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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episode1. 열등감 (1) (1/98)



〈 1화 〉episode1. 열등감 (1)

사람들은 언제나 한 번쯤은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닌가. 이건 내 착각일 수도 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늘 같은 세상을 만끽했다.
눈을 떠보니 그런 세상에 내던져져 있었고, 눈을 떠보니 나도 모르는 장소에  있었다.
다른 용사들과 달리 치트 능력을 받지 못해서 소환당한 뒤 휘말린 일반인이랍시고 교회로 떠넘겨졌다.
그렇게 교회로 넘어간 나는 혼자서   아는 것이 없어 교회에 소속된 성녀, 리타의 도움을 받아 모험가 생활을 영위해 나갈 뿐이었다.


“성하 씨!”

마력이 아예 없는 탓에 모험가 카드조차 발급할 수 없어서, S급 모험가에게 겨우 도움받고 살아가는 내가 얼마나 더 나은 인간이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은 저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아무런 능력도 없었고, 아무런 힘도 없었으니까.
안일한 생각은 위험을 불러왔고, 그 위험은 언제나 생명에 직결되어 있었다.
용사라고 불리지 못한 좌절이라고 하면 좌절일까. 아니면 그대로 나를 포기해버린 걸까.
그러던 와중, 리타가  이름을 부를 때, 나는 두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커흑! 켁.”

분명 무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몬스터한테 맞아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잘 넘겼다고 안도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몸이 제대로 일으켜지지 않았다.


“성하 씨. 대체 그 몸은….”

겨우겨우 고개만 들어 몸을 둘러보자 흩어진 내장들이 스멀스멀 자기 멋대로 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대체 무슨 몸인가 싶어 설명을 듣기 위해 리타를 바라보았지만, 리타가 말하는 것과 행동, 그리고 표정을 보아하니 리타가 한 짓은 아닌  같았고, 리타에게서 들을  있는 것도 없어 보였다.
마력이 없어 마법 한 번 써보지 못할 거라고 못 박힌 탓에 쓰디쓴 눈물을 삼켰는데,  내 몸은 알아서 복구되어갔다.
마을에 출몰하는 오크를 상대로 너무 열을 올렸다가 실수로 발을 잘못 디뎌 그  몽둥이에 맞아 죽은 듯이 온몸이 으깨어져 있었다.

“성하 씨는, 불사신인가요?”

주변에 있던 모험가들이 남은 오크들을 모두 처리했는지 피비린내만 나는 초원 위에 그녀와 나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싶어도 나는 해줄 수가 없었다.
죽었다 깨어난 건지, 아니면 그냥 의식을 잃었던 건지부터 확실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부활한 건지 그냥 치유능력이 있는 건지도 알  없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죽었던 건가요?”
“네. 성하 씨는 죽었었어요. 머리가 으깨졌었으니까요.”

그렇게 내가 스스로 긴가민가하면서 대답을 뭉개자, 반대로 리타 쪽에서 확신을 시켜주고 있었다.
역시 S급 모험가라고 내 주변에 있던 오크들을 다 처리하고 처음부터 살아나는 나를 본 것 같았다.
이런 능력이  나한테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휴. 다행이네요. 죽는 줄 알았으니까요.”
“…성하 씨는 죽었던 게 맞는데요.”

복구된 상체를 일으켜 고개를 들고는 한숨을  내쉬자, 옆에서 리타가 땀을 뻘뻘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 난 죽었다 살아난 거였지.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앉아 하반신이 복구되기를 기다릴 때쯤, 옆에서 리타가 말없이 내게 외투를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왜 아무런 말도 없이 외투를 꺼내나 싶어 내 몸을 다시 한번 내려다보니, 오크한테 호되게 맞은 탓에 멀쩡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멀쩡하게 복구되어가는 사타구니를 보고 준  같았다.
근데 외투에 내게 닿아도 되는 건가. 싶지만, 줬으니 성의는 무시할 수 없어 그냥 이불처럼 하반신에 덮고서 모두 완치되기를 기다렸다.


“성하 씨는 용사가 맞는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닌데요.”

내가 완치되는 것을 같이 기다려주려는 건지, 리타는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가 물어보는 것은 간단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의 대답도 간단했다.
다른 용사들은 자신에게 적용되는 특이한 스킬도 있었고, 마법도 잘 쓰는 것 같았고, 심지어 스테이터스 창 띄우는 능력도 있는 것 같았다.
처음 왕성에서 소환될 때 나 빼고 모두가 스테이터스 창을 열던 것을 기억한다. 용사라면 당연히 받는 능력인데도, 나는 그것을 받지 못했다. 그것이 내가 용사가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능력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럼  능력은 어디서 받은 건가요? 교회 사람으로서 정말 궁금한 능력이네요. 죽음을 되돌리는 능력은 대대로 정신병자들의 허풍이거나, 어딘가 하자가 심한 마술 중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성하 씨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마법이었고, 동시에 누구나 알고 있는 마법이었다. 그렇기에 더 아득한 곳에 있다고 느끼는 걸까. 알고 있는데도 닿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거리감을 느끼게 하니까.
그리고 그 마법이 눈앞에서 펼쳐졌을 때 사람의 감정은 머뭇거리게 된다. 당장에 경외심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누군가의 시기와 질투를 사기 마련이었기에 조심해서 쓸 필요가 있었다.


“글쎄요.  다른 용사들과 다르게 신이란 것도  적이 없어서요.”

그녀의 질문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해줄 수도 없었다. 나도 이런 능력이 있는 줄 모르고 그냥 설치다가 죽었을 뿐이고, 그렇게 어쩌다 보니 살아났을 뿐이었다.  그대로 어쩌다 보니 이런 게 끼워져 있던 것이었다.
내가  물건에 나도 모르게 사은품이 껴 있던 것과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내 대답을 들은 리타의 표정은 어딘가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그럼에도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복구되어가는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타 씨.”
“네?”


갑자기 말이 없어진 그녀의 모습에 분위기가 묘해져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내 몸에서 일어난 이변을 봐서 그런 건진 몰라도, 그녀는 아까보다 공손한 자세로 나를 응대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렇게 태도가 바뀌면 내가 더 어색함만 느낄 뿐이었지만, 이대로 냅두면 앞으로의 모험에 그녀를 데리고 다니기 껄끄러워질 것 같아 분위기를 깨려 했다.


“저, 너무 그러지 마세요. 부담스러워요.”
“아니, 그렇지만… 다른 S급 모험가도 그렇고, 마법사협회에 있는 협회장님조차 성하 님 같은 마법은 사용하지 못했어요. 애초에 금단의 마법이라니까요?”

봐달라는 듯이 손짓을 하며 쓴웃음으로 어떻게든 넘어가려고 했는데 오히려 악화시킨 건지, 리타는 오히려 말문이 트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S급이고 자시고 마법사협회장도 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서 그런지 마법에 일가견이 있는 리타는 흥분한 채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걸 어떻게 해야 조금 상황이 나아질까. 벌써 칭호가 씨에서 님으로 바뀌었다.

“저, 우리 그냥 말 놓을래요?  지 꽤 됐잖아요.”
“그럴 수는….”
“그렇게 불편하다면 교회로 돌아가도 돼요. 솔직히 저 도와주신 것도 나라에서  셋째 공주님이 시켜서 그런 거잖아요. 맞죠?”
“아니, 아니에요.  말 놓도록 해요.”

그냥 이럴 바에 빠르게 사이를 좁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무리수를 둬봤다.
무리수랄 것도 없는 게, 계속해서 리타가 나를 그렇게 보면 나는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내가 다시 살아난 것은 내가 사용한 마법이 아니라, 그냥  몸이 마음대로 혼자 살아난 것뿐이라서 내가 자랑스러워할 문제도 아니었다.
차라리 내가 무언가를 달성해서 얻어낸 마법이었다면 리타의 반응에 뿌듯함을 느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유감이었다.
모험가 카드 하나 발급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사실  대신 모험가 의뢰를 수주해줄 동료가 필요하지만 리타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로서는 곤란할 따름이었다.


“그, 성하?”
“응 리타.”

어색함을 뚫고 먼저 가볍게 말을 걸어준 것은 리타였다.
나는 그녀가 나라의 압박으로 날 도와주는 건 줄 알고 대충 이러지 않을 거면 돌아가라는 식으로 말한 거였는데, 생각외로 그녀는 여기 남는 것을 선택했다.
내가 마력이 생겨서 모험가 카드를 발급받지 않는 한은 신분증에 관련된 일들은 모두 그녀가 처리해야 하는 귀찮음이 따를 텐데도 그런 선택을 하다니 참 신기했다.

“갑자기 말 놓으니까 어색하네요. 아니 어색, 하네.”
“…그러게.”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반신이 다 나았는데, 옷이라곤 지금 리타가 건네준 외투 하나뿐이라 섣불리 몸을 일으키기가 망설여졌다.
그래도 한번 죽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  같았다. 이런 능력이 없었더라면 나는 거기서 끝이었겠지만, 이런 능력이 있었기에 그녀랑 같은 선에 서지도 못한 채 계속 어색한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어색한 관계가 그나마 여기서 끊겼다는 게 중요했다.


“다 나았네.”

그렇게 진전이 생겼다고 좋아하며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자, 동시에 리타는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깨졌던 발들의 복구되어가는 것을 계속 의식하면서 보고 있던 건지 끝나는 순간에 말을 꺼냈다.
말만 깐 것뿐이지 태도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말에서 사람의 태도가 바뀐다고들 하니 천천히 바뀌겠지.

“그러네. 근데, 나 이거밖에 없어서 일어나기도 좀 그런데.”
“…이거 입어. 추울지는 몰라도 간단하게 입을 순 있어.”


다행히도 리타의 가방에서는 여벌로 반팔 옷과 반바지가 나왔다. 그녀가 입으려고 준비한 것 같았지만 이번에 내 꼴을 보고 양보해주었다.
감사의 의미로 나중에 보상금을 받게 되면 뭔가를 사주도록 하자.

“용사가 아니면, 성하는 대체 뭐야?”

일어나 그녀에게서 받은 옷을 입고 그녀의 외투를 어깨에 걸쳤다. 밤공기가 싸늘했기에 이렇게라도 추위를 견뎌야 했다.
그렇게 치료된 몸에 위화감은 없는지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태를 체크 하던 중에 아까 들었던 질문이 날아왔다.
정말로 그렇게 궁금한가 보다.
그런데 그녀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얼마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나는 용사가 되지 못한 떨거지였고, 마력이 없어 모험가 등록 하나 못하는 머저리였다. 그냥 흔히 말하는 미아 같은 존재였다. 어떻게 해야 이세계로 미아가 되는 건지는 알  없었지만.
긴장한 채로 다시 한번 묻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한참 동안 말을 골랐다.


“그냥 휩쓸린 일반인이에요.”

그냥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여관을 찾을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얼버무리려고 작정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나는 뭐가 뭔지 모르는 데다가, 방금까지 완전한 무능력자로 살아왔다. 갑작스레 내게 이런 능력이 있었다고 말해준다 한들, 갑자기 거창하게 무언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


오크 토벌 의뢰 때문인지 주변의 여관은 모조리 차 있었고, 겨우겨우 발견한 끝에, 방 하나 남은 여관을 찾을 수 있었다. 모험가 생활이라면 남녀 공동으로 방을 쓰는 일이 많기도 한데다가, 그녀와 다른 의뢰를 받을 때도 이렇게 같은 방을 쓴 적이 있었으니 부담은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터치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평범하게 방을 고르고 들어갔다.


“성하, 오늘도 바닥에서 자려고?”
“어, 나는 여기 오기 전에도 바닥에서 자서 상관없어. 이불도 받았으니까.”


침대가 두  있는 방은 그리 많은 것도 아니라서 결국 일반 1인실에  명이 들어가게 됐지만, 여관 주인이 그나마 두 명이라고 바닥에 깔고 잘 이불은  수 있다고 해서 받아왔다.
돈을 조금 더 내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맨바닥에서 자는 것은 조금 불편했으니 이게 나았다.
리타는 계속해서 미안한  나를 힐끔힐끔 보았지만, 이래 보여도 나는 전 세계에서 자취를 2년이나 해서 바닥이랑 친했다.


“그럼, 잘자.”
“성하도 잘자.”

그렇게 빌린 여관에 이불을 깔고 누우니 새로운 기분이었다.
내가 죽다 살아난  이제야 체감이 되는 건지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렇게 리타와 같은 천장을 바라보면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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