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70화 : 복종 (70/169)



〈 70화 〉70화 : 복종



아름다운 여성과 함께하는 시간을 싫어하는 남자가 있을까.
그 여성이 내게 사랑을, 아니 그 이상으로 복종과 경애를 보내며 떠받들어주는 것을 불쾌해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욕망은 솔직하니까.

“기분, 기브은...”

“후, 그래. 정말 좋아.”


쾌락에 눈동자가 바들바들 떨려 제대로 발음조차 하지 못하는 그녀가 필사적으로 내게 묻는다.
그 기특한 모습에 뜨거운 속살에 붙잡힌 성기보다 심리적인 만족감이  크게 느껴진다.
 속삭임에 뜨거운 살 주름이 손아귀로 쥐는 것처럼 내 물건을 압박해온다.

운동하는 여자는 다르다는 음담패설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계속, 계속해주세요...”

양다리를 모은 자세를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는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끝까지 제 엉덩이와 속옷을 붙잡는다.
그 헌신적인 모습에 다시 한번 강하게 허리를 앞으로 찔렀다. 엉덩이를 붙잡은 그녀의 손이 내 치골에 툭툭 부딪친다.

“괜찮아,  놓고 편히 있어.”


“네, 녜에...”

본격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붙잡은 다리까지 따끈따끈하게 달아 오른  느껴진다.
마력의 교류 때문인지 그녀의 몸이 용광로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나무에 매달리는 원숭이처럼 그녀의 양다리를 붙잡고 허리를 찍어눌렀다.


서서히 내려가는 그녀의 다리. 반으로 접히는 허리와 위를 향해 수줍게 드러나는 음란한 균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밑에 무기력하게 깔려 가쁜 숨만 내쉬면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불만 한  없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피부로부터 느껴지는 감각은 환희.
성적 쾌감보다 성좌에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정신적 쾌락을 얻고 있었다.

엉덩이를 붙잡던 손이 내 허리 놀림에 방해하지 않게 내려간다.
그러더니 살금살금 손을 뻗어 내 허벅지를 붙잡고 살그머니 잡아당긴다.
허리를 반으로 접혀  부끄러운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자세임에도.


그녀는 오롯이 나를 우선시하고 있었다.


아포칼립스의 팍팍하고 삭막한 삶.
녹슨 통조림 하나에 가랑이를 벌리는 여자. 성욕 때문에 목숨보다 귀한 식량을 소모하는 남자.
그런 광경에 익숙한 내게 이하린의 복종적이고 헌신적인 태도는 너무나 강렬한 충격처럼 다가왔다.

후욱, 하고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욕망이 솟구친다.

이 욕망은 내가 죽인 놈의 근원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었다.
몽마로서, 성좌로서 내가 가지게 된 본능이 만들어낸 욕구.
등허리부터 머리까지 뜨거운 불길이 지져버리는 것 같은 강한 욕망이 닥쳐온다.

허벅지를 살살 잡아당기는 손을 그대로 낚아채 교차시킨다.
자신의 팔에 양다리가 낀 상태로 허리가 접힌 그녀가 내 체중에 눌려 꺽꺽대는 소리를 낸다.


조금 과격한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잠시.


이하린은 내 체중에 짓눌리면서도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다만 내게 손목을 붙잡힌 양팔로 자신의 다리를 껴안아 조였을 뿐.
안 그래도 좁은 속살을 지닌 그녀가, 스스로 다리를 조이기까지 하니 움직일 수는 있나 싶었다.


그 기특한 모습에 비스듬히 그녀의 다리에 기대고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깊은 뻘에서 다리를 뽑아내는 것처럼, 진득하니 달라붙어 나를  주지 않는 그녀의 조임.

자비로운 모습? 성좌로서의 이미지 메이킹?

달궈진 머리가 텅 비는 게 느껴진다.







성좌가 되고, 몽마가 되고, 꿈속 세상에서 여자를 안고.


그렇게 화신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남자가 되어 섹스한  몇 번일까.
그  이토록 진이 빠지면서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땀 범벅이 된 상태로 이하린의 곁에 털썩 드러누웠다.
꿈속이라 무한에 가까운 정력에도 불구하고 축 늘어진 물건은 제 할 일을 다 했다며 더는 일어나지 않는다.

알몸의 미녀를 껴안았는데 성욕이 없을 정도라니, 얼마나 날뛴 거야?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이하린이 품 안에서 내게 속삭인다.

“즐거우셨나요?”

“그래, 엄청나게.”


내 대답에 그녀가 기쁘게 웃는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의문 따위는 가지지 않는 순종적인 모습.
정보에 집착적인 모습이 가끔 소름이 끼칠 때가 있지만, 결국 미녀라서 용서가 된다.


뭐 남자가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이쪽 세상 여자들도 미남을 보면 그러겠지.

손짓  번이면 이하린도 나도 말끔히 세척되겠지만 우리 둘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땀에 젖고 달아올랐다는 식어가는 알몸의 상태로 껴안고 있을 뿐.
나도 그녀도 그저 껴안고 있는 상황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손안에서 느껴지는 말캉한 감촉. 가슴 크기로 보면 이하린이 제일 작지.
이하린은 한 손에 잡힐 정도, 한예지가 손에 꽉 차는 정도, 그리고 김하은이  손으로 잡기 힘들 정도.
그렇다 해서 절벽 가슴은 아니니 가지고 노는 맛이 있다.

성욕은 전부 해소되어 사라졌는데 어째서 가슴은 만지고 싶을까.
품 안에서 느껴지는 따끈한 체온을 만끽하며 양손을 천천히 꼼지락거렸다.
즐길 만큼 즐긴 것은 마찬가지인지 내 손등 위에 가볍게 손을 얹는 그녀.

등과 가슴이 맞닿고, 손과 손을 겹쳐 심장 뛰는 소리를 느긋하게 느낀다.


나른한 심경을 표현하듯 느긋하게 두근두근 뛰는 가슴.


그렇게 품 안에서 멍하니 있던 그녀가 갑자기 꼼지락거리기 시작한다.
자꾸 가슴을 만지작거려서 그런가? 짐승이 된 것처럼 즐길 만큼 즐겨서 일부러  아래쪽은 만지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래쪽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읏...?”

내 목소리를 듣고 헤헤 웃은 그녀가 손을 스윽 슥 움직인다.
손에 들린 것은 차가운 물티슈.


몇백은커녕 천 단위로 쑤셔 박은 내 물건이 움찔거리며 놀랄 정도로 차가웠다.

“아, 실수... 죄송해요.”


물티슈와 내 물건이 동시에 손에 닿으니 그제야 티슈가 너무 차가웠음을 알아차린 걸까.
그녀의 손에 있던 더럽혀진 물티슈가 깨끗하고 따끈따끈한 수건으로 바뀐다.

“이건 괜찮으시죠?”

“그래,  좋네.”

꿈속이니까 그냥 오물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샤워실을 만들 수도 있고.
귀찮고 불필요한 행동이지만 그녀는 정중하게 내 몸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한껏 자극받은 예민한 피부를 살살 달래듯이.

극세사보다 부드러운 수건이 축 늘어진 물건을 닦아낸다.
정액인지 애액일지 모를 흰 거품으로 뒤덮인 살기둥을 살살 문지른다.
오물을 깨끗이 치워버리도록, 그러나 피부가 쓸리지는 않을 절묘한 힘으로.

귀두 끝자락에서 살기둥, 지저분해진 사타구니와 불알을 넘어 허벅지와 복근까지.
더러워진 물수건이 몇 번이고 따끈한 새것으로 바뀌며 내 몸을 닦아낸다.
마치 우승 트로피나 보석을 광내듯 정성스럽게.


뜨끈한 물수건이 몸을 닦아내고, 운동을 꽤 해서 악력이 적당한 손아귀가 노곤하게 근육을 주무른다.
어느새 따듯한 물수건으로 하던 간이 샤워는 근육을 쭉쭉 주무르는 마사지가 되었다.


...뭔데, 잘하지?


몸을 씻겨주는 것도 그렇고 안마도 그렇고.
전생의 평범한 대학생이던 내가 전문 안마점에 다닌 적은 없다.
그래도 근육을 노곤하게 풀어주는 손길에서 잘하냐 못하냐 정도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데.

너무 잘하는데?


여성의 부드러운 손길에 남녀역전 세계답게 조금 강해진 아귀힘이 더해지니
어딘가에서 말로만 듣던 황제 마사지도 부럽지 않을 수준.

옷은커녕 이불도 없이 알몸인데 축 늘어져서 그녀에게 온몸을 맡겼다.
나른하게 감겨오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니 이하린의 상기된 얼굴이 보인다.
어째, 봉사하면서 체력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냐.


꿈속 세계에서 쌩쌩해진다는 것은 정신력이 보충된다는 소리 아닌가?

섹스로 체력이 빠지고, 봉사로 체력이 회복되고.
자각몽 속에서의 무한 동력인가~ 하는 헛된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쾌락에 한 번 휩쓸린 다음 몸이 나른하고 따끈하니  멍청한 생각이 자꾸 드네.

알몸의 피부를 덥혀주는 따듯한 공기, 허리를 중심적으로 주무르는 손길과 나른한 내 상태를 이해했는지
귓가에 작게 작게 속삭이며 수다를 떠는 달콤한 목소리까지.
날이 밝아오고 알람 소리에 자각몽이 끝날 때까지 나는 사치스러운 감각을 만끽했다.

사우나에서 나온 것처럼 기분 좋은 서늘함이 느껴져 기지개를 켠다.
어느새 자각몽 속이 아니라 성좌의 공간으로 돌아온 상태.
화면 속에서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침 운동을 준비하는 이하린의 뒷모습이 보인다.


꿈속에서 그렇게 쉬지 않고 움직이더만.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린 그녀가 운동장을 달린다.
맨날 제사를 올리고 연구만 하니까 생도 대신 교관들과 친해졌나.
어째 다른 화신들이 아니라 교관들과 목례를 하며 운동장을 달린다.

가볍게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뭐야, 저건.”

한 바퀴에 1km로 정확히 측정된 운동장이라 했던가.
매일 아침 3km, 3바퀴를 도는  그녀의 일상이었는데.


화면을 보니 아무 생각 없이 평소보다 빠르게, 오래 뛰어다니는 그녀가 보인다.

[화신 이하린이 몽마의 두 번째 정을 완전히 소화하였습니다]
[재능 개화 : 헌신獻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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