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8화[19] > (158/169)

< 158화[19] >

발목을 붙잡힌 상태로 여자 궁둥이 밑에 깔려 버렸지만

뜻밖에 내가 느끼는 기분은 불쾌함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이 기묘한 자세가 전혀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았으니까.

허리가 꺾이고 엉덩이가 들어 올려진 채

성기가 반대 방향으로 주욱 잡아당겨진 자세다.

평소에 겪을 리 없는 자세인데 어디 한 곳이 불편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 몸은 여전히 편안하기만 하다.

엉덩이 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만 빼면.

'하기야, 남자한테 인기가 없으려구.'

꼬리를 무는 사냥개의 화신은 딱 봐도 예쁘장한 얼굴이다.

거기에 잔 근육으로 다져진 잘록한 S라인 몸매를 유지하고

성좌에게 인정받는 화신이라는 대단한 사회적 지위와 능력도 있다.

이 정도 스펙을 가지고 남자를 못 꼬신다면

그건 그냥 성격의 문제거나 레즈비언이겠지.

그리고 레즈비언이면 나한테 이러고 있을 리 없고.

남자에게 익숙하다는 듯 배려가 넘치는 손길.

어설프게 톡톡 내게 접근하던 숫처녀들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

침대에 던져져서 엉덩이 밑에 깔리기까지 자연스럽고 능숙하다.

불편한 점이라고는 딱 하나.

평소와는 완전히 반대 방향인 엉덩이쪽으로

뻣뻣하게 솟아오른 성기가 꺾여 있다는 점.

"흐아, 생각보다 크네요…."

물론 그 자그마한 불편함이 전부.

별거 아닌 불편함은 귀두 끝자락에서 시작된

끈적한 쾌감에 곧바로 묻혀서 사라진다.

겉보기에는 150 언저리의 자그마한 소년이라

이 아랫도리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기쁨과 당황의 감정을 풀풀 풍기는 그녀가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인다.

벌려진 내 다리 사이에서 자리 잡은 나체의 여인.

겨드랑이쪽에 내 종아리를 끼워 꼬옥 붙잡더니

그 탄탄한 복근이 올록볼록 움직이도록 스쿼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절경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광경을 보고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조금 뜬금없었다.

'되게 불편하고 힘들어 보이는데…, 정석적인 자세인가 좋아하는 자세인가?'

남자가 누워 있고 여자가 올라탄 여성 상위의 자세.

하지만 양손으로 내 다릴 붙잡은 모습이니

정말 순수하게 허벅지 힘으로 움직이는 거 아닌가.

쾌감에 지치고 체력이 후달리면

내 가슴팍에 상체를 기대거나 손을 올리는

다른 화신들을 떠올리고 비교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잡생각을 날려 버리겠다는 것처럼 팡 하고 내리찍는 엉덩이.

잘록한 허리가 벨리댄스를 추듯 움직이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매끈한 갈색 피부 위에

음란한 향을 잔뜩 머금은 땀방울이 또르르 구른다.

내 엉덩이 위에서 멋대로 허리를 흔들고 방아를 찧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철저하게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남자의 입장.

"마력이…? 어으, 아-"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에서도 느긋하게 지켜보는 이유는

그 자신만만하던 미녀의 얼굴이 조금씩 망가지는 걸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몽마의 마력에 적응이라도 할 줄 알았던 걸까?

마력을 처음 마셨을 때 몽롱하게 정신이 흐트러졌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을 하는 게 아니라 더욱 취한다는 걸 몰랐구나.

몽마의 마력은 향기가 아니라 술, 알코올에 가깝다.

마시면 마실 수록 더욱더 취하게 되니까.

익숙해지고, 예민해지고, 내 마력과 타인의 마력을 구분하게 되어도

결국은 몸 안에 몽마의 마력이 차곡차곡 쌓인다는 건 변하지 않거든.

그녀가 마력을 향기로 인식하는 것과 발정이 나는 건 별개의 일이다.

"후아,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팡팡, 내 엉덩이 위에서 뛰놀던 엉덩이가 멈춰 선다.

침대가 출렁이도록 내리 찧는 대신 맷돌을 돌리듯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다.

땀에 젖은 엉덩이가 스윽 스윽 마찰하는 게 생각보다 기분이 좋다.

'이게 더 취향인가? 아니면 갈 것 같아서?'

자신감 가득하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든 상태.

아마 여유로운 모습을 가장하는 것 같다.

그녀에게도 남녀 역전 세계의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있겠지.

나보다 높은 신분의 아가씨와 관계를 가지게 될 때

쾌락에 허덕이다 찍 싸버리는 한심한 남자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구속구가 잘 어울리는 돼지 새끼 말고는 그런 추한 모습을 원하지 않겠지.

그렇게 쾌락에 허덕이면서도 제 사심은 채우고 싶은지

여기서 멈춘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하기야 넣자마자 빼려는 남자가 어디 있겠냐고.

"그래서, 얼마나 걸릴 것 같니?"

여자 엉덩이에 꼴사납게 깔린 상태지만

느긋한 템포의 쾌락 속에서 나는 여유 있게 웃었다.

현실은 한 번의 떡방아로 실금절정타락하는 과장된 19금 망가 세상이 아니다.

자세 좀 바꿨다고 쾌락에 허덕이면서 정신을 못 차릴 리 있나.

물론 몽마의 마력이 있다면 정말 타락시킬 수 있는 판타지 세상이긴 하지만

꼬리를 무는 사냥개의 화신은 몽마가 아닌걸.

남자를 부드럽게 대할 줄 아는 여자였지만

남자를 쾌락에 허덕이게 할 줄은 모르는 여자.

매너 좋은 근육녀 상대로 몽마가 침대에서 질 리 있나.

"꽤, 오래 걸릴 것 같네요."

씨익 웃어 보이는 아름다운 미소.

그러나 몸에서 풀풀 풍기는 감정은 여유롭지 못하다.

당혹감과 패배감이 잔뜩 뒤범벅 되고 약간의 호승심만 남은 상황.

아마 속으로 '어떻게 몽마를 침대에서 이겨?!' 같은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몽마로 변할 때 악몽을 근간으로 상정했기 때문인지

부정적인 냄새를 폴폴 풍기는 감정이 참으로 달콤하다.

그와 동시에 살금살금 움직이던 엉덩이가 위로 올라간다.

땀인지 애액인지 모를 액체에 흠뻑 젖은 커다란 살덩이.

쯔거억 하고 음탕한 소리와 함게 올라가서는

철퍽 소리가 날 정도로 팡팡 내리찍힌다.

"마력을 찾겠다고 무리하는 건 아니고?"

마음을 바꿔먹었는지 격렬하게 움직이는 그녀.

"흐으읏, 걱정 하지마시죠. 괜찮으, 니까앗…!"

아랫입술을 꼬옥 깨문 모습과

살짝 찌푸린 미간이 묘한 색기를 만들어 낸다.

아름다운 나체를 제외하고 얼굴 사진만 찍어도

야릇하고 음탕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표정.

패배감을 애써 몰아내며 호승심을 끌어올리는 굳은 눈동자.

마력을 교류하며 눈과 눈이 마주하자 생각의 단편이 흘러 들어온다.

그걸 읽음과 동시에 약간의 걱정이 생겨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얘는 몽마를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몽마라는 존재가 너무 희소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나?

'남자는 싸면 지치니까, 격렬한 체력 싸움으로 가면…?'

몽마가 뭔지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대충 알고 있는 거 아닐까.

헛된 노력을 하는 사람을 바라보았기 때문일까.

깔려 있는 내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나보다.

원래의 몸보다 엘프 소년의 몸이 좀 더 얼굴에 잘 드러나나?

붉은 입술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꾹 깨문 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본격적으로 방아를 찧었으니까.

평소의 진퇴운동이 아닌 이리저리 꺾이며 주물러지는 쾌감은

세 화신들의 봉사보다 내게서 빠르게 정액을 쥐어 짤 수 있었다.

애초에 몽마가 된 뒤로 사정감을 참은 적이 없기도 하고.

…물론,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순간부터 그녀의 패배는 정해졌지만.

지나친 쾌락으로 아카데미 침대에 널브러져 있던

꼬리를 무는 사냥개의 화신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다음번에 만날 때에는 원하시는 걸 들고 오겠다며 장담했지만

돌 맞은 개구리처럼 파르르 벌어진 허벅지를 떠올리면

좀 믿음직하지 못하던 모습이었지.

그렇게 대낮부터 일어난 음행을 떠올리며

나른하게 의자에 퍼져 있으니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까! 대체 왜?"

흐트러진 집무실에서 씩씩거리고 있는 것은

추방당한 뱀의 심장, 아니 그녀의 분신이었다.

분신인 걸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번에는 눈이 마주치자 마자 목을 졸랐으니까.

뚜둑 소리가 날 때까지 목을 꺾었는데 멀쩡하더라.

눈이 마주치자마자 목뼈가 부러지는 경험 때문에 고함을 지르는 중이고.

인정하긴 싫지만, 몽마의 능력 중

남을 홀려서 자신만의 공간으로 끌고 오는 능력은

추방당한 뱀의 심장이 나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다.

…능력 개발보단 화신 케어 명목으로 놀러 다닌 내 죄가 크지.

"아니, 거래하자면서."

"그래, 거래를 좀 하자고."

"병신같은 년아, 거래에는 이득이 있어야 한다는 걸 사업가 출신이 몰라?"

물론 그 외의 부분에서는 내가 전부 압살하니 상관없겠지.

몸싸움부터 마력의 양과 운용 방법과 질까지 전부 내가 더 뛰어나.

그리고 머리도 쟤보단 내가 좋은 것 같다.

"당연히 아니까 거래를 하자고 말하는 거지."

"니 주제에 불사르는 폭군보다 더 좋은 패를 들고 있겠냐고."

아까부터 빽빽 우기는 게 전혀 논리적이질 않다.

눈 마주치자마자 목이 꺾였으니 이해는 좀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도 말하는 게 허풍선이, 사기꾼 아닌가.

타락 성좌 중 거물도 아닌 주제에

불사르는 폭군보다 좋은 보상을 줄 수 있다는 건지.

이런 공간에 슬쩍 나를 끌어 들이고서   거물인 척 분위기를 잡지만

실상을 까고 보면 지원 하나 안 해 줬다가 최고의 화신을 잃어 버린,

말 그대로 반푼이 병신 머저리 성좌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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