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episode5. 미카엘 (3) (33/98)



〈 33화 〉episode5. 미카엘 (3)

“읍, 읍.”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이곳저곳을 붙잡힌 채 혀를 섞어오던 엘리샤는 계속해서 내 몸을 안았다.
황홀한 표정으로, 슬퍼 보인다면 슬픈 표정으로 계속해서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성하 씨.”
“어….”
“성하 씨는 여기 남아주셨으면 해요.”
“…….”
“정치에 대해서 몰라도 괜찮아요. 저와 있으면 제가 모든 걸 해 드릴게요. 저와 같이 살지 않으시겠어요? 성하 씨를 위해서라면 제가 돈이든, 사람이든 모두 구해올 수 있어요.”

엘리샤가 입을 떼자, 나와 그녀의 사이에는 하얀 실이 길게 늘어졌다.
엘리샤는 애절한 모습으로 내 볼살을 어루만지면서 뭔가 달콤한 제안을 해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이 모든 걸 해준다며, 금방이라도 혹할 것 같은 제안을 해왔다.
듣기만 해도 좋은 제안이었다.
당장이라도 발 뻗고 있다가 마왕을 잡을  숟가락만 얹어도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

“읏, 어때요? 저랑 같이…. 가족을 만들고 살아가는 것은?”

엘리샤는 그렇게 다시 허리를 흔들기 시작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부드러운 감촉이 성기를 감싸고, 다시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까처럼 성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눈을 제대로 응시한 채 묻고 있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그녀의 제안은 좋았다. 너무 혹했다.
수락만 한다면  걱정 없이 나는 부유하게 그녀의 곁에서 살아갈  있었다.


“미안해.”
“…….”


하지만 그래서는  됐다.
나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처음으로 모험이란 것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곳의 경치를 보고, 내가 모르는 땅의 음식을 먹고, 내가 모르는 세상에 발을 올렸다.
전에 있던 세계에서는 할 수 없던 일들이었다.
모험이란 단어를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던 만큼, 나는  순간을 소중히 하고 싶었다.
물론 다른 고향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모험을 즐길 수 있다는 그 자체에는 원망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달콤한 제안은 내게 필요 없는 것이었다.
대답한 순간 그녀는 허리를 멈추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가요.”
“나를 낙오자라고 낙인찍은 나라나, 사람들은 원망스럽지만….”


그녀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몸에 손을 짚었다.
손이 묶여서 고정된 바람에 그녀의 손을 잡아줄 수는 없었지만, 그만큼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험 자체는 즐거워서 양보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엘리샤는 눈을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낙오자라고 불리는 현실보다, 모험이 즐겁다고 말하는  얼굴에서 뭔가를  걸까.

“그런 모습은 또 처음이네요.”


엘리샤는 슬픈 눈으로, 미소짓는 입으로 내 몸을 끌어안았다.

“오늘도, 성하 씨를 더 잘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는 다시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더 좋아졌어요.”

내가 아무리 엘리샤를 거절해도, 그녀는 나를 더욱 끌어안았다.
놔주질 않은  계속해서 구애하듯이 몸을 맞대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깊은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가, 며칠 동안은 단 둘이서 이야기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흣, 하읏.”

점점 그녀의 음부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피가 흘러내리는 듯했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애액과 내 쿠퍼 액으로 흘러내려 보낸 지 오래였다.
엘리샤의 신음하는 소리는 점점 커지고, 음란해져 갔다.
그 소리에 나도 같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멈추려고 했던 것도 잊은 채, 그녀가 가슴이 위아래로 출렁거릴 정도로 몸을 흔드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체온을 올렸다.


“성하 씨, 곧 사정할  같아요? 맞죠?”


엘리샤는 계속  표정을 지켜보고 있던 건지, 내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고는 숨을 헐떡이며 말을 걸었다.
아까부터 조금씩 사정감이 몰려오고는 있었지만, 점점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줄은 몰랐다.
움찔거리는 성기를 삼키고 있어서 그런 걸까.
엘리샤는 고개를 떨군 채 몸을 흔드는 데, 정신없이 박아대느라 자신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아앗.”
“저, 저도  것 같아요.”

뭐라 말해야 하는지도 잊은 채 나도 몰아쉬는 숨을 쉬며 엘리샤를 바라보았다.
엘리샤는 헐떡대면서도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나도.”

말리려고 했던 내가 이러는 것도 웃겼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라고 나를 타이르며 그녀의 말에 호응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싶어 자조하는 미소를 지었지만, 엘리샤는 그런 내 호응이 기쁜지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하읏. 으읏.”
“뭐야.”

그렇게 몰려오는 사정감에 참고, 참다가 정액을 토해냈다.
그런데 아무리 싸도 기세가 누그러질 생각이 없었다.
울컥거리며 역류하는 정액이 사타구니를 계속해서 더럽혔다.
여운에 잠긴 채 헐떡이는 엘리샤는 아래 입으로 정액을 꿀꺽꿀꺽 삼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자위를  한다 해도 이 정도 양은 말이  되는데… 아까 엘리샤가 건 마법인가?

“엄청난 양….”

엘리샤는 황홀한 듯이 미소지으며 여운을 즐겼다.
텅텅 비운 것처럼 엄청난 양을 쏟아낸 나는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강제로  번에 다 짜내게 하는 마법인가? 그래도 말이  될 만큼의 양인데.


“성하 씨. 벌써 지치면 어떡해요.”
“이만하면 됐잖아…?”
“이제 한 번이잖아요?”
“다 짜낸  같은데….”

한숨을 내쉬며 엘리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는 아직 끝이 아니라는  허리를 들었다.
아까까지 그녀의 음부에 가려져 있던 성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성기임에도, 엘리샤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으로 만지더니 손에 완급을 주며 부드럽게 만졌다.
주물 거리듯이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번 사정한 성기를 이리저리 만졌다.
이미 사정한 직후라 한 번 기운이 빠지는 것도 당연한데, 엘리샤는 그걸 또 세우겠다고 노력하고 있었다.

“조금 쉬면 안 될까?”
“안 돼요.”

당장 세워야 하는 건지, 엘리샤는 몇  만지더니 영 안 될  같다는 생각에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조금이라도 쉴 틈을 주면 그래도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틈을 주는  싫은  같았다.

“아아.”

여기 사람들은 모두 정력이나 성욕이 장난이 아닌 걸까?
아니면 그냥 내가 평균 이하인 걸까.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너무 피곤하다.
엘리샤는 그런 나를 놔주지 않을 생각인지 마법으로  성기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었다.

“2차전이에요 성하 씨.”
“너무 강제적으로 세우는 거 아니야?”
“제가 마족이 아니라서,  체질로 세울 수는 없잖아요.”
“어…?”

엘리샤는 빳빳이   성기의 끝부분을 어루만지더니 그대로 다시 자신의 음부에 품었다.
체액들이 윤활제 역할을 해서 그런지 꾸득거리는 소리가 났던 처음과 다르게 엄청 부드럽게 들어갔다.
엘리샤가 쓴웃음을 지으며 건넨 말에 갑자기 세라의 일이 기억났다.
그러고 보니, 내가 세우려고 애쓴 것도 아닌데 세라와 하는 동안에는  번도 성기에서 힘이 빠진 적이 없었다.
그런 것도 체질 문제인 건가.

“그래서, 언제까지 하려고…?”
“우리가 저녁밥을 먹을 때까지요.”
“너무 길어, 아직 낮이란 말이야.”
“맞아요. 시간은 많아요.”

그렇게 엘리샤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정신없이 그녀의 몸을 섞었다.




*





“―!”
[성―.]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물속에 잠긴 채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귀에 울리듯이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천천히 뜨자, 세라와 큐라가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성하 님!”
[이제 일어났느냐?]
“어…?”

그새 또 기절했던 건지, 의식이 끊기기  시점까지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았다.
 와중에 아직도 하반신에는 위화감이 느껴지기에,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니 그곳에는 엘리샤가 성기를 목 깊숙이 집어넣고 있었다.
대체 목까지 어떻게 집어넣는 걸까. 그녀의  어디까지 성기를 밀어 넣었는지 보일 정도로 그녀의 목이 두꺼워져 있었다.


“푸하. 깨끗이 해 드리려고 했죠.”
“세라와 큐라는 왜 들어온 거야?”
“큐라 씨가 문을 부술 것 같이 두드리길래….”


해명을 요구하듯이 바라보자, 엘리샤는 성기에서 입을 빼고는 순순히 대답했다.
방에서 너무 안 나오니까 큐라가 힘 좀 쓰려 했구나.
엘리샤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하웁.”하는 소리를 내며 내 성기에 붙은 액들을 빨아먹고 있었다.
대체 저런 건 누가 알려주는 걸까. 왕성에서 저런 걸 알려줄 리는 없을 텐데.
아니, 알려주나?


“성하 님! 어째서 저랑은  안 해주시고!”
[…인간의 짝짓기에는 관심 없지만, 성하를 뺏기는 기분이 들어서  좋진 않구나.]

그렇게 허탈하게 숨을 토해내자, 옆에서는 세라가 팟. 하고 얼굴을 들이밀면서 항의했다.
내가 하자고 꼬드긴 것도 아닌데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큐라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지 [흥.]하고 코웃음 치면서 엘리샤를 도끼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나랑 단둘이 몸을 섞고 있던 엘리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에리? 뭐 하는 거야?!”
“성하 씨 뒤처리 해주고 있었어.”

요리하던 리타마저 방에 들어서서는 엘리샤의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나와 세라의 성교 장면을 보던 때와는 다르게, 엘리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적잖게 받은 듯했다.
엘리샤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다시 숨을 들이쉬기 위해 입을 떼면서 덤덤히 말했다.

“성하! 에리랑 관계를 맺는 것은 약혼 후에  주세요!”

리타는 물에 젖은 손을 손수건으로 닦더니 후다닥 달려와 엘리샤를 떨어뜨려 놓았다.

“아니, 나는 당한 쪽인데…?”
“저를 이기는 사람이 에리 하나 못 떨어뜨려 놓을 리가….”
“에리도 그거 뱉어. 그런  먹는 거 아니야! 폐하께서 알면 우리 다 모가지야!”

리타는 지금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에리의 입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등을 두드렸다.
왜 애들이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금 당장에 내 손목에 걸려있는 마법만 보더라도 누가 그랬는지는  텐데.


“리타.  성하 씨랑 결혼할 건데?”
“어.”

엘리샤는 그런 리타의 걱정과는 다르게 폭탄을 던져댔다.
엘리샤의 입을 닦던 리타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세라는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큐라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아니 나 안 그랬다?”
“이미 아이가 생겼을 거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

당한 건 난데 왜 내가 변명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남은 셋에게 필사적으로 변명하고 있는 와중에, 엘리샤는 멈추지 않고 하고 싶은 말들을 연이어 늘어놓았다.
점점 심상치 않아지는 분위기에 땀이 뻘뻘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네놈. 또 심장이 멈췄었다. 알고는 있나?]


어느새 성하에서 네놈으로 호칭이 격하됐다.
이거 호감도 마이너스 찍으려는 걸까. 참 좋지 않은 시작이었다.
 와중에 나는 의식을 잃은 게 아니라 죽었던 건가.
죽질 않으니 죽는 건지, 의식을 잃었던 건지, 기절한 건지, 잔 건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죽음이 가지는 의미가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러냐.”


뭐라고 해야 하는 걸까.

“성하. 밥 다 됐어요. 좀 먹어요. 에리도.”
“그새 저녁이 됐어?”
“지금 해도  떨어졌는데요?”

죽었다는 말에도 감정이 동요하지 않아 멍하니 큐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리타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방 밖을 가리켰다.
맛있는 냄새가 스멀스멀 몰려오는 게 느껴졌다.
밥을 먹을 시간인가? 하고 창문을 힐끔 바라보자, 꽤 오랫동안 의식을 잃었는지 밖은 깜깜했다.

“오….”
“성하 님!  다 먹으면 저 상대해주세요!”

세라는 그 와중에 다음 차례를 어필하고 있었다.
대체 나를 얼마나 뽑아먹을 생각인 건지, 사람 하나 죽일 정도로 쉴새 없이 해대는 애들만 있는 것 같았다.
 세계 사람들은 다들 서큐버스 정도는 되는 건가?

[어이. 성하.]“왜…?”
[나만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니겠지?]
“저, 저도 안 하는데요?”

그 와중에 큐라도 질투심이 생겼는지, 아니면 소외감을 느끼는 게 싫은 건지  멱살을 잡고 얼굴을 들이밀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위협하듯, 으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게 새하얀 송곳니를 드러냈다.
여차하면 한 번 씹어 먹어버리겠다. 그런 뜻인 것 같았다.
리타는 엘리샤의 입에 묻은 체액을 닦으면서 자신도 하지 않았다면서 목소리를 떨었다.

“아니, 너넨 마력을 섭취해야 하는 애들도 아니잖아?”
[나는 섭취 가능하다만?]
“원래 성교를 통해서 마력을 공유받을 수 있는 건 생물이라면 가능해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진정시켜 보려고 설득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물거품이  채로 흩어져버렸다.
뭐야. 마족만 가능한 게 아니었어?
앞으로의 인생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성하 님. 아까 엘리샤 님이 성하 님의 마력을 받고 정신 잃었던 거 알아요?”
[성하는 그때 의식이 없어서 모를 텐데, 말해서 뭐하느냐.“
”그건, 성하 씨의 마력이 너무 진해서….“


세라는 그 와중에 아까 성교를 봤는지 엘리샤의 모습을 폭로하듯이 말했다.
세라의 돌발 발언에 엘리샤는 부끄러운  자신의 목덜미를 살짝 긁으며 얼굴을 붉혔다.
머쓱 웃고 있는 엘리샤를 두고, 큐라는 내 손목에 걸려있던 마법을 손으로 뜯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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