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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화 〉128화 : 기묘한 후일담 2 (128/169)



〈 128화 〉128화 : 기묘한 후일담 2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다.
누군가가 담배꽁초를 버린다면 산불이 일어날  있는 것 처럼.
그래도 그게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예상을 하지.

'아무리 그래도 이건인과 보다는 나비효과 아닌가?'

이하린은 밀린 제사마법 연구를 한창 하느라 얼굴 비추는게 뜸하고
김하은은 아침, 점심, 저녁마다 꼬박꼬박 내 명령을 들으러 왔다.
그렇게 두 화신을 일터로 보내자 옆에 남은   사람.

어색한 얼굴로  주변을 맴도는 한예지와 정아린, 남궁희였다.

"성좌님, 그…."

"밀착 경호라 해서 부담 가질 필요 없단다. 운동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어떠니?"

사회가 인간관계와 이해득실이 잔뜩 얽힌 복마전이라지만
이 세명이 아카데미로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사람 하나 치료했더니 세 명이 아카데미 소속이 되는  누가 예상해.

 정도면 골드버그도 깜짝 놀라
골드버그 장치의 이름을 바꾸지 않을까?

"네, 알겠습니다."

"그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거니까 편하게 있으면 된단다."

사건의 발단은 굴레를 베어내는 검의 제자들이었다.
그들이 아카데미에서 물러가며 던진 질문 딱 하나.

'성좌님을 보필하는 인원이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일입니까?'

주화입마에 빠진 여제자를 맡기려 들었는데
왜 무기력한 악몽의 거처에시종이 없냐는 것이었다.

나야 사내놈들과 동거를 하기 싫어서  내쫒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들은 전혀 달랐다.

그야 그럴게, 성좌를 숭배하는 세상이다.
연예인만 되어도 매니져가 관리를 하고 도움을 주는데
신앙의 대상인 성좌를 시종이나 비서 하나 없이 방치한다?

물론 아카데미 측에서야 내가 몇 번이고 거절했다는핑계가 있지만,

'아니, 성좌님께서 마음을  주셨다고 진짜 인원을 빼?'
'얼마 전에는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는데 괜찮은 거 맞나?'

따지는 입장에서는 그걸 받아들일 리 없다.
거기에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성좌님이 괜찮다 하셨어도, 꼬투리 잡힐 일은 없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성좌가 존재하고 화신과 초능력이 과학가 함께 발달하는 세상이라 해도
정치인들이 편 갈라 싸우는 일은 늘 있는 일이다.
당장 아카데미 총장도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자리니까.

그렇게 굴레를 베어내는 검의 제자들과
나와 김하은에게 치료받은 군인들
그리고 아카데미 내부 의견이 합쳐진 결과가 이거다.

나름 유망주인 한예지의 팀을 내 밀착 경호팀으로 아카데미가 고용하는 것.

반 강제적인 일이지만 그녀들이 진심으로 싫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카데미가 어디의 K-군대처럼 사람을 부리지는 않으니까.
남의 통장을 들여다 보는 취미는 없지만
적어도 연봉이 3배 이상 뛰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굴레를 베어내는 검의 제자들은 내 화신을 챙겨줘서 좋고
아카데미쪽은 정치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떡밥을 예방하고
 화신들은 통장이 두둑해지고 아카데미 소속이 되어서 좋고.

고작해야 1주일 정도 지났는데 이걸 위해 아주 많은 정치적 대화가 오갔겠지.
그렇다고 해서 언제든지 성역과 꿈 속으로 도망치는 몽마를 지킬 이유는 없다.

사격장 만점을 위해 다시 도전하러 가는 한예지와
허락을 받고 훈련장으로 운동을 하러 가는 남궁희
그리고 드루이드라서 그런지 숙소 옆 화단을가꾸러 가는 정아린.

말만 밀착 경호지 자기 할 일 해도 좋다고 보냈으니까.
그렇게 이하린과 김하은, 거기에 한예지네 팀까지
 다섯 명을 숙소에서 내보낸  늘어져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으니-

"안, 녀엉?"

"무슨 일이야?"

정아린이 두고  나무 팔찌에서 시들지 않는 거목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엘프 특유의 느긋한 시간 관념 때문에
그녀가 먼저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무슨 일일까.

"별건 아니고, 나무 정령들의 반응이 달라져서 연락해봤어."

"나무 정령들?"

"응, 팔찌 주변에 있는 애들이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데, 아카데미에 무슨 일 있어?"

그 말을 들으니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쥔 손가락 두께만 해도 엘프 모드보다 두 배는 두꺼우니까.
키도 30cm 이상 차이나고, 허벅지나 팔뚝도  배는 차이 나는 것 같다.
외모부터 키와 무게, 덩치까지 거의 두 배 이상 부풀어 올랐으니
정령들이 나를 보고 놀라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덩치가 커지면 편한 일이 많다.
구체적으로 찬장에 둔 커피 믹스나 과자를 꺼내고
식재료로 간단한 음식을 조리해 먹을 때.

그러다보니 다시 자그마한 엘프의 육체로 돌아가질 않았다.
다시는 몸을  바꾸는  아니까 편한 대로 움직인거다.

'원하면 바꿀수 있는  같은데.'

정신을 집중하니 조금씩 시야가 낮아지는 
엘프의 몸과 근육질의 몸을 오갈 수 있는  같다.
이즈음 되면 고양이가 내 몸에서 뭘 쫒아냈는지 궁금할 지경.

제약이나 한계 같은 것도 쫒아낼  있는건가?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이네, 저거.

"별 일은 없고, 다시 예전 모습으로 변했을 뿐이야."

"처음 만났을   모습?"

"응, 그 덩치 큰 모습."

시들지 않는 거목과 만나고 나서 엘프로 변했으니
그녀도 내 근육질인 모습을 기억하고 있겠지.
물론 그때보다 조금 더 두꺼워진 모습이지만.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동대륙 최강의 성좌가 미계약 상태인 제자를 고쳐달라고 왔어.
내 화신 중 하나가 재능을 빨아먹으려고 제자의 꿈에 몰래 들어갔어.
얼마  충성스러운 송곳니의 전령이 내 몸을 제 멋대로 바꿨어.
그래서 내 화신을 벌주고 제자를 치료한 상황이야.

…이렇게 설명하면 세상 누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

"음,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일."

"역시 인간 세상은 어지럽구나."

엘프로서의 편견인지 시들지 않는 거목은 곧바로 이해했다는  말한다.
그래도 간만에  연락인데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쉽지.

어차피  일도 없는데 떠들러 가 볼까.
정아린의 나무 팔찌야 뭐, 훔쳐갈 사람도 없겠지.
이건 여기에 두고 성역으로 올라가야겠다.

아카데미에서 내 성역으로,
거기서 세계수의 가지를 타고 시들지 않는 거목의 공간으로.
휙휙 시야가 변하자 눈 앞에 해맑게 웃는 새하얀 얼굴이 보인다.

운동선수에서 야만전사로 진화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시들지 않는 거목은 별로 신경쓰지를 않네.

"곧바로 와 줬네, 마실 거 준비할테니 기다려 줘!"

새하얀 옷자락을 팔락이며 도도도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테이블에 앉았다.
찬장에서 나무 넝쿨을 잡아당겨 황금색 액체를 짜내는 모습이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러 온 거야?"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얼굴을 보고 싶던 것도 있지만
조언을 듣고 싶었던 마음도 있다.
잘못을 저지른 화신에게 어떤 처벌을 내리는지에 대한 것.

김하은이야 마력이 묶이고 근원을 제압당해
수동적인 모습으로 변한 상태로 끝을 봤지만
한예지나 이하린이 작은 실수를  수도 있는  아닌가.

용서하기는 애매한 실수를 했을 때
적당하게 벌을 주는 방법을 생각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자, 여기!"

익숙한 나뭇잎 찻잔에 따라진 황금색 음료.
식물이 많은 만큼 무수히 많은 찻잎이 있었지만
어린애 입맛에 가까운 나는 그냥 달콤한 게 좋았다.

그 와중에  덩치에 비례해서
찻잔도 더 큰 걸로 준비한게 귀엽게 느껴진다.

달콤하고 시원한 황금색 수액으로 입술을 적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면-"

말재주는 별로 없었기에 최대한 순서대로 설명한다.
어느 날 굴레를 베어내는 검이 주화입마에 걸린 여제자를 데리고 왔으며
화신들 중 하나가 마력에 중독되어서 나를 속였다는 것 까지.

물론 목줄 섹스 같은  이야기 할 필요가 없으니 넘어가고.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게 그거야?"

"응. 너는 화신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어떻게 벌을 줬어?"

내 말을 들은 그녀가 생각에 빠진다.

찻잔을 쥐던 가느다란 손가락이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는 걸 구경하고 있으니
미간을 찌푸리던 그녀가 생각보다 빠르게 내게 대답을  준다.

"내가 데리고 있는 화신들은  종류거든?"

"그렇지? 농부들이랑 드루이드들."

부분은 지난번 포인트 벌이를 목적으로 그녀를 돕다 알게 된 내용이다.
동대륙 농경지에서 제사를 바치고 풍년을 기원하는 축복을 받는 농부 화신들.
그리고 자연을 돌보는 대신 짐승의 감각을 받는 드루이드 화신들.

당장 한예지의 선배인 정아린이
시들지 않는 거목의 드루이드 화신이니까.

"이럴  적당한 기준을 세워두는 게 가장 중요해. 내가 주는 것과 받는 것, 그리고 잘못을 했을 때 어떤 벌을 줄 지."

"음, 너무 추상적이지 않아?"

기준을 세우고 싶어 조언을 들으러 왔는데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을 듣는다니.
조금 무례한 생각이지만, 너무 도움이 안 되는  아닌가.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한 번 생긋 웃은 그녀가 설명을 이어나간다.

"그 기준을 정확하게 세워야 한다는 거야. 예를 들어서 농부 화신들. 내가 그녀들에게 내려주는 건 풍년의 약속이지? 그러니까 벌을 줄 땐 그 축복을 조금 거둬들이는거야. 잘못을 하면 상을 받지 못한다는 걸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상과 벌을 엮으면 안된다는 내용의 글을 전생에 본  같은데.
아니, 그건 육아와 관련된 내용이니 상관 없나?

"농부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작물이 조금씩 시들어. 반대로 드루이드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감각이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해. 내가 그들에게 베푼 것을 다시 앗아가는 것, 그렇게 해서 끝내 아무것도 주지 않게되는 걸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벌로 정해두는거야."

"음, 그래? 대충 알 것 같아."

그녀이 이어지는 설명을 들으니 대충   같았다.
그리스로마 신화 같은 혐오스러운 신들을 봐라.

지들이 수 틀리면 인간을 죽이고 저주하고 강간하지 않나?
그러한  생각해보면 시들지 않는 거목은 확실한 자비를 보여주고 있다.

준 것을 다시 빼앗는 것.
그리하여 관계를 취소하는 것.
그게 그녀가 내리는 가장 커다란 벌이다.

어딘가의 혐성 강간범 신들처럼
죄를 지었다고  것보다  벌을 내리지 않도록.
마음씨 여린 엘프 다운 처벌이었다.

'죄를 지으면 자각몽을 금지시키고 악몽을 꾸게 하면 되나?'

홀짝 홀짝, 커다란 잔에 담긴 음료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정리하는 동안
그녀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내가 생각을 이어나가도록 조용히 기다려 준다.

꽃 향기와  내음 사이에서 평온한 시간이 흐른다.

귀찮은 연락이 오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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