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132화 : 성좌의 권능 4
남자 발목을 잡고 아마조네스 자세로 떡방아를 찧으며 남자를 범하던 년도
흰 가루에 고개를 처박고 방 한가운데에서 공개 자위쇼를 하던 놈도
심장어림에 마력이 박히면 살충제 맞은 모기마냥 바르작바르작 몸을 떤다.
내 옆에 있던 여자도 마찬가지.
"흐, 흐에엑-"
"이거 뭐, 뭐?"
이 장소를 만들어낸 조직의 핵심 인원도 아니고
그냥 마약을 즐기는 손님들인데 뭐 잘났다고 저항할까.
약쟁이들의 정신력으로 몽마의 마력을 버틸 리 없다.
'생각보다 더 효과가 좋네.'
몽마의 마력은 일종의 생화학 무기와 비슷하다.
3대 600을 치는 헬창 병사도, 수도권 명문대 출신 엘리트 병사도
염소 가스 마시면 평등하게 폐가 녹아내리는 것과 같다.
몽마가 주는 쾌락을 이겨내는 방법은 딱 한가지.
정신력.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마라의 세 딸의 알몸을 보고도
고행을 계속하며 유혹을 참아낸 일화가 괜히 있겠는가?
조금 다르지만 몽마의 유혹이란건 그런 종류다.
쾌락을 주고 욕망을 자극하는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는 방법은
근육과 지혜의 단련이 아니라 신앙에 기반한 정신력 뿐.
당연히 마약 난교 파티에 빠져있는 년놈들이 이겨낼 리 없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운데….'
이제 어쩌지?
범죄 집단의 고객님들로 보이는 놈들은 쉽게 제압했다.
마력도 없이 마약에 취한 꼴을 보니까
화신이 아닌 고객들도 꽤 있는 상황.
그러니 황야로 도망칠 수 있는 개구멍을 파두고
마법진으로 공간을 잡아 늘리며 마약을 제조하는
그런 마법 계열의 화신들이 따로 있다는거다.
아마 그들이 이 공간의 진짜 주인이겠지.
여기보다 더 꽁꽁 숨겨진 연금동.
아마 그 쪽에 있지 않을까?
"조, 조금마안-"
"아오 씨, 찐득거려."
호감도 때문일까 서양인이라서 그럴까.
기분 나쁘게 찐득거리는 여자를 밀쳐내고
그대로 테이블 위의 얼음 송곳을 챙겼다.
이쪽은 마약에 취해서 쉽게 제압되었다지만
연금동쪽으로 가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내가 싸워서 지는걸 걱정하는 게 아니다.
내가 모르는 입구로 도망치면 귀찮을 것 같으니까.
'근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불사르는 폭군이 전함을 출동시킬까봐 선수를 치려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북대륙의 마약조직을 소탕하고 있네.
바랄 수있는 건 딱 하나.
이 조직의 은신처에 내가 찾는 범인이 있기를.
※
손아귀에 착 감기는 얼음송곳의 감촉.
사치품의 일종인지 짧달막한 손잡이가 고급스럽다.
물론 아직까지이걸 사용할 일은 없었다.
건실한 회사와 어울리지 않는 진한 술내음.
백주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회사가 있겠는가.
아마 아까 봤던것과 비슷한 방이 몇개 더 있겠지.
다른 손님들의 무리를 잔뜩 만나긴 했지만
"뭘, 봐?"
"아뇨. 아닙니다."
내 옆에 딱 붙어서 으르렁대는 여자 덕분에
내게 다가오던 여자들이 꼬리를 말고 도망친다.
방도 넓고 옷차림도 멀끔하던데
일종의 VIP룸 같은 게 아닐까.
북대륙에서는 끗발 좀 날리는 화신인지
어째 약에 취한 년들도 알아서 설설 기는 모습을 보인다.
그 때문에 얼음 송곳을 들고 다니는 남자와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여자의 조합으로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으음, 연금도옹? 그 정도야 보여줄 수 있지."
귀찮을 정도로 들러붙는 점을 제외하면
수상할 정도로 순조로운 상황.
'매혹이 좀 강했나?'
빌빌 기다가 뇌가 타버리는 것 대신
내 명령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쾌락보다 유혹에 더 마력을 치중했더니 이 꼴이다.
아직 어린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필사적으로 잘난 척, 쎈 척 하는 것처럼
이 여자도 내 옆에서 자신을 열렬히 어필하고 있는거다.
"여기에는 꽤 쓸만한 녀석들이 많아. 브 자코네의 자매들이나 쳅스카야의 브라트바들도 있지. 원한다면 소개시켜줄 수 있어."
그리고 그건 엄청나게 쓸모 있었다.
수상한 서류 가방을 옮기는 여자들
허벅지와 쇄골의 문신을 자랑하는 남자들.
그런 사람들이 우글우글한 복도를 지나
쾅! 소리가 나게 방문을 열어버린다.
"뭐야?"
"이쪽이 브 자코네의 자매들. 같이 있는 남자들은…, 그냥 남창 새끼들이네."
"음? 쿠마린 아니야? 니가 이 쪽에는 무슨 일이야?"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아까와 비슷하다.
알몸으로 엉겨붙은 년놈들은 없지만
봉을 잡고 바지를 벗는 남자와
그걸 둘러싸 구경하며 술과 약을 즐기는 여자들이 가득.
조금 더 점잖긴 하지만 선을 넘은 건 매한가지다.
"옆의 남자는 뭐야, 나눠 주려고 온 거냐?"
사무실과 어울리지 않는 어둑어둑한 조명.
방 한 가운데 떡 세워진 기다란 봉.
그리고 사각팬티 차림으로 봉에 매달려있는 남자.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에 잠시 멈칫거리자
그 새를 못 참고 사건이 터진다.
후웅- 머리카락을 헤집는 바람이 실내를 휘감는다.
"입, 안 닥쳐?"
"이 미친년이?!"
내게 음담패설을 내뱉다 앞니가 박살나며 쓰러지는 여자.
화들짝 놀라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드는 일행들.
겁에 질려 꺄아악 거리며 도망치는 팬티 차림의 남창들.
덜렁거리는 묵직한 것들을 보자 뭐라 말 할수 없이 기분이 더러워진다.
'레이스 사각 팬티 같은건 정말 보고싶지 않았어.'
여성의 레이스 달린 슬립처럼
속살이 비치는 레이스 사각 팬티라니.
대체 누굴 위해 만들어진 끔찍한 물건일까?
한숨을 푹 쉬자 쿠마린이라 불린 옆의 여성이 안절부절 못한다.
"음, 자기야, 미안해? 내가 좀 욱하는 게 있어서-"
"아이 씨발, 약에 취하려면 곱게 취하던가."
으스러진 턱에 물약 같은 걸 붓던 여인이 으르렁거리며 말한다.
쿠마린이라 불린 여자가 생각보다 빽이 좋은 건지
마약 파티 중에 들어와 턱주가리를 부숴도 덤벼들지를 못하네.
하긴, 아까 봤던 방이 여기보다 더 넓고 호화로웠지.
남자도 더 많았고 마약도 많았고 더 음탕하고 더럽게 놀고 있었고.
그렇게 생각하며 마력을 다시 일으켰다.
무서울정도로 늘어난 마력이다.
오늘 한 번 한계까지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 빚은 반드시 받아낼거다…, 안 꺼져!?"
마력을 일으키며 대화에 톡 끼어든다.
"내가 갔으면 좋겠어?"
이번에 일으킨 것은 마력의 실이 아니라 마력의 향.
가습기에서 뿜어지는 자욱한 증기를 떠올리며
방 안을 방향제로 가득 채우는 상상을 한다.
아까가 쾌감 4에 매혹 6이었다면
이번에는 쾌감 2에 매혹 8이라는 느낌으로.
"아니, 그건 또 아니고…."
화신으로써의 격이 더 낮은 까닭일까?
심장에 직접 때려박은 것도 아닌데 반응은 더 빨랐다.
아니면 몽마의 능력이 원래 이렇게 사용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고.
"그쪽, 신사분께 화를 낸게 아니라…."
"어디에 눈독 들이냐, 바실리?"
권총과 권능으로 턱을 으스러트리고 피가 튀던 싸움이
어느새 남자 하나를 끼고 벌어지는 캣파이트로 바뀐다.
그 모습어 어처구니가 없어 허, 하고 웃음을 흘리니
그 웃음을 호감이라 생각했는지 두 여자가 헤벌쭉 웃는다.
그리고 그 뒤에서 권총을 만지작대던 여자들도.
십 수명의 사람들이 나를 멍하니 바라보며 헤벌쭉 웃는 장면.
얼굴이 좀 반반한 여자가 많지 않았더라면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서? 나는 연금동에 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쿠마린, 이 멍청한 년은 연금동 위치에 관심도 없이 남자 엉덩이 주무를 생각밖에 없을겁니다. 제가 안내하죠, 젠틀맨."
"거기서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턱이 아니라 젖탱이가 날아갈 줄 알아, 씨발년아."
"저거 보십쇼. 길 안내를 부탁받았는데 제 멋대로 날뛰는 꼴을."
두 여자가 투덜거리면서도 문을 연다.
턱주가리 부서진 년이랑 턱주가리 부순 년이랑
나란히 문을 열고 나를 에스코트 하려 드는데
그 장면에 이상한 점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되려 남아있는 여자들이 부러움과 질투 섞인 눈빛을 보낼 뿐.
'효과 좋긴 하네.'
입이 두 개가 되어서 그런 걸까?
아까보다 들을만한 이야기가 많아졌다.
잘 보이기 위해 제 자랑만 하던 이야기에서
내게 도움이 되기 위해 알고 있는 정보를 부는 상황이 되니 그럴 수밖에.
"2층과 3층 사이에 하나, 5층과 7층 사이에 하나, 최상층에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최상층에서 지하로 직통으로 향해야지만 연금동으로 넘어갈 수 있구요."
"내가 설명중이잖냐."
"언제나 중요한 걸 빼먹어서 작전을 망치는 년이 할 말인가?"
경쟁적으로 으르렁거리니 시끄럽지만
슬쩍 팔짱을 끼거나 추근대지는 않아 몸은 편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7층에서 사무실을 지나가며 눈인사를 받고
그대로 걸어가 계단을 통해 6층으로 내려간다.
내려간 6층에서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15층 꼭대기로.
'이러니까 들킬 일이 없지.'
누군지는 몰라도 참으로 철저한 성격이었다.
화물용과 직원용 엘리베이터가 통로인 건 맞다.
하지만 황야에서 들어와 지하주차장과 사무실을 통과하지 않으면
연금동으로 이어진 최상층으로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어 둔 것이다.
…아마 사무실의 일반 직원들도 포섭한 상태겠지.
마약을 운반해라, 사람을 죽여라 이런 종류가 아닐 것이고.
사업과 관련된 일이니 모르는 사람이 지나다녀도 모른 척 해라.
회사 사람이 아니어도 화신들이 오갈 수 있으니 무시해라.
이런 포섭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좀 번거롭지만 어쩌겠어요. 이래야 귀찮은 것들이 못 달라붙지."
"하기야, 정의감 넘치는 신입은 언제나 있지."
계속 걷기만 하는 내가 지루해 보였기 때문일까.
이제 두 여자는 경쟁적으로 제 인맥을 자랑한다.
내가 어디 경찰서장이랑 친하다,
지난 번 화신 길드장과 연을 터 놓은 상태다.
이런저런 자랑을 들으며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성좌가 있어도 부정부패에 정치 마피아는 있구나.'
하긴, 성좌가 화신들을 지원하는 건 봤어도
할 일 없는 성좌가 범죄 조직을 직접 소탕하는 일은 거의 없겠지.
가만히 있어도 숭배 받으며 안락하게 놀고 먹을 수 있는데
더럽고 귀찮은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치안총감과 경찰청장이 잠복근무를 할 리 있나.
띠잉- 아까와는 조금 다른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멈추세요."
그리고 처음으로 나를 멈추려는 사람이 등장한다.
"고작 외모로 유혹한 건 아니고, 정신계? 하지만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아요."
새하얀 백의에 연구실 고글을 낀 갈색머리의 미녀.
무슨 만화에서나 나올 법 한 과학자의 외향이었다.
드레스나 끈나시 차림으로
약과 술에 취한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
아무리 생각해도 연금동의 사람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곧바로 마력을 일으켜 보지만-
"소용 없다고 말했죠? 순순히 따라오세요, 침입자."
확실히, 무언가가 매혹을 방해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매혹이 방해받는지 곁의 두 여자도 멍하니 백의의 여성을 바라본다.
자신만만하게 내게 다가온 여자가 내게 팔을 뻗을 때 까지.
그러니까,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얌전히 따라온다면 곱게, 헤엑-"
푸욱, 하고.
손이 닿을 거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