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66화 : 욕망
거칠게 나의 옷을 벗기는 김하은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완벽한 성욕이 아니다.
괴물과 세상에 대한 분노,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에 대한 슬픔,
공부만 했더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는 무기력함,
혹사하며 운동을 해도 빠르게 강해질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
복수랍시고 괴물을 죽여도 별일 없다는 허망함까지.
온갖 부정적인 감정 수 십 가지가 뒤섞여 마치 폭풍처럼 휘몰아치다
성욕이라는 이름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밖으로 표출되었을 뿐.
러닝 머신 위에서 몸을 혹사하듯 그녀는 제 감정에 휩쓸려 날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친 손길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낼 수 있는 것이 꿈속 몽마의 육체고.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렴.”
“정말, 흐으, 정말 강해질 수 있는 거 맞죠?”
“그럼. 너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 않니?”
입을 맞추고 피부를 부비는 전희도, 서로의 성기를 적시려는 애무도 없었다.
성난 황소처럼 씨익 씩 거친 숨을 내쉬던 그녀가 뻣뻣하게 솟아오른 내 양물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반바지를 내리고 팬티를 옆으로 재껴 삽입했으니까.
남녀의 정조 관념이 뒤바뀌었다 해도, 이러면 아픈 것은 남성보다는 여성인지라-
“끄읍, 아따따...!”
“저런, 너무 성급한 거 아니니?”
내 위에 올라탄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휜다.
뒤가 아니라 앞으로.
제아무리 살덩이가 아닌 것처럼 단단하고 우람한 몽마의 남근이라지만, 준비도 하나 안 된 처녀를 파고드는 것은 무리였다.
살과 살이 쓸리는 감촉이 나지만 내가 느끼는 압박감보다 그녀가 느끼는 처녀 상실의 고통이 더 크겠지.
‘어째 처녀만 셋 모았네...’
내 눈에는 아름답다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평범한 외모라는 불합리성도 있고, 뒤바뀐 남녀 정조 관념도 있다.
한예지는 여자 사귈 틈도 없이 학교에선 자고 학교 끝나고는 아르바이트하는 인생이며,
이하린은 중증 오타쿠라 사이 나쁜 사람은 없지만 대화를 나누는 건 취미가 같은 여성 친구 몇 명이 전부.
거기에 김하은은 부모님 말씀대로 공부만 하던 모범생이라 이성 교제가 없던 것이 당연하지만-
‘이러다 무기력한 유니콘으로 이름 바뀌는 거 아닌지 몰라.’
시들지 않는 거목도 그렇고, 결국 결과만 놓고 보면 주변에 생긴 인연은 불사르는 폭군을 제외하면 전부 처녀밖에 없지 않나.
그런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허리를 앞으로 숙인 김하은을 올려 보았다.
고통 때문인지 서러워서인지,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입술을 질끈 깨문 그 모습에 피가 더 쏠린다.
몽마의 마력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이 벌게져 우는 모습이
추하기는커녕 서양 포르노에서 격렬한 섹스를 하는 여배우처럼 보이니 정말 야릇하기 그지없다.
“정말, 정말이네...”
그와 동시에 맞닿은 피부를 통해 마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진다.
새하얀 골반이 맷돌 돌리듯 요동친다.
남자를 모르는 숫처녀가 처녀막을 찢은 지 3분이 채 되지 않아
떡방아를 찧는 것도 아니고 골반을 자유자재로 흔들며 나를 희롱하기 시작한다.
“흐으, 흡...!”
유연하게 허리를 흔들며 커다란 가슴이 출렁이는 광경을 보니
별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사정감이 급격히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내 가슴팍에 손을 올려두고 자신의 쾌감을 참느라
가슴팍을 손톱으로 긁을 때 느껴지는 약간의 따가움이 고마울 정도로 급격하게.
꿈속인 만큼, 사정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딱히 신음이나 간드러진 소리까지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대로 허리를 쳐올리며 엉덩이에 줬던 힘을 풀었다.
쮸읍, 하고 입으로 빨아들이는 것처럼 요도를 타고 정액이 빨려 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흐악?!”
가벼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반응은 격렬했다.
반 몽마로서 처음으로 느끼는 몽마의 정 때문일까, 아니면 휘몰아치듯 솟구친 마력 때문일까?
고통 때문에 앞으로 구부정하게 숙여 가슴을 덜렁거리던 그녀가 이번에야말로 등을 뒤로 휘며 바들바들 몸을 떤다.
퉁, 하고 뒤로 젖혀진 몸 때문에 커다란 가슴이 강렬하게 출렁인다.
‘뒤로 젖혔는데 저 크기면 어우...’
등을 뒤로 젖히다 못해 내 다리에 머리를 기대며 뒤로 축 늘어진 그녀의 등을 붙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여성 상위의 자세로 내 위에 올라타 다리를 쫙 벌린 상태로 뒤로 누우니
피와 애액, 정액으로 얼룩진 결합부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더러움은커녕 음탕함만 느껴지는 새하얀 음부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연한 털을 보니
아직 그녀의 안에 남아 있는 내 물건에 힘이 다시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앉아서 탄력을 유지하는 커다란 유방을 구경하길 잠시,
정신을 차린 그녀가 내 허리에 다리를 감고 상체를 들어 올린다.
‘몽마는 거근에 거유인가?’
대면좌위가 되도록 스윽 그녀가 상체를 들어 올리니,
중력에 따라 양옆으로 벌어졌던 가슴이 자석이 이끌리는 모양처럼 출렁이며 가운데로 모인다.
그 커다란 가슴과 깊고 깊은 가슴골에 고개를 묻고 새하얀 피부를 입술로 쪽쪽 간질이고 있으니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계속, 계속하실 수 있죠?”
강렬한 쾌감 때문인지, 휘몰아치던 복잡한 감정이 조금은 가라앉은 것처럼 보인다.
“그럼, 네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까지는 계속할 수 있단다.”
“그거 참, 반가운 소식이네요.”
다짜고짜 삽입하는 것으로 처녀를 상실해서 그런지,
뭔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그녀에게 살짝 웃어 보았다.
아파도 니가 아팠지, 내가 아픈 것은 아니니 괜찮다는 의미로.
뭐, 그녀는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지만.
조금 진정된 그녀가 부드럽게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햇빛 한 번 못 받은 것처럼 새하얀 손바닥이 스윽 가슴 근육을 어루만지며,
손가락 끝으로 유두를 톡톡 건드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두 개발 따위는 되어 있지 않아 간지러움만 느껴졌다.
그 간지러움을 다르게 받아들였는지 팔다리로 내 허리와 등을 휘감은 그녀가
고개를 파묻고 혓바닥으로 가슴팍을 할짝거린다.
피부는 조금 서늘해서 기분 좋게 달아오르는 주제에, 혓바닥은 뜨겁기 그지없었다.
마치 뜨거운 것을 삼켰을 때 목구멍으로 느껴지듯이,
그녀가 내 가슴 위를 핥을 때마다 그 자욱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내 가슴팍을 핥느라 자그마한 머리가 내 얼굴 아래로 향한다.
그대로 흐트러진 보라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쓱 정리해준 다음 붉게 달아오른 귀에 작게 속삭였다.
“밤은 길고 시간은 많단다. 네 원하는 대로 하렴.”
“흣? 그, 그럴 겁니다. 강해질 수 있다면...”
귓가에 들이친 숨결 때문에 놀랐는지, 자그마한 혀가 쏘옥 하고 입술 속으로 도망친다.
그대로 고개를 들어 올리려는 것 같아 뒷머리를 가볍게 껴안고 팔에 힘을 준다.
가슴팍을 빌려주는 자세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뺨에 남자 가슴이 짓눌리는 것이 흥분되는지 아래쪽에 뜨겁고 습한 기운이 울컥 느껴진다.
“그러니 이렇게 느긋하게 즐겨도 되고... 아니면 처음처럼 네 멋대로 날뛰어도 된단다.”
품 안에서 바둥거리는 자그마한 머리통을 붙잡으니
자연스럽게 그 커다란 젖가슴이 출렁이며 명치와 배를 툭툭 두들긴다.
팔 하나로도 충분히 안을 수 있는 작은 머리와는 달리, 묵직하게 배를 툭툭 두드리는 가슴.
“그럼, 사양 않고.”
아까부터 여유로운 내 모습에 오기가 생겼는지,
옆구리에 맞닿은 그녀의 허벅지에 힘이 빡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불편한 자세지만 내 허벅지 위에 엉덩이를 올린 그녀가 허리를 다시 돌리기 시작한다.
반 몽마로 변한 육체의 본능이 알려주는 것처럼, 내 등허리를 껴안고 골반을 찰팍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가만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쾌락이 산불처럼 번진다.
허벅지 위에서 물기 젖은 넓은 골반이 찹찹 소리를 내며 춤을 추고,
밸리 댄스를 추는 것처럼 유연하게 휘는 허리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그녀의 속살이 나를 자극한다.
“후우, 좋구나, 정말로.”
기분 좋은 쾌감에 몸을 맡기며 가슴에 뺨을 비비고 있는 그녀를 다시 꼬옥 껴안는다.
말랑말랑한 볼따구가 가슴을 누르고, 커다란 젖가슴이 복근을 누르니 온몸이 갓 나온 따끈따끈한 찹쌀떡에 휘감긴 기분.
이토록 오래 껴안았는데도 불쾌한 더움보다는 따듯한 온수에 몸을 담근 것처럼 몸이 나른하게 풀어진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몰려오는 사정감에, 습관처럼 참지 않고 그대로 그녀의 깊숙한 곳에 정을 뿌린다.
“머, 멈추라 해도 안 멈출 겁니다...!”
입으로는 강한 척하는 그녀가 알까.
“밤은, 기, 길다 했으니까.”
내가 김하은의 속에 정을 내뿜을 때, 그녀의 팔다리가 마치 나무에 붙은 코알라처럼 내게 꽈악 매달렸음을.
자그마한 손이 오므라들며 내 등을 긁고 동시에 젖은 빨래를 쥐어짜듯 그녀의 속살이 미친 듯이 내 물건을 휘감았다는 사실을.
김하은이 절정의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멈췄기에
나는 정을 뿜어도 시들지 않는 나의 물건을 깊숙이 쿡 찔렀다.
품 안의 여체가 엇박자로 몰아친 쾌감에 바들바들 떤다.
“좀 더, 좀 더 마려그흘...”
품 안에 들어온 음란한 여체를 강하게 끌어안고 온몸을 비비고 있으니,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그녀가 커다란 엉덩이를 다시 들어 올린다.
이를 악물고, 자신을 혹사하던 것처럼 억지로 힘을 쥐어짜서.
쯔업, 하고 음탕한 점액 늘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촤압, 소리를 내며 젖은 살덩어리가 음란하게 내 허벅지 위로 떨어진다.
본능대로 허리를 돌리던 그 유연한 모습은 없고 쾌락에 매몰되어
힘겹게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이 내 가슴 속에 만족감을 가득 채워준다.
“그럼, 밤은 길고말고.”
아직 내 가슴팍에 뺨을 비비는 그녀의 귀를 살짝 깨물자,
물에 닿은 고양이처럼 화들짝 반응을 보이는 그녀의 속살.
허리 한 번 흔들지 않아도 두 번이나 사정하게 만드는 몽마의 여체를 즐기며
나는 그녀에게 뜨거운 숨결과 함께 진실을 속삭였다.
“아직, 30분도 지나지 않았단다.”
“흐이익?!”
예민하게 달아오른 몽마의 육체가 쾌감과 마력을 만끽할 수 있을 정도로, 밤은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