하나.. 언제 끝날 줄 알고..”
“끝났어요?”
“응. 배고프지?”
“아니에요.”
“어라.. 무슨 모임이었는데 그렇게 차려입고 나왔어?”
“...”
갓 가을에 접어든 날씨에 아내는 무릎 위 까지 내려오는 얇은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난 이미 아내의 옷차림을 알고 있다는 듯 질문부터 해 댄다. 역시 나의 실수였다.
“네?.. 그때 말 했잖아요. 아줌마들이 말이 많다고..”
“또 그 아줌마들하고 만났냐? 뭔 여편네들이 멋만 부리고 다니나.. 이게 다 새빠지게 남자들이 벌어오는 돈들을 허트게 쓰는 거라고!”
“치~... 이 코트. 처녀 때 입던 거거든요! 벌써 7년도 더 된 건데..”
“....그런데 당신 왜 요즘에 존댓말을 쓰냐?”
“네?..내가 어..언제..”
아내의 버릇 중 하나가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 때 저자세로 행동한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질문을 한다.
“좋네. 꼭 존경받는 남편 같고.”
“.....”
“뭐 먹을래?”
“맥주..나 한 잔 할래?”
“맥주? 갑자기 무슨 맥주? 배 안고파?”
“응.. 맥주가 좀 당기네....”
아내가 말꼬리를 흐리며 술을 원했다.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봐서 아내는 내가 지시한대로 행동할 각오를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버거운 듯 술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난 일부러 얘기했던 장미관 모텔이 있는 골목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차피 술집 거리이기도 한 이곳에 아내를 이끌고 오자 아내는 잠시 흠칫거리며 발걸음을 멈췄다가 이내 날 따라 온다.
아마도 미리 사전 답사라도 한 듯 보였다.
아내와 난 일본식 어묵집으로 들어가 맥주부터 시원하게 비우기 시작했다. 그다지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후끈거리는 어묵국물로 금세 술이 오른다.
양복 상의를 벗는 내 모습에 머뭇거리던 아내도 이내 코트를 벗어 높은 의자의 등받이에 걸어두는데..
진회색의 와이셔츠 아래로 보이는 짧은 미니스커트, 그리고 그 아래로 보이는 옅은 검은색 스타킹의 뒤태에 매일 봐왔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내 착각을 뒤로하고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탄탄해졌다 느꼈던 드러난 허벅지는 윤기 나는 스타킹으로 인해 더 잘빠진 각선미로 내 예상보다도 더 뇌쇄적으로 보였으며 그 위에 동그랗게 솟아오른 엉덩이의 자태 또 한 당장이라도 잡고 뒤치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무슨 일 있어?”
내가 더 긴장한 듯 목소리에 삑사리가 났다.
“네?”
“아니.. 갑자기 회사까지 찾아오고.. 무슨 일이 있나 해서..”
“무슨 일은요..”
“이상하잖아. 생전 찾아오지도 않던 회사로 오고.. 거기다가 존댓말까지..”
“...”
“바람이라도 났냐? 생전 안 하던 행동을 하면...”
“누가 바람을 펴요!”
“까..깜짝이야.”
아내의 버럭에 하마터면 손을 든 술잔을 떨어트릴 뻔 했다.
정색을 하며 아내가 날 노려보는 모습에 ‘요것 봐라~’라는 생각도 잠시 원망 섞인 시선을 느끼며 우선은 꼬리를 내리게 된다. 분명 그 협박범이 나란 걸 모를 아내인대도 꼭 알고 있는 듯 느낀 죄책감에 한 행동이었다.
“농담도 못하냐.. 당신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가...”
“그런 말은.. 하지도 말아요.”
“근데...”
“...네?”
“오늘은 더 멋을 부렸네..”
“언니들이 말이 많다니까.. ”
아내는 내가 찔리는 질문을 할 때마다 심한 갈증을 느끼는 것처럼 술잔을 비웠다. 맥주로 시작된 술잔은 곧 일본식 소주로 이어졌고 술의 힘을 얻은 용기라도 필요한 듯 아내는 그렇게 몇 잔이나 비우곤 곧 발그레해진 얼굴로 날 빤히 쳐다보며 혀 꼬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내가 바람나도 용서 할 거야?”
“용서는 개뿔..”
“피~~ 그럼!? 단칼에 이혼이야?”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나!?”
“....정말?”
“그럼!”
“실수라도?”
“야! 바람이 실수면 왜 법적으로 간통죄란 게 있겠냐?”
“....”
서글픈 표정으로 날 잠시 동안 바라보더니 또 한 잔의 소주를 단숨에 마셔버린 아내가 벌어지는 허벅지를 애써 힘을 주며 모으길 반복한다.
흐느적거리는 손동작과 연신 숙여지는 고개.. 긴 머리카락이 따라 놓은 오뎅 국물에 젖길 반복할 정도로 이미 인사불성이 된 아내의 모습에 예정에도 없던 아내의 과거에 대해 조심스럽게 운을 띄워본다.
“자기 나 만나기전에 남자 몇 명이나 만났어?”
“응?...남자?”
“그냥 궁금해서...”
“네버!.. 당신이 처음이징!!”
거짓말이 확실하다. 아니.. 여자로서의 본능적인 대사가 분명했다.
나와 사귀기전 내가 우연찮게 알게 된 전남친의 존재도 한 명이 있었으니 아내의 작은 반항임을 확실히하며 난 부드럽게 구슬리듯 아내에게 다시 질문을 한다.
“에이~ 이제 뭘 숨길게 있다고 그러냐. 좀 있으면 사십 줄로 접어드는데.”
“난 서른 중반이걸랑요!”
“아아~ 그래.. 그래서 몇 명이야?”
“으음~.. 안 가르쳐주징~~ 헤헤~”
“이 사람이... 왜? 캥기는 거라도 있어서 그래?”
“캥기는 거? 큭큭~. 왜 이르셔! 집안일에 자식 교육에.. 캥길 일이라도 있으면 좋겠네욧~”
“.... 그럼..”
‘푹~’
아내가 대화도중 그대로 얼굴을 테이블에 박아버린다.완전히 곯아떨어지듯 숙여진 아내의 뒤통수를 쳐다보던 난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계산을 위해 걸어둔 양복에서 지갑을 꺼낸다.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는 아내를 부축하며 집으로 향하던 난 잊고 있던 계획을 떠올리곤 이내 장미관 모텔로 발걸음을 옮겨 힘겹게 이동을 했다.
“일어나요!”
“으음...”
“늦었어! 빨리 일어나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니 아내 말대로 8시가 지났음을 확인하곤 놀란 가슴으로 후다닥 화장실로 직행을 한다. 세수를 하고 대충 머리에 물을 적시고 나온 날 아내가 붙잡아 세운다.
“여..여보..”
“응? 왜?”
“어제...”
“?”
“어제 아무 일도 없었죠?”
“아무 일도 없긴.. 갑자기 모텔에 가자고 해서 얼마나 당황했었는데. 그리고 뭔 스타킹이 그렇게 잘 찢어지냐? 그 스타킹은 그 모텔에 버리고 왔어.”
“네?”
“그런데... 와~ 당신 술 마시니까 완전히 섹녀로 변하더라.”
“세..섹녀라뇨?”
“참나.. 아직도 허리가 다 아프네. 에이씨.. 늦었다.”
흙빛으로 변한 아내의 얼굴을 뒤로하고 서둘러 양복을 차려입기 시작한다.
와이셔츠를 입고 바지를 입고, 넥타이를 멘다.
“혹시.. 어느 모텔로 갔어요?”
“..응?”
“혹시 장..”
“그걸 어떻게 기억해. 정신없이 모텔에 가야 한다고 주정하는 당신을 안고가기도 힘들었구만..”
“...”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며 난 양복을 다 입고는 현관문을 나섰다.
뒤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내 등만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냥 무시한 채 평소처럼 연기하며 현관문을 열고 걸어 나갔다.
머릿속엔 소라라는 사이트와 철근이라는 남자의 이름을 몇 번이나 되새기면서..
“강과장. 너 혹시 소라 알아?”
“소라? 맛있지.”
“...”
“그러고 보니 소라 먹어본지 오래 됐네.. 근처에 있나? 왜? 오랜만에 쇠주 한 잔 땡길까?”
“먹는 소라 말고..”
“그럼?”
“음란 사이트 같던데.. 소라라고.”
“아~~~”
오전 내내 업무도 보지 못하고 찾은 소라라는 사이트는 생각보다 찾기가 힘들었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봐도 전부 강과장이 말한 음식 얘기가 주를 이루었고 내가 찾는 사이트는 쉽게 나타나질 않았다. 다른 사이트에서도 전부 부담스러운 사이버경찰청이라는 불법유해사이트의 화면만이 장식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점심을 먹은 후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과장에게 물어보게 된다.
“알지.”
“알아?? 주소가 뭐냐?”
“주소? 왜 갑자기 소라는 찾냐?”
“그냥.. 동창들이 얘기하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그럼 동창놈들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응?... 이 새끼들이 내가 순진하다고 안 가르쳐주잖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긴.. 거기 변태들 천지라서 너한테는 안 맞겠네.”
“변태?”
“그래 변태. 상상도 못할 곳이다 거기.”
“야한 사이트가 다 똑같지.. 뭐가 상상도 못할 곳이냐? 그냥 여자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 있는 곳 아니야?”
“그런 것들도 기본으로 있지.”
“그런데?”
“이게... 뭐라고 얘길 해야 하나...”
“이 친구가...”
“대놓고 바람을 장려하는 사이트라고 해야 하나?”
“뭐?”
“말로 백번 설명을 해줘도 모를 거다. 잠깐만.. 보자~ 나도 안 들어 간지 한 참돼서...”
강과장이 핸드폰을 꺼내 주소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불륜장려라는 말에 떨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아내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 안간힘을 쓴다. 불륜이라면 나와 결혼 후에 벌어진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담배를 한 대 물었을 때, 강과장이 트위터 주소를 문자로 내게 보냈다.
“들어가서 너무 충격 받지 말고.크크. 거기 99%가 구라고 뻥이니까.”
“구라라니?”
“뭐.. 자작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자작극?”
“나도 몇 년 전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쪽지도 보내보고 그랬는데..크크큭 한 번도 안되더라.”
“무슨 소리야?”
“들어가 보면 알아 새끼야..그나저나 큰일이네.. 늦바람이 무섭다고 하던데~”
강과장이 옥상에서 내려간 직후 범죄를 저지르는 놈처럼 주위를 몇 번 두리번거리곤 트위터란 것에 접속을 한다. 그리고 곧 연계된 사이트로 이동을 하는데.. 메인주소는 여느 음란사이트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어렵지 않게 가입을 하고 본격적으로 확인을 한다.
배너광고와 야한 사진.. 소라넷이라는 홈피 글을 보며 잠깐 뜻에 대해 생각하던 난 이곳저곳을 방문하듯 눌러본다.
공지..이벤트.. 무비.. 핸드폰으로는 재생조차 안 되는 게시 글들을 보다가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쯤, 가장 위쪽에 있는 분류카테고리를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다.
카페를 클릭, 광고 일색의 글들을 확인 후 앨범이란 글을 클릭해 들어간다.
적나라하게 까발려진 보지들과 매끈하게 빠진 몸매들에 나체의 여성 사진들이 꽉 찬 화면에 몇 번이나 봐왔던 야동이나 음란사이트인대도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보고는 인물셀프란부터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강과장이 왜 변태라고 칭했는지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보통의 음란사이트가 아닌..
자신의 아내나 애인들을 직접 찍은 사진들을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본인들이 직접 사이트에 올리고 반응을 감상하는 듯 한 풍경에 난 휘둥그레진 눈으로 연신 손가락을 움직였다.
온갖 모욕적인 언어들과 욕들까지 난무하는.. 한 술 더떠서 욕을 해달라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과... 가장 충격적인 다른 남자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안겨주는 사진.
조작이다.
분명 조작이 확실했다.
아무리 세상이 개방되어졌고 성적 유희가 풍족해졌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자신의 마누라를 인면일식도 없는 놈들과 공유하며 인증사진이라고 올리는 모습 자체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행위를 받아들여 알지도 못하는 초대남이나 마사지사라는 놈의 자지를 받아들이는 아내나 여친이라고 자신을 호칭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분명 사실일수가 없었다.
사이트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한 운영진측의 조작이고 연극이 분명했....
‘그럼 어제 술에 만취되어 내 유도질문에 아내가 중얼거리듯 뱉었던 소라넷이란 이 곳은 아내와 무슨 연관이... 철근이란 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