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110화 : 엘프의 일 2
내 정액을 먹을 용기는 없지만, 저 자그마한 혀로 할짝할짝 열심히 핥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냄새가 달콤하게 변한 것처럼, 맛도 같이 변한 걸까.
뭐 전생에 봤던 야한 판티지 소설에서는 과즙 같다고 비교하는 소설도 있던 것 같은데.
“후아, 이러니까 침 범벅이 된 것 같네.”
내 배에 흐른 정액은 물론, 양손에 묻은 정액까지 쯉쯉 빨아먹는 모습을 보면 단맛이 나는 게 맞을지도?
끈적해진 자신의 양손을 손바닥이 펼쳐지도록 보여주는 그녀.
하는 행위만 떼어 놓고 보자면 저잣거리 창녀도 하지 않을 음탕한 짓인데,
헤헤 웃으며 장난치듯 손바닥을 보여주는 걸 보니 순수하다는 생각도 든다.
입으로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이미 흘러내린 정액을 혀로 닦아주는 걸 어떤 여자가 해 주겠는가.
곧바로 욕탕에 잠수해서 입으로 봉사하는 이하린이 떠올랐지만, 걔가 하는 행동은 평범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충격적일 정도로 음탕한 광경에 느긋한 쾌감까지 겹치니 뇌가 잠시 파업 선언을 한 걸까.
“그, 무슨 맛이야?”
마음 한구석에 있던 질문이 목구멍을 넘어 툭 튀어나왔다.
“어, 나무 수액 맛?”
내 질문에 그녀의 시선이 저절로 탁자 위를 향한다.
탁자 위에 방치되어서 식어버린 차. 저게 나무 수액으로 만든 거니까-
‘정액 맛이 뭐에 따라 바뀐다더라? 식습관?’
별 시답잖은 생각이 머리한 구석을 스쳐 지나가며, 필연적으로 또 다른 생각을 이끌고 온다.
내 정액이 달달한 나무 수액 맛이라면 그녀의 맛은 어떨까.
지난번에는 첫 경험인 시들지 않는 거목을 배려해서, 꽤나 느긋하고 순한 섹스를 했었지.
그녀가 나를 입으로 즐겁게 해 줬으니, 오늘은 나도 입을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내 정액을 핥아 먹었는지는 모른다.
단순히 체액의 교환이라 생각 한 건지, 아니면 수인족들이 혀로 그루밍을 해 주는 관습이 있는지 내 알 바 아니니까.
눈을 마주치고 권능을 사용한다면 단편적인 생각은 읽을 수 있겠지만 지금 그딴 게 중요할까.
“어, 어어? 잠깐만!”
그대로 몸을 돌려 그녀의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었다.
스읍, 하고 들이쉬는 공기가 달짝지근하기 그지없다.
꿈틀거리듯 기어가 그녀의 양다리를 껴안고 고개를 파묻으니 화들짝 놀란 그녀가 내 어깨와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숙인다.
양 뺨에 와 닿는 포동포동한 허벅지의 감촉.
분명 군살 하나 없는 슬렌더 미녀 엘프일 텐데,
어째서 이렇게 피부가 말캉말캉하면서 살집 있는 것처럼 느껴질까.
인간의 피부와는 결이 다른 엘프의 피부 때문일까?
내가 엘프 허벅지에 대한 깊은 고찰을 시작하자 그녀로부터 당황스럽다는 감정이 넘치듯 흘러들어온다.
입맞춤도 아니고, 키스도 아니고, 여자가 남자의 물건을 어루만져 주는 것도 아니니 당황스럽겠지.
그녀가 아는 것은 딱 거기까지니까.
여자라서, 연상이라서.
그러니까, 누나라서.
그녀가 아무리 태연한 척하며 나를 어루만지고 마음대로 가지고 놀려 들어도 아는 게 있어야 가능하지.
그녀가 아는 지식은 엿들은 음담패설이 전부고, 경험이라고는 지난번 나와 즐겼던 것이 전부다.
흐트러지는 천 쪼가리를 턱으로 대충 치우며 앞으로 꾸물꾸물 전진했다.
졸지에 하반신이 내게 완벽히 붙잡힌 그녀가 허리를 앞으로 숙인다.
얼굴 앞에는 허벅지, 뒷머리에는 가슴.
세상 모든 남자가 부럽다고 할 상황이었다.
이쪽 세상 말고, 예전 세상이라면 말이지.
아무튼, 자신이 누나라며 자신만만하게 내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한 시들지 않는 거목의 반란은 허무하리만치 사그라들었다.
누나고 뭐고 허벅지를 파고들어 코끝으로 제 민감한 부분을 콕콕 찔러대는 남자를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를 테니까.
내 정액에서 달짝지근한 나무 수액 냄새가 난다면,
그녀에게서는 달콤한 과일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굳이 따지자면 장과(Berry)류의 과일 향기 같은데.
“그, 목욕이 아직인데, 그렇게 냄새 맡으면-”
내가 냄새를 맡으니 더운 숨결이 계속 느껴지기 때문일까?
부끄러움을 가득 담은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여진다.
엘프의 뾰족한 귀는 뒷머리에 대고 작게 속삭이는 것조차 잘 잡아내는군.
엉뚱하게도 귀의 성능에 감탄하며 그대로 입을 열었다.
“누나도 하지 않았어?”
“꺅!”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놓고 말하자 숨결에 자극을 받았을까,
그녀는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외마디의 비명을 질렀다.
하기야, 조금만 얼굴을 움직이면 내 코끝이 그녀의 팬티를 밀고 들어갈 정도로 가까우니까.
겉에는 엘프의 전통 복장이지만 속에는 현대식의 하얀 속옷을 입고 있는 게 어둑하게 보인다.
엘프 전통 복장에는 속옷이 없는 걸까, 아니면 단지 편해서 그런 걸까.
조금 젖어 있는 그녀의 팬티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왜, 왜 거기에 뽀뽀를 해?!”
“누나도 내 거기에 뽀뽀했잖아.”
지난번에는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정석적인 섹스를 했었다.
키스하고, 서로 껴안아서 몸을 비비며 마치 뱀처럼 얽혀 있는 느긋한 섹스.
그게 나쁘거나 쾌락이 부족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심심하기는 했지.
내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처녀에게 다양한 쾌락을 알려주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 하니까.
그녀가 반박할 것을 떠올리는지, 아니면 내 논리를 이해했는지 말이 멈춘다.
그래서 그대로 입을 계속 맞춘다.
침인지 애액인지 모를 것에 하얀 팬티가 진득하게 젖어버릴 정도로.
그대로 허벅지를 껴안고 있던 양손을 올려 허리춤으로 보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팬티의 허리 부분 고무줄까지 젖었을 리는 없다.
보지도 않고 감촉에 의존해 주욱 잡아당기니 꾹 다물린 새하얀 살집이 눈앞에 드러난다.
새하얀, 순결한, 그래서 더욱 음탕한.
모순적인 단어지만 어쩌겠는가, 내 감상이 그러한데.
연분홍빛으로 발갛게 익어가는 그녀의 피부를 만끽하며 다시 입을 맞춘다.
팬티 너머가 아니라 맨살에 입술이 닿는 감각 때문일까, 그녀의 허리가 눈에 보일 정도로 움찔거리며 떨린다.
그래 봐야 도망치지도 못하지만.
팬티를 벗기기 위해 뻗은 손으로 시들지 않는 거목의 허리를 감았다.
덩치가 작아지며 팔도 짧아졌지만, 그 짧아진 팔과 작아진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였기 때문에 상관없다.
내 몸에서는 나무 수액 냄새가, 그녀의 몸에서는 믹스베리 냄새가 난다니.
음란하고 음탕하게 몸이 얽힌 상태지만 향기 하나는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거, 거기는 오줌 누는, 아니 그러니까아~”
쪽쪽, 입을 계속 맞추며 살살 자극하니 꾹 다물린 살 틈 사이로 달달한 향 나는 애액이 왈칵 쏟아진다.
정액을 핥느라 내 아랫배를 혀로 살살 핥았던 그녀였지만, 직접 내 물건을 입에 물어보지는 않았으니까.
슬그머니 엉덩이를 뒤로 빼려는 그녀를 붙잡고,
포복하듯 그녀를 깔아뭉개고 기어서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옅은 금색 음모를 지나, 움찔거리는 새하얀 아랫배에 입을 맞추고,
다시 위로 올라가 말캉한 가슴을 입술로 이리저리 누르면서.
끝끝내 눈과 눈이 마주치고, 지난번처럼 우리는 몸을 겹쳤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다르다는 걸 주장하고 싶었던 걸까,
입술을 앙 깨문 그녀가 몸을 휘릭 돌린다.
알몸으로 마룻바닥에 눕는 기분은 참 오묘하기 그지없네.
그런 잡생각은 내 위에 올라탄 시들지 않는 거목의 몸을 보며 곧바로 날아가 버렸다.
‘엘프의 몸, 대단하단 말이지.’
언어적인 능력이 부족해서 그럴까, 엘프의 몸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가슴이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고, 키가 늘씬한 것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비율.
부족한 어휘력 때문에 조각상 닮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완벽한 비율의 몸매.
잘록한 허리와 늘씬한 아랫배가 긴장했는지 숨을 쉴 때마다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인다.
새하얀 배와 오목하게 들어간 귀여운 배꼽이 조금씩 좌우로 꿈질거리며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
그러더니 내 물건을 붙잡고 귀두를 정확히 조준한다.
노리는 곳은 당연히 끈적한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그녀의 아래쪽 입.
‘오늘은 좀 과감하네.’
그래도 두 번째라는 걸까.
중간에 예상치 못한 내 커닐링구스에 당황한 것 같았지만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주도해서 일을 치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자세만 봐도 그녀의 품에 내가 껴안고 허리를 움직이는 정상위 자세에서,
나를 깔아뭉개는 기승위 자세로 바뀌었으니까.
얇은 허리가 벨라 댄스를 추는 것처럼 이리저리 휘더니, 탱탱한 엉덩이가 서서히 내려온다.
귀두 끝자락부터 손으로 꽉 쥐어짜는 것 같은 뜨거운 압박감이 몰려온다.
이제는 숫처녀가 아니라지만, 고작해야 한 번 남자를 경험한 몸이 남자에게 얼마나 익숙해졌겠는가.
꼿꼿이 서서 밀고 들어가는 내 물건이 이물질이라는 것처럼 그녀의 속살이 사정없이 나를 쥐어짜며 밀어내려 든다.
천천히, 천천히 시들지 않는 거목이 내려온다.
눈물 맺힌 눈망울에 손을 뻗어 주고 싶었지만 붙잡을 게 필요했는지 그녀에게 양손을 깍지 낀 상태로 붙잡힌 상태로 그녀를 올려 보았다.
“기분, 좋, 좋지?”
아랫배를 파고든 거대한 물건이 조금 불편했을까, 심호흡하듯 깊게 숨을 마시다 말이 꼬인 그녀가 내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