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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화 〉113화 : 펫 2 (113/169)



〈 113화 〉113화 : 펫 2

문이 열리고 마법 교관의 방이 눈에 들어온다.

그의 훌륭한 성품에 잔잔하면서도 자상한 성격을 반영하듯 따듯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목재 가구과 책들.
여기에 벽난로만 하나 있었다면 동화에 나올  같은 광경이라 생각하며  걸음 앞으로 발을 디뎠다.


“어, 이건…?”

그리고 그 사이에 나와 이하린의 틈바구니로 몸을 비집어 넣고 방 안으로 먼저 들어가는 리트리버.
전체적으로 흰 색이지만 끝자락만 아주 연한 황토색인 털을 보고 이하린이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쓰다듬는다.


제 주인 될 사람을 알아보는지 말 없이 머리를 내미는 녀석.

“이런, 개를 위한 간식은 없는데…. 염분이 없는 육포 정도라면 괜찮을까요?”

개를 쓰다듬는 이하린 뒤에서 동물 가죽처럼 보이는 것을 들고 나온 교관이 인자하게 웃는다.
자신의 방에 말도 없이 개, 그것도 대형견을 데리고 온 것은 무례한 행동이지만 그 정도는 상관 없다는 것처럼.

“마침 운동하면서 몸 관리 하는 녀석들 때문에 챙겨 둔 무염 육포가 여기 있을텐데….”


오히려 탁자 위에 커피를 준비하더니 서랍장을 뒤져 잘 말린 육포를 꺼내왔다.
화내는 얼굴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인자한 모습.

리트리버의 머리를 슥슥 긁어대던 이하린도 자신의 등 뒤에서
교관이 손님 맞이 준비를 한다는 걸 깨달았는지 몸을 비켜 나와 리트리버가 들어올 수 있도록  준다.

나도 이하린도 커피가 차려진 테이블에 앉자 리트리버도 우리 사이에 배를 깔고 앉는다.
짖지도 않고 발톱소리도 나지 않는 점잖은 모습에 마법 교관과 이하린의 시선이 절로 집중된다.

“그, 성좌님. 이 녀석은…?”

몽마가 갑자기 개를 데리고 오니 이해할 수 없었는지 이하린이 조심스럽게 내게질문한다.


“앞으로 너를 도와 줄 녀석이란다.”

거기까지 말하고 커피를  모금 입에 머금었다.
왜냐하면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초능력을 가진 개라고 해야 하나, 전령이라 말하면 알아 들을까?
머리를 바쁘게 굴리고 있으니 마법 교관이 허허, 웃으며 이야기를 받는다.


“이런 녀석을 데리고 오시다니, 짐승 성좌님들과 연이 닿으셨나 봅니다.”

“짐승 성좌요?”


짐승 성좌라, 충성스러운 송곳니도 늑대 인간이니까 짐승 성좌라고 볼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마법 교관이 이하린에게 설명하는 것을 같이 듣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리트리버도 제 이야기인 걸 아는지 육포를 씹다 말고 교관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네. 성좌님들은 인류를 위해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신 성좌님들도 계시죠.”


슬쩍, 두 명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아, 나도 몽마였지.


원래는 인간이었지만 이 두 명은 그런 사실을 모르니까.


“농업과 산림업을 돌보시는 엘프 성좌님, 중공업과 제철산업을 보살피는 드워프 성좌님이 계시죠.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건 짐승의 축복을 내려주시는 다양한 수인족 성좌님들이시고. 당장 아카데미 경비를 맡은 화신들만 봐도-”

이야기를 듣던 이하린의 입꼬리가 움찔거리며 떨린다.
생각해보면 성좌 오타쿠인 이하린이 짐승 성좌를 모를 리 없는데, 분위기  맞춰주는 건가.
당장이라도 끼어들어 설명을 대신 하고 싶은 것처럼 입술이 달싹거리는 걸 구경하며 교관의 설명을 들었다.


충성스러운 송곳니는 제 짝을 찾을 수 없었지만, 의외로 ‘짐승 성좌’ 카테고리에는 많은 성좌들이 있다고 한다.
동물 귀만 달린 사람, 늑대 인간처럼  발로 걷는 동물, 그리고 사람 말을 하는 동물까지.

 넓게 잡으면 수가 꽤 된다는 것 같다.

‘짐승이 그, 낮잡아 부르던 단어 아니던가? 그건 금수였던가?’

짐승 성좌라 하니 뭔가 깔보는 것 같지만, 그들이 스스로를 짐승 성좌라 불렀다는데 뭐 어때.


설명을 듣자면 늑대 인간이나 고양이 인간 같은  아니라,
말하는 고양이나 말하는 황소 같은 성좌가 있다는 모양이다.
인간이 아니라 동물을 화신 삼는 건 충성스러운 송곳니가 유일한 줄 알았는데 그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얘가 지닌 능력은 무엇인가요?”


입이 근질근질 했는지 교관이 커피를 마시며 목을 축이는 동안 이하린이 잽싸게 내게 묻는다.


“이 아이는 네가 잊어버린 걸 물어와 줄 거야.”

물론,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충성스러운 송곳니가 설명해 준 것이 전부.
잊은  물어온다는게 찾아준다는 건지, 인벤토리처럼 뿅! 하고 나타나는 건지는 모른다.
성좌 오타쿠인 이하린도 동물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는지 명확히 이해하지는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우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식탁 밑에서 컹! 하고 짖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테이블 아래로 고개를 숙인 이하린의 당황스러운 목소리도.


“어, 이거? 교관님?”


개 짖는 소리를 듣고 테이블 아래로 몸을 쑤욱 집어넣은 이하린이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누리끼리한 종이.

끝이 헤지고 찢어져서 매우 지저분해 보이지만, 그 안에 내가 모르는 문자가 잔뜩 적혀 있었다.


“확실히, 물어 왔네요.”

“네, 그러네요. 아마 지난 번 창고정리 할 때 찾는 걸 포기했었죠?”

뭔가 중요한 자료라도 되는 듯, 두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법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구경만 할 뿐.

다시 육포를 씹는 리트리버를 살살 쓰다듬으며  사람이 떠드는 걸 흘려 듣고 있었다.

“음, 이 시간에 무슨…?”

그 때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소리.
이하린이 슬그머니 들어 올린 휴대폰에는 ‘김씨’ 라고 적혀 있는게 보인다.


‘김하은인가?’

부모님과도 연락이 안 되는 이하린이니까,
김씨 하면 같은 화신인 김하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 생각이 맞다는 것처럼 휴대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 야,  좀 도와줘!

같이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친해진 걸까?
어색하게 서로에게 존댓말을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당연하다는 것처럼 반말로 소리치는 김하은과
귀찮다는  미간을 팍 찡그리는 이하린의 모습은 정말 친해 보였으니까.

‘근데 여기서는 부랄 친구를 뭐라 부르지?’


조금은 외설스러울 수 있는 생각을 하는 동안 전화 너머의 소리가 부산스럽게 바뀐다.
무언가 팅팅 튕겨나는 소리부터 쨍그랑- 하고 깨지는 소리까지.
아카데미 내부에서 대채 누가 이런 난동을 부릴  있을까 싶을 정도.

슬쩍 고개를 돌리자 나가자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앞에 서 있는 리트리버.
식탁 아래에서 육포를 씹던 녀석이 어느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럼,  볼까?”

통화는 으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끊어졌지만 여기는 아카데미 내부.
더군다나 김하은은 수 십명의 환자를 돌보는 중이다.
간호인과 경비 인원을 생각하면 수 백명 사이인데 엄청 위험한 일이 있겠는가.

“네, 알겠습니다.”

내가 말하자 이하린은 당연하다는 것처럼 마시던 커피를 두고 벌떡 일어난다.
마법 교관이 손수 내린 커피는 아직도 따끈따끈하게 김이 올라오며 기분 좋은 향기를 풍겼지만, 어쩔  없지.

이해한다는 것처럼 그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다.

이하린이 내 앞에 서 문을 열자 다시 리트리버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앞장선다.
마법 교관이  육포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아직도 입에 문 상태.
육포를씹지도 않고 물고 가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개랑 대화를  방법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내가 마법동이라 부르는 연구실 잔뜩 있는 건물에서, 내가 사용하는 치료소 건물까지 이동했다.


아카데미 내부에서 보기 힘든 커다란 리트리버가 입에 육포를 한 웅큼 문 채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지만 내 얼굴을 아는 교관들이 알아서 그 관심을 차단해 준다.

쉬는 시간이었다면 몇 번 붙잡혔겠지만, 지금은 수업시간이니까.


언제나 헥헥거리며 달리는 생도들은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고개를  힘도 없어보인다.
교관들은 나와 이하린의 얼굴을 아는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제 할 일을 하러 간다.

그렇게 운동장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간 우리를 반기는 것은-

“어, 그, 오셨습니까? 성좌님….”

뺨이 붉게 물들어 있는 김하은의 얼굴이었다.


‘이건 무슨?’

명백하게 한  맞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붉게 물든 뺨.

몽마가 되며 피부가 하얗다 못해 창백해진 김하은의 뺨이 살짝 부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스파크가 튀듯 머리가 분노로 잠시 달아 올랐지만, 곧바로 진정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예상한 게 있으니까.

“무슨 일이니?”


“아니, 그게에~”

어디론가 사라진 까만 고양이,
눈에 보이지도 않던 냥냥 펀치,
육포를 물고 따라온 리트리버까지.

이런 상황에서 어떤 화신이 이유 없이 김하은의 뺨을 후려 쳤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진짜, 음,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요. 제가 그, 고양이한테, 음….”


그 검은 고양이의 행패라고 생각하는게 더 타당하겠지.

“고양이한테, 뭐.  도와달라는 건데.”

“고양이한테  방을 뺏겼어….”


“…뺨은 고양이한테 맞은 거고? 아니, 뺏겼, 싸워서 졌냐?”


기가 차다는 목소리로 이하린이 추궁하더라도 김하은은 말조차 이어나가지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커다란 고양이라지만 화신씩이나 되어서 싸워서 졌다는 게 창피하겠지.

고양이에게 전력을 다해 덤벼 들지는 않았겠지만 말이야.

“아니, 존나 쎄 저거….”


설마, 진심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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