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19] >
전생에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쓸모 없는 잡지식들이 나돌아 다니는데
그 중 남자는 시각이고 여자는 청각에 자극받는다- 뭐 그런 걸 봤었다.
정말로 쓸모 없는 잡지식이긴 한데-
눈 앞의 광경을 보며 몰려오는 쾌락을 참아내고 있으면
그런 쓸모 없는 생각까지 해야 할 정도로 쪼옥 쪽 빨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상할정도로 아찔한 쾌락.
손으로 쥐고 홀로 흔드는 것은 물론이요
전생에 겪어봤던 그 어떤 여자보다 기분이 좋다.
'존나 위험…?!'
엇- 하는 사이에 질끈 감은 눈 앞이 번쩍거린다.
컵라면 하나는 버텼지만 평소보다는 훨신 짧은 시간.
아무리 사정을 참은 적 없이 무한의 정력을 뽐냈다지만
스스로 창피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후하- 기분, 좋으셨나요?"
사정의 여운에서 벗어나 아래를 보았다.
츄읍 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쪽쪽 맞추는 김하은이 보인다.
음란하고 음탕한 열기가 감도는 연보라색 눈동자가 나를 살피고 있다.
욕구 해소를 하지 못해 그 욕망이 가득한 눈동자.
그걸 마주보고 나서야 나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내가 상상한 몽마는 프레드릭 찰스 크루거.
고전 공포 영화인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서
악몽 속에서 일어난 일을 현실에서도 일어나게 만드는 게 능력이다.
희생양을 수집해 제 장기말로 사용하는 등 악몽과 관련된 캐릭터.
그렇다면 김하은은?
한예지와 이하린은 몽마의 마력에 영향을 받아
가슴이 커지거나 피부가 맑아지는 정도에서 멈췄다.
하자민 김하은은 지난 번 근원을 건드리며
완전한 몽마로 만들지 않았던가?
'얘가 떠올린 몽마는 뭐지?'
재차 입술을 가져다 대는 모습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뭐라 해야 할까, 육식 동물에게 노려지고 있다는 걸 깨달은 기분?
김하은이 오타쿠 문화의 19금적 몽마로 진화했다면
무한에 가까운 정력이고 뭐고 쥐여 짜이는 미래밖에 없지 않나?
아무리 남녀 역전 세상이라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이 있지.
침대 위에서 여자한테 패배해서 깔리는 꼴은 용납 못한다.
다행이 유용한 무기 하나도 있고.
"그러면, 다시, 이잇?!"
자연스럽게 쯉쯉 빨아대는 그녀에게
마력을 가득 담아서 이마를 쿡 찌른다.
아까보다 듬뿍 담긴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 앉는 그녀.
그 와중에도 터그 놀이를 하는 개처럼 입은 내게 달라붙어있다.
생각해보니 화들짝 놀라서 깨물릴수도 있구나.
아바타인만큼 그 끔찍한 고통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랫도리가 사람 이빨에 콰직 깨물리는 꿈은
남자라면 농담이라도 언급하기 힘든 끔찍한 일이긴 하지.
다른 의미로 오싹해진 가슴을 진정시키고
아쉽다는 것 처럼 입술을 달싹거리는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전기 충격기에 지져진 것 마냥 펄쩍 뛰던 반응이더니
이제는 마력을 때려박아도 잠깐 움찔거리다 만다.
물론 꾹 오므린 허벅지가 반들반들 빛날 정도로 흥분한 건 여전하지만
아무리 봐도 점점 마력이 주는 쾌락에 적응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짜 위험한 것 같은데…?'
상대방도 무한에 가까운 체력이라면, 무한의 정력이 무슨 소용이랴.
내가 쾌락을 느끼는 부분은 단순히 정액을 찍 싸버리는 쪽이 아니다.
허덕이고 울먹이며 성좌 겸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당한다는
자신의 상황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걸 보고 정신적으로 만족하는 편이지.
전에도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정액을 배출하는 쾌락으로 만족한다면
화신을 몇 명 정하는 게 아니라 좀 생긴 여자들을 싸그리 긁어모아서
꿈 속 세상에 나만의 하렘 왕국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겠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정액과 마력을 그러모은 김하은이
살살 눈치를 보더니 홀로그램을 꼬물꼬물 건드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한 손으로는 내 자지를 놔주지 않는 상황.
"계속할까요?"
"그게 뭐니?"
"아마, 도시를 관리하는 로봇들이라 생각되는데요."
몽마의 재능이란 게 꿈 속 도시관리에도 영향을 미치는걸까.
내가 이해하기도 전에 홀로그램을 탁탁 두드린 그녀가
도시에 마력을 공급하며 온갖 것들을 불러내기 시작한다.
한 손에는 남성의 성기, 다른 손에는 SF 홀로그램.
컨셉 야동에서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다.
대체 뭘 하고 있나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허리에서 힘을 풀었다.
고작해야 손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기분 좋은 감각에
정액과 마력을 분출하면 그걸 그대로 사용하는 상황.
'뭔 마력 디스펜서도 아니고, 시벌….'
기분 좋은 건 둘째치고 참으로 기괴한 장면 아닌가.
시선은 홀로그램에 고정되어 있고 한 손은 바삐 움직이지만
남은 한 손으로는 끝없이 조물딱 조물딱, 대딸을 쳐 주고 있으니.
로봇이라는 단어에 혹하지 않았더라면
곧바로 덥쳐서 혼내줬을텐데.
그렇게 몇 분을 기다려주니 벌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나와 김하은밖에 없는 텅 빈 도시인데 대체 누가 들어온단 말인가.
그리 생각하며 고개만 슬쩍 돌리니 정말로 로봇이 눈 앞에 보인다.
그러니까, 진짜 로봇.
"심각한 수준의 오염 감지. 내실 청소 서비스를 실행하겠습니다-"
인간형 안드로이드 말고
어린이 학습 만화에 나올법 한 깡통 로봇.
다리는 탱크나 포크레인의 무한궤도.
뻣뻣한 양 팔 끝에는 손가락 대신 집게와 청소도구.
몸통은 둥근 양철통 모양이고 머리는 두꺼운 모니터다.
'사람의 형태는 커녕 세련된 로봇 모양도 아니네.'
활짝 열린 커다란 문 뒤로 우웅우웅 소리가 들린다.
방마다 청소 로봇이 한 대씩, 아니 복도나 창문 청소용도 있나.
생각보다 많은 로봇들이 오와 열을 맞춰 이동하는 게 보인다.
물론 '도시 관리' 인데 고작 이 저택 수준에서 끝나지는 않겠지.
내 생각이 맞다고 증명하는 것 처럼 문이 아니라 창 밖이 시끄러워진다.
로켓 엔진 같은 걸 달고있는 모니터가 붕붕 날아다니고
무한궤도 대신 사족보행을 하는 로봇 개가 건물과 골목을 누비니까.
마력을 끼얹기 전의 도시는 고요한 판타지 도시였는데
활성화 된 도시는 유아용 학습 만화에 나오는 SF 도시다.
"저어- 성, 성좌님?"
"왜?"
그렇게 움직이는 로봇들의 행렬을 보고 있으니
허벅지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손길이 느껴진다.
시선을 돌리니 깨끗하게 정리된 의자가 대령된다.
"마, 마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요…."
바지가 벗겨진채로 엉거주춤하게 털썩.
참으로 볼품없는 몰골이지만 유일한 관객은
그마저도 사랑스럽다는 것 처럼 열렬히 바라본다.
그나저나 창 밖을 본게 10분은 커녕 5분도 안 된 것 같은데
그 로봇이 그새 청소를 끝내고 나 몰래 방 밖으로 나갔구나.
외형과 달리 스펙 하나는 어마어마한 녀석인가보다.
엉뚱한 생각을 하며 시간을 끄니
달아오른 얼굴이 점점 울상이된다.
애태우는 것이 아까와 비슷한 상황.
하지만 이번에 군침을 뚝뚝 흘리며 기다리는 것은
그녀의 위 쪽 입술이 아니라 아래쪽 입술이었다.
"정말 그것뿐이니?"
"……."
슬금슬금 내려오던 허리가 딱 멈춘다.
애원을 하기에는 죄송하다고 생각하면서
멈추고 돌아가기에는 쾌락에 젖어버렸으니까.
그녀가 할 수 있는건 내가 자비를 베풀길 바라며
삽입 직전의 모습으로 엉거주춤 내게 걸터 앉는 일 뿐이다.
멋대로 움직이는지 볼까 싶었지만 덜컥 멈추는 가느다란 허리.
욕망에 져서 멋대로 움직였다가 내게 혼나는 게 두려웠는지
남은 마력을 쥐어 짜 스스로를 허공에 고정시키는 모양새다.
"…제가 이 도시를 관리하게 되면, 제게 상을 주실 수 있나요?"
벌벌 떨리는 목소리가 작게 속삭인다.
그와 함께 연보라색 눈동자가 내게 한 가지 각오를 보여준다.
내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을.
"이 도시는 관리자가 필요해요. 제가 그 관리자가 될 테니-"
"정말로?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닐텐데."
김하은은 내게 완벽하게 용서받기 위해 꿈 속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했다.
낮에는 현실에서 살아가고 밤에는 꿈 속을 관리한다는 게 아니다.
악몽이 현실에 강림하는 것과 반대로, 내 꿈 속의 존재가 되려는거다.
아무리 꿈 속 세상이 낙원에 가깝다지만
현실의 육체를 포기하고 꿈 속에서 살아가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달달하게 뒹구나 싶었더니 턱 하고 날아온 무겁디 무거운 결정.
누군가에게 떠밀리거나 분위기에 휩쓸린 결정이 아니라 더 무겁다.
그녀는 진심으로 속죄하려는 마음이었으니까.
화신으로서 성좌를 속여 먹었으니 화신 계약의 유무는 커녕
자신의 존재까지 걸 수 있도록 꿈 속에 처박히겠다는 거 아닌가.
내 감상을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오바떠는데….'
오히려 좀 깬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말로 피해자 하나 없는 사건이었다.
내게 말을 하지 않은 건 괘씸하지만
아무튼 환자는 완치되었으니까.
굳이 비유하자면 보고체계를 무시한 상황인데
하사가 중대장에게 보고체계 어겼다고 죄송하다며
신체포기각서를 내밀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냐고.
그냥 말 잘듣고, 실수 안 하고, 고분고분한 모습만 보여줘도 되는데.
다짜고짜 현실의 육체를 포기하고 꿈 속에서 영원히 일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어 설득할 마음도 생기지 않아서-
"아흐윽, 서, 성좌님?!"
"이상한 쪽으로 폭주하지 말고 얌전히 시키는 것만 해."
그대로 가녀린 허리를 잡아 아래로 끌어내렸다.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던 범생이라 그런가.
어째 혼자서 고민하다 결정을 내리면
상상도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나가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꽉 잡아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