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episode5. 미카엘 (2)
“저는 성하 씨 생각보다, 성하 씨를 잘 알고 있어요.”
또 한 번 고백의 말을 담은 그녀는 내 대답을 들을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먼저 입을 열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가 싶어 입을 꾹 닫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아까까진 내가 내려다보는 쪽이었는데, 자세와 시야만 바뀌었는데도 이렇게 위압감이 다를 줄이야.
“포기하지 않는 그 눈이 좋아요.”
엘리샤는 사람을 덮치듯이 내 엎드려서 내 어깨를 꽉 부여잡고 내 눈을 뜨겁게 바라보았다.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너무 가까워서, 나도 모르게 몸이 달궈지는 기분이 들었다.
빛을 등진 그녀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졌지만, 그녀의 얼굴도 붉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다른 용사들은 자신이 용사고, 다른 누군가보다 강한 힘을 가졌다는 우월감에 빠져있죠. 그와 반대로 능력이 하찮다고 생각하는 용사들은 풀이 죽어서 자신은 안 될 거라고 비관적인 생각을 해요.”
“그건 나도 똑같아.”
“성하 씨는 능력이 아예 없는 거잖아요. 스테이터스 능력으로 자신의 힘을 쉽게 올려본 적이 있나요? 신에게 받은 자신만의 특이한 능력이 있나요?”
그녀는 다른 용사를 비난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나를 점점 뜨겁게 바라보았다.
엘리샤의 그런 뜨거운 시선이 내 얼굴을 계속해서 데우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도 나도 별다를 것이 없었다.
나 또한 비관적인 생각을 하니까.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버러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괜히 낙오자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을 무렵, 엘리샤는 내 생각을 집어 던지듯 부드러운 손길로 내 얼굴을 만졌다.
스테이터스의 능력은 단순히 내 능력을 수치화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신체 능력이나 마법 능력을 쉽게 올릴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나는, 그게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성하 씨는 지금 동료를 어떻게든 구해서 헤쳐나가려고 하잖아요?”
“그런 말로 나를 띄워줘도, 내가 그만큼의 가치를 지니는 건 아니야.”
한 번 무너진 자존감은 회복되기 어렵다.
나도 내가 비관적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원래 세계에서도 줄곧 있는 일이니까.
눈을 돌리려 해도 어느새 내 눈앞에 가져다 놓은 현실에 눈을 돌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주한 순간 내 자존감은 어느새 깎여나가 언제 무너져도 모를 모래성처럼 위태로웠다.
그리고, 이 세계에 온 순간 나는 몇 번이고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닥뜨렸다.
“괜찮아요. 성하 씨. 제가 당신의 가치를 잘 알아요.”
눈살을 찌푸렸다. 곧장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참으려 애썼다.
그런데 그녀는 내게 그런 말을 해놓고 내 몸을 살짝 들어 올리고선, 끌어안았다.
엘리샤는 착한 걸까. 고백에 긍정적인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엘리샤와 이야기 하고 있으면 정말 그녀가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만의 능력인 걸까? 정말 안심되는 목소리였다.
겨우 참고 있던 눈물이 그녀의 위로에 바로 터져 나왔다.
“읏.”
목소리를 삼키며 눈물을 뚝뚝 흘려보냈다.
그녀에게 안긴 채 나는 그녀의 로브를 내 눈물로 적셔나갔다.
세상에는 나를 위하는 사람이 하나 없어서 정말 차가운 세상이라고 느꼈다.
그런 세상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내 눈물을 터뜨릴 줄은 몰랐다.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랑 있으면 정말 이해받는 기분이 들었다.
몇 년이고 같이 지낸 깊은 사이인 것 같았다.
“너는 대체….”
“말했죠? 저는 당신을 잘 알고 있다고.”
그녀는 그새 또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결과 중심적인 사회에서, 노력하는 것 따윈 누구나 할 수 있다며 비웃던 목소리들이 생각난다.
아무도 내 고생에 귀 기울여주진 않는다. 그런 것쯤은 알고 있고, 왜 그러는지도 알고 있었다.
정말 노력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걸.
그래도 누군가가 내 노력을 알아준다고 말하며, 인정한다고 말해주니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오늘은 각오하세요. 좋다는 소릴 들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니까요.”
“어?”
그렇게 마음이 풀어질 무렵, 그녀는 나를 벽을 기대앉게 한 후에 자신의 옷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무슨 소릴 들은 거지. 뭘 멈추지 않는다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무섭게 그녀는 내 옷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손의 감촉이 배에 닿자 몸이 움찔 떨었다.
“자, 잠깐만…? 한 나라의 왕녀라며? 공주라며?! 이래도 되는 거야?”
“어차피 전 성하 씨랑 결혼할 작정으로 이러는 건데요?”
“내가 마왕을 못 잡으면 어떡할 건데?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어떡할 건데?”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기정사실 하나 만들어두면 원래 세계로는 못 돌아가요.”
엘리샤를 필사적으로 말리려고 손을 뻗어봤지만, 그녀의 힘에 완전히 막혔다.
아니 왜 나는 마법사보다 힘이 약한 거지? 엘리샤도 스테이터스 능력이 있는 건가?
그렇게 잡힌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 그녀는 혀로 윗입술을 핥으며 손을 더 깊숙이 집어넣었다.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어떻게든 말려보려고 했지만, 엘리샤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내 몸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기정사실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아이 만들어서 도망 못 치게 한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더니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거 하반신을 함부로 놀리면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늘었다. 이런 세계에서는 콘돔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피임약도 구하기 힘들거나, 구할 수 없을 텐데.
그러고 보니, 세라는 어떡하지. 마족이랑 인간은 아이를 가질 수 있나? 종족이 달라서 안 되나?
“지금은 다른 아이 생각은 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까요.”
“어어? 바지 잠깐만, 아니 공주가 왜 이렇게 남의 옷을 잘 벗겨?!”
익숙한 듯 자연스러운 손놀림에 당혹스러웠다.
뭐야, 경험잔가. 요새 이세계는 약간 오픈마인드인 걸까.
“성하 씨에 대해선 뭐든 잘 알죠.”
“얼버무리지 말고?! 아아아아! 바지 내리지 마!”
“소리쳐도 괜찮아요. 방은 문 닫으면 방음처리 되거든요.”
“너 솔직히 남자 경험 있지? 많지?”
“저요? 성하 씨 말곤 없죠.”
“무슨 소리야 그게…?”
엘리샤는 자신의 물 흐르는듯한 동작으로 내 옷을 벗기면서도, 내 질문을 얼버무리려 했다.
이런 걸 묻는 건 원래 실례라는 건 알지만 나는 남의 여자 안는 취향은 없다.
애초에 세라랑 한 게 처음이었달까.
그보다 진짜 허리띠도 풀려서 무릎까지 내려가 버렸다. 위험하다 싶어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몇 번이고 질문했다.
하지만 엘리샤는 자연스럽게 쳐내면서 내 바지를 끝까지 내렸다.
난 세라말곤 해 본 적이 없는데, 나 말고 경험이 없다는 게 대체 뭔 소리야.
“후후, 그래도 처음에 흥분해서 그런가, 조금 딱딱해진 것 같은데요.”
“만지지 말아 줄래? 우리 말로 하자….”
“육체적 대화로 하죠. 시간은 많아요.”
“어어? 그런 뜻이 아닌데?”
“‘엘리샤가 좋아. 사랑해.’라고 말할 때까지 놔주지 않을 거니까요. 문도 잠갔어요.”
그녀는 요망한 미소를 지으며 핏기가 도는 내 성기에 손을 댔다.
그녀를 말리려고 말을 해도 들을 생각도 안 하는 데다가, 내가 힘으로 밀쳐내기엔 힘이 역부족이었다.
왕녀가 쓰는 집이랍시고 방의 문을 닫으면 방음처리가 되는 데다가, 방금 문까지 잠그는 바람에 내가 도움을 받을 확률은 현격히 낮아졌다.
“이건, 고백이 아니라 통보 아니야…?”
“통보라뇨. 고백이에요. 다른 남자랑 잔 적 한 번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성하 씨 외엔 안 하기로 다짐했으니까요.”
“으아아.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기정사실이면 애를 가진다는 거잖아?”
“맞아요. 그러니까 듬뿍 주세요.”
말이 안 통한다. 내가 말리는 데도 더 이상 들을 생각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미 내 속옷까지 벗기고서 황홀한 눈으로 내 성기를 바라보며 만지고 있었다.
그녀는 수족냉증이라도 있는지, 서늘한 촉감으로 내 성기를 부드럽게 만졌다.
“바인드.”
“엇?!”
내가 계속 손으로 쳐내려고 하는 게 귀찮았는지, 그녀는 예비용으로 들고 있던 15센티 정도 되는 길이의 지팡이를 꺼내 주문을 읊어 내 손을 묶었다.
졸지에 속박되어버린 내 손이 그대로 벽에 고정되었다.
벌 받는 것처럼 들어 올린 손이 더 이상 엘리샤에게 닿는 일이 없어지자, 그녀는 이제야 조금 편해졌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성기를 입에 댔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거슬리는지 한쪽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성기를 쪽쪽 빨았다.
“아아. 잠깐, 읏. 그, 그러지 마. 한 나라의 왕녀라며?”
“왕녀도 사랑은 할 수 있잖아요? 설마 진짜 아이 없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그런….”
“그런 성하 씨에게 벌이에요.”
그녀는 혀로 귀두를 핥으면서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니, 그렇게 쳐다보면 더 딱딱해지는데.
내가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말리려고 하니, 그녀는 괘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팡이를 다시 쥐었다.
그리고선 뭔가 영창을 하더니 내 성기에 대고 무슨 마법을 걸었다.
“뭐, 뭘 한 거야?”
내가 무서운 마음에 말을 걸어봐도, 그녀는 대답해주지 않은 채 계속해서 영창을 시작했다.
그리도 이번에는 자신의 배에다가 대고 마법을 걸었다.
한 차례씩 내 아랫배와 그녀의 아랫배에 노란빛이 일었다.
“초탄 명중하는 마법이요.”
그렇게 할 일이 다 끝났다는 듯이 지팡이를 내려놓은 엘리샤는, 아까 내가 던진 질문에 상쾌하게 대답했다.
왜 이세계가 중세에서 못 벗어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마법이면 다 되는 세곈데 뭐 하러 굳이 발전할까.
콘돔이나 피임 필요하면 마법으로 걸어달라고 하면 되는 세계구나.
그런데 이미 초탄 명중이네 뭐네 선언한 엘리샤가 그런 마법을 걸어줄 리 없었다.
“마법을 배우는 건 참 어렵단 말이죠.”
“그런데 이런 마법을 배웠어?”
“이날을 위해 준비했으니까요.”
엘리샤는 허리를 들어 자신이 사타구니를 내 성기에 비벼댔다.
부드럽게 겉에 닿는 감촉에 성기가 계속 움찔거렸고, 그때마다 그녀는 기분 좋다는 듯이 조금 더 부드럽게 움직였다.
옆에서 보면 삼각형을 그리는 것처럼 허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앙다문 그녀의 음부에 일어난 균열 사이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촉감이 느껴졌다.
잘 모르다가도, 귀두에 한 번씩 걸릴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내달리는 기분이었다.
“어때요? 조금 기분 좋죠?”
“아니, 그, 읏.”
“아까보단 저항이 덜 하시네요.”
그녀는 자신의 앞섬을 풀어헤치고 가슴을 내보였다.
옷을 입은 듯, 안 입은 듯 걸치기만 하고, 중요 부위는 하나도 가리지 않은 반라 상태였다.
자꾸 그런 모습을 보이면 고자가 아닌 한 천천히 누그러지게 될 것 같았다.
몇 분간 비비던 그녀는 아직 때가 아닌지 자신의 손으로 음부를 쑤시기 시작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나고서야 다시 몸을 밀착시켰다.
“후아. 맨날 처음이 떨리네요.”
“읏. 잠깐만, 아직 덜…”
“끄읏?!”
기승위 자세로 다리로 몸을 지탱하던 엘리샤는 자신의 음부를 벌린 채 내 성기와 위치를 맞추고 있었다.
이제 좀 젖었다 싶은데, 벌써 넣으려고 하다니 무리일 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말리려는데, 그녀는 내 말도 들으려 하지 않고 그대로 다리에 힘을 빼고 푹 눌러앉았다.
당연히도 덜 젖었는데 넣으니까 뻑뻑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체중을 실어 앉는 바람에 뿌득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끝까지 들어갔다.
뿌리까지 삼킨 그녀의 배는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하으윽.”
음부가 뿌득거리며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해내는 와중에도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얼굴을 붉히며 신음소리를 흘렸다.
아니 고통에 신음을 흘리는 건가?
“이제, 하나가 되었네요?”
엘리샤는 새하얀 이를 씩 보이며 웃었다.
그러고는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내 눈을 마주했다.
천천히, 그리고 나긋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선 허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뻑뻑한데도 억지로 움직이려고 하는 그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지만, 엘리샤는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흔들었다.
엘리샤는 자신이 아프면서도, 나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에 더 기뻐하는 것 같았다.
고통에 젖어있는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풀려가면서 이내 황홀한 표정으로 바뀌어 갔다.
“읏.”
꽉 조이는 감각에, 귀두가 자극될 때마다 신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당장이라도 쌀 것 같아서 위험했다.
깊게 숨을 토해내며 엘리샤의 모습을 바라보자, 엘리샤는 눈이 맞은 순간 바로 눈웃음을 짓고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성하 씨. 입 벌려요.”
“어?”
숨결이 닿을 만큼 얼굴을 들이댄 엘리샤는 가까이서 내 눈을 빤히 바라보더니 혀를 내밀었다.
순간적으로 놀라서 얼빠진 소리를 내느라 입을 벌린 틈을 탄 엘리샤가 혀를 밀어 넣었다.
“흡.”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나도 모르게 그녀가 혀를 섞는 대로 혀를 맞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