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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화 〉71화 : 일상 2 (71/169)



〈 71화 〉71화 : 일상 2

몸을 바친다 하여 헌신(獻身).

그렇다고 해서 헌신이 몸만 바친다는 뜻의 단어는 아니다.
아마 몸과 마음을 다 바칠 정도로 정성스럽다는 뜻으로 아는데.
이하린의 재능은 한예지의 것과 달리 단어 그대로의 뜻을 가지고 있었다.


성좌에게 유, 무형의 제물을 바칠 때마다 무형의 보상 획득.

오직 제사 마법만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그녀에게 가장 알맞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에 적힌 ‘무형의 보상’ 이란 놈이 뭔지는  모르지만.
뭐, 그녀가 지치지 않고 돌아다니는 걸 보면 체력적, 마력적 회복이겠지.



어차피 재능, 극단 때문에 제사 마법만 쓰는 그녀에게 가장 어울린다.

생각해보면 한예지도 이하린도 몽마의 정을 통해 얻은 권능이 있고,
그 권능이 마치 맞춤형 권능이라도 되는 것처럼 잘 어울리네.
재능 개화라고 쓰여 있던데 랜덤 획득은 아닌가?


이하린은 내게 꿈속에서 사용되고 봉사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고 권능을 하사받았다고 생각하는지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다.
그렇게 세 화신과의 일상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낮에는 세 화신  한 명에게 마음 내키는 대로 찾아간다.


도심을 걸으며 군것질을 하고 싶으면 한예지.
성좌와 화신에 대한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실 땐 이하린.
남녀 역전 세상의 헬스녀를 구경할 땐 김하은.
가끔 엘프 소녀와 편지를 나누며 침대에 누워 있기도 하고.


그러다 저녁이 지나 밤이 되면 공평하게 모두의 꿈속으로 찾아간다.


구운몽마냥 하룻밤의 꿈에 일생을 담지는 못한다.
하지만 세 시간의 꿈을 하룻밤으로 바꿀 마력 정도는 있으니까.


한예지의 꿈속으로 들어가 응석을 받아주며 가슴을 가지고 놀다,
김하은의 꿈속으로 들어가 마음대로 나를 범하게 놔둔 다음,
이하린의 꿈속으로 들어가 봉사를 받고 꽁냥대는 루틴.


일상도 쾌락도 안락함도 모두 꿈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니까 몽마들이 현실에 안 나오지.’

당장 화신  명만 데리고 있어도 이렇게 꿈속 세상에 빠져든다.
그렇다면 자각몽의 재능을 지닌 화신들을 잔뜩 끌어모은 다른 몽마들은 어느 수준일까.
나한테 죽은 멍청한 놈 하나를 제외하면 예상이 대충 된다.

아마 꿈속에 자신만의 대도시를 건설해놓고 24시간 거주하지 않을까?

마력만 충분하다면 꿈이 현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
고작 500pt짜리 환몽비약만 있어도 꿈속에서 현실의 육체를 관리할 수 있다.
나처럼 화신의 꿈속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꿈을 거대하게 부풀리고 화신 수십, 수 백 명을 초대 하는 거지.


현실보다 과도한 꿈이며 머나먼 이야기지만, 적어도 성장의 방향은 잡힌 것 같았다.


“서, 성좌님... 이거 맛이 너무 이상한데요?”

“네가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렇단다.”

그렇게 생각하며 질색팔색을 하는 김하은의 입에 환몽비약을 쑤셔 넣는다.

특별 관리 화신이 3명인 것은 둘째 치고
제사 마법으로 인해 대륙에 이름이 퍼지기 시작하는 이하린 덕에 포인트가 꽤 풍족하다.
십만 단위를 마구잡이로 낭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고작 몇백 포인트짜리 소모품은 마음껏 사용할 정도로.


환몽비약은 꿈속의 육체가 현실의 육체에 영향을 끼치게 해 주는 비약.

어딘가의 무협지에 나올 것처럼 동글동글하고 새카만 약을 다시 하나 집어 든다.
마치 이유식을 거부하는 아이처럼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김하은을 위하여.

“애도 아니고, 어서  벌리렴.”

“으웩- 아니, 이거 진짜 이상한-”


김하은의 마력적 재능은 다른 화신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달도 아니고 첫날부터 권능을 깨우친 그녀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대륙에 이름을 날릴 수 있을 수준.
그녀가 벌어들이게 될 포인트를 상상하면 가슴이 두근댄다.

시간이 지나면, 말이지.

“악! 쓰고 맵고 단데 끈적해요!”

“그만 상상하렴, 말하니까 더 강하게 느껴지는 거 아니니? 아직 세 알 남았단다.”


반쪽짜리 몽마였던 내가 온전한 몽마가 되기 위해 며칠에 걸쳐 한 알씩 소화했었던 몽환비약.
김하은은 그걸 하루에 열 알씩 씹어 삼키고 있는 상황.


문제가 있다면 너무 과도한 마력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여기서 사용하게 될 줄 몰랐는데.


몽마의 감각을 굳이 인간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녀는 태풍과 같다.
나의 마력은 이슬비와 동네 개울 수준이라면, 김하은의 마력은 열대 우림 스콜에 범람한 아마존강.
폭력적인 속도로 휘몰아치지만 컨트롤을 세심하게 할 순 없다.

발목 정도의 수위를 가진 개울은 돌멩이만 있어도 물길을   있다.
하지만 범람하는 아마존강은? 그건 사람이 물길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지 멋대로 휘몰아치며 지형을 바꾸지.

그게 김하은의 상황이다.


소설 속에서나 읽던 ‘힘이 너무 강해서 세심한 제어력이 부족한’ 상황.


“차라리 눈이라도 감고 삼켜보겠니?”

“그, 눈을 감으니까 감각이 오히려  활성화되는데요... 매웟!”

김하은이 내 손에 들린 환몽비약을 보았다.
검은색, 아니 아주 자세히 보면 어두운 보라색이 섞여 있었다.
알약보단 독약처럼 보이는 검보라색 환약. 나는 포인트로 구매한 아이템이라 아무 생각 없이 삼켰었다.

하지만 김하은은 이걸 보고 ‘맛이 끔찍할 것 같은데?’ 같은 생각을 해 버린 것이다.


 뒤로는 뭐, 한예지의 자각몽 훈련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 거지.
한예지가  구운  냄새나는 수박을 만들어  것과 같이 생각이 맛과 향을 바꾸는 상황.
다만 김하은은 환약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맛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달고 끈적해서 녹아내린 엿처럼 입에 달라붙는다.
침에 녹아 혀에 닿으면 아플 정도로 시다.
코로 숨을 쉬니 생선 기름 냄새가 난다.
억지로 삼키니 목이 화끈거릴 정도로 맵다.
하나 겨우  먹으니 가루약이 혀에 붙은 것처럼 뒷맛이 쓰다.

“저기, 그만 묘사하는  좋지 않겠니?”


“근데, 혀가 너무 아파요...!”


바닥에 웅크려서 입을 부여잡은 그녀.
끔찍한 맛을 입안에서 지우고 싶은지 극도로 마력에 집중하는 게 느껴진다.
헬스장에서 고통스러워하길래 도와주려고   비약인데 되려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니 미안하기 그지없다.


“제어, 마력을 제어해서 꿈을...!”

그래도  끔찍한 맛 때문에 마력 컨트롤이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것이 보인다.
휘몰아치던 마력이 하나씩 그녀의 제어 아래로 들어간다.
그러자 입에서 풍기던 비린내가 사라지며 질질 흐르던 침이 멈추고 캑캑거리며 갈라진 목소리가 돌아온다.

‘이게 재능인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마력이 온순한 양처럼 정렬되는 모습.
내가 성좌가 아니라 화신이었다면 박탈감이 어마어마하겠다 싶은 재능.
내가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포인트로 구매해 수련한 몽마의 기초 권능인데
고작 하루만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따라하기 시작한다.

‘화신 하나는 참 잘 골랐네.’

어린 여자 친구처럼 응석을 부리며 가슴을 만지작거리게 해 주는 한예지도 좋고
 시켜도 네, 네! 하고 대답하며 정성껏 내게 봉사하는 이하린도 좋다.
하지만 성좌의 시스템이 게임과 닮았다면 그래도 이런 쪽으로 강한 화신이 하나는 있어야지.

이게 삼위일체인가 싶을 정도로 완벽한 균형이다.

비틀비틀 일어나는 김하은을 붙잡고 그대로 입을 맞춘다.
저렇게 색기 넘치는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는 데 가만 놔둘  있나.


새하얗고 작달막한 얼굴이 눈가만 벌게진 상태로 있는데?
음심을 자극하는 그 얼굴 때문에 머릿속에 어디 포르노 사이트의 검색어가 떠오른다.
그 deep 한 행위나 face로 하는 행위 같은 영상들.


도톰한 입술에서는 밀크 초콜릿의 맛이 났다.

“음, 밀크 초콜릿 좋아하니?”


“푸하- 네, 조금  단 종류로 좋아해요.”

자연스럽게 다시 입을 맞춰오는 그녀를 위해 몸에서 힘을 뺀다.
억지로 입안에 약을 넣은 마음의 앙금이라도 있나. 아니면 첫날 이후로 거칠게 하는 것에 맛이 들렸나.
한 손으로 내 손목을, 다른 손으로 등허리를 받쳐주더니 그대로  침대에 확 눕힌다.


‘이건 또 색다르네.’

여기 오기 전에 이미 한예지의 푸념을 들어주며 손장난을 실컷 친 상태.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서 김하은이 하려는 대로 몸을 맞춰주었다.
거칠게 대한다 해도 고통이 느껴지는 건 아니니까.


고작해야 셔츠를 찢거나, 잇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깨물거나 하는 수준이라서.


뭐, 남자를 거칠게 다뤄봐야 23년간 공부만 하던 모쏠아다인 김하은이다.
그녀가 할  있는 가장 거친 섹스가 그 정도.

목을 조르거나 엉덩이를 두드리고 욕을 뱉는 일은 없다.
다른  몰라도 여자한테 볼기짝을 맞고 싶지는 않으니 다행이지.
성좌인 나한테 그런 짓을 할 정도로 용감한 성격도 아니긴 하지만.

우악스러운 손길로 바지를 벗기더니 그대로 다리 사이에 파고드는 김하은.
불알 사이에 코를 박을 정도로 얼굴을 묻는다.
아무리 재능이 없다 해도 나는 온전한 몽마니까.
재능 넘치는 반 몽마가 취할 정도의 마력은 있다.

내 체취를 맡으며 손가락으로 스스로 적신 그녀가 벌떡 일어나  위로 올라탄다.
나를 내려다보는 건방진 눈동자에 맺힌 감정은 너무나 명백하다.

갈망.

힘에 대한 갈망일까, 쾌락에 대한 갈망일까.
그건 주저 없이 허리를 내리며 신음을 흘리기 시작하는 모습만 봐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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