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109화 : 엘프의 일 1
부드러운 손길이 눈꺼풀 위를 살그머니 쓰다듬는다.
절로 안구가 간질간질해져 웃음이 흘러나올 것 같은 가냘픈 손길.
마치 깃털과도 같은 느릿한 손길에 집중하고 있으면, 어느새 슬그머니 셔츠가 말려 올라가 있었다.
“내가, 내가 누나인데….”
그와 동시에 귀를 자극하는 자그마한 속삭임.
자극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손길과 속삭임이지만 마치 전류처럼 얼굴을 화끈화끈 달아오르게 만든다.
가슴 속에서 들끓는 욕망은 이대로 몸을 뒤집고 시들지 않는 거목을 깔아뭉개라고 소리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제 두 번째로 남자를 겪게 되는 처녀가 무엇을 할지 구경하라고 속삭인다.
당연하지만, 내가 손을 들어 주는 것은 후자의 속삭임이다.
내 눈을 덮은 손은 그대로 둔 채, 다른 한 손이 어설프게 가슴팍을 쓰다듬는다.
부드러우면서도 따끈따끈한 손이 가슴 위를 천천히 움직이고 있지만 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직 성에 미숙한 시들지 않는 거목의 손길은 남자를 유혹하고 제 정욕을 채우는 것 보다,
마치 나를 토닥이는 것처럼 가슴팍을 어루만지고 있었으니까.
아기의 엉덩이를 토닥이는 부모의 손길에 음란함을 주장하는 정신병자는 없을 거다.
손가락 끝으로 살그머니 간질이는 것도 아니고,
유두나 유륜쪽을 건드리며 내 반응을 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손바닥으로 가슴팍을 꾸욱 누른 채 심장 박동 소리를 느낄 뿐.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다.
가슴에 손을 대려면 당연히 옷을 건드려야 하니까.
내 심장 박동에 맞춰 가슴팍을 스윽스윽 쓰다듬다 보니 옷이 말려 올라가 배가 드러났다는 게 느껴진다.
눈을 감고 있어도 그녀의 시선이 내 배를 향한다는 게 느껴진다.
엘프의 종족적 특성 때문일까, 식스팩도 군살도 없는 늘씬한 배만 놓고 보면 남녀를 구분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러한 점에서 호기심을 느꼈는지, 슬그머니 손이 옷에 가려진 가슴팍에서 드러난 배꼽 쪽으로 살그머니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
마치 찰흙을 동글동글하게 뭉치듯, 그녀의 손바닥이 내 배를 동글동글 문지른다.
이러고 있으니까 엄마 손은 약손 받는 것 같은데.
물론, 뒷머리로 느껴지는 그녀의 허벅지 감촉과 상쾌한 숲의 향기가
부드러운 손길에 더해지니 내 물건은 자연스럽게 솟아오른다.
배를 문지르다 바지를 밀어 올리는 내 물건을 보았을까,
갑자기 그녀의 손바닥이 뚝 멈춘다.
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다리 사이로 내려가야 하는데
여기를 내려가는 건 용기가 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감질날 정도로 천천히, 손바닥이 아래로 향한다.
배꼽 위에서 배꼽을 누르며 아래로, 아래로.
자세가 불편한지, 아니면 긴장했는지 그녀가 상체를 조금씩 숙이는 게 느껴진다.
눈꺼풀 너머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고, 기다란 금발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살며시 간질이는 게 느껴지니까.
어느 순간 내 눈을 가리고 있던 그녀의 손이 사라졌지만, 눈을 뜰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일단 마주 닿은 피부로 느껴지는 그녀의 감정이 놀라우리만치 생생하니까.
이게 종족의 차이일까, 성좌와 화신의 차이일까.
그녀의 오기와 용기가 뒤섞여 잘 만든 라떼처럼 나를 자극한다.
남녀 관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나와의 첫 경험이 전부지만
여성 겸 연상이라는 자부심이 그녀를 붙잡아 두고 있었으니까.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순정 만화의 여주인공처럼 멋들어지게 나를 이끌고 싶다는 자그마한 욕망이.
그녀의 욕망은 참으로 보잘것없지만 동시에 귀중했다.
차마 바지를 벗길 용기는 없는 걸까.
한 손으로 바지춤을 슬쩍 들어 올리고,
다른 손을 안으로 집어넣는 모양새 때문에 조금 웃음이 새어 나올 것 같다.
“그, 괘, 괜찮지?”
바지춤 안으로 손을 집어넣자마자 그녀가 느낀 것은
빳빳이 고개를 쳐올리다 속옷에 눌린 내 물건의 끝자락과 그 열기일 것이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아랫배까지 왔다가 화들짝 놀라 살짝 움츠러드는 게 느껴졌으니까.
지난번처럼 쥐고 흔들려다 바지가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했을까.
슬그머니 후퇴한 손이 바지춤을 붙잡길래 눈을 떴다.
양 뺨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가 내 바지를 잡아 내린다.
그러니까, 바지만.
특색 없는 회색 사각팬티에 뭐 그리 볼 게 있는지 그녀의 시선이 못 박힌 것처럼 내리 꽂힌다.
손가락 끝으로 몇 번 톡톡 건드렸다고 자극받은 귀두에 쿠퍼액이 좀 묻은 것 같은데 그게 그리 시선을 잡아끄는 건가.
‘이 와중에 단 냄새가 나네….’
이런 상황에 꿉꿉하고 음란한 밤꽃 냄새, 오징어 냄새 대신 들꽃과 풀 내음 나는 게 좀 웃기기도 하고.
거실에 누워 있는데 어째 향기는 욕실에서 거품 목욕을 하는 것 같은 상황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순수혈통 엘프인 시들지 않는 거목도 마찬가지니까.
무방비하게 몸을 맡긴 소년을 제 마음대로 어루만지는 배덕적인 상황이다.
그 상황이 참을 수 없이 흥분되었는지 그녀의 몸에서도 새로운 풀 향기가 난다.
자그마한 숲에 봄이 와서 꽃이 만개하듯,
상쾌한 그녀의 체향에 달짝지근한 내음이 섞이기 시작한 것이다.
‘가슴이 좀 크면, 아니다. 그러면 좀 이상하려나.’
여기서 그녀가 상체를 숙여주고 가슴이 좀 컸으면 입으로 괴롭혀 주면서 대딸을 받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여리여리한 소녀의 몸에 그 정도 크기의 가슴이 달리면 좀 이상할 것 같다.
슬렌더 모델의 정석이라 해야 하나?
잘 깎은 석고상 조각처럼 아름다운 몸에 사람 머리통만 한 큰 가슴이 달리면 좀 이상해 보일 것 같기도 하고.
미의 종족이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닌지,
지금 모습만 해도 완벽한 몸매라고 생각되니 빈약한 상상력이 그녀의 변신을 머릿속에 그리지도 못한다.
그래도 손은 뻗을 수 있으니까.
조금 불편하지만,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자세에서 머리 위로 만세를 하듯 손을 뻗는다.
목표는 당연히 그녀의 펜던트.
긴 천 하나를 몸에 휘감아 펜던트로 고정한 튜닉 같은 모양새니까,
아마 저걸 떼면 그대로 옷이 주르륵 흘러내리지 않을까.
엘프의 전통 복장, 이렇게 생각하니까 되게 야하네.
그렇게 위로 팔을 뻗자, 그녀는 옷을 벗겨달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지난번처럼 내 웃옷을 위로 당긴다.
시야가 잠시 가려지고 이제는 팬티 차림이 된 상태.
조금씩 자극받아 움찔거리는 내 물건 끝자락이 축축한 걸 생각해보면 팬티도 얼른 벗어버리고 싶었다.
솔직히 찝찝하니까.
회색 사각팬티의 고간 부분이 조금씩 젖는 모습이 이쪽 세상 여자가 보기에 참으로 음탕하다고 생각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지.
내가 느끼기에는 드럽게 찝찝하다는 것.
내 심정을 이해했는지, 아니면 지난번의 경험을 똑같이 따라 하려는 건지 그녀가 곧바로 내 팬티를 내려준다.
조금은 서늘한 공기가 성난 내 물건으로 느껴지지만,
이미 달짝지근한 향기와 부드러운 손길을 만끽한 녀석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는다.
“와, 끈적끈적해….”
자그마한 감탄성을 내뱉은 그녀가 양손을 뻗어온다.
귀두 끝 갈라진 틈에서 흘러나온 투명한 액체에 호기심을 느끼는지,
아까 배를 만졌던 것처럼 손바닥으로 문질러 보기 위해.
제멋대로 끄덕이는 내 물건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는 끈적하게 젖은 귀두를 콕콕 건드리다 손바닥으로 둥글둥글 문지른다.
“음, 누, 누나?”
“헤헤, 누나라고 불러 주는구나?”
그녀는 내가 누나라고 불러 주는 게 기분 좋은지 천진난만하게 헤헤 웃는다.
손바닥 가운데의 약간 오목한 부분으로 귀두를 꾹꾹 누르며 빙글빙글 문지르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모르고.
아니, 여자가 그 감각을 알면 이상하긴 하지….
힘의 가감은 지난번에 배웠다는 것처럼 내 물건 기둥을 휘어잡고,
쿠퍼액을 로션 바르듯 손바닥을 빙글빙글 문지르는 자극.
강렬한 쾌감은 아니지만,
끝자락을 계속해서 간질이는 그 느낌 때문인지 벌써 사정감이 밀려오려고 한다.
크기가 크기다 보니 움찔거리며 조금이나마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을까.
씨익 미소지은 그녀가 웃으며 내게 말한다.
“괜찮아, 그, 지난번에도 한 번으로 안 끝났으니까.”
그러더니 기둥을 잡고 멈춰 있던 손을 위아래로 챱챱 흔들기까지 한다.
정력이 무한에 가까운 생활에 너무 익숙해졌을까,
사정을 참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허벅지를 베고 바닥에 누운 상황에서 절로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고 슬그머니 등허리가 위로 솟아오른다.
‘아니, 이 자세로 싸면….’
저 자그마한 손바닥이 받아 낼 양이 아니니까-
그런 고민 따위는 나중에 하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정액이 흘러나가며 아릿한 쾌감이 꼬리뼈부터 등허리를 타고 짜르르 올라온다.
울컥울컥 흘러나오는 대량의 정액은 당연히 그녀의 한 손으로 받아내지 못할 정도의 양이었다.
“어, 아, 그렇구나. 자세가….”
허여멀건 정액이 툭툭, 아랫배 위에 떨어지며 뜨거운 감각을 느끼게 한다.
그 와중에 냄새는 또 달짝지근해서 누가 나한테 바디워시를 뿌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기분이 더 이상한데.
귀두를 문지르던 손 말고 기둥을 잡던 손까지 사용해 흘러내리는 정액을 담으려 하는 그녀였지만,
싸질러서 흐르는 정액이 맨손으로 깨끗하게 치워질 리 있나.
치골 쪽으로 흘러갈락 말랑 하는 끈적한 감촉과,
나른한 쾌감의 여운 때문에 일어나서 닦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으니 새하얗고 말캉한 가슴이 눈앞으로 훅 다가온다.
그게 양손으로 안 되니 혀를 이용해서 닦아내려는 시들지 않는 거목의 시도였음을
나는 몇 초기 지나고서야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