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6화 〉96화 : 살롱 4 (96/169)



〈 96화 〉96화 : 살롱 4

처음에는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했다.

‘저게 뭐…?!’

알몸으로  몸을 보여준다는 것부터 창피했으니까. 매일매일 식물을 가꾸느라 군살은 없다지만, 어머니와 같은 순찰자와 군인 여성을 생각해보면 근육도 없이 빈약하기 그지없는 몸이었다. 어쩌면 너무 부끄러워서 머리가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나, 나 때문에 기분 좋아진 거...지?’

남성의 성기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세계수 결계 안에서 남의 성기를 볼 일이 무에 있겠는가. 연인들끼리 즐길 때 엿보러 가는 인간과 수인은 있었지만, 나는 그때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손바닥보다 길쭉한 살덩이를 보자 가슴 속에서 온갖 감정이 휘몰아친다.

그 감정의 격류 속 가장 격렬한 흐름은 아마 안도감이겠지.


‘좋아해 주고 있어...!’

듣기로 남성의 성기는 성적으로 흥분해야 굳게 솟아오른다고 했는데. 어벙한 실수와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이 몽마의 육체는 내게 반응하고 있었다. 향신료 섞인 와인이 만들어 준 용기의 불꽃에 연료가 뿌려지는 기분.

가슴 속에서 치솟는 용기를 발판삼아 손을 뻗었다.

마음과는 달리, 아주 느리게.


남자의 성기를 처음 접한다는 점도 있지만 아까 전의 입맞춤처럼 실수를 할까 걱정이 되었다. 남자의 성기는 입술과 비교도 되지 않는 중요한 급소. 어머니께서 성교육하실 때 갓 태어난 어린잎보다 살살 다루라고 했지.

그으, 이야기로 들었던 것보다는 크고 굵고, 단단해 보이지만-

‘또 아프게 하면 안 되니까...’

만져 본 적이 없으니 일단 살살 만져야겠지.


손바닥 안에서 두근두근 움직이는 남성의 성기. 이것도 사람의 육체니까 혈관이 있고 심장 박동에 맞춰 피가 돌고 있겠지. 그 때문인지 맞닿은 손바닥이 따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잎의 먼지를 닦아내듯 아주 천천히 손을 오므린다.


‘내가 남자 성기를 잡고 있어...’

손가락이나 팔뚝, 혹은 나뭇가지와는 전혀 다른 길쭉한 살덩이의 감촉. 혹여나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누워 있는 소년의 얼굴을 살폈다. 부끄럽다는 듯 발개진 볼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괜찮다고 웃어 보이는 상냥한 얼굴.

아픈데 분위기 때문에 참고 있거나, 싫어하는 기색은 전혀 없어 마음이 놓인다.

부드럽게  손을 살살 위아래로 흔든다. 헤어지기 전 어머니는 늘 남자를 소중하고 부드럽게 대하라고 하셨으니까. 아마 이제는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소꿉친구를 생각해서 말씀하신 게 아닐까.

물론 그 친구는 멸망해 버린 세상에서 세계수 가지에 목을 매어 죽었고, 눈앞에 있는 남성은 다른 남자다. 침대에서 남성과 함께 하는 주제에 다른 남자 생각을 하다니. 뺨을 맞아도 할 말이 없지 않을까.


‘어, 이제 어쩌지?’


위아래로 살살 흔들자 두근거리는 박동이 손을 타고 전해온다. 어느 순간부터 나와 그의 심장이 함께 뛰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정도. 문제가 있다면 이 이후의 행위였다.

‘어, 그냥 올라타서 집어넣는 거야?’

음담패설로는 많이 들었다. 손으로 흔들어주거나 비벼주면 발딱 선다느니, 남자의 위에 올라타서, 갈라진 살 틈으로 집어삼키고 찍어 누르면 된다고. 그런데 그 중간에는 뭐가 없나? 여기서 이걸 흔들다 이대로 저 위에 올라타면 되나?

성교육을 받았다 해도, 일일이 모든 절차를 배운 게 아니니까.

침대에 누워 눈을 가늘게 뜨고 내가 손으로 성기를 만지도록 놔두는 새하얀 나신. 알몸으로 타인의 몸 위에 앉는다는 사실이 갑자기 엄청나게 부끄러워진다. 멍하니 움직이고 있던 손이나 아직도 단맛이 맴도는 혀끝은 그렇다 쳐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이불 하나 없는 알몸이 추워 보였다. 그 때문에 충동적으로 소년의 위에 올라탔다. 엉덩이로 짓누르는 게 아니라 소년의 위에 누워 몸과 몸이 포개지도록 하면서.

“무겁지 않지?”


“응,  무거워.”

가슴과 가슴이 마주 닿으니 심장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온다.

마치 종이를 반으로 접어 포개듯이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얽히자 자연스럽게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다. 얼굴에  닿는 뜨거운 숨결. 서로가 서로의 숨결로 얼굴을 간질이고 있었다.


‘뜨거워...’


그리고 아랫배를 꾹꾹 밀어 올리는 것이 느껴지는 뜨거운 감촉. 손으로 만졌을 때도 느꼈지만, 남성의 성기는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겁다. 몽마의 성기여서 뜨거운 걸까, 아니면  때문에 흥분해서 얼굴이 빨개지듯 성기도 뜨거워진 걸까.


맨살끼리 닿는 부위가 늘어나자 심장 뛰는 걸 막을 수가 없다.


그때, 부드러운 손길이 등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인간과 엘프는 다르다.


피부와 피부를 마주 대고 감정을 교류하며 더욱 절절하게 느껴지는 종족의 차이.

‘뭔가 시원하네...’

부끄러움을 이겨내기 위해 눈을 질끈 감은 아름다운 처녀가 내 몸 위에서 나신으로 꼼지락대는 와중  생각은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실제로 어디 산림욕이라도  것처럼 숲 향기에 둘러싸인 기분이 든다.

자세가 어색한지 포개진 채 조금씩 움찔거리는 새하얀 나신은 보드랍기 그지없는데, 알몸으로 서로 피부를 문대었음에도 끈적하거나 불쾌한 감각이 전혀 없었다. 남자와 여자가 열락의 시간을 보낸다면 땀으로 끈적해지고 공기는 뜨거워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 하고 의문이 생길 정도로.

신기한 동물을 쓰다듬듯 부드러운 손바닥이 내 물건을 감싸 쥐고 살살 흔들다, 혼란을 이겨내는 미약한 기대감을 풀풀 풍기며 내 몸 위에 올라탄 상황. 으레 따라오는 후덥지근하고 끈적한 기운 없이 남성으로서의 쾌감만 올라오니 감각에 인지 부조화가 올 지경이다.


상쾌하면서도 끈적하다는 이율배반적인 감각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 그녀 말고 모든 엘프에게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엘프가 실존하는 세상에서도 엘프를 성노예 삼느니 애인 삼느니 하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알 것 같은 상쾌함이 품 안에서 느껴지니까.

풍만하다   없는 새하얗고 아담한 가슴이  가슴에 짓눌려 뭉개지며 우리 둘의 심장 소리가 두근두근 조금씩 박자를 맞추는 게 느껴진다.

이 또한 몽마의 감응력이겠지, 하는 순간 물밀  몰려오는 그녀의 감정.

압도적인 기쁨에 뒤섞여 있는 혼란스러움.

‘하기야, 세계수 내부에서 야동을   있는 것도 아니고.’


등허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그녀의 마음을 읽었다. 알음알음 들어온 음담패설이 자위 한 번 해보지 않은 소녀를 능숙하게 만들어 줄 리 있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육체는 달아올라 꼼질 거리며 몸을 맞춰오는 그녀 몰래 슬그머니 물건을 조준한다.


목이 말라 죽겠는데 혀끝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감질나서 죽을 것 같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어쩌겠는가. 갑자기 일어나서 확 덮치고 쑤셔 박을 수는 없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순백한 도화지에 처음으로 뿌리는 물감 한 방울 정도는 그녀가 정하도록 배려 해 줘야지.

새하얀 엉덩이가 씰룩쌜룩, 음탕하면서도 귀엽게 내 몸 위에서 자리를 잡는다. 들은 것만 있고 본 적은 없는 무지한 처녀지만 내 은근한 도움 덕에 어찌 자리를 잡긴 잡네. 귀두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끈적하면서도 축축한 감촉에 살짝 미소지었다.

“넣는, 다?”

어색하면서도 달콤한 공기를 깨고 간만에 내뱉어지는 그녀의 목소리. 긴장과 흥분, 거기에 약간의 기쁨이 더해지니 목소리가 갈라지고 떨리고 난리가 났다. 다른 상황에 이 목소리를 들었다면 웃음을 참기 힘들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도 그녀는  목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꽉 다물린 뽀얀  틈 앞에 있는 내 귀두 때문에. 앞뒤로 살금살금 허리를 흔드니  다물린 살집이 내 귀두와 살기둥에 달라붙어 끈적하게 액을 바른다.

한 번에 집어넣기에는 조금 무섭기도 하고, 해도 되나 자신감이 없기도 해서 망설이고 있구나.


깍지  손을 쥐고 슬그머니 허리를 올렸다.

격렬한 파과의 고통이나 저항감 같은 것은 없었다. 무언가를 뚫고 지나간 건가 싶을 정도로 미세한 감촉 뒤에, 손으로 콱 움켜쥐는 것 같은 압박감 때문에 조금 당황했으니까. 크기가 적당히 줄어들어 삽입 자체는 저항 없이 간편했지만 그다음에는 옴짝달싹할  없을 정도로 조여오는 그녀의 속살.

“아프진 않지?”

 내가 해야 할 말을 그녀가 하는가.

당황해서  표정이 흐트러진 걸 봤는지, 이제는 그녀가 나를 껴안아 온다. 상냥하게 껴안는 손짓과 달리 아직도 꾸욱 조여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그녀의 속살. 인간과는 너무 다른 엘프의 육체에 당황한 나의 반응을 오해한 그녀가 아주 천천히 허리를 움직인다.

여자의 속살이 아니라 어디  뜨기용 실리콘에 넣은 것처럼 완벽하게 달라 붙어오는 주름살들. 심장이 같은 박자로 뛰는 것부터 조금씩 그녀의 안이  물건 모양처럼 변해가는 것과 흘러넘치는 감정의 격류까지.


인내는 쓰고 과실은 달다 하였던가.

그 말 하나만큼은 다른 세상에서도 완벽히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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