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episode3. 소동 (1) (14/98)



〈 14화 〉episode3. 소동 (1)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은 초조해졌다.

“말해.  마족은  먹고 있는 거냐고.”
“그니까, 그걸 물어보고 있는 겁니다. 동료로 삼은 지 얼마  됐거든요.”


적으로 간주했는지 상대는 반말로 바꿔쓰면서 자세를 잡았다. 당장에  베어 넘기려는 셈인가 싶어 시선을 쫓았다.
나를 보고 있는  아니었구나.


“근데 저놈, 그때 인터페이스도  열던 애 아니야?”
“어, 나도 알아. 그래서 교회로 쫓겨났잖아.”
“잡일 처리나  줄 알았는데 여기서 동료 구하러 온 거야?”

다른 용사들의 목소리가 하나씩 들려왔다.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힘으로 얻은 지위도 아니면서 능력의 차이가 나자마자 남을 깔보는 놈들이 역겹게 느껴질 정도였다.
원래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내가 저런 힘을 받고, 환대받아본 적 없어서 그런 걸까.
권력의 맛도, 재력의 맛도 모르는 나라서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어, 그 예의 낙오자.”
“맞네!”

길드에 은근 용사들이 많았는지 하나둘씩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애초에 용사가 아니었다고 교회로 보내진 건 나뿐이었으니, 나를 모르는 용사가 있을 리 없었다.

“빨리 말하지 않는다면,  마족을 죽이고 널 국가 재판에 넘기겠어.”
“뭐야. 쟤도 마족을 동료로 데리고 있는 거야?”
“굳이 죽여야 해? 나도 마족 동료 얻고 싶은데. 나 주면 안 되나.”
“마계 찾으려면 마족이 있어야 수월하다잖아.”


아랫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검이 향하는 곳으로 돌리자, 그곳에는 어쩔  몰라 허둥대는 세라가 있었다.
내가 죽지 않으니 내 몸을 식사로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없었지만, 세라를 죽이게 두는 것도 할  없었다.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은 하루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나 또한 그렇게 세라를 들였다는 사실에 쓴웃음을 짓게 했다.

“얘는  먹으며 살고 있어.”
“…널 먹어? 방법을 알면 물어봤을 리가 없는데.”

상대의 분위기에 대강 무슨 방법인지 알 것 같았다. 이제 좀만 더 알려주면 좋을 텐데, 아직도 검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은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순순히 말해줄 것 같지 않았다.

“너희들은 용사라고 특별한 능력을 받았지.”


손짓으로, 세라를 불렀다.
이 상황에서 세라를 잃을 수는 없었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온 길드인데 동료를 잃고  수는 없었다.

“물론 내게 인터페이스니, 스테이터스니 정보를 수치로 알려주는 기능은 없지만….”

가까이 다가온 세라가 슥, 하고  손을 잡았다.
그녀에게 시킬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내게도 능력은 있어.”

누구보다도 하찮은 능력.
누구보다도 무력한 능력.
그저, 죽지 않을 뿐인 단순한 능력.
 능력으로 무엇을  수 있을까 아무리 고민해봐도 써먹을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마법도 쓰지 못하는 주제에, 힘은 일반인의 평균 정도니 나는 강한 동료를 모은다. 대신 내가 해줄  있는 것은 동료들이 다치지 않게 내 몸을 던지는 것이었다.
기어스로 맺어진 사이를 동료라고 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먹어.”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쏠린다.
긴장한 채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죽지만 않으면, 그냥 자가치유라는 능력 하나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죽지만 않으면 된다. 라고 생각하며 세라에게 말했다.
콰직.
살갗을 씹는 소리가 들려오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긴장에서 경악으로 바뀌었다.


“너 뭐야.”
“뭐, 뭐, 뭐야!”
“피! 피 난다고!”

아프다. 너무 아프지만, 아픔에는 적응돼서 그런 진 몰라도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역시  채로 뜯어먹힌다는 기분은 적응할 수 없었다. 그래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버티는 것이었다.
상대도 검을 주춤거리며 내려놓았다.
주도권은 이제 내게 있었다.

“이러니까, 물어보는 겁니다.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요?”

다시 한번 정중하게 물었다.
꽈득, 꽈직.

“야, 야 그만 먹어.”
“아앗, 제성합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싶어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아직도 내 왼팔을 뜯어먹는 세라 덕에 과다출혈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앞에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입에 살덩이를 가득 채운 세라를 떼어놓자 입안에서는 푸슛 거리며 피가 뿜어져 나오는지 입가가 피범벅이 되었다.
세라가 파먹었던 팔은 천천히 복구되어가고, 그 광경을 보던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초재생 능력인 건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일 수도 있어!”
“개사기 능력이잖아!”
“말도 안돼. 낙오자한테 신이 저런 능력을 준다고?”

그리고 침묵은 천천히 파도가 일렁이듯이 하나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 너네처럼 색다른 스테이터스 능력으로 편하게 능력치 올리고 그러면 좋은 능력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원래 세계처럼, 마법은 재능으로, 힘은 훈련으로 키워나가야 했다. 그렇기에 내게는 좋은 능력이 아니었다.
물론 이런 능력조차 없었더라면  인생은 오크 토벌전에서 끝났겠지만.


“…허, 다른 사람을 먹인다는 건 아니구나. 생각보다 미친놈이라는 건 알겠어. 카밀라?”
“으음. 생각보다 무식한 마족이라 생각했는데, 마계에서  외출 때구나. 어린 년이네.”


상대 용사의 말에 우아하게 일어난 마족은 고고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이야기를 내세웠다.

“사람을 먹는 것을 보아하니 상급 마계의 마족인  같네.  살이니? 난 128살인데.”
“얜 74살이야.”
“정말 첫 외출이네. 다른 가족은 없어? 첫 외출에는 가족이 같이 나오는데.”
“…내가 죽였어. 그래서 내가 먹이고 있는 거야.”


128살이면 대충 성인 나이는 25살 정도인 건가. 역시 나이가 많아 보일 법도 했다.
애초에 마족이라 그런지 나이 개념이 다 이상한  같다. 나랑 나이가 비슷한 마족은 아예 갓난아기 취급인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라가  뒤에 숨어 마나를 맛보고 있는 사이 내가 대신 대답했다.
가족과 같이 나온다는 말에, 나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쩐지, 애가 마계로 데려간다고 철없는 소릴 하더니 아예 인간을 처음 접해서 그런 거였나.


“저런. 마족은 인간 몸에서 정제된 마나를 먹기 위해 식인을 해.”
“알아.”
“그리고 마나가 담기는 체액이 하나 있어.”
“피?”
“아니, 정액. 피라면 애초에 상처 낼 바에 한  뜯어 먹는  나을지도 몰라.”

카밀라라는 마족이  소리를 듣고서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정액이면 뭐 섹스라도 해야 하는 건가?
카밀라의 말을 들은 주변의 용사들은 “오오.”라고 감탄을 내뱉으며 자신도 마족을 찾겠다느니 어쩌느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난 골치 아픈데.

“섹스?”
“세라, 가만히 있어.”


입에 있던 살덩이를 다 삼켰는지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세라가 있었다.
왜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생김새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다물게 하며 카밀라 쪽을 바라보았다.


“하아, 왜 낙오잔가 했는데, 이런 놈이었구나. 뭐, 여긴 카밀라도 있으니까 마족에 대한 건 물어봐. 사람 죽인 게 아니라면 난 적대할 생각 없어.”

끝까지 인류애에 젖은 놈이었다.
뭐 마족에 대해 알려준다니 고맙긴 하니 받아두도록 하자.

“이름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데… 난 한규상. 넌?”
“…유성하.”
“괜히 몰아붙인 탓에 아픈 짓만 하게 했네. 아무리 재생하는 능력이 있더라도 자신의 몸을 먹게 하는 미친놈일 거라곤 생각 못 했거든.”


뜬금없이 자신의 이름을 대며  이름을 묻는 상대가 은근 껄끄러웠다.
하지만 뭐, 이름 정도는 알아두면 편하지 않을까. 카밀라라는 마족의 도움도 받고 싶기도 하고.
세라는 인간계에 나온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무슨 소란인지… 히이익?!”

웅성거리며 몰려든 인파에 무슨 일인지 보러  직원이 확인하러 와서는 내 아래에 생긴 피 웅덩이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일단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일 것 같아서 세라의 로브를 깊게 누르고 자리를 뜨도록 했다.


“그럼,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또 물으러 올게.”
“…뭐, 만날 수 있으면 말이지.”

검을 집어넣는 규상에게 눈길을 주며 가볍게 다음을 기약했다.
마족만 걸리는 병이라도 있으면 물어보러 와야 했기에 밑 작업을 쳐두고 길드를 빠져나왔다.



*




“섹스가 뭐야?”
“…가만히 좀 있어 줄래?”


여관으로 돌아와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라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세라가 저런 말을  때면 속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뭐 선택지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그래 봤자 산채로 먹히나 섹스하나 그 차이였다.
아픈 건 싫지만 왜인지 이 방법은 또 꺼려졌다. 애초에 마족이랑 인간이랑 하는 경우가 있긴  건가.

“무슨 소린가요.”


어디선가 느껴지는 적의.
싸늘하다.

“리타?! 언제 돌아왔,”
“방금요.”

돌아오는 길목이라 들렸던 건지 리타가 어두운 기운을 내뿜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버무리려던 내 말을 살벌한 목소리가 끊었다.


“그 어려 보이는 아이랑 몸 한 번 섞고 오시는 길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다른 마나 공급 방법을 듣고 오는 길이라서.”
“섹스가 뭐에요?”


이런 미친.


“…하아. 다른 용사님이 알려 주셨나 보네요. 애초에 용사님들은 행실이 문란하다니까요.  어떻게 마족을 구해서 몸을 섞는 건지 원. 교회에서 기겁하겠네요.”
“하하, 그렇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에요. 뭐 성하의 성생활에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교회 사람으로서 한 마디는 해두고 싶네요.”


세라를 옆에 두고 땀을 뻘뻘 흘리며 리타의 말을 겨우 흘려 넘기려는데 그녀는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아마 기어스가 없었더라면 난 지금쯤 미친 새끼로 제압당했을  같은데.
지금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당장.
법정에서 판사를 앞에 두고 가해자 신분으로 심문당하는 기분이었다.

“마족이랑 아이 만들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이단 심문회에 출동을 요청할 생각이에요.”
“어… 알았어.”

아이라니,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반박하려고 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정액으로 마나 보충하면 당연히 안에 싸는 거니까, 결국 임신하게 되는 것 아닌가. 그게 더 문제네.
마나 수급 한 번 하겠다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것도 사양이었다.


“그, 그냥 살덩이 먹이는 걸로 할까?”
“…나, 나는 성하 님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참으로 난처한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눈치껏 행동해야 하는 건 알지만, 그게 어려울 때가 있었다.


“어어, 그래. 알았어. 그만 자렴.”
“아직 저녁 먹을 시간인데요?”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했던 것이 독이 되었는지 리타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지고 있었다.


“아, 그러네. 내가 오늘 배가 안 고파서 잊고 있었다. 너네끼리 먹어.”
“어딜 가세요?  혼자 밥 먹으라구요?”
“아니, 세라도 있는데.”
“세라는 성하를 먹잖아요.”

아까부터 내 생각하고 말이 엉망진창이었다. 그냥 사람이 곤란한 상황이 들이닥치면 이렇게 되는 것 같았다.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먹히는 고통이 너무 아파서 섹스 정도로 퉁 칠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확실히 밀쳐내지 못한  잘못이었다. 역시 마족이랑 필요 이상으로 엮이면 좋은 꼴은 못보겠구나 싶었다.

“하아. 어쩔 수 없죠. 맨날 먹히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고통을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어차피 그러면 계속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피 뿌리고 다니는 것도 문제예요.”
“그런가?”
“당연하죠. 마나도 넘치는 피를 흩뿌리고 다니면 거기서 몬스터가 나올 수도 있는 거 모르세요?”

처음 듣는 소리다. 마나가 몬스터를 만들어낸다는 건 알지도 못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눈 감아 준다는 소리에 조금은 안심했다.


“아, 근데 오늘 숲에서  그대로 뿌리고 왔었는데.”
“어.”

그렇게 안심해도 되나 의문이 살짝 들었을 무렵, 갑자기 오늘 낮의 일이 하나 떠올랐다.
외곽 풀숲에서 세라에게 먹히고  뒤 떨어진 피와 살덩이들을 처리하지 않고 그냥 나왔던 것.
너무 힘들어서 아무런 뒤처리 없이 나왔는데 그게 문제가 되는 거였을까.
그렇게 말을 꺼내며 리타를 바라보자, 리타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세라는 말했던가. 내 몸의 마나는 다른 사람보다 농도가 짙고, 밀도가 높다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어디선가 큰 소리가 왕도를 메웠다.


[비상! 비상! D급 이상의 모험가님들은 지금 당장 길드로 집결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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