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4화 〉episode6. 45번째 마계 (1) (44/98)



〈 44화 〉episode6. 45번째 마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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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마을 안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외치는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들어본다면 원인을 들을 수 있을 터다.
 구성원이라면 지금 당장 마계로 향한다 해도 문제  것은 없겠지.


“물속에서 인어들이 나타났다!”
“젠장, 머메이드 녀석들이 어째서 여기에…!”
“누가 인어에게 돌 던진 거 아니야? 그러지 않으면 집이 얼어붙을 리가 없잖아!”


일단 저 머메이드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큐라가 한 짓에 대한 억측이니 다른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불이 왜 났었는지 알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단순히 가스 사고나, 마석에 의한 사고라면 위에서 보았듯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진 않았겠지.
일단 이곳에서 아무리 죽치고 앉아 있어봤자, 머메이드에 관한 이야기만 들을 것 같으니 관두자.

“불이 왜 났냐고!”
“아니 글쎄 다른 용사님이 이곳에 마계가 있을 거라면서 뭔가를 하셨다니까?”

정말 이곳에 마계가 있다는 말인가.
귀를 기울여 조금만 더 들어보다가, 좀 많이 아는가 싶으면 가서 물어봐야겠다.
어부처럼 보이는 행색을 한 아저씨와 술이 담긴 통을 들고 가던 아저씨가 뭔가 열심히 말하는 모습에 집중했다.

“우리가 사는 곳에 마계가 있다니, 우리까지 연루되는  아니겠지?”
“괜찮아. 그러고 나서 용사님이 사라지신  보면, 우리까지 연루되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게는 세라가 있잖아.

“세라. 혹시 여기 근처에 마계의 기척이 느껴져?”
“…으으음. 잠시만요.”

조심히 세라에게 다가가 물어보자, 세라는 눈을 좌우로 한 번씩 굴리더니 뭔가 기를 쓰듯 인상을 찌푸렸다.
모두가 숨을 죽인  세라를 응시했다.
모두 마계에 가본 적이 없으니, 세라에게 의지하는 거겠지.

“아. 있네요…? 여, 열까요?”
“먼저 마계로 간 용사란 놈은 설마 전에 그 카밀라라는 마족을 데리고 있는 놈인가?”


생각해보니, 그 용사는 어떻게 마계를 금방 찾아서 들어갔던 걸까.
마족을 동료로 삼고 있던 용사라고는 나 의외에 한 명뿐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길드에서 만났던 그놈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계마다 마왕은 하나씩밖에 없잖아.
내가 들어간다 해도 걔가 먼저 처치하고 나오면 나는 헛걸음을 하게 되는 건데 어쩌지.
아니면 처치에 가담한 용사에게도 어느 정도의 보상을 주는 건가?
낙오자라 그런 자세한 설명을 들을 틈도, 공유받을 틈도 없으니 고민만 늘어간다.
마왕 처치는 1대1만 되는 걸까? 아니면 막타 기준으로 처치한 자만 가능한 걸까.
잘 모르겠다.
알 수가 없다.
애초에 마왕을 잡았다고 하는 놈이 아직 있지도 않으니까 이런 것에 대해 알려줄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자.”

침을 한 번 삼키고 나서야 나는 결심을 굳혔다.
만약에  되더라도, 다음에 있을 마왕 처치를 위해 경험이라던가 지식을 쌓아가면 좋겠지.
마계는 어떻게 생겼고, 어떤 방식으로 마왕을 물리쳐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보상을 주는 건지  수만 있어도 커다란 수확이라고 생각하면서 세라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은 것이냐?]


큐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벌써 마계에 들어간다니.
사실 우리가  얼마나 합이 잘 맞고, 그런 것은 아니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도 많았다.


“괜찮을 거예요.”

엘리샤가 장담하는 것과 동시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 왕족이 되면 이런 순간에도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건가.


“마계라니. 처음 겪어보는 일들로 논문 하나 써 내리면 추기경 자리는 금방 가겠네요.”

리타는 세라를 응시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짐에 달린 밧줄을  쥐었다.
리타는 처음 그녀가 본심을 털어놨을 때랑 변한 것 하나 없이, 새로운 경험과 더 높은 자리를 추구하고 있었다.

[주인님! 먼저 간 용사보다 우리가 먼저 앞지르죠!]


 와중에 신난 ‘미카엘’은 주먹을 높게 치켜들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동시에, 세라의 두 눈이 빛났다.
차르르륵. 페이지가 넘겨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세라를 중심으로 많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마계에 들어가는 것 자체로 벌써 새로운 기분을 들게 하는구나.
이세계에 밀접하게 연관된 마계니까, 계를 달리하는 다른 세계인 것이다.
나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되는구나.
세 개의 세계를 모두 마주하고 경험하게 되는 사람은 어딜 가도 드물 것이다.
자신이 살던 하나의 세계만 해도 사람들은 벅차하기 마련이니까.


“갑니다!”

세라의 외침과 함께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눈에 빛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들어오는 색다른 광경.
하늘은 짙은 파란색이고, 그 위를 별똥별들이  새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별의 개수에 한계가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디자인의 일부인 건지 수천수만의 별똥별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검은색과 짙은 파란색의 세상을 둘러보며 품은  감상은 아름답다였다.
마계라고 해서 모두 피비린내 나고, 끔찍한 곳이며 썩어빠진 공간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다.

“여긴 몇 번째 마계인 거지?”

하지만 그런 여유로운 감상을 품을 때가 아니었다.
일단 마계는 72개나 있고, 그중에 우리는 몇 번째 마계에 들어와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그, 그건 저도 잘….”
“그럼 가는 길에 주민들에게 물어보자.”

하지만 내 물음에 세라는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뭐, 자신의 마계가 아닌데 어디에 떡하니 쓰여 있는 것도 아니니까 모를 수도 있지.
풀이 죽은 세라의 머리를 토닥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금  순간에도 용사가 이곳을 휘젓고 있을 테니까, 나도 늦을 수는 없지.

“성하 씨. 그런데, 근처 마족들은  죽은  같은데요?”
“뭐…?”


그렇게  발자국 걸었을까.
엘리샤가 주변을  번 훑어보더니 믿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나는 지금 시체 하나  적 없는데 어떻게  거지. 하고 엘리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엘리샤는 다른 집의 창문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집? 집 밖이 아니라  안에 있는 마족이  죽어 있다고?


“왜 집 안이야? 설마 다른 집에 있는 마족도?”
[우와. 집에 다 쳐들어가서 죽인 건가?]
“아. 골목에도 죽어있는 시체가 있네요.”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엘리샤가 보던 집이 아닌, 다른 집으로 다가가면서 상황을 살피려 했다.
그리고 내가 내 눈으로 하기 전에 ‘미카엘’이 다른 집을 보더니 감탄을 입에 담았다.
리타는 빠른 발걸음으로 다른 골목길을 두리번거리더니, 연이어 시체를 찾아내고 있었다.
대체 뭔 수로 그리 짧은 시간 내에 마계에 있는 마족을 몰살시킨 걸까.
설마 의뢰가 도착했을 때보다 먼저 마계를 들쑤시고 있던 건가?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다른 집의 창문을 들여다보니 눈에는 거대한 참상이 새겨졌다.
주변의 환경과 생김새가 다른  말고는 별다른 것 없는 세상에 이런 참상을 보게 될 줄이야.

“근데 세라의 모습이랑 다르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피부가 디폴트값 아니었나 봐.”
“저도  몰라요….”
“성하. 원래 상위 마계에만 검은 피부의 마족이 산다고 합니다.”
“그런 거였어? 그럼  용사가 데리고 있던 마족도  상위 마족인 거네.”

비위가 약해서 저만한 참상을 눈에 계속 담고 있기가 힘들어 벽에 등을 기대앉았다.
숨을 몰아쉬면서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자니, 그냥 검은 머리카락에  피부를 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뭔가 뉴스 헤드라인에 띄울 법한 거대한 사건 현장을  것만 같았다.
일반 가정에 침입해 일가족을 몰살한 용사라니, 이게 맞는 일인 걸까.


[가차 없네요. 이 일대엔 생명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요.]


‘미카엘’은 차가운 목소리로 주변을 바라보며 모두 죽었다고 단언했다.
주변의 집에 살아있는 마족이 있나 확인할 필요도 없어졌다.
허망하다.그들도 그들의 생활이 있었을 텐데.
아니, 인간을 잡아먹는 종족을 걱정해봤자 의미 없는 짓이다.
피식자가 포식자를 걱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지.

“아.”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
익숙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하늘로 옮겼다.
무수히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멍하니 응시했다.

“성하 씨?”
“잠깐만 가야 할 곳이 있어.”

엘리샤가 나를 부르는 것도 뒤로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내가 죽은 자들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곳에서 계속 머뭇거리고 있을 틈은 없었다.
지금 당장에 마왕의 위치를 알아내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 어디서 싸우고 있을 지도 모르는 용사와 마왕의 싸움을 봐야만 했다.
기껏 들어왔는데 마왕을 해치우기 위해서 뭐가 필요한지는 알고 돌아가야 할  아닌가.


“조금 옅지만 괜찮네요. 여기 공기는.”
“공기가 옅어?”
[성하는 모르느냐? 인계와 다르게 마계는 공기 중에 마나가 꽤 있는 것 같구나.]
“저는 미미하게 느껴져서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내가 발걸음을 재촉하려 하자 뒤에서 세라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후아아.”하는 귀여운 소리와 함께 감상을 입에 담았다.
뭔가 싶어 돌아보니 큐라가 세라의 말에 동의하는 듯이 같이 숨을 들이마셨다.
리타는 잘 못 느끼는  같은데 인간은 원래 공기 중에 마나를 못 느끼는 게 맞나 보다.
순간 마력이 없는 나 따위는 못 느끼는 거라고 말하는 줄 알았네.

“아무튼, 가야 해.”
[자꾸 어딜 가려고 하세요? 주인님은 은근 이상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전에도 그렇고.]
“전에 라니, 네가 내린 시련 같은 거?”
[네에. 그때도 약간 특이한 일 많이 했잖아요. 뭔가 숨겨진  찾는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지금 도움이 되지 않기에 그녀들을 뒤로하고 고개를 돌렸다.
발을 내딛는 찰나에 ‘미카엘’이 이상하다는 목소리로 의문을 품으며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시끄럽다고 한 대 쳐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뭔가 나를 가늠하는 눈으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기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나도 그냥 감으로 움직이는 건데 그렇게 말해주니  좋긴 했다.
하지만 그냥 감으로 움직였던 것이 우연히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운이 좋았다는 것뿐이지 뭔갈 알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 세계에 얼마나 있었다고 뭘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연이야.”
[앗.]

장난스레 ‘미카엘’의 머리를 톡 치고는 앞장서서 걸었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커다랗게 울리는 굉음이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용사가 둘씩이나?]


불쾌한 울림.
불쾌한 떨림.
당장 눈앞에 나타난 그가 마왕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왜인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많이 지쳐 보였다.
먼저 왔던 용사랑 싸우고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 용사끼리는 협력하지 않을 터!]

나를 보고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치며 커다란 대검을 움켜쥐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피부. 확실히 마왕은 상급 마족이라 그런지 세라처럼 같은 머리 색과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다.


“어이! 그놈은 내거니까 뺏지 말라고!”
[협력자가 아니었던 건가?]
“흥, 뭐 저런 놈이 협력자냐? 쟨 낙오자라고. 용사라고 불리지 않는 놈이지.”

인류애에 젖은 용사 놈.
카밀라라는 마족을 데리고 있던 그 용사였다.
아무래도 카밀라를 데리고 먼저 이곳을 찾아온 것 같았다.
역시 이놈이 용사 중에 가장 잘난 놈이었던 건가.
호전적인 태도로 검을 뽑아낸 놈은 엄청난 속도로 허공에 휘둘렀다.

“성하라고 했던가?”

얼마 안 봤다고 그새 또 거만해진 태도로 내 이름을 불렀다.
이름이 한규상이라고 했던가.
그놈은 마왕을 물러나게 한  마왕과 내 사이에 발을 디뎠다.
아무래도 내가 마왕의 목을 먼저 뺏을까 봐 조심하는 거겠지.
뭐 나 같아도 내가 다 쳐놓은 양념에 막타만 치면 기분 더러울  같았다.

“설마 내가  해놓은 걸 네가 먹으러 온 건 아니지?”
“난 그냥 견학차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진 마.”


대체 무슨 능력이기에 마왕을 압도하는 실력을 보이는 걸까.
어느새 규상의 주변에는 그의 동료들이 마왕을 둘러싸고 있었다.
전에 길드에서 봤던 파티원 수 그대로였다.


“견학? 네가 소환자인 이상 내가  경계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아. 물러서.”


규상은 예민하게 굴더니, 나를 물리려는 듯 검을 겨누었다.
내게 협박조차 되지 않는 검을 겨눈 놈의 표정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에 있는 마왕의 모습을 보았다.
어느새 세나와 같은 탁기를 뿜으며 손에 활을 움켜쥔 마왕은 쿠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말을 소환했다.
역시 자신의 마나를 매개체로 사역마를 만드는 건 마족의 특수 스킬인 걸까.

“쯧.”
[나는 45계의 마왕 비네! 네놈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주지. 다른 마계의 마족을 데리고 마왕을 능멸하는 자들이여!]

한규상이 혀를 차는 것과 동시에 활을 겨눈 마왕이 원한에 가득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직후, 검은 화살이 비가 되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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