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1화 〉episode14. 달 세뇨 (1) (91/98)



〈 91화 〉episode14. 달 세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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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한번 차에 치여 죽은 뒤 이세계에서 눈을 떴다.
전과 같이 용사였고, 조심스럽게 행동하기로 했다.
마구잡이로 행동하면 전 회차와 같은 비극을 보게 된다. 그렇게  수는 없었다.
리타는 넘겨두고, 일단 가장 쉽게 만날  있는 큐라를 떠올렸다. 그리고  뒤론 3주 후에 처음으로 인간계에 올 마족 소녀, 세라를 떠올렸다.
‘미카엘’은 조금 망설여졌다. 전처럼 힘을 써서 강탈할 수는 있지만, 무기를 쓴답시고 공명하면 전 회차에 대해  거란 사실에 주저하게 됐다.

“하아.”

나를 믿어주던 사람을 버리고 이곳까지 와버린 이상,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엘리샤가 지금 무얼 하는진 모르지만, 전 회차처럼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는 모양새는 아닌 것 같았다.
전처럼 도망치지 않아도 됐고, 나는 용사의 대우를 받으며 움직일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용사의 특권을 이용해 큐라의 둥지로 가 큐라를 설득했다.

[친구…? 친구. 그런 말은 처음,들어본다. 하지만 나쁘지 않아.]

그녀가 내심 외로움을  타고 있다는  알고 있던 나는 그녀를 설득했다.
피 터지게 얻어맞기를 2일이나 걸렸지만, 그녀에 대한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으니 만족했다.

“뭐야! 인간?! 어떻게 이런 곳에. 그보다 어떻게 이렇게 강한 거야?”

그렇게 3주라는 시간을 큐라와 함께 보낸 나는 단둘이서 같이 시간을 보냈고, 어느새  기억과 일치하는 오크 토벌 의뢰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를 보낸 끝에 도착한 여관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만났다.
세라의 오빠, 테스가 경계했음에도 나는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밝히며 그들을 설득하려 했다.

“오, 오빠. 그냥 저 사람 말대로 하는  좋지 않을까?”

아무런 마법이 없던 때와는 다르게, 나는 이번에야말로 그들을 상처 주지 않은 채 설득할 수 있었다.
세라는 내 압도적인 힘에 두려움이라도 느꼈는지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나를 위로했다. 이럴 수밖에 없다고 나를 타일렀다.
아무도 죽이지 않을 수는 없다. 애초에 그런 용도로 불린 나였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죽여도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마왕만 잡으면 된다. 마족의 왕 사탄만 잡으면 된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용사여, 네게 자격이 있길 바라지.]

르미야를 나뭇가지로 바꾼 나는 가벼이 쥐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정령은 크게 소리 내어 웃더니 이내 흩어지듯 사라졌고, 나는 큐라와 테스, 세라와 함께 엘슈펠 제국으로 향했다.
돈은 돈대로 있었고, 신분증으로 나를 증명할  있었다.
그렇게 가볍게 들어간 나는 그곳에서 치요를 다시 만났다.

“안녕하세요. 이가라시 치요에요.”

그녀의 얼굴을 보니, 조금 마음이 복잡해졌다.
마음을 다잡고 어째서 ‘가브리엘’만 있는지 물었다.

“…원래 4명이 더 있었는데요. 죽었어요.”

하지만 이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는 심란한 표정을 지은 채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3주가 넘은 지금, 치요의 동료가 전멸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 상심에 빠진 그녀를  동료로 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용사끼리 동료가 된다는 것은 언젠가 남은 사람이 홀로 마왕을 토벌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나의 목표와 ‘가브리엘’, 치요의 목표가 일치했기에 동료가 될 수 있었다.

[이곳은, 테베레스 아닌가! 다시 돌아오니 기분이 새롭구나.]

치요와 동료가 되고, 2주 뒤, 우리는 다시 테베레스에 발을 들였다.
소환된 뒤로부터 한  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 엘리샤의 행동이 뜸한  같기에 먼저찾아온 것이었다.
그녀를 미워하고 싶어도, 마음 한구석에선 그녀를 미워할 수가 없던 나는 조심스레 왕궁에 발을 들였다.

“용사님. 어인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돈이라면 한 분 빼고는 모두 받아가셨는데요. 아, 혹시 유성하 용사님입니까?”

궁 안에 발을 들이자, 많은 병사가 넓은 왕궁 안에 곳곳이 배치되어 있었다.
용사의 특권으로 가로질러  끝에, 입구 근처에 있는 작은 건물에서 한 병사가 물었다.
아무래도 엘슈펠 제국에 머물러 있는 동안 돈을 수급해준 날이 있는 듯했다.

“맞는데,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혹시 공주님을 뵐 수 있겠습니까?”
“어느 공주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분명 내 이름은 맞았지만, 돈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손을 내저었다.
엘리샤를 생각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자, 병사는 약간 긴장한 듯이 입을 열었다.
무슨  있나? 싶어서 조금 캐물으려 했지만, 병사의 안색을 보아하니 힘들 같았다.

“어, 어찌 됐든 공주님들은 모두왕명으로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죄송하게 됐으니 돌아가 주십시오. 지금에 이르러선 청혼한 사람들도 모두 거절한 상태입니다.”
“……?”

병사는 단호하게 말하며 창을 아래로 쿵 찍으며 고개를 숙여 나를 돌려보내려 했다.
뭘까. 전에는 없었던 전개인데, 무슨 상황인 걸까.나는 알 도리가 없어 난감할 따름이었다.
다른 사람의 만남이라던가 혼사라던가 모두 거절할 정도면 심각한 일인 것 같기도 했다.
이곳에서 소란을 떨어봤자 내 이미지만 나빠질 뿐이니 순순히 돌아가야 하나.

[뭐냐. 꼭 봐야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냐?]

마족이라 후드를 깊게 눌러 쓴 테스와 세라의 옆엔 큐라가 멀뚱멀뚱 서서 병사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나를 힐끗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시선을 돌려 커다란 왕궁을 올려보았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달까.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나봐.”
[그렇군. 뭐, 테베레스에 없던 시간이 2주나 됐으니까.]

나는 큐라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큐라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큐라는 그럴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2주면 다른 용사가 큰일을 벌일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돌렸다.

“저기, 성하. 근데 ‘가브리엘’이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엥?”

왕성을 나가자, 치요가 눈치를 보는 듯이 나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지 싶어 고개를 돌리자 한 곳을 향해 고개를 고정한 ‘가브리엘’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가브리엘’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저기에 언니의 기척이 느껴지는데 짚이는  있어?]
“뭐야. 그런 것도 느껴?”

‘가브리엘’이 빤히 바라보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마법사 협회가 있는 곳이었다.
‘미카엘’이 엄청난 아우라라도 뿜어내는 건지, 나는 알 수 없지만 ‘가브리엘’은 확실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역시 자매라 그런가?
나는 놀란 목소리로 마법사 협회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긴 시간을 함께했는데 느끼는  당연하지.]
“그렇구나.”

굉장하다는 듯이 띄워주니 ‘가브리엘’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렸다.
나는 ‘미카엘’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지만, ‘가브리엘’이 눈치챘으니 만나러 가자고 할 것 같았다.

[가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언니니까.]
“어? 어! 성하도  거지?”
“어?”

바싹 타는 입을 만지작거리며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중에, ‘가브리엘’은 망설임 없이 자신이 바라보던 곳을 향해 걸어나갔다.
‘가브리엘’의 말에 치요는 ‘가브리엘’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나를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생각에 잠길 틈도 없이 멍하니 그녀들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성하 님. 어떡할까요?”

조금씩 멀어지는 ‘가브리엘’과 치요를 보던 테스는 내 옆으로 슬쩍 다가와서는 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따라가든, 다른 곳으로 향하든 일단 가자는  같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가브리엘’의 뒤를 따랐다.
만약 ‘미카엘’이 나와 공명하게  뒤로  기억을 보게 된다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
나는 조금 두려웠다.
아무리 전 회차라지만 그녀를 배신한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서.

[열어.]
“여긴 테베레스 소속 마법사 협회다. 너 같은 외부인이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이곳에 ‘미카엘’이 있다고 확신한 ‘가브리엘’은 커다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건물을 올려보았다.
정문에는 마법사 협회의 경비병이 ‘가브리엘’을 막아서서는 돌아가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여기 ‘미카엘’이 있지?]
“…모른다. 돌아가라.”
[다시 한번 묻는다. 여기 ‘미카엘’이 있지?]
“……뭐냐 대체.”

‘가브리엘’은 날카로운 눈매로 경비병에게 질문을 던졌고, 경비병은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세계에서는 겉으로 근육이 없어 보여도 힘이 세고, 허약해 보여도 마법을  수 있었기에 경비병도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가브리엘’은 하늘을 눈에 담은 듯한 푸른 눈을 빛내며 다시 한번 물었다.
위압이 세지니 경비병은 무기를 휘두르는 것도 잊은  이를 까득 깨물고 ‘가브리엘’을 바라보았다.

“‘가브리엘’ 이 사람은 경비라 알 리가 없잖아.”
[…그런가?]

모두가 ‘가브리엘’의 분위기에 압도된 가운데, 치요가 쓴웃음을 지으며 ‘가브리엘’을 말렸다.
‘가브리엘’은 그새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차분한 목소리로 치요를 바라보았다.

[그보다, 이런 큰 건물은 뭘 하는 것이냐?]
“그러게요. 마법사 협회라고 했으니, 마법에 관한 걸 연구하는 것 아닐까요…?”

 옆에 서성이던 큐라는 붉은 눈을 반짝이며 마법사 협회의 거대한 건물을 가리켰다.
큐라의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옮긴 세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우물거렸다.

“나도 잘 몰라.”

근데 이곳에 대해 아는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본 적이 있어야 얘네가  하는지 알지.
마법을 만드는 곳인지, 아니면 마법에 관한 연구만 하는 건지, 아니면 길드처럼 마법사들을 따로 모으는 집단인 건지 나는 알 도리가 없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큐라와 세라에 대한 말에 답을 던졌다.
‘미카엘’이 있으니 아무래도 분석에 관한 일은 하지 않을까.

“성하 님은 용산데 어떻게 들어갈 수 없을까요?”

세라의 오빠인 테스가 슬쩍 앞으로 나서더니 조심스레 경비병을 향해 말을 이었다.
그러자 경비병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보세요. 마법에 관해선엄청난 견식이 있는 용사님이세요.”

테스가내 손에 쥔 르미야를 가리켰다.
나는 테스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들어 바람을 일으켰다.
잔잔하고 고요하게, 하지만 거대하게.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닌, 그저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이었다.

“정말, 용사님이신가요? 교, 교수님을 불러드릴까요?”

아무것도 불지 않던 맑은 하늘에 내 손짓으로 바람이 일자, 경비병은 눈을크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경비병과 눈을 마주친 순간에 손가락을 작게 튕겨 바람을 그새 멈추었다.
확실한 이변을 느낀 경비병은 조심스럽게 내 신원을 물으며 안에 들게 하려 했다.
다행이다. 괜히 지랄한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이었는데.

“저, 마법에 관해 오신 건가요? 저는 셀렛 나스라다 교수입니다. 셀렛 교수라고 불러주세요.”
“안녕하세요.저는 유성하입니다. 성하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병사가 안으로 들어간  꽤 지나고 어느덧 젊은 교수가 밖으로 나와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에 맞춰 격식을 차린 뒤 주변을 힐끗 바라보았다.
어느새 내 뒤로 애들이 도란도란 모여있었다.
책임자가 나라고 그냥 다 떠넘기려는 것 같았다.

“그럼 들어가면서 이야기할까요? 용사님이 마법사 협회에 관심을 가지시는 것은 처음이 아니니까요.”
“그런가요. 대부분 뭐에 관해 이야기하러 오나요?”
“곤란하게도 마법사 협회 소속 마법사들을 영입하러 오는 분들이태반이지만요. 그중에서도 분명 진심인 사람이 있으니까 이야기를 들어보는 거지요.”

셀렛 교수는 나를 안으로 들이며 말을 이었다.
아까까지 앞을 막던 경비병도 쉽게 길을 터주었고, 이야기는 쉽게 흐를 것 같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말에 질문을 던졌고,  교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영입을 빙자한 연인 모집 용사들이 여럿 있는 듯했다.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미카엘’을 보게 해 주실 수 있나요?”

나는 심호흡을 하며 뒤에 있는 ‘가브리엘’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가브리엘’은 ‘미카엘’과의 만남을 조금 기대하고 있는 건지, 나를 향해 기대의 눈길을 보내는  아닌가.
나는 숨을 가다듬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셀렛 교수님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지는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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