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76화 : 사업
네 마음대로 하려무나.
마음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던진 한마디.
그것이 이토록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내 분신에게 김하은이 거칠게 욕망을 풀어낸 다음 날 그녀가 내게 말했으니까.
“성좌님, 제가 사업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평소와 같은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아카데미로 갈 준비를 하던 김하은이 갑자기 내게 기도를 올린다.
화면을 돌리다 말고 그녀에게 집중하니 그녀가 계속해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내뱉는다.
“당신께서는 제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라 하셨지요.”
[성좌, 무기력한 악몽이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무언가 결심한 것 같은 굳건한 얼굴.
거실에 널브러진노트와 서류를 보면 하루 이틀 생각한 계획은 아니겠지.
나야 전쟁터로 사람을 내몰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내 긍정적이고 즉각적인 응답에 조금 안도한 표정의 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나간다.
“제가 생각하기에, 제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저는 만족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의문을 가득 담아 분신을 거실 소파에 내려보낸다.
소파 테이블 너머 나를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 그녀가 내게 몇 장의 서류를 내민다.
뭔가 복잡한 숫자가 잔뜩 적힌 엑셀 서류.
미안한데 나 이런 거 못 읽어...
하지만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거짓 제스쳐를 보이니 그녀가 조금 더 밝아진 어투로 말을 이어나간다.
“고작 몇 달 안에 책상머리에서 공부만 하던 학생이 운동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따라잡았죠. 빠른 속도로 제가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육체가 변한 것도 마력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것도 제 재능이란 걸 이해했습니다.”
‘나는 수족처럼 못 부리는데...?’
“하지만 너무 느립니다. 오만한 생각이고 만족할 줄 모르는 건방진 생각이란 걸 알면서도 가슴 한편이 너무 뜨겁습니다. 제가 무기술을 배우고 마법을 배워 한 사람 몫의 화신이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요?”
헬스장에서 몸을 만드는 줄 알았더니 체력과 함께 마력도 늘어난다는 불합리한 천재성.
이래서 다른 성좌들이 화신 계약서를 양산해서 찍어내는구나 싶었다.
복잡미묘한 마음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질 것 같아 살살 이마를 문지르며 그녀의 말에 추임새를 넣었다.
화신을 질투하는 성좌라니, 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마음을 다잡고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래, 오래 걸리겠지. 전쟁으로 향한다면 적어도 1년은 걸릴 거야.”
아무리 천재라 해도 아카데미 졸업에 반년이 걸린다.
전쟁터에서 신병으로 들어가 부대에 배치되는 시간도 있을 거고
거기서 전선으로 나아가기까지 걸릴 시간을 생각해 보면 1년도 짧게 잡은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지금 김하은은 그 1년을 견디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1년, 네... 1년은 너무 깁니다. 지금부터 1년이 지난다면 제가 지금처럼 분노를 불태울 수 있을까요. 이 마음이 무뎌져서 나태해지는 게 아닐까 두렵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남아 있을 때 기세를 몰아서 저를 내던지고 싶습니다.”
김하은이 원하는 것은 직접 괴수를 때려죽이는 일이 아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무력이 아니더라도 권력이나 금력으로 괴수 사냥을 지원하는 것.
그 어떠한 방식이라도 괴수사냥에 기여하는 것이 그녀가 진심으로 바라는 일이다.
정치인이 되어 군 예산을 늘리는 것도 기업인이 되어 군 방위산업을 하는 것도 그녀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겠지.
물론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되려면 몇 년은커녕 10년도 넘게 걸리니 절대 그 방향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원하는 게 뭐니?”
내 짧은 생각과 부족한 지식으로는 그녀가 뭘 하겠다는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성좌와 화신이 가득한 이 독특한 세상에서 뭘 하겠다는 건지 궁금하네.
“이전, 박동하는 사자심의 화신과 이야기하다 떠올린 겁니다.”
뭉글뭉글, 보라색 마력이 안개처럼 거실을 감싼다.
연보라색 실타래 수준인 나의 마력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
내 마력이 실오라기라면 그녀의 마력은 비단 장막처럼 거실을 통째로 감쌌다.
마력의 장막 속에서 어슴푸레 보이는 것은... 군복?
“저는 몽마의 능력으로 퇴역 군인들을 돕고 싶습니다.”
※
총알과 폭탄이 날아다니는 전쟁터는 인간에게 강렬한 PTSD를 유발한다.
아무리 뛰어난 군인이라 해도 끔찍한 전쟁터에 계속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이다.
미국 특수 부대원들이 PTSD 때문에 포로를 쏘거나
머리를 기관총으로 갈겨서 반으로 갈라버리는 놀이를 즐겼다고 본 거 같은데.
확인해야 하는 빈 라덴 머리도 드르륵 갈겼다는 썰을 예전에 본 것 같다.
총과 폭탄이 날아다니는 현대 전쟁에서도 그런데 꿈틀거리는 살덩이 괴물을 상대하는 이쪽 세상에서는?
전선이 밀리면 살덩이 촉수에 휘감겨 산 채로 녹아내리거나
거대한 짐승에게 팔다리를 뜯어먹히는 전쟁터가 훨씬 끔찍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군인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퇴역 군인도 무수히 많다.
팔, 다리가 날아가거나 눈이나 내장, 뼈를 다친 사람부터 정신이 망가진 사람까지.
다행인 점은 퇴역 군인에 대한 복지가 어마어마하다는 점 정도일까.
성좌에 대한 신앙이 화신에 대한 선망으로,
화신에 대한 선망이 화신과 함께한 군인들에게 존경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거기에 초능력이나 마법으로 인한 치료도 존재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그렇다고 해서 무수히 많은 퇴역 군인들이 전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잘린 팔다리를 붙여주는 화신도 외계의 괴물이 몰고 온질병을 치유하는 화신도 있지만 부족한 게 하나 있었다.
다른 화신들보다 압도적으로 부족한 종류의 화신.
트라우마를 삼켜 줄 몽마의 화신.
판타지 세상의 엘프나 드워프, 무림 세계의 검객과 도사,
미래 SF 세계관의 과학자까지 온갖 종류의 성좌들이 모인 세상.
그렇다 해도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다루는 성좌는 결국 몽마뿐이다.
불사르는 폭군의 세상이 가장 진보한 세계였던 것 같지만
거기서도 인간의 정신은 드림 워커라 불리는 몽마들이 전담하는 부위였으니까.
안 그래도 수가 적은 몽마들인데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꿈속 세상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는다.
우연히 자신의 꿈속으로 들어온 화신들을 붙잡아 둘 뿐 현실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이레귤러인 내가 등장했다.
꿈속 세상보다 현실 세상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이상한 몽마.
“그래서, 이런 걸 생각한 거니?”
“네, 성좌님의 말씀대로. 제가 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런 진지한 이야기와는 다르게 소파 테이블을 밀어낸 김하은이 내 앞에 무릎 꿇는다.
애원하고 나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망설임 없이 뻗어 온 손이 내 바지를 벗겨낸다.
분신을 만들 때 번잡한 게 싫어 고무줄 바지에 편한 셔츠를 입어서 그럴까.
슬그머니 허벅지와 엉덩이를 들어주자 바지와 속옷을 단번에 벗겨낸다.
스읍, 하아-
“제가, 원하는 대로...”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은 그녀가 몽롱한 목소리로 말한다.
마력을 다루는 능력이 나보다 뛰어난 김하은이지만 성좌 겸 몽마와 반 쪼가리 몽마의 차이 때문일까.
그녀는 늘 내 마력에 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퇴역 군인들과 은퇴한 화신들의 트라우마를 삼킬 겁니다. 다시 현역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그들이 전쟁터에서 보고 느낀 모든고통이 제 힘이 되어줄 것이니 혼자 수련하는 것보다 배는 빠르게 강해질 수 있겠죠.”
그렇게 말한 김하은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딸그락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자그마한 물건.
악몽의 편린.
‘무슨 재능이 파도 파도 끝이 없네...’
트라우마를 자극해 악몽을 비대화시켜 풍선처럼 펑! 터트리는 게 악몽의 편린 제작 방법인 줄 알았는데.
김하은은 내가 생각하던 방식보다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악몽의 편린을 획득 할 수 있었다.
내가 하는 방식이 고기를 대충 찢어 먹는 짐승의 방식이라면, 그녀는 발골과 정형을 마치는 것이다.
원시인과 문명인의 차이라 봐도 좋을 정도의 숙련도.
손가락으로 악몽의 편린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뜨겁고 매끈한 것이 내 아랫도리를 휘감는다.
츄읍, 하는 음란한 소리와 아랫배를 간질이는 뜨거운 숨결.
그녀가 원하는 대로 마력을 아래쪽으로 보낸다.
김하은이 보여준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초라한 마력.
하지만 오른발로 그녀의 다리 사이에 파고드니 축축한 감각이 느껴진다.
그 적고 희미한 마력만으로도 캣잎 맞은 고양이처럼 그녀가 몸을 비비 꼰다.
“그걸 위해서는, 마력을 좀 더 빠르게 모을 필요가 있겠죠?”
깊게 한 번 삼켜 혓바닥으로 내 물건에 침을 듬뿍 바르더니 입술로 훑으며 느릿하게 뱉어낸다.
질척하게 젖은 것은 그녀만이 아니게 되었다.
“제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하는데,어울려 주실 거라 믿겠습니다.”
내 눈도 아니고 내 물건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이는 그녀. 달뜬 숨결이 사타구니를 간질인다.
캣잎에 취한 고양이처럼 몸을 비틀더니 사료를 먹는 개처럼 내 사타구니에 머리를 박는다.
보라색 머리카락이 허벅지를 기분 좋게 간질인다.
눈을 감고 나른한 쾌감을 만끽하자 츄읍, 츕 하고 음란한 소리가 귀를 즐겁게 만든다.
“프하-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요.”
달뜬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녀가 다시 고개를 처박는다.
조금씩 마력을 흘려보내 그녀에게 접촉 시킨다.
그러자 뭐에 홀린 것처럼 꺽꺽거리면서도 고개를 위아래로 휘젓기 시작했다.
망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물건이 목구멍을 깊이 찔러도.
목구멍을 깊숙하게 자극당하는 고통보다 그 안으로 휘몰아쳐 들어가는 마력의 감각이 더 기쁜 걸까.
눈물이 맺히다 못해 줄줄 흘러 뺨을 적시는 것이 보이지만 그녀는 멈추질 않는다.
커억- 컥
서양 포르노에서나 들을 법한 거친 소리가 들려온다.
타액과 내 쿠퍼액으로 범벅이 된 그녀의 목구멍이 음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느껴본 적 없는 낯선 쾌감에 그녀의 머리를 잡았더니,
되려 그녀가 내 허벅지를 붙잡고 자신의 머리를 더욱 깊게 처박는다.
‘그, 나만 기분 좋은 거 아닌가?’
낯선 쾌감은 분명 달콤했다.
문제는 김하은의 모습.
새하얀 피부가 무색하리만치 눈가가 벌게진 모습.
그리고 목구멍을 찔러 질질 흐른 타액으로 더럽혀진 얼굴까지.
지저분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음탕한 모습에 물건이 더욱 커지는 게 느껴진다.
여자가 목구멍이 찔리는 것으로 쾌락을 느낄 리 없는데?
마력이 주는 쾌감이 그 정도인가?
등허리를 찌르르 울리는 쾌락에 나는 주저 없이 정액을 싸질렀다.
쾌감을 더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여기는 꿈속 세계가 아니니까.
이러다가 김하은이 질식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과격한 구강성교였다.
“후아아- 역시, 마력이...”
다시 내 물건을 앙 다문 입술로 쮸읍 빨며 그녀가 내 물건을 뱉어낸다.
그러더니 양손으로 정액과 타액이 뒤섞인 질퍽한 액체를 받아 관찰하기 시작한다.
분명 현실 세계일 텐데 그녀의 손바닥 위 액체가 눈에 보일 정도로 증발해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