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9화 〉119화 : 목줄 2 (119/169)



〈 119화 〉119화 : 목줄 2

침대에 걸터 앉아 손에 쥐어진  목줄 손잡이를 쥐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때문…은, 아니겠지?'

몽마의 마력 때문에 이하린이 이렇게 된 건가? 하는 걱정이.


몸을 움직일 때 마다 가운 너머로 출렁이는 가슴
새하얀 목욕 가운 만큼 뽀얀 피부
배시시 웃어보이는 가느다란 눈매.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변한 외모다.


훈련복 입고 연병장 뛰던 살짝  피부의 단발머리 생도는 온데간데 없고
눈 앞에 있는 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여인 뿐이니까.

'가슴, 엄청 커졌네.'

가슴이 커지고 피부가 뽀얗게 변한 모습을 보며
몰려오는 쾌락에 더운 숨을 내뱉다 보면 그런 생각이 다시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인간의 육체를 이토록 바꿔버리는 마력이 정신도 건드린게 아닌가?

'몽마의 마력이 사람을 변태로 만드는 건… 한예지 보면 그건 또 아닌가?'


그러다  생각이 한예지에게 닿았다.
소녀 가장으로 살아 멋부림도 사치도 모르는 내 첫 번째 화신.
그녀도 피부와 몸매가 꽤 많이 변하긴 했지.

외모만 따지면 평범한 편의점 알바녀에서
XX동 알바녀로 인터넷에 난리가 날 수준으로?

[성좌님? 제가 뭔가 실수라도…]


몽마의 마력이 주는 쾌감에 저항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딴 생각을 하며 눈을 피했더니
곧바로 머릿 속에서 시무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아, 너무 기분이 좋아서, 흣-"


슬그머니 아래를 내려다 보자 참고 있던 사정감이 후욱 밀려온다.
개 목줄을 찬 미녀가 네 발로 기며 귀두에 쭈웁 쭙 입을 맞추는데
 시각적인 자극이 마치 댐에 구멍을 뚫듯 내 뇌리를 툭 건드렸으니까.


몽마의 육체가 된 이후 딱히 사정을 참은 적이 없던 내가 쾌감을 참고 있으니
그게 자기 잘못인  알고 안절부절 못 하던 이하린이 배시시 웃는다.

침대에 편히 앉은 내 다리 사이에서  발로 엎드려 있는 그녀.
무릎이 아프지도 않는지  사정감을 느끼고 쯉쯉 강하게 빨아들인다.
결국 몰려오는 사정감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그녀의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이걸 어떻게 참아-'

망설임도 없이 정액을 꿀떡 삼킨 그녀의 입술이 번들거린다.
그러더니 다시 한 번 귀두 끝자락을 빨아내듯 입을 맞추더니
다시 한 번 쪽쪽 소리를 내며 허벅지로, 아래로 향한다.


'진짜, 나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쾌락이 충족되면 만족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 강한 쾌락을 원하는 사람도 있는 게 아닐까.

한예지는 안주하는 사람이고
이하린은 빠져드는 사람인거지.

그러면서도 자제심을 가지는 게 나를 더욱 오싹하게 만든다.

"기분, 좋으셨나요?"


발 끝에 입을 맞춘 이하린이 여전히 엎드린채로 묻는다.
내가 만족했다고 하면 그녀는 그대로 일어나 나를 씻겨 주고 나가겠지.


역으로 생각을  보자.
입으로 실컷 봉사하다 혀만 가지고 보내버린 다음
절정으로 신음을 흘리는 미녀의 나체를 보고 삽입하지 않고 멈춘다?

'절대 불가능하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없이 목줄을 잡아당겨 이하린을 이끌었다.
욕망에 깊게 빠져들어도 결국 '봉사'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대단하고 기특한 모습을 보여 줬으면 상을 줘야하지 않겠는가.


"기분은 좋았지만, 아직 부족하구나."

손을 놓지 않고 뒤로 움직여 침대 위로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목줄에 이끌린 이하린도 끌려 올라온다.
목을 당기는 목줄의 감촉이 불편할 법도 한데
가느다란 눈매에 맺힌 눈웃음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바닥에서 침대까지 계속 네 발로 기어온 이하린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몽마의 마력이 계속 혀 끝에 머무는 걸 보니 또 봉사랍시고 사타구니에 머리를 처박을  같은데.
지금 내가 보고 싶은  흐트러진 그녀의 모습이지 봉사를 받는  아니다.


"올라타서, 네가 움직여보렴."

선수를 치듯 말을 툭 뱉으며 목줄을 스윽 잡아당겼다.
벌어진 가운이 아슬아슬하게 가슴  자락을 가리는 음탕한 모습.
 사이로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비부가 드러난다.

"준비는 충분히 된 것 같은데?"

삽입 준비를 하던 이하린이 피부가 마주 닿은 것만으로 흐엥, 하고 김 빠진 신음소리를 낸다.


"네, 헤엥-"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얘가  이런가 싶었는데
아랫배에 머무는 연보랏빛 마력을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미숙하구나?'


마력이 꿈틀거리면서 피부 위에서 날뛰는 게 보인다.
물론 몽마의 마력,  것도 극소량이 날뛰어 봐야 큰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고작해야 지금의 이하린처럼 쾌감이 멋대로 증폭되는 정도?

"흐읏, 시, 시작하겠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봉사다.
이런 생각을 버리지 않는지 공손하게 말하는 이하린의 목소리가 벌벌 떨린다.

그 약해보이는 모습에 절로 꺼덕이는  물건.
그걸 재촉으로 받아 들였는지 씰룩거린다기 보다는
바르르 떨리는 뽀얀 궁둥이가 서서히 내려온다.

"흐, 흐으-"

익숙하면서도 낯선 쾌감.
현실에서 자각몽 속의 감각이 느껴지니까 잠시 혼란스럽다.
쾌감과 마력에 취해 멍해진 시야 너머로
이하린의 아랫배에서 마력이 최면을 걸듯 빙글빙글 도는 게 보인다.

'으, 어지러….'







다행스럽게도 이하린이 평상시에 개 목줄을 차고 다니는 일은 없었다.
대신 검은색 패션초커 목걸이를 하고 다닐 뿐.


남녀 역전 세계라서 그런 걸까?

얼핏 보면 목줄처럼 보이는 초커를 끼고 다녀도
아카데미의 다른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년이 패션으로 뭘 끼고 다니던 말던 관심가지질 않는 것이다.

"하하, 스승님. 이 제자의 검이 어떻습니까?"

"좋구나, 좋아!"

그리하여 큰 일이 벌어졌던 것 같지만
일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스승님, 오늘은 어느 쪽으로 향합니까?"


"동남동 방위 거점에서 지원 요청이 왔구나."


아침에 일어나서 빠르게 일반 환자들을 돌보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마법진을 그려 굴레를 베어내는 검의  속으로 들어간다.


마법진을 그리고 제물을 바쳐 마력을 침투시키는 게 유용한지
날이 가면 갈수록 여제자의 꿈 속에서 나는 자유롭게 움직일  있었다.


[그래서, 어떠십니까 성좌님?]

[어제보다는  더 나아갔구나.]

그리고  하나 더,
이하린이 건네 준 목줄이 생각보다 대단한 마도구인지
여제자의 주화입마 속에서도 그녀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렇게 또 떠나가는  사제의 뒷모습을 보며 자택 툇마루에 걸터 앉았다.


잘 꾸며진 정갈한 정원을 가진 동양풍 저택.
저택 내부는 박물관에서 볼 법한 도자기 같은 게 가득하다.
물론 둘러 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벌써 다섯번은 구경했기 때문에
나는 멍하니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야기에 진전이 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네.'

첫 날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를 지나 오늘은 벌써 다섯 번 째.
날이 가면 갈수록 내가  수 있는 이야기도 길어졌다.

첫 날에 헬기를 타고 가는 걸 보았다면
둘째 날에는 헬기를 타고 돌아온 두 명이 깨달음을 정리한다고 검을 나누는 걸 보았다.
셋째 날에는 여제자의 검 끝에 시퍼런 불꽃이 일렁이는 걸 진심으로 축하하는 걸 보았고
넷째 날에는 또 헬기를 타고 긴장한 얼굴로 어디론가 가는 것 까지 보았다.

같은 기억을 보고 또 보는게 재미있을 리 있겠는가.
제발 오늘 돌아올 때 주화입마의 원인이라도 있기를.

한 번 제사를 지낼  2~3일치 기억을 보는데
만약 이게 주화입마 1년 전이라면 이 짓거리를 100번 해야 한다는 소리니까.
아무리 이 안에서  마력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100번씩 반복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쨋든  곳도 자각몽과 비슷한 공간이니 마력이나 모으자는 생각으로 명상을 한다.
아무리 실타래 같은 마력이라 해도 양은 늘릴 수 있으니까.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간에서 홀로 마력을 다루는 수련을 하고 있으니
이제서야 판타지 세상이라는 실감이 든다.

두 눈을 감고 마력을 움직이며 숨을 천천히 내쉬며 하늘을, 구름을 올려다 보았다.
새파란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  투투투투 하는 헬기 소리가 들린다.

'이제 나갈 수 있나?'

헬기가 착륙하기도 전에 두 명이  뛰어내리겠지.
그러고는 피 묻은 검을 닦으며 검이 어쨌네 검객은 이렇네 대화를 나눌 것이다.
네 번이나 반복된 일이 다시 반복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똑바로 들어!"


"크윽, 무, 묶을까요?"


오늘은 조금 다르다.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툇마루에서 벌떡 일어나 상황을 지켜보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굴레를 베어내는 검.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그녀에게는 상처는 커녕 먼지도 묻지 않은 말끔한 모습이다.


그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군청색 군복을 입은 군인 여성들.
몸으로 무언가를 가리고 있고, 누군가는 벨트나 로프를 들고 오고 있었다.


"키, 키야아아악!"


그리고 그런 군인들 너머로 보이는 여제자.
낮의 그 자신만만하고 멀끔한 모습 대신
아카데미에서 봤던 광인의 모습으로 날뛰다 로프에 포박되고 있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그래, 돌아가 보게나."

착잡한 얼굴로 경례를 한 여군들이 헬기를 타고 떠난다.
이제 대문 밖에는 흙바닥을 뒹굴며 난동을 피우는 여제자와
입을 꾹 다문 채 그걸 바라보는 굴레를 베어내는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이러면 원인을 모르는데?'


주화입마의 원인이 이 저택이 아니라 전쟁터라면
내가 여기에 있어서 해결  문제가 아닌데?
그리 생각하며 나를  나가게 막는 담벼락을 마력으로 톡톡 건드려보는 순간-

퍼억!

가죽으로 만든 북 터지는 소리가 들렀다.
샌드백을 배트로 후려친 것 같기도 하고,
쌀포대를 실수로 떨어트린 것 같은 소리와도 닮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살벌한 광경이 펼쳐진다.

"후우,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이야."


"키, 키야악?!"


보이는 것은 담벼락에 처박힌 여제자.
흙먼지 듬뿍 뒤집어  그녀가 키엑키엑 울부짖는다.
그리고 그 앞에서 허리춤의 검집을 풀어 몽둥이처럼 집어 드는 굴레를 베어내는 검.

"주화입마에  줄이야. 다 내 잘못이다. 그렇다 해도 심성이 여린 아이가 민간인에게 검을 뻗을 줄이야…. 너무 교육을 무르게 했어."

검이, 아니 검집이 몽둥이처럼 바람을 가른다.
김하은의 고양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훙훙 살벌하게 휘둘러지는 검집.
가끔 마당에서 대련을 하던 것은 애들장난이라고 주장하듯 어마어마한 속도다.
마력을 눈에 집중해도 여러 갈래로 나뉜 잔상만 보일 정도니까.

"육신은 건실하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아이야, 심마에게 꾀어졌다 해도  든 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거란다."

흙먼지구름이 반으로, 다시 반으로 갈라진다.
그러다가 허공에서 퉁퉁 튕겨 바닥과 벽에 탱탱볼처럼 처박히는 여제자의 몸에 들러 붙는다.
복날에 야만적으로 개를 잡아도 저거보다는  폭력적일 것 같은 야만적인 광경.


단아하고 호리호리한 여배우의 인상이고 뭐고 간에
지금 눈 앞에 있는  모종의 이유로 분노한 검객이었다.

'씨발, 중세랜드가 저런 건가?'


폭력을 통한 훈육이 당연하고 살인이 일상이던 세상의주민.
그게 선협지 출신의 굴레를 베어내는 검이니까.

주화입마에 걸린 여제자가 유독 얌전하던 이유는
살기를 감지한 게 아니라 육체가 본능으로 체득한 지식이라는 것.


딱히 알고 싶은 사실은 아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