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episode3. 소동 (6) (19/98)



〈 19화 〉episode3. 소동 (6)

*

잠시 시야가 어두워졌었다.
기절했던 걸까, 죽었던 걸까. 의식을 잃으니 그 경계가 더 모호해졌다.
이럴 때는 상대의 반응을 보면 어느 정도  수 있다. 아니 기절하든 죽든 반응은 똑같으려나.

“하읏. 흐읏!”

미친 건가. 내가 한 번 쓰러진 사이에도 저렇게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대다니.
성욕이 굉장한 건지, 마나 중독인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세라는 열심히 허리를 흔드느라 내가 한 번 쓰러졌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 듯 성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갔더라, 그런 셈은 무의미해질 정도로 많이 쥐어짜였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내가 성기가 너무 고통스러운 것이  증거였다.


“자, 잠깐만.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니야?”
“조, 조금만 더요. 흐읏.”


아무리 재촉해도 나는 일반인이고, 짜낸다고 짜내는 만큼 나올 리가 없다.
속박된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해서 말로 타이르려 했지만, 세라는 들을 생각이 없는지 침을 질질 흘리면서 행위에 몰두하는 중이었다.
섹스를 방금 알려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아까보다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저, 끝났으면, 슬슬 나오세요. 점심이에요.”
“리타?! 구, 구해줘!”
“…하아, 자업자득이에요. 폭식하는 애한테 쉽게 밥을 주니까 그런  아니에요.”
“이히히, 배도 볼록해졌어.”
“아앗, 읏. 잠깐만…!”

벌컥하고 문을 열고 들어온 리타는 나를 한심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안다. 뭐  번 해보겠다고 세라랑 이러고 있는 꼴이 한심하다는 것을, 그렇다고 해도  번 정도는 구해줄  있는  아닌가 싶었다.
뚱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리타는 못  체하기로 했는지 고개를  돌리고는 자신의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묵인을 받은 세라는 더 신이 난 건지 정액을 하도 먹어서 볼록해진 배를 만지며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힘들어! 잠깐만.”
“성하 님! 성하 님!”

대체 이건 뭐로 만들었길래 이리 단단한 것일까.
손발을 꽉 고정한 그림자를 어떻게 풀어보려고 해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제길.
딸도 이렇게 많이 쳐본 적이 없는데, 기절할 때까지 섹스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일어나서도  놔주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멈추라고 말을 해봐도 세라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지 내 이름을 몇 번이고 부르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이상 나올 게 있나 싶을 정도로 이미 하반신은 정액과 애액으로 흥건했다. 처음에는 피가 좀 흐르나 싶었는데, 그런 게 있었냐는 듯이 이제는 백탁액과 질척거리는 애액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어휴. 뭐, 성녀로서는 저도 이런 걸 보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저는 제대로 된 성녀는 아니니까… 구경 좀만 할게요.”
“리타. 세라 좀 말려줘…. 나 힘들어.”
“마나가 모자라다잖아요. 어제부터 굶었대요.”
“어제 안 굶겼어…   번이나 줬잖아?”


리타는 말리기는커녕 자신의 짐 옆에 터를 잡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하긴 리타가 제대로 된 성녀였으면 지금쯤 마족이랑 몸 섞는다고 즉결처형시키지 않을까. 화형은 싫으니까 다행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래, 차라리 복상사가 낫지.
그래도 억울하다. 얘한테  많이 줬는데 얘가 주는 족족 다 써먹어 버리는 걸 어떡하란 말인지 모르겠다.

“성하 님. 잘 먹었어요.”
“…이제 좀 놔줄래?”

숨을 헐떡거리며 허리를 흔들던 세라는 마지막까지 쥐어 짜낸 정액을 음미하듯 느끼고 있었다.
분명 처음 시작할 때는 들어가지 않던 부분도 지금에 와서는 다 삼킨 채로 여운을 느끼는 것이 보였다.
대체 얼마나 했길래 질이 풀어져서 들어가는 건지 물어보기도 무서웠다.
이제야 만족하는 건지 세라는 “햐.”하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음부에서는 정액이 천천히 역류하고 있었다.
드디어 끝났다. 천천히 내 손발을 푸는 마법이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



다리가 후들거린다.
체력도 안 되는 주제에 그 이상을 짜였으니 체력이 남아날 틈이 있나.


“성하 님. 원래 이렇게 약해요? 처음에 봤을 땐 셌는데.”
“성하는 원래 실전 파라서 그래.”


봉을 지팡이 삼아 겨우 걷고 있는데, 리타와 세라는 앞에서 서로 하하호호 떠들어댔다.
혼내고 싶어도 지금은 힘이 부친다.
내 무기가 봉이라서 지팡이로 쓸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세라, 근데 안 흘러내려?”
“저요? 이거, 붕대로  감아서 그런지 흘러내리진 않아요.”

세라는 자신의 자궁이 있는 위치를 톡톡 치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뭐 그리 소중한 걸 담았다고 저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흘러내리지도 않게 붕대로 싸맨 꼴을 보면  모르겠다. 뭐 낙타처럼 아껴뒀다가 마나를 흡수하는 방식인가 싶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여관을 빠져나와 광장으로 도착했다.
어젯밤, 내가 벌여놓은 일을 치운 것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
내가 기절한 사이 누군가가 죽은  아니라면 사망자는 없을 것이다. 그 사실에 안심하고 광장에 만들어진 단상을 올려다 보았다.

“우오오! 공주님의 행차시다!”
“와아아아!”


단상에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장착한 병사들이 철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단상 주변을 둘러쌌다.
그리고는 예장을 차려입은 몇몇 기사가 우아하게 허리춤에 있는 칼을 뽑아들며 주변을 경계했다.
역시 공주라 그런지 바깥에 나을 때, 이 정도 호위는 당연한 건가 싶었다.
공주를 태우고 온 듯한 마차를 보아하니 때깔도 곱고 무슨 문장도 새겨져 있었다.
공주가 타는 마차와 호위 마차 등 뭐 여러 가지로 많이 끌고 왔다.
병사와 기사들이 너무 많은 데다가, 나보다 먼저 온 사람들 탓에 공주님의 모습이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저 아쉬울 뿐인지라 그냥 어디  쪽에 앉아 있기로 했다.

“리타는 보상을 받아 온다고 했던가?”
“네. 좋은 것으로 받아 올게요.”
“그럼 난 세라랑 이쪽에 앉아 있을게.”


공주님 얼굴 좀 보자고 인파를 뚫고 가기도 좀 무서웠고, 다른 쪽으로 돌아가자니 주변을 경계하는 병사들에게 쫓겨나는 것은 더 싫었다.
리타는 알아서 보상을 받으러 갈 테니, 주변의 턱을 하나 찾아 앉았다.
로브를 뒤집어쓴 세라에게 손짓하자 리타 옆에 붙어있던 세라가 총총 걸어와  옆에 앉았다.
이렇게 보면 그냥 어린아이 같은데, 소악마 같은 면모가 있다.

“B급 하이오크 토벌자가 있다고 합니다!”


길드마스터의 목소리에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서는 알아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하이오크에게서 죽을 뻔했던 사람들과 그 주변에서 싸우던 사람들의 목소리일 것이다. 멀리 있어도 들릴 정도라니, 대답했다.
S급 모험가인 리타는, 웅성거리는 소리보다 더  갈채를 받으며 단상으로 걸어나갔다.


“성하 님, 괜찮아요?”
“아니, 안 괜찮아. 적당히 먹어야지. 아무리 살 안 찐다고 해도 폭식은 금물이야.”
“마나는 과다복용할수록 강해진다구요. 성하 님 덕에 저 며칠 사이에 엄청 세졌어요!”


리타가 올라간 단상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옆에서 세라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내 걱정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눈길을 세라에게로 돌리니 세라는 히히 웃으며 한쪽 손을 내밀었다.
뭔 소린가 싶어 눈길만 줬는데, 세라는 마주 잡으라는 듯이 내 손을 잡았다.


“뭐야.”

세라는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분명 약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 며칠 새에 완력까지 오른 듯했다.
터무니없는 강화 방식에 얼빠진 소리가 튀어나왔다.
설마 나만 쉽게 강해지는 방법이 없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성하 님. 지금 제가 마나를 얼마나 먹었는지 궁금해요?”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내며 미소지은 세라는 어딘가 즐거운 듯이 팔을 뻗었다.


“저어기, 단상까지 덮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먹었어요.”

그리고서 혀로 윗입술을 가볍게 핥았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등이 오싹해졌다.
세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단상을 보니 리타는 어느샌가 기사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멀어서 잘 들리지 않지만,  사이에서 공주님이 제지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니 금방 끝난 것 같았다.
대체 무슨 보상을 말했길래 저기 옆에서 길드마스터가 쩔쩔매고, 기사가 화를 내는 걸까.


“세라, 이제 아껴먹어. 내일까지 그걸로 버텨.”
“으앗. 너무해요! 하루에 한 번은 주셔야죠!”
“한 번이 아니잖아! 야!  진짜 많이 짜냈어. 나 지금 텅 비었다고! 아직도 아파!”
“그치만, 성하 님의 마력이 중독적인 걸 어떡해요. 게다가 먹는 방법도 기분 좋았고.”
“…조용히 하자.”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니 뒤편에서 공주님을 보려고 까치발을 들던 사람들도 시선을 이쪽으로 향했다.
이 조그만한 세라랑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의심의 눈초리로 바뀌었다.
따갑다. 더 이상 이런 시선을 받고 싶지는 않았기에 세라의 입을 틀어막고 다른 사람들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연신 숙였다.
그냥 못 들은 체해 달라는 내 간절함이 통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람도 다시 관심을 끄고 공주님을 보러 고개를 돌렸다.



*


많은 시간이 흐르고, 어젯밤 전투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이 원하는 보상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공주님이  연설하는 듯했지만, 듣지 않았다.

“왔어? 보상은 뭐 받았어?”
“아, 보상이요? 지금은 없어요.”


빈손으로 온 리타의 주변을 바라보며 보상을 물었지만, 그녀는 빈손을 펼치며 미소지어 말했다.
대체 뭘 말했길래 지금 당장 받지 못한 걸까. 지위 같은 걸 말했다면 그녀가 빈손인 것도 설명이 되었다.


“그럼 뭘 말했길래 기사랑 싸운 거야?”
“아, 그게… 공주님을 빌려달라 했거든요.”
“…미쳤구나.”


기사가 화낼 만도 했다. 뜬금없이 공주님을 동료로 데려올 생각을 하다니, 중간에 사람들이 소리치던 것은 그 때문이었나보다.
아무리 S급 모험가가 있다곤 하지만, 낙오자가 있는 파티에 들어가는 것에 반발하는 사람도 많겠지.
리타가 지금 나와 파티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 반발은 당연히 거세졌을 터다.

“근데, 성공했어요.”
“어떻게?!”
“어렸을 때부터 셋째 공주님이랑은 친했거든요.”
“넌 참….”


그럼 그렇지. 하고 넘어가려던 찰나 리타는 싱그럽게 웃으면서 폭탄을 떨구었다.

“마법에는 조예가 깊으신 분이니 마법사로서도 충분히 도움  거에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공주님이 내 파티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다른 용사들에게 반발심을 일으키게 할 소재가 아닌가.
나는 웬만해서 다른 용사들과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았다.
생존권을 앞다투어 싸우는 와중에, 낙오자로 불리는 내가 생존권 싸움에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아니꼽게 보일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늦었네요.”

그렇게 부드럽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사라 그런지 단단한 갑옷은 없었다. 간결하면서도, 유려한 복장을 한 여성이 자신의 키만 한 고급 지팡이를 탁 짚었다.
바닥에 앉아 있느라 잠깐 떨어져 있던 시선이 점점 그 사람의 모습을 타고 올라갔다.


“어.”

나는 그 모습을 알고 있다.
누군지, 알고 있었다.


“너는,”
“성하! 아무리 성하라지만 공주님에겐 예를 갖추세요!”

리타의 외침은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얼빠진 눈으로 그녀의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말문도 막힌 채  분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녕.”


연보랏빛의 머리카락, 사람을 잘못 보기 힘들었다.
떨리는 입을 꽉 깨문 채로   동안 침묵을 유지하자 그녀의 입에서는 가벼운 인사가 건네져왔다.
그런데, 그녀는 소환자가 아니다. 공주라고 하지 않았던가.

“미안해. 나 때문에 죽었었구나.”
“아니,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게 아니야.”

소환자가 아니라면 환생자일까. 아예 이 세계에서 살아갈 기회를 받은 사람.
그녀를 보면 볼수록 마음이 아려왔다.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구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이 내 가슴을 옥죄어왔다.
고통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움켜쥐자, 그녀는 가녀린 목소리로 내게 사과하고 있었다.
그런 사과나 받자고 말을 꺼낸 게 아니었다. 그런 말을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다행이다. 여기서는 행복하게 살길 바라. 리타의 보상은 취소할 게. 다시 왕성으로 돌아가도 돼.”


그녀가 더 이상 내게 엮여 보기 안 좋은 꼴을 당하기 전에 거리를 둬야 했다.
아니, 이건 그녀를 위한 배려가 아니다.
나를 위한 말이었다. 눈앞에 죄책감과 무력감의 결과물이 서 있었다. 나는 말 할 수 없는 감정에 몇 번이고 눈을 돌리려 했다.
구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라는 거만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럴 힘도 없었으면서 무리하게 뛰어든 것은 나였으니까. 나는 그런 무력한 자신의 결과를 눈에서 치우기 위해 그녀를 밀어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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