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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102화 : 성좌, 자그마한 악동 3 (102/169)



〈 102화 〉102화 : 성좌, 자그마한 악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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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등장하고, 꺄아악 소리를 지르고, 성좌로서 메시지를 보낸 뒤
시청자들과 방송인의 놀란 가슴을 달래주며 미션 성공 비원을 보내 주는 것.

 중간 단계의 반응과 수습은 숙련된 방송인인 두 사람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
나는 한예지의 아이디를 ‘성좌의 총애를 받는 화신’으로 알리려 했다.


그 정도가 딱 한예지에게 어울리니까.
성격 자체가 소시민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한예지기 때문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사치는 동네 편의점에서 과자와 콜라를 양껏 사 오는 일이었고,
돈 좀 쓰라고 명령하니 인터넷 방송에 후원하고 있었다.
하루에 십만 원을 쓰는 것이 성좌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라니.


그런 소소한 것이 한예지가 생각하는 ‘사치’였다.

그러니까 저런 모습을 생각한 게 아니었다고.

[잡아, 잡아, 밟앗!]
[요,   씨브레 새끼가 진짜!]


콰작! 하고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내가 보낸 악몽이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귀신을 본 장발 머리의 여성이 손목을 비틀어 떼어내고, 단발머리가 키보드를 들어 후려친다.
그러더니 둘이 함께 의자와 키보드를 들고 뭇매를 놓기 시작했으니까.


머리 위로 번쩍 들린 나무 의자가 정확하게 귀신의 정수리에 내리 꽂히고,
마이크에 선명하게 바람 소리가 들리는 로우킥이 귀신의 정강이를 찍어버린다.


겉보기에만 무시무시하지, 실제로는 성인 여성 하나 이기지 못하는 게 나의 악몽이었다.
건장한 성인 여성 둘이 나무 의자니 아령이니 온갖 묵직한 물건으로 얼굴을 찍어버리니 버티지도 못하는 거지.

[뭐야, 사라졌어?]
[진짜 뭐였지?]


부서진 키보드와 아령을 든 단발머리가 중얼거리자,
의자를 쿵 내려놓은 장발 머리가 어깨를 주무른다.


카메라 너머로 느껴지는 공포, 혼란, 후련함, 자신감에 만족감.


대체 귀신을 때려잡은 것으로 무슨 만족감을 느끼는 건가, 싶어 마력을 집중해보았다.
어느 정도 정신이 흔들린 상황이니 생각을 살짝 읽을 수 있겠거니 해서.


‘그래도  내고 도장 다닌 보람은 있네.’
‘이게 그 소형 게이튼가 뭔가 그건가? 사기꾼 새끼는 아니었나 보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조금 더 정신을 집중했다.

“성좌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내가 두통을 느끼며 으으, 앓는 소리를 내자
나를 껴안은 한예지가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으며 걱정하는  느껴지지만, 호기심의 해소가 우선.


분신을 유지한 상태에서 독심술까지 쓰려 드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뒷머리로 느껴지는 온기로 두통을 이겨내며 계속해서 마력을 다룬다.


시내 한복판에 커다랗게 오픈한 호신술 도장.
짤막하지만 근육으로 몸이 꽉  있는 여성.
유도인지 태권도인지 모를 도복을 입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운동을 하는 두 방송인.

도시에 괴물들이 튀어나오는 세상에 초능력까지 있는 세상.

이 세상은 100층짜리 헬스장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슬럼가의 갱들이 권총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호신술과 무술을 익히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삶.

이제야 화면에 뚱뚱하고 못난 사람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  있었다.

‘평범’의 평균치가 생존을 위해 치솟아 오른 세상. 어떻게든 비유를 하자면 3대 300이 아니라 3대 400을 외치는 세상이라고 해야 할까? 대한민국에서 애들이 태권도 도장에 가는 것처럼, 이쪽 세상에서는 괴물에게 쫓기는 것을 대비해 운동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그걸 콘텐츠 삼아 큰돈 내고 체력 단련에 호신술까지 배워 놨다가 지금 써먹은 것이라니.

인터넷 방송하는 겜순이가 유도 유단자처럼 업어치기를 정확히 갈길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 깔끔한 모습에 나를 껴안고 있던 한예지도 ‘오, 한 판...’하고 내 귓가에 작게 중얼거린다.


[성좌, 무기력한 악몽이 귀신을 때려잡는 모습에 손뼉을 칩니다!]
[성좌, 무기력한 악몽이 미션은 실패지만 즐거웠다고 미소를 짓습니다!]


한예지 품에 안긴 분신을 내버려 두고 본체를 움직여 메시지를 보냈다.
몽마의 능력이 올라가니 분신을 유지하되 연결만 끊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성좌가 보낸 메시지에  사람이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성좌님? 아니 잠깐만, 미션 건  성좌님이시라고?]






생각지도 못한 이 세계의 차이점 때문에 이상한 방향으로 사건이 흘렀지만,
어찌어찌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돌아갔다.

귀신을 때려잡은 흥분으로 씩씩거리던  여성은 눈앞에 등장한 내 메시지에 화들짝 놀라고,
시청자들은 인증하라고 난리를 치고.

폭력적인 사태에 인터넷 방송 사이트 관리자까지 잠시 들어와 슈퍼챗을 남겼으니까.

갑자기 등장한 귀신을 키보드로 후려쳐 제압하는 모습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겠는가.
그 와중에 허공을 보고 성좌님? 성좌님? 하고 정신 나간 년처럼 외치고 있으니 당연히 의심을 받지.
아니, 그걸 제외하더라도 여자 둘이 남성을 흉기로 폭행하는 장면이 찍혀서 문제다.

연기로 변해 사라지는 모습이 없었으면 누군가 경찰을 불렀을지도 모르는 상황.

결국, 내가 분신을 보내 다독여 준 뒤, 포인트로 구매한 치킨까지 보내 주고 나서야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커피 때에도 느꼈지만 포인트로 구매한 음식은 고작 1pt짜리도 어지간한 맛집보다 훌륭한 맛을 자랑하니까.


[살다 살다 성좌님이 주신 치킨도 먹네.]
[그러게, 근데 되게 맛있다. 화신들이 성좌님에게 포상받을  과일이나 음식으로 받는 이유가 있구나.]


방송을 몇 년이나  경력이 어디  건 아닌지,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서 뜨끈한 치킨을 뜯으며 화신에 관한 썰을 풀기 시작했다.


 모습을 보면 나도 닭 다리를 하나 쥐었다.


“그나저나, 좀 대단하긴 하네요. 방송으로 가볍게 다룬 것 같은데 저렇게 깔끔하게...”


마찬가지로 내 옆에서  다리를 쥔 한예지가 작게 중얼거린다.
팀원 중 남궁희가 사람을 엎어 치는 모습을 매일 봐 와서 그런 걸까?
그녀는  방송인들이 귀신을 엎어  뒤부터 계속 놀란 상태였다.


하긴, 팬이라 했으니까 운동하는 방송까지 전부 봤겠지.

물론 방구석 데이트를 하는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포인트로 구매하니 콜라는 주지 않지만 다양한 소스는 챙겨주는 기이한 시스템.
하긴 콜라가 커피도 아니고 맛이 얼마나 다르겠는가.

 다리를 소스에 푹 찍어 한 입 깨무는 한예지를 옆에서 바라보았다.

방송을 보며 닭 다리를 입으로 가져다 대니 깔끔하게 먹을 리 없지.
바삭바삭한 튀김 부스러기와 소스  방울이 아래로 토옥 떨어진다.
부스러기는 튕겨 나가 바닥으로, 소스는 그대로 가슴팍으로.

‘가슴이 좀 더 커진 것 같은데...’

보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가슴 사이즈를 측정하는 기술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피부가 고와지고 외모가 아름다워지며 몸매도 좋아졌으니,
가슴도 커지지 않았나? 하고 생각만 할 뿐.

점점 뽀얗게 변해가는 피부 덕에 시선을 잡아끄는 가슴골 위에, 빨간 칠리소스가 점처럼 똑 떨어져 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몸을 기울여 혀를 내밀었다.

티슈를 들어 올리려는 왼팔을  몸으로 누른 채, 끈적한 소스가 묻은 가슴골을 향해서.
곧바로 느껴지는 매콤달콤한 소스.

절묘한 맛의 배합에 감탄하기도 전에 혀끝에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따듯한 체온이 느껴진다.


“흐얏?!”


그 부드러운 감촉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몇 번 혀를 움직였다.
헐렁하다고는 해도 옷을 입고 있어 많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자그마한 혓바닥이 왔다 갔다 움직이기에는 충분했으니까.

갑작스럽게 제 가슴팍을 핥는 감촉에 비명을 지른 한예지가 씨익 웃는다.
이하린과는 달리 나를 마냥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녀 쪽에서 적극적으로 내게 밀착해 온 경험도 많았으니까.

“으햑!”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까 생각하는 사이 따듯하고 물컹한 것이 귀 끝을 깨무는 게 느껴진다.
가슴을 핥기 위해 고개를 숙였더니, 뾰족해진 귀가 한예지의 입 바로 앞까지 가버렸기 때문이다.


‘엘프 귀, 이건 생각 못 했네...’

목덜미나 팔의 힘줄을 눌린 것처럼 몸에서 힘이 쭈욱 빠지며 나른해진다.
전에도 느꼈던 것처럼 성감대는 아니지만 예민하기는  모양이다.
뾰족한 엘프의 귀가 신기한지 기름기 번들거리는 입술이 우물우물 움직이며 꾹꾹 눌러댄다.

“성좌님, 성좌님 몸에서  향기 같은 게 나요.”


아무리 그래도 기름 묻은 손가락은 미안했던 걸까,
내게 눌린 깨끗한 손을 들어 올려 내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는 한예지.
나는 그녀의 가슴골에, 그녀는 내 옆 얼굴에 서로서로 턱을 올리고 포개어진 상태가 되었다.

“엘프의  때문인가?”


“네, 뭐라 해야 하지? 소풍   봤던 식물원 온실? 꽃향기? 그런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예민해진 귀에서 많은 것들이 느껴진다.

따듯하고 말랑한 입술이 떨어져 나가는 것.
길게 늘어진 타액이 스르륵 흘러가는 것.
흥분하기 시작했는지 거친 콧김이 머리카락을 지나 귓가를 스치는 것.
그리고 조곤조곤 작게 말하는 목소리까지.

피곤한 상태에서 온수에 몸을 푹 담근 것처럼
 끝자락에서 온몸으로 퍼져가는 나른한 온기를 만끽하며
그대로 한예지의 헐렁한 옷을 잡아당겼다.


낡은 반팔 티가 아래로 지익 늘어나며 풍만한 가슴이 튀어나오도록.


말캉한 가슴에 얼굴을 묻으니 후후, 웃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나를 살살 쓰다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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