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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화 〉78화 : 사업 3 (78/169)



〈 78화 〉78화 : 사업 3

퇴역 군인과 퇴역 화신들을 위한 드림 테라피.


어느 정도 사회적인 효과가 있을 거로 생각하기는 했다.
물론 이번에도 나는 내가 얼마나 이쪽 세상에 무지한지 강제로 깨닫게 되는 처지였지만.

시작은 별 것 아니었다.


“오, 오오오! 이게 가능하다면 세상이 바뀔 겁니다!”


나한테만,  것 아니었다.

김하은을 쾌락으로 기절시킨 다음 날, 나는 곧바로 아카데미에 분신을 보냈다.
이하린이 거기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사를 원하는 사람들을 계속 소개해 주는 걸 보니 아카데미 마법학 교관이 인맥이  좋구나~ 싶어서.
다른 교관들도 이 늙은 마법학 교관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걸 봤고 인상도 서글서글 좋은 편이다.

초짜 화신인 이하린에게도 언제나 정중한 태도를 보여주는 데다
그녀가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해할 때도 이런저런 조언을 주었다.
1년도 채 되지않은 인연이지만 이 늙은 마법학 교사는 내가 생각하는 참된 스승의 이미지에 가장 가까웠으니까.
성격도 좋아, 능력도 좋아, 인망도 높으니 아무 생각 없이 찾아온 내 잘못이려나.


“아직, 그 화신분은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으신 상태죠?”

“이제 곧 아카데미에 올 거야.”


“그렇다면 이하린 양처럼 졸업 특례 조건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아카데미와 협업을 할 수도 있겠네요. 음, 악몽을 다루고 평온을 준다? 잘만 하면 제사 마법과도 협업이 되려나? 이하린 양, 어때요? 견적이 좀 나오나요?”

“으음, 하긴 한 사람씩 꿈을 꾸면 좀 그렇겠네요. 성좌님의 힘을 요청하는 형태로 기반을 잡아서 공통된 꿈을 꾸면, 아 성좌님? 성좌님께서 허락하신 사안 맞나요?”


열기에 달뜬  사람이 나불나불 뭔가 말을 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던 유일한 대답은 ‘이 사업은 내가 허락했으니 도와주겠다’라는 확답뿐.
제사도 마법이니까 마나니 마력이니 하는 판타지적인 대화를 나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기반은 이걸로 잡고, 여기에서는 142-3 논문을 참조해서 조금 변형을?”


“아뇨, 142-3 논문은 근간이 농경 쪽이라 풍요를 상징하니까 좀 안 어울릴 것 같아요. 그것보다는 77번 계통 논문 중에서 전사와 사냥꾼의 무사 평안을 요청하는 기원을 고르는 게 어떨까요?”


“그럼 여기를 이렇게?”


“그죠, 이 부분은 룬어 계열 마법사분 한 명만 불러오면  것 같고.”

머릿속에 논문을 통째로 넣어 둔 상태인가?

왜 142번 논문이라 하면 알아듣는 거지?


문과생은커녕 이과생도 이해할 수 없는 광기의 현장이 눈앞에 있었다.
취미가 화신의 정보 외우기인데 특기가 논문 외우기라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제사 마법에 재능이 있는 거지 논문 외우는 재능은 준 적이 없는데.

그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며 정신줄을 놓고 있으니 어느새 이야기가 쑥쑥 진행되었다.
메시지를 받은 로브 차림의 마법사 하나가 더 오고, 양복을 입은 사람이 온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쑥덕쑥덕하더니 우르르 몰려간다.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내가 먼저 나갈  있게 에스코트 해 주는  교관의 모습에 상황도 이해 못 한 상태로 같이 어디론가 향했다.


‘이게  상황이지?’

아카데미가 워낙 넓다 보니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복도도 그렇다.

한예지를 돌볼  단순 훈련병이라서,
이하린과 함께할 땐 마법 연구동과 관련이 없어서 오지 않았던 큰 건물.

아카데미보다는 대기업 로비처럼 깔끔하게 꾸며진 복도를 걷는다.
아침부터 마법사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닌지라
복도 끝자락의 카운터에서 대기하던 요원이 조금 당황한 것처럼 우리를 멈춰 세운다.

“안녕하십니까, 방문 목적을 알 수 있겠습니까?”

“총장님을 뵈러 왔지.”

이하린 담당 마법학 교수가 꽤 마당발인지 우리를 막아 세우는 보안 요원과 대화를 나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이하린을 중심으로 서류를 보며 웅성거리는 상황.
뭔가 굉장히 겉도는 상황인데 슬쩍 빠질 분위기는 아니라 무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성좌님 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나야 내 화신들을 믿고 맡길 뿐이지.”

“성좌님...!”

입에 발린 말이나 하면서.


그런데 방금, 마법학 교관이 뭔가 중요한 걸 말하지 않았나?






그리하여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게 될 일이 시작되어 버렸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

아카데미에 입학할 준비를 위해 짐 정리를 하던 김하은이 마법진을 이용해 아카데미 한복판에 강제 소환되었다.
설명은 들었지만, 이해는 하지 못한 김하은이 그나마 아는 얼굴인 내게 강렬한 시선을 던진다.
물론, 그렇게 쳐다봐도  상황인지 설명은 못 해 준단다.

나도 모르거든!

‘이게 이렇게까지  일이야?’

외부의 침략을 막기 위해 평소에는 비활성화시켰으며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카데미 총장과 임원 10인,
혹은 그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 교관 15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초장거리 텔레포트 마법진.

설명만 들어도 함부로 사용할 물건은 아닌데.
그걸 자기들끼리 웅성대다 회의를 하더니 사람  수명이 우르르 몰려오고-
마법학 교관이 아까부터 들고 다니던 서류를 탁자 위에 쫙 펼친다.
그러더니 이하린과 함께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한다. 설득의 대상은 총장 함께 소집된 임원과 임원급 교관들


그리고 나.


‘파급력이... 생각보다 큰데?’

복잡한 서류 대신 프레젠테이션용으로 제작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자료를 보니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쉽게 말해서 나의 안일한 생각과 이전 세상의 고정 관념 때문이었다.

퇴역 군인을 치료한다.

단어만 보면 사회 복지와 같다.
치료받은 군인들은 행복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네 대륙이 전부 전쟁 중이니 손님이 끊길 일은 없을 거고.
그만큼 포인트를 잔뜩 벌고 김하은도 잔뜩 강해지고 얼마나 좋아.

내 생각은  거기서 멈췄었다.

“이론적인 계산으로는 동대륙의 전력을 16.8% 정도 증진 시킬 수 있습니다. 제사를 올리게 될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변수, 그리고 단순히 퇴역 군인이 아닌 퇴역 화신들을 치료하게 될 경우는 상정하지 않은 최소 수치죠.”

“흠, 그게 최소 수치입니까?”


“예, 치료를 받으면 전선으로 다시 향해야 한다는 강제적 조건이 없을 경우를 바탕으로 계산한 상황입니다. 정신적 공격에 면역력이 생길  전선에 미칠 긍정적 영향력과 그로 인해 자신의 능력이 늘어날 수도 있는 화신들의 변동적 요소는 제외한 상황입니다.”

유능한 OL 처럼 이하린이 발표를 진행한다.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양복과 제복 차림의 사람들 사이에  있지만 그런 사소한 걸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자료가 주는 충격에 휩싸여 있었으니까.


당사자인 김하은조차.

‘최소 16%?’

동서남북 100억 인구의  대륙이 전쟁 중인 세상이다.
전선이 밀고 밀리는 걸 반복하면서 인류가 멸망하지는 않지만 죽어가는 사상자가 적어도 천 만 명 언저리는 될 텐데.
그것도 화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부상자를 치료하니까  정도에서 멈춘 거지.

그런 상황에서 화신 하나가 전력을 16% 증가시켜 준단다.
그조차 최소 수치. 그러면 잘만 하면 20%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수치 아닌가.

사람 하나가 0.2 대륙군의 역할을 맡는 것이다.

여기서 목 위에 있는 게 모자 거치대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지.
하지만 아무리 무식한 나조차 이 수치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작년에 겪은 일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으니까.


대륙의 군대에는, 불사르는 폭군 같은 괴물들도 포함되어 있지 않나?


동서남북 네 대륙마다 어마어마한 성좌가 하나씩 있는데 그걸 포함해서 20%?
물론 불사르는 폭군의 함대가 대륙 전력의 100%는 아니겠지.

그래도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무튼, 20%가 증가하면 불사르는 폭군도 20% 뻥튀기시킬 수 있다는 거 아닌가?

하늘을 가득 채운 우주 전함과 그 안에 탑승해 지상에 레이저포를 갈기는 기계 병사들.
그 광경을 봤는데 거기의 20%, 아니 16%?

“복지 차원에서도, 인류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  일이군요.”


정신줄을 놓은 상태로 테이블 위의 간식만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지들끼리 쑥덕쑥덕 회의를 한다.
이럴 거면 나는 왜 데려온 거야?

분위기에 휩쓸려서 어벙하게 회의실에 앉아있으니 슬금슬금 이하린과 김하은이 내 양옆으로 다가온다.


“그,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세상 어색한 표정으로  사람이 인사를 한다.
다른   떼놓고 보면 오타쿠와 공붓벌레인 두 사람이다.
사람 사귀는 거, 잘하지 못하는구나.


그런 느낌으로 두 사람을 구경하고 있으니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나를 바라보며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하긴, 두 사람이 기둥 동서니까?’

어색한 인사 이후 아무 말 없이 내 양옆에 앉은 여자들.
뭐라도 대화를 시켜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 내가 먼저 입을 열려고 했다.
나보다 먼저 용기를 내서 이하린이 들이박지 않았더라면.

그래, 저건 대화라기보단 들이 박은 거다.


“그, 김하은 씨 능력이?”


“아, 그게...?”

내 눈치를 살살 보다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니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 두 사람.
화신과 화신의 친목을 기분 좋게 관전하려 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건 대화라고 부르기 애매하다는 생각이 뇌를 자꾸 콕콕 찌른다.

"그게, 일단 희망 찬탈자-"

"아, 그 능력이요?!"

폭주하는 오타쿠가 대답을 꼬박꼬박 해 주는 일반인을 몰아붙이는 광경을 보며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말려야 할 것 같긴 한데 너무 피곤해서 끼어들기도 귀찮아.


아까부터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자꾸 일어나니까 뇌가 파업을 요구하고 있었다.
분신인데도 당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테이블 위의 간식을 한입에 꿀꺽 삼켰다.

씨발, 단맛이 아니라 소금 비스킷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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