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화 〉episode2. 새로운 동료 (5) (11/98)



〈 11화 〉episode2. 새로운 동료 (5)

*

뻐근하다.  그래도 체크아웃 시간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어제 그 꼴이 나서 잠을 제대로 못   컸다. 여관을 나와 리타 방에 두었던 봉을 돌려받고서 정류장으로 향했다.
동료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다. 그래도  구태여 동료라고 부른다면 같이 다닐 동료가 둘이  셈이니 괜찮게 된 것 같았다. 어제 마법 쓰는 거 보니까 후방에서 뭐라도 시킬 수는 있을  같긴 한데 무슨 마법을 쓰는지는 제대로 모른다.
가는 길에 차차 물어보기로 하고 다음 동료를 고민해야 했다.
애초에 세라는 마계 탐지용으로 붙잡고 있으니, 마계를 찾고 나서도 계속 같이할 동료가 있어야 했다.


“넌 뭐 할  아냐.”
“타, 탐색이요.”

겁에 질린듯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물어보면 꼬박꼬박 대답해주니 꽤 편한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까, 마족은 애초에 인간을 먹는 거라면 식량으로 인간을 줘야 하는 건가. 그건 곤란한데. 사람을 구해다가 먹으라고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넌 사람 말고  먹는 거 없어?”
“…없어요.”


옆에서 육포를 건네주는 리타가 있었지만, 세라는 그걸 사양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사람을 먹도록 태어나서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나. 아니, 고기를 먹는 거라면 사람을 먹을 필요는 없는데.


“정확히 뭐로 영양을 섭취하는 거야?”
“그, 마력이요. 사람의 몸으로 정제된 마력을 먹는 거라….”


마차 승객 자리에 셋만 있어서 그나마 편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세라는 사람 앞에서 사람 먹는다는 이야기하는  꺼려지는 건지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마계를 찾을 때까진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어쩌지.

“세라는 지금 몇 달째 굶고 있대요. 마계에서는 허기가 느려서 굶어도 되는데, 인간계에서는 평범하게 허기가 도나 봐요.”
“아,  마나 때문이란 건가….”
“죄송, 합니다.”


그럼 그 오빠란 놈은 혼자 와서 위층 손님을 포식한 건가.
동생도  챙기고 밥 혼자 처먹는 놈을 상대로 죽었다고 슬퍼 해주는 동생이라니, 참한 동생이었다.
아무리 사람을 줄 수는 없다고 해도, 굶길 수도 없는데….
아. 있었다. 아주 가까이.
살아있는 채로 먹히는  얼마나 아픈 일인지는 안다. 그래도 다른 용사들이 각자 치트 능력이 있는 걸 생각하면 계속해서 초조해진다.
이렇게라도 해야 정보에서 겨우 앞설 수 있다는  비참한 기분이었다. 아니, 죽지 않는 능력을 갖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했던 걸까. 애초에 다른 능력이었다면 이럴 일도 없었을 텐데.
그 마족한테 몸을 뜯겼던  생각하니 두렵다. 자꾸 이성과 본능이 충돌하는  같았다. 내어줄  내어줘야 내가 바라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두려워서 망설이는 내가 있었다.


“아니, 그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냐.”

엄지손가락에 있는 손톱을 까득 깨물었다.
그 와중에도 미안하다고 하는 애를 보고 있으면 인간에게만 나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애초에 같은 지성의 종족이 이렇게 부딪히는 일은 당연한 것 아닐까. 인간계니 마계니 계를 달리하고 있으면서도 몰아내려고 하는 거라면, 정치 문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생존권의 위협 문제라던가.
정치고 뭐고 간에, 내가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무릎을 끌어안은 세라를 보던 리타가 눈치를 보듯 이쪽을 바라보았다.
별수 있나. 결국, 이건 내가 살기 위해 하는 짓이니까.

“일단 왕도에 도착하면 이야기하자. 우리 의뢰 기한 며칠 남았어?”
“잠시만요. 갈 때 이틀, 거기서 하룻밤. 올 때 이틀. 3일 남았네요.”
“괜찮네.”


마차의 뒤편을 바라보니 익숙한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 것이 보였다.
의뢰 시간은 여유로웠다. 거리는 있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발주된 의뢰다 보니, 꽤 시간이 많이 남았다.

“혹시 많이 배고파?”
“…죄송해요.”


시선을 돌려 세라를 힐끔 바라보니 이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속이 타들어 간다. 마냥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애한테 뭐라 할 수는 없고, 참 이게 사람 속인가 싶다.
왕도에 도착하면 이 아이는 눈에 너무 띌 것 같은데 이것도 문제였다.
검은 머리에 갈색 피부, 일단 내가 아는 이 나라의 용사 중에선 갈색 피부는 본 적 없었다. 용사라고 속일 수도 없는데, 검은 머리카락이 꽤 성가셨다.


“혹시 이거 머리 색 바꿀  있나?”
“저는  해요.”
“저도 못, 해요. 죄송해요.”
“아니, 너 그만 죄송해. 죄송할  생기면 내가  대씩 때려줄게.”

세라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만지며 하나씩 놓아주면서 둘을 바라보았다.
리타도 안되고, 세라 본인도 안 된다 하니 착잡해진다. 하긴, 본인이 자기 머리 색 바꿀 수 있었으면 마족이 검은 머리카락이라고 정착하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어제 너무 과하게 다룬 탓인지 위축된 채로 저러고 있으니 골치 아팠다.


“우리 당장엔 얘가 있어서 탐색은 나중에 구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마법사를 구해야 하나.”

적어도 4명은 있어야 파티가 안정적일  같았다.
전위에 리타랑 내가 있고, 탐색으로 세라가 있으면 후위만 있으면 되니까 마법사가 가장 적합했다.
힐러도 리타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일반 공격형이나 지원형 마법사만 구해도 괜찮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4명이면 가지고 다닐 짐도 많아지는 것 같은데 짐꾼도 하나 염두 해둬야겠네.


“도착했네요.”
“여기 사람 안 오는 건물 아는  있어?”
“교회는 그런 공간 없는데요. 인적 드문 곳이라도 알려드릴까요?”

왕도 정류장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시간도 지난 듯, 해가 하늘 한가운데 떠 있었다.
손으로 햇살을 살짝 가리며 주변을 둘러보자, 리타는 뭔가 아는 듯이 말을 꺼냈다.
마차에서 세라를 바라보는 동안 각오를 다졌으니 하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따라 와.”
“엣.”


세라를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게 리타의 겉옷으로 머리를 가리고서 리타의 뒤를 따라 인적이 드문 길로 향했다.
그녀는 갑자기 진행되는 이야기에 당황했는지 어쩔 줄 모르는 발걸음으로 나를 따라왔다.

“하아. 마취하는 마법 있나.”
“…음, 조금은 가능한데. 제대로는  해요. 그건 원래 약이 있어야 하는 거라서.”
“…그거라도 걸어줘.”


외곽 풀숲으로 들어가 나무에 기대앉은 후에 소매를 걷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상황인지 모르는 세라를 앞에 두고 심호흡을 하면서 리타를 흘깃 쳐다보자, 어느 정도는 괜찮은지 지팡이를 꺼내었다.
아예 없는 것보단 낫겠지.

“마취 걸었어요.”


시간이 흐르고 주문을 완창한 리타는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겨눴다. 파앗 하고 내 몸이 빛을 발하더니 이내 주변이 은은한 보라색으로 빛났다.
안개처럼 흩어진 빛들 사이로, 세라가 눈에 들어왔다. 짙은 보라색의 눈동자가 내 시선을 마주치고 있었다.
왼손으로 오른팔을 만져봤는데, 어느 정도 마취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감각이 남아 있는 걸 보니 역시 완벽한 마취는 아니었다. 약재라도 구하고 올 걸 그랬나.


“야, 배고프다 했지?”
“어… 네.”


몸의 긴장을 조금 풀고 어깨를 폈다.
깊은숨을 내쉬며 세라를 부르자 쭈뼛거리는 몸짓으로 내 몸을 힐끔 바라보았다. 이제야 뭘 하려는 건지 알아차린  눈을 커다랗게 떴다.
어제 기억을 더듬어보면,  몸은 꽤 맛있었다는  같다. 마력도 없어서 마법 하나 못 쓰는 주제에, 몸은 되살아나서 몸 안에 도는 마나는 넘치나보다.


“먹어.”
“…….”

비장한 목소리로 각오를 다지며 입을 열었다.

“괜찮은, 건가요?”


계속 머뭇거리면서 재차 물어보니까 말을 철회하고 싶었다.


“그냥 빨리 먹어. 마취 풀리기 전에.”
“네, 네! 감사합니다…!”


한숨을 내쉬면서 재촉했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빨리 끝내기를 바랐다.
약간 성질내듯 말하는 바람에 세라의 목소리가 잠깐 떨리긴 했지만 이내  팔을 물었다.

“세상에. 마족이 식사하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끅. 원랜, 못 보나…?”

옆에서 경악한 표정으로 물어뜯기는 내 팔을 보던 리타가 말문이 막힌 듯이 말을 더듬었다.
그보다, 처음에 이빨로 씹혔을 때는 어느 정도 참을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치아가 피부를 꿰뚫기 시작하니 눈앞이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만화에서 왕갈비를 뜯을 때처럼 내 손과 팔꿈치를 양손으로 잡아놓고 사이를 물어뜯는 세라가 있었다.
너무 아파서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너무 아파.


“마족이 먹고 간 흔적은 봤지만, 식사하던 마족을 마주한 기록은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아요. 그만큼 숨어서 사냥하고 다닌다는 뜻이죠.”
“윽! 그렇. 구나… 읏.”

구운 고기도 아니고, 자르지도 않은 날고기라 그런가 세라가 내 팔을 뜯는 모습이 역동적이었다.
피부가 헐 정도로 뜯기고, 핏줄이 따라 나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혈. 지혈해야 하는데.
너무 아프고 시야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피가 급격하게 빠지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신도 몽롱해졌다. 그 와중에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리타랑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대강대강 대답은 해도,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게 혈액 부족이란 건가. 고통은 그나마 참을 수는 있었는데, 이건 어떻게  수 없는 것 같다.


“성하?!”
“엇.”


시야가, 어두워진다.
둘의 얼굴이 어두운 시야를 가득 메우는  했지만, 그들이 가까이서 뭔가를 외치는 소리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




“정신 차리셨나요?”
“죄, 죄송해요.”

눈을 뜨니 리타와 세라가 양쪽에 찰싹 붙어서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죽었다 살아난 건가. 정신이 몽롱하다. 점점 익숙해지는  아닌가 싶었다.
통증이 남아 있는 오른팔을 살짝 들어보니 진작에 나아져 있다. 말끔한 피부가 보인다. 이왕 한 번 의식 잃었던 거, 식사를  끝냈으면 좋았겠는데.


“다 먹었어?”
“진작에  먹었어요.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그만.”

몸 안에 정제된 마나를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전에 오빠 먹는 거 보니까, 한 사람 다 먹어야 채워지는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과식이었나보다.

“저, 성하 님은 그, 신이신가요?”
“아니, 다른 세계에서 온 용사 같은 분이에요.”


아직도 욱신거리는 팔이 편히 쉬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하며 눈을 슬쩍 감을 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말이 들려온다.
내가 입을 살짝 열어 대답하기도 전에, 리타가 먼저 선수를 쳤다.
용사 같은이라니, 직접 들으니까 너무 슬프다.

“같은은 뭐에요?”
“설명하자면 긴데….”
“그만하고, 다 먹었으면 가자.”

뭘 또 낙오자에 대해 설명을 하려는 건지 나는 사양이다.
원래  더 쉬고 싶었는데, 말하는 주제로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았다.
그냥 빨리 길드에 돌아가서 의뢰 완료 처리하고 여관에 가서 방이나 빌려서 쉬고 싶었다.

“팔 하나에 있는 마나가 사람 몇 명분은 되는  같은데요…?”

갑작스런 세라의 말에 리타도 그렇고, 나도 말을 잃은  세라를 바라보았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사람 몸에 마나가 얼마나 있는지 알 리가… 아.”


리타는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세라를 바라보더니, 그녀가 마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녀의 반응을 보아하니, 이 세계의 마법에 젬병인 나도  수 있었다.
사람의 몸에 들어 있는 마나를  수는 없지만, 사람의 몸에 있는 마나를 주식으로 삼는 마족은  수 있다는 것을.


“부활하는 몸은 아마 그 때문인가요?”
“팔 하나에 사람  명분이라면 부활할 수 있는 이유도 설명이 되네요.”


갑자기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 시켜도 내가 알 턱이 없는데, 좀 쉽게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마나의 질이 월등히 달라서, 맛도 달라요.”
“그건 알겠는데, 입맛 다시는 건 그만둬 줄래?”

세라가 맛있는 것을 보듯이 혀를 낼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지금 필요성이 있다는  아는 건지, 아까보다 조금 대담해진 모습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오빠가 죽고, 자신도 죽을 뻔했다고 쳐져 있었는데 분위기 전환이 빠르다.
마족이랑 인간의 감성이 조금 다른 걸지도 모르겠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