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episode4. 승급심사 (9) (29/98)



〈 29화 〉episode4. 승급심사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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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야?”

엘리샤의 힘에 어쩌다 끌려온 곳은 자주 가던 여관이 아닌, 어느 한 주택이었다.
사람이 살 것만 같은 건물 앞에 선 엘리샤는 계속  팔짱을  채로 끌고가려고 했다.
리타는 알고 있다는 듯이 묵묵히 앞으로 걸어가 문을 살포시 열었다.
애초에 왜 열쇠 넣는 곳도 없는 건데.

“신기하죠? 문이 마력 감지로 열리는 게?”
“그런 게 가능해?”

완전 최신 기술이잖아.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도어락이 있으면 있었지, 홍채 인식이라던가 지문 인식을 기본적으로 달고 있는 집은 없었다.
이렇게 집주인 설정을 해두고 마나를 주입하는 것으로 문을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니 정말 신기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하게 보이는 목재로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문을 쓰다듬었다.
사락. 하고 평범하게 마찰음을 내는 나무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내가 갖고 있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걸까. 이건, 모험가 카드와 같은 재질의 목재였다.


“이거, 모험가 카드랑 같은…?”
“역시 성하 씨에요. 한 번에 알아보시네요.”

조심스레 나무의 정체를 입에 담자 그녀는 손뼉을 가볍게 치며 내 대답에 호응했다.
먼저 문을 연 리타는 먼저 들어가더니, 어서 오라는  고개를 내밀었다.


“리타. 이런 곳을 알았으면 미리 말해주지 그랬어?”
“여기는  것이 아니니까요. 에리 거에요.”
“맞아요. 여긴  거니까 마음대로 쓰셔도 돼요.”

그런 리타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들어 새삼 건물의 크기를 눈으로 새겼다.
허탈한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허, 하고 숨을 토해내며 리타를 불렀지만, 리타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명쾌한 답변을 하고는 문을 활짝 열었다.
엘리샤는 그런 리타의 말에 대답하듯이 내 팔을 붙잡은 채로 집에 발을 들였다.


“우와! 여관보다 훨씬 좋아요!”
[좁구나.]

길진 않지만, 여관에서만 잤던 세라는 기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안을 돌아다녔다.
총총 뛰어다니는 모습이 정말 어린애 같아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 반면에, 거대한 몸집 탓에 산 일부를 집으로 삼던 큐라는 코웃음을 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애초에 드래곤의 몸집으로 잘만한 곳을 만들기는 기술적으로 무리였다.
그러니까 둥지라고 하는 임시적인 거처를 만드는 거겠지.

“큐라 씨. 여기서는 변신하면  돼요?”
[알고 있다. 걱정하지 마라. 실수로라도 변신하는 일은 없다.]
“그럼 다행이에요.”

엘리샤는 집주인으로서, 큐라에게 당부하듯 말하자, 큐라는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여기서 드래곤으로 변신하면 우리는 꼼짝없이 압사하겠지.
옆집에도 피해를 주기 싫으면 그녀에게 그 점을 확실히 인지시키고 타일러야 했다.
엘리샤가 큐라와 세라에게 몇몇 유의사항을 말하기 시작하자, 나는 겨우 그녀에게서 자유로워질  있었다.


“성하. 괜찮은 것 같나요?”
“뭐가?”
“이번 거래도 그렇고, 이번 집 말이에요.”
“그러게. 거래는 너무 많이 가져온  아닌가 싶고, 집은 엘리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 집은 화톳불을 지피는 곳도 있었다. 어쩐지 굴뚝이 있더라니.
2층이라 그런지 구석에는 계단이 있었고, 아래는 방이 두 개는 있었다.
화장실이랑 욕실은 분리되어 있었고, 창고도 있는  같았다.
그럼 위층에 방이 더 많은 건가.
천천히 집 내부를 둘러보고 있을 때쯤, 리타가 옆에 슬쩍 붙어서 말을 걸어왔다.
나보다 키가 큰 그녀는 나랑 눈을 맞추고 싶은 건지 허리를 약간 숙이고 있었다.

“근데… ‘미카엘’이 뭐냐?”
“아. 오늘 이야기에 나왔던 마검이요? 저도 마법사협회에서 얼핏 들은 것밖엔 없는데….”

돌아오는 길이 꽤 험난했더니, 길드에서 뭔가를 얻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래. 마검이 있었지. 싶어 그녀에게 그 존재를 물어보자, 리타도 잘 모르는지 확신하진 못한다는 듯 운을 띄웠다.
뭐 그거라도 어디야. 라는 생각에 침묵으로 그녀의 다음 말을 재촉했다.

“검 자체에 마법이 부여된 특수한 무기인데요. ‘미카엘’의 경우에는 빛의 날을 만들  있다고 해요. 그 외에는 극비사항이라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어요.”
“빛의 날이면 검으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거야?”
“그렇죠. 대신 소유자에게서 엄청난 마나를 뽑아간다고 해요.”
“마력만 있었으면 내가 썼겠네.”

리타의 설명을 듣고 나니, 뭔가 만화에서 본 듯한 연출이 생각나서 탐이 났다.
하지만 소유자의 마나를 뽑아간다는 말에 바로 희망을 접었다.
마나를 뽑아간다는 것은 마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의미했다.
역시 마력이 없는 나는 뭘 제대로 탐내지도 못하는구나. 한숨만 나올 따름이었다.
내 손에 마검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마검이 바로 애물단지로 변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럼 리타나 큐라가 쓰면 되겠네.”
“성하 씨. 그런 생각 하고 있었어요?”
“아니, 아니야. 탐내고 있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쓸 수 있는 사람이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성하. 전 너클이  몸에 맞는걸요? 사실, 지금은 성직자로 포지션을 바꿔야 할 판이지만요.”


엘리샤는 그새 세라와 큐라에게  말을 전부 끝냈는지, 리타와 하던 말을 듣고서 음흉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능글거리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엘리샤를 보니 자연스레 변명이 나오게 된다.
엘리샤의 눈을 보면서 어버버. 하듯이 말을 이어나갔지만, 옆에서 리타가 손을 휙휙 저으며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마검? 이 몸은 그런 조잡한 무기 따위 필요 없다.]


엘리야의 뒤를 살포시 따라온 큐라는 관심 없다는 걸 온몸으로 표하듯, 따분한 표정과 목소리로 무심하게 대답했다.
엘리샤는 리타와 큐라의 대답을 듣고는 싱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날도 없는데, 둔기도 아니고 봉을 무기로 쓴다는 것은  이유가 있는 거겠죠? 걱정하지 마세요. ‘미카엘’은 날에 이물질 같은 것도 묻지 않고, 날이 상하지 않으니까요.”
“엇. 그 말은….”
“맞아요. 성하  거에요. 뭐, 빛의 날은 마력이 있어야 쓸 수 있지만, 그런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기본적인 검은  수 있으니까요.”
“고, 고마워….”


봉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내 속내를 그리 쉽게 들키는 건지 속이 찔려왔다.
그녀는 포근한 목소리로 안심하라는 듯이 마검 ‘미카엘’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말하면 말할수록 그녀는 내게 검을 맡길 거라는 것을 분명하게 표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쐐기를 박은 엘리샤는 새하얀 이가 보이도록 미소를 지으며 내 가슴에 톡. 하고 손을 얹었다.
정말 검을 쓰는 것이 로망이었는데, 이렇게 내가 쓸 수 있는 검을 얻게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몇 번 사용하면 피와 살갗으로 뭉툭해지고, 날이 상하는 일반적인 검과는 다르게 내가 마법을 써서 보호하지 않더라도 보호가 되는 검이 내 손에 쥐어질 줄이야.
나는 진심으로, 마음 깊이 감사하며 입술을 떨었다.

“그렇게 고마우면 한  안아줄래요?”
“자. 이러면 됐지?”
“…거리낌 없는 분이시네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샤는 구태여 한 번  표현해달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내 옷자락을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몇 자루 안 되는 마검을 구해다 줬는데, 그거 하나 못 해 줄까.
나는 그렇게 비싸게  필요도 없었으니 눈 딱 감고 엘리샤를 품에 안았다.
나보다 큰 리타나, 나보다 훨씩 작은 세라보다는 감각이었다.
160센티는 되어 보이는 딱 자주 보이는 그런 평균적인 키의 여성을 안는 것은 처음이었다.
큐라는 안은 적 없으니 논외로 치고, 리타도 목을 졸랐을 때였으니 논외로 쳐야 하나.
아무튼, 순전히 끌어안았다는 사실을 의식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엘리샤는 장난으로 던진 것이었는지,  행동에 당황한 듯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품에 안긴 채 말했다.

“미안. 너무 고마워서 그랬어.”
“아니에요. 저도 두근두근했어요.”


내 가슴에 머리를 가까이 대고 있던 엘리샤는 역시  심장 소리가 들렸었나 보다.
엘리샤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도 부끄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았다.

“너무 스킨십이 잦은 게 아닌가….”

그런 엘리샤의 모습을 보던 리타는 뭔가 곤란하다는 듯이 머뭇거리면서 입을 조심히 열었다.
뭐, 나도 그 말에는 동의한다. 어제 만난 것 같은데 스킨십 빈도만 보면 벌써 연인 사이나 다름없었다.
자연스레 팔짱을 끼질 않나, 몸에 손을 대지 않나.
이 정도면 몇 년은 알고 지낸 연인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약혼자가 나랑 비슷한 상판을 하고 있다거나.
여러 가지 추측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하. 나도 안아다오.]
“갑자기?”
[저 보라 머리도 하는데, 나라고  할 것이 있느냐?]
“저도 큐라 씨라고 해주는 데, 큐라 씨도 절 엘리샤라고 불러주시겠어요?”
[…알았다. 기억하도록 하지.]


멍하니 서 있을 때쯤, 큐라가 뒤에서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슥 돌아보니, 큐라는 양손을 활짝 벌리면서 어필하고 있었다.
대체 뭔 상황이지 싶어 되물었지만, 이유는 그냥 엘리샤가 해서. 였다.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매고 있자니, 엘리샤가 자신을 보라 머리로 부른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새 호칭을 정정했다.
 뒤로 리타와 세라도 자신의 머리 색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달라면서 “저는 세라에요!”, “저는 리타입니다.” 라고 자신의 이름을 어필하고 있었다.


[엘리샤. 세라. 리타. 됐지? 이제 그만해라! 성하도, 이제 나를 안아다오.]
“자아.”

큐라는 빠르게 그녀들의 이름을 연호하고는 귀찮다는 듯이 팟, 하고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다시 양팔을 벌려 내게 안아달라고 어필했다.
결국, 얼버무리기도 힘들어 몸을 살짝 숙여 그녀를 안았다.
세라와 비슷한 체형인 듯하면서도, 키나 체형이나 세라보단 조금 컸다.

[…….]

양팔을 큐라의 등에 두르고 꼬옥 안아주자, 큐라는 아래턱을 부르르 떨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뭔가 울먹이는 걸까. 궁금했지만, 묻지 안은 채 그녀를 품에 끌어안아주었다.

[누군가와 맞닿아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일 줄은 몰랐다.]

그렇게 몇 초 있었을까.
큐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한 마디가 내 마음을 찢는 것 같았다.
부모에게도 버려진 그녀가 누군가의 품에 안길 리가 없었고, 그 온도를 알 턱이 없었다.
그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니, 그녀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성하 님! 저는 벗고 안아주세요!”
“어?”
[어?]


슬퍼 보이는 하프 드래곤을 꼬옥 안아주고 있을 때쯤, 갑자기 세라가 돌발 발언을 해왔다.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이미 알고 있던 리타는 눈을 잠깐 크게  정도였지만, 엘리샤와 큐라는 그렇지 않았기에 새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벗고…?”
“아니, 마족의 또 다른 식사 방법이랄까….”
[…나도. 그러고 싶다. 성하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


엘리샤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해 조심스레 말을 꺼냈지만, 큐라는 옆에서 불을 지피듯 자신이 두르고 있던 로브의 단추를 풀었다.
습, 이 녀석들 진도가 상당한데?  세계에선 이게 원래 속도인가 싶을 정도로 스킨십의 속도가 빨랐다.
세라는 그나마 정당성이라도 있었지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자, 잠깐만.”

생각해보니, 큐라는 잠시나마 몸을 가리기 위해 로브만 두르고 있는 상태였다.
큐라가 로브의 단추를 푼 순간에 그녀의 나신을 가리고 있던 노란 천이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보이는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과, 하얀 속살이 눈에 들어왔다.


“큐라 님! 대낮부터 그러시면….”
“성하 씨!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건가요?!”
“아침에 하는 것 아니었어…?”


큐라가 벗은 로브를 주워 다시 큐라에게 씌워준 리타가 있었다.
그리고 세라의 발언에 충격을 받고, 큐라의 행동에 불이 지펴진 엘리샤는 당황한 목소리로 나를 추궁하듯이 물어왔다.
그리고 세라는 또 아무런 생각이 없는지 폭탄 발언을 던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마왕이고 뭐고 간에 단명할 것 같았다.
어쩌다 이런 애들만 파티에 영입했는지 나 스스로도 모를 지경이었다.
나는 축구나 야구 감독했으면 구단 말아먹을 상이었을  같았다.


“성하 씨. 설명해주세요!”
[놔라! 성하랑 더 안고 싶단 말이다!]
“아, 안 돼요. 큐라 님! 적어도 옷은 입고…!”
“성하 님. 저도 안아주세요?”


혼잡하다. 마왕을 잡기 위해서는 실력 좋은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많으니까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었다.
밤이 되기는 아직 멀었는데, 그 때까지 어떻게 버틸지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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