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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화 〉131화 : 성좌의 권능 3 (131/169)



〈 131화 〉131화 : 성좌의 권능 3

새하얀 피부에 대비되는 금발 머리.
사파이어 깎은  같은 푸른 눈.
과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근육질의 몸.

"우와...  모습도 멋져!"

"음, 고마워?"

시들지 않는 거목의 도움을 받은
나의 서대륙풍 아바타였다.
당연히 이런 모습을 하는 이유는 하나.
직접 화면 속으로 내려가 보기 위해서.

"그런데 직접 가 보려고? 괜찮겠어?"

"고작 아바타인데 뭘."

화면 속에서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있었다.
백 단위는 아니지만 적어도 수십 명.
삽과 호미를 들고 꽃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

이능의 흔적이 남을까 걱정하는지
덩치 큰 여자들이 쪼그려 앉아
깊게 뿌리내린 꽃을 손수 제거하고 있다.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오싹하다.
대체 저 아래에 몇 명이나 있는거야?
다행인 점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서로 모르는 눈치라는 점.

소수정예여서 서로의 얼굴을 전부 알고있다면
몰래 내려가 볼  없이 다른 성좌나 아카데미에 신고했겠지.
그러지 않고 내가 직접 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포인트 벌이.

명성이 곧 포인트가 되는 세상이다.
화신의 활약도 포인트가 되지만
성좌의 활약도 포인트가 되는 건 당연.
굴레를 베어내는 검도 직접 포인트를 벌고 다니니까.

'이제 목걸이 하나씩 맞췄는데 어느 세월에 풀세트를 맞춰.'

한 달에  파츠씩 맞추는건 너무 느리다.
포인트 벌이가 꽤 풍족해졌다고 해도
중견급인 시들지 않는 거목보다 훨씬 적은 양의 포인트.

굳이 내 위치를 표현하자면 이제 기초를 다지기 시작한,
100명 중 80등 정도의 위치 아닐까.

몽마 주제에 인간계를 돌아다니고
유명한 성좌에 엮여 성장이 이례적으로 빠르다지만
수 십년간 쌓아올린 인지도와는 비교할 수 없지.

그러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그러면, 다녀올게."

"응, 잘 다녀와. 혹시 위험해지면 지켜보다가 도와줄게."

서구적인 외형의 금발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작게 미소지으며 인사한다.
흑발일 때 보다 훨씬 부피가 줄어든 몸.
근력은 조금 밀리지만 몸이 가볍다.

그렇게 육체를 점검하며 슬그머니 지상으로 분신을 보낸다.

'이렇게 보니까 대단하네.'

흙내음 물씬 나는 황야.
그리고 끝 없이 펼쳐진 꽃밭.
스크린으로 볼  그냥 넓구나~ 하는 수준이지만
직접 내려와 두 발로 서서 보니 시야가 꽃으로 가득하다.

어느 정도냐면, 꽃이 너무 많아서 입구를 찾는게 불가능할 수준.
호미와 삽으로 땅을 헤집는 걸 분명히 보고 내려왔는데
그 잠깐의 시간안에 전부 원상복구  것이다.

슬그머니 하늘을 올려다 보자
꽃봉우리  개가 부자연스럽게 부풀어오른다.
자세히 보면 새하얀 꽃들이 꼬물꼬물 움직여 네모를 그린 상황.

눈에, 손에, 발에, 온 몸에.
마력을 두르고 톡톡, 입구를 두드리다 보니
미끄럼틀을 타고 쑤욱 내려가는 감각이 느껴진다.

'물리적인 입구가 아니라, 마법진 같은 건가?'

조금은 다르지만 자각몽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하기야, 흙을 파내고 땅굴을 파는 것 보다
지면에 마법진을 새기고 숨기는  더 편하겠지.

눈을 뜨자마자 입구를 지키는 경비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상황은 없었다.

'무능한건지, 안일한건지.'

어둑어둑한 지하실 통로.
그렇다고 해서 내가 봐 왔던
지저분하고 습한 통로는 아니다.

아니, 마법진으로 이동했으니 지하가 아닐수도 있나?

말끔한 녹색, 회색의 페인트.
얼핏 보면 지하주차장이 떠오르는 이미지다.
먼지 하나 없이 반짝반짝 빛나는 바닥과 기둥을 보니 더욱 더.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떤 건물일까?

이러저러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저 앞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아, 이번 작품은 맛이 좋네."

"확실히, 저 정도면 세워줄 맛이 나는데?"

"미친놈, 말하는 거 개 천박해."

킥킥거리며 음담패설을 지껄이는 남자의 무리.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걷는 게 정상적이진 않다.
외형은 잘 생겼지만 흐리멍텅한 눈깔을 보면
술이 아니라 약에 취했다는 걸 쉽게  수 있었다.

'뭐지, 이 새끼들은?'

성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만든비밀장소다.
조용하고엄격하고, 경비가 잔뜩 있는
판타지에서 나오는 지하암시장같은  떠올렸는데.
왜 갑자기 클럽 뒷골목 같은 분위기가 되는 걸까.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에 멀뚱히 서 있는데
비틀거리던  놈이 나를 바라본다.
죽여야 하나, 기절시켜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으이- 너도  거야?"

"뭐야, 누군데?"

"그으, 지난번에, 같이 테이블 쓰다가…?"

"아무튼 같이 즐겼다는  아니야."

약에 취한 놈이 다가와 아는 척을 한다.
금발의 푸른 눈이면 그냥 다 지인이라고 생각하는걸까.
아니면 이 녀석들이 위기의식도 없는 병신들인걸까.
다섯 놈 중 의심하는 놈 하나 없이 웅성거리며 발걸음을 옮긴다.

몰래 숨어들어가서 암살을 하고
정보를 모아서 아카데미 침입자를 찾을 생각이었는데.
일이 쉽게 풀려도 너무 이상할 정도로 풀리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자 너무 쉽게 정답이 나왔다.
김하은으로 부터 강탈한 마력통.

성좌의 권능에 몽마의 페로몬
그리고 세기의 천재가 모은 대량의 마력까지.
이미 술과 약에 찌든 녀석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같다.

쫄티나 4부 반바지 같은거 입고 약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으면서
여자한테 수동적으로 따먹힌 음담패설을 지껄이는 남자들의 호의.

조금, 아니 많이 좆같지만 이럴 땐 유용하게 써먹을  밖에.

그래도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지껄이고
어깨를 팡팡 치면서 낄낄 웃을  마다
폐나 기도 중 어디를 찔러야 조용해질까 고민을 하게 된다.

"아, 오늘은 이쪽이던가?"

"아냐, 연금동은 일단 아니지."

"실험실 밖에 없는 곳에서 우리를  불렀겠냐고."

"저 새끼 벌써 취해서 세울 수는 있냐?"

"여기다 놔두면 자동차 배기구에 박는거 아니야?"

그래도 표지판 하나 없는 갈림길에서
취한 입에서 오른쪽이 연금동이니 뭐니
온갖 정보가 튀어나오니 편하기는 하다.

취하면 떠드는 버릇이 있는 건지
이쪽 세상 마약은 떠벌거리게 하는 부작용이 있는 건지
쉬지 않고 떠는 다섯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지식을 얻었다.

하나, 이 곳은 북대륙의 한 빌딩이다.
둘, 이 건물에는 다른 화신들이 있어 합법적 검은 안개가 있다.
셋, 그 맹점을 이용해 빌딩 내부에 비밀장소 몇 개를 만들어 두었다.

벽의 두께를 바꾸고 마법을 새겨서 만든 장소들.
아래층에서는 회사원들이 서류를 옮기고
위층에서는 화신들이 업무 배정을 받는동안
그 사이의 은밀한 비밀 장소에서는 마약 난교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거다.

눈 앞의 장면처럼.

'지랄 났네.'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엘리베이터가 이동한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엘리베이터의 문.
훅 하고 얼굴로 날아오는 더운 공기.
그리고  끝을 자극하는 비릿한 냄새.

"아, 아흐, 좀, 좀 더-"
"좀 더 세우라고, 씨발놈아!"
"어제 왔던 놈들은 안 온대?"
"니가주사기 잘못 꽃아놓고 나한테 지랄이야."

방 내부만 보면 매우 고풍스러웠다.
원목 테이블과 부드러운 곡선의 소파.
벽면에 예쁘게 나열된 술병들과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바텐더.

소파 위에서 치마만 벗은 여자가
남자  명에게 빨리고 있다던가
원목 테이블 위에 하얀 가루를 뿌리고
고개를 처박고 웅크린 채 자위쇼를 하는 남자를
옆에서 재미나게 구경하는 여자들을 제외하면 말이지.

음탕하다 못해 역겨운 장면.
술과 음식이 지저분하게 바닥을 더럽히고 있어서 그런 걸까?
마약과 난교를 끔찍하게 여기는 건 아니지만
눈 앞의 광경을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

불쾌함을 가득 담아 마력을 움직였다.
김하은에게서 마력을 강탈한 이후 거대하다 못해 비대해진 마력을.

실타래처럼 움직이는 마력의 실.
하지만 그 굵기는 거의 고무호스에 가깝다.
얇고 가느다란 실처럼 정밀동작은 할 수 없지만
지금 하려는 행동에는 이게 좋으니까.

"으음, 신입이야?"

와인잔을  여자가 비틀비틀 다가온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던 남자들은
어느새 테이블로 흩어져 여자들 사이에 파묻힌 상태.

"흐,  보던 얼굴인데, 좋네."

꽤나 취했는지 술이 손을  적시고 흐르는 걸 모르는 상태로
내 옆에 다가와 슬쩍 팔짱을 끼더니 허벅지를 만지작거린다.

"누나가아, 이래뵈도 꽤 잘나가거든?"

히쭉히쭉 웃을 때 마다 입에서 역한 냄새가 난다.
씹는 담배나 마약을 아가리에 처넣은 걸까?
차라리 손에 묻은 와인이 향긋할 정도의 구취.

'얼굴은 반반한데….'

검은 안개도 있다고 들었겠다,
술에 취한 미녀들도 잔득 있겠다.
어느 정도 즐길 생각을 하긴 했지만
입에서 나는 냄새에 발기한 물건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인다.

서양인 특유의 체취와 남녀의 분비물 뒤섞인 냄새
거기에 흘린 음식물과 마약성 잎사귀의 냄새가 섞이니
시야에는 찐한 하드코어 포르노가 비춰지는데도
아래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지경이다.

"응, 아, 코가 예민한가보네."

그 와중에 눈치는 있는지 손을 휘휘 저어보이는 여성.
새빨간 드레스가 흐트러져 가슴과 등이 전부 드러난 상황에
실내를 바람이 휩쓸자 아래쪽도 훌러덩 까진다.

'되게 정밀한 마력 컨트롤인데.'

약에 취해있어도 악취만 뭉쳐서  밖으로 보내는 능력.
화신으로서의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깔끔하기만 했다면 당장 소파에 눕혔겠지만-

'얘로 시작할까.'

아까 맡았던 체취가 너무 충격적이라 그저 마력을 때려박았다.
덜렁거리다 한 쪽 유두까지 드러난 뽀얀 가슴을 향해.
정확히는 그녀의 심장을 향해서.

"헤으윽…?"

멀쩡히 능력을 사용하던 여자가
내 어깨를 꽈악 쥐며 다리를 오므린다.
펄럭이는 드레스 자락 아래로 애액이 질질 흐르는  보일 지경.

"이, 이거모야아앙-"

우뚝 선 채로 비음을 흘리며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기괴한 장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쪽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야 그렇겠지.

꿈 속에서 꺼낸 마약을 심장에 다이렉트로 처박았으니까.
부작용도 없이 꿈에서나 맛볼 수 있는 쾌락을 똘똘 뭉친
말 그대로 꿈의 마약을 말이다.

깨끗해진 공기가 다시 순식간에 후끈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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