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135화 : 거래 3
부드러운 손이 바지 사이로 스윽 들어온다.
스크린 너머의 아비규환과 전혀 다른 느긋함.
엘프 특유의 시간 관념이 녹아내린 몸짓이라 해야 할까?
느릿느릿하고 나긋나긋한 부드러운 손길이
마치 산들바람처럼 천천히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자극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미약한 손길.
허나 품 안에 있는 온기 때문일까.
그 미약한 손길만으로도 아래쪽에 피가 쏠린다.
[야 이, 몽마새끼야아아악!]
코 끝을 간질이는 숲 향기에
품 안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그리고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이 응큼하게 다가오니
화면 속 마족의 절규는 내가 알 바 아니게 되었다.
[몽마가 다 그렇지, 씨발!]
꿈 속에 사느라 현실을 등진 몽마.
어지간히 제 멋대로 살아가는 종족인지
뾰족 이빨을 아득바득 갈던 마족도 쉽사리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기야 꿈만 꿀 수 있다면 세상이 멸망해도 이부자리에 누워 있는 종족이다.
누군가와 협력하고 성실하게 지내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지.
"무슨 생각해?"
배 위에 올려둔 손이 멈춘 걸 느낀 그녀가 작게 묻는다.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 조금 부풀어오르는 게 보여 짧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멈춰 있던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
"아, 뭐야아~"
아래로, 아래로.
커다랗고 각진 손가락이 제 소중한 곳을 톡톡 건드렸기 때문일까.
귀에서 뺨으로 목으로 퍼져나가던 붉은 기운이 새하얀 피부를 전부 물들인다.
그와 동시에 반격이라도 하는 것 처럼 그녀가 몸을 돌려 내 물건을 양 손으로 쥔다.
'이렇게 마주보니까 작긴 작네.'
내 덩치도 덩치지만, 시들지 않는 거목도 자그맣긴 했다.
몽마의 마력에 물든 세 화신들이 쭉쭉빵빵한 모델이라면
시들지 않는 거목은 귀염상의 아이돌과 닮았다고 해야 할까.
한편으로는 참 사치스러워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섹스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언제 죽을 줄 모르는 야생의 삶을 살아가는데다
오락거리라고는 하나도 없으니까.
인간, 남성의 원초적인 오락은 술, 도박, 섹스 아닌가.
거기에서 술과 도박이 강제적으로 제거되니 섹스말고 뭐 있겠어.
빗물과 물티슈로 최저한의 위생만 챙긴 채
성욕과 식욕을 교환하는 짐승과도 같은 삶.
그런 삶을 살던게 고작 3년 전인데
지금은 화신이니 엘프니 몽마니 하며 품에 안고있다.
"와, 더 커졌어…?"
"아, 좀 더 커지긴 했지?"
성기에 줄자를대는 우스꽝스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엘프 소년의 모습일 때는 대물이다 소리가 나오지만
근육질의 거한 모습일 때는 괴물이다 소리가 나올 지경이니
직접 만져보는 그녀로서는 나보다 더 차이를 느낄 수 있으리라.
호리호리한 엘프 소년의 몸보다 조금 더 커진 물건을
마치 반죽 주무르듯 조물딱거리는 부드러운 손길.
그 상냥한 손길이 머리 속 잡념을 싹 몰아내버린다.
"으음, 서로 껴안는 것도 좋지만 남자 가슴에 안기는 것도 나쁘지 않네에~"
양손으론 내 물건을 슥슥 문지르면서
가슴팍에 뺨을 비벼온다.
내 입장에서는 애교를 부리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가슴골에 코를 박는 행동인걸까.
쪽 소리가 나게 짧은 입맞춤까지 하는 걸 보면 맞겠지.
"남자 가슴이 뭐가 좋다는건지 잘 모르겠어."
"넓고 탄탄하잖아. 껴안기면 심장소리 들으면서 마음이 안정되니까 좋아."
그러더니 슬그머니 옷을 벗기려든다.
물론 덩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은근슬쩍 내가 호응해주지 않으면 벗기지 못하지만.
그래도 저 여리여리한 체구로
누나 겸 선배라고 폼 잡겠다며
귀엽게 구는걸 방해 할 생각은 없었다.
서로의 몸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나는 어느새 팬티만 입고 있고
그녀는 엘프 복장이 반 쯤 흘러내려 나신에 이불만 덮은 것 처럼 보이는 상황.
화면 속에서 고함을 지르며 사무실 밖으로 달려가는 마족을 안주 삼아
우리는 다시 한 번 천천히 입을 맞췄다.
츄읍, 낯부끄러운 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게 느껴진다.
하기야 남자도 미녀의 거유를 보면
눈을 흘끔거리는 게 전부 보이는데
남녀역전 세계의 여자라고 다를 리 있나.
"여, 여기까지 커지는구나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떨리는 목소리.
남자를 모르던 순백의 처녀가 내게 물들었다는 증거다.
내 품에 안겨서 슬금슬금 엉덩이로 나를 자극하는 것만 봐도 명백하지.
그 모습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조금 음흉하게 느껴지지만 뭐 어떻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가 오직 나만을 위해 조금씩 변해가는데.
문제가 있다면 그거다.
'뭘 본거야?'
등 뒤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덩쿨.
침대 대용이라 생각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등을 타고 올라와 내 손목을 휘감는다.
촉수, 아니 덩굴에 휘감기는 근육남이라니.
전생에 여자들이 씹덕물을 볼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어째서인지 성인지 감수성이 충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 이 다음에."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린다고 이 거리에서 안 들릴리가 있나.
연상의 누님처럼 리드하려고 공부라도 해 온것 같은데
대체 뭘 보고 공부한건지 대충 감이 온다.
촉수가 내 아래쪽까지 건드렸다면 당장 찢어발겼겠지만
딱 손목만 묶고 멈춰서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를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권능과 마법과 초능력이 존재하는 세상.
아마 포르노 사업쪽에서도 당당하게 그런 태그가 있지 않을까.
아니면 뭐, 3류 찌라시 잡지에서 남자를 기쁘게 하는 법,
남자가 가진 섹스 판티지 기사, 뭐 이런 거라도 잘못 읽고 왔겠지.
자그마한 눈동자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눕혀서 묶는 것으로 강압적인,
이쪽 세상 기준으로 상여자다운 어필을 한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내가 누워 있는건 평소와 같지만 두 손이 위로 묶인 상태.
당연히 내가 껴안고 호응해주기는 힘들다.
손목 다치지 말라고 부드러운 넝굴을 사용해
근력으로 찢어버릴 수 있긴 하지만
엘프 앞에서 식물을 찢어버리는 건 뭔가 애매하니까.
그러다보니 가만히 있는 나를 그녀가 희롱하고 흥분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섹스 몇 번 해본게 전부인 아가씨가 야동이나 잡지 한 번 보고왔다고
누워 있는 남자를 질질 싸게 만들면 그게 엘프인가? 서큐버스지.
그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간단했다.
그리고 그만큼 효과적이기도 했고.
"저기…, 그럴거면 이걸 푸는 건 어때?"
"그, 색다른게 있어야 연인 관계가 오래 간다고 했으니까."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한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인다.
내 위에 몸을 겹친 상태라 가슴팍에 뺨을 문대는 형태로.
고개를 들어도 부끄럽고 숙여도 부끄럽다면
적어도가슴을 만끽하자는 생각인걸까.
꼼실대는 작은 엉덩이가 민달팽이처럼 기어가
천천히 내 위에 자리를 잡는다.
가슴팍에 느껴지는 보드랍고 따끈한 뺨
복근에 이리저리 짓눌리는 부드러운 가슴과 배
그리고 내가 적신건지 그녀가 적신건지 모를 끈적함까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내 몸을 꾸욱 쥔다.
물론 아프기는 커녕 간지럽지도 않다.
"흐으, 뜨거-"
계속되는 부드러운 자극에 화가 날대로 난 물건이
따듯하고 부드러운 여체를 벌려나가는 게 느껴진다.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부드러운 쾌감.
하지만 묶인 팔 때문일까,
내 위에 올라탄 가벼운 무게감 때문일까.
평소와는 전혀 다르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기야, 화신 애들이 여성상위를 하려 들지는 않지?'
말 잘 듣는 한예지나 봉사하는 이하린
벌 받고 나서는 복종하는 김하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녀들은 섹스보다는 봉사에 가까운 감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무릎을 꿇고 입으로 물건을 머금고 발치에 조아리며
마사지를 하며 내 몸을 씻기는 것을 즐거워하는 화신들.
서로 마주보는 것 까지는 몰라도 누워있는 내 위에 올라타서
제 성욕을 해소하는 일은 아마 먼 미래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무의식의 공간에 또 들어가 연극을 하던가.
'그, 신선하긴 하네.'
깊게 숨을 내쉬던 그녀가 끝까지 내 물건을 품었다.
가슴팍을 타고 흘러내리는 더운 한숨.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허리를 흔들겠지만
이제 그녀가 어찌 반응할지 궁금하다는 마음이 더 크다.
호기심이 성욕을 이긴 것이다.
그녀의 자그마한 손이 내 가슴에서 배로 점점 내려간다.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상체를 세우는 중이니까.
배와 가슴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사라지니 조금 아쉽네.
"그러엄, 움직일게?"
필사적으로 여유로움을 가장한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뺨도 귀도 붉어진 상태로 눈망울이 그렁그렁하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태연함을 가장한다.
이 상황에서 놀려먹는 것 보다는
그냥 그녀가 하고 싶은대로 둬도 좋겠지.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건 화신들과의 잠자리에서 하는 걸로 충분하다.
위아래로 방아를 찧는 건 불가능한지
그녀가 어색하게 허리를 빙빙 돌린다.
좁은 속살이 꾸물텅거리며 내 물건을 꾹꾹 물어온다.
[아이, 싯팔. 좀 도와달라고! 진짜 안 보고 있어? 갔-]
귀찮다는 듯 대충 손을 휘저어 스크린을 잠궈버린 그녀가 배시시 웃는다.
내가 아무리 표정을 관리하고 웃음을 참아도 아랫도리는 솔직하니까.
부드럽고 가녀린 선의 여체가 춤을 추듯 내 위에서 천천히 허리를 돌린다.
'덩굴은 풀 생각이 없나?'
내 가슴에서 묶인 손으로 시선을 바삐 움직이면서.
설마 여기서 더 변태적인 성향으로 빠지지는 않겠지.
엘프가 에로프가 되는 일은 없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