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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39화 : 고정관념 (39/169)



〈 39화 〉39화 : 고정관념

나는 뭔가를 보고 홀로 깨우치는 천재가 아닌지라
가끔은 대놓고 알려줘도 뒤늦게 깨달을 때가 있었다.


불사르는 폭군과의 대화를 통해 그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불사르는 폭군은 성좌다.
나는 그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고로, 나는 성좌의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깨닫고 나서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것을 피로감 때문인지 며칠 뒤에서나 알아차리다니.
내가 무식하다고 해야 할까, 고정 관념이 심하다고 해야 할까.
맨날 내 화신들과 민간인들의 꿈속으로만 돌아다녀서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나 보다.


몽마는 무의식인 꿈속으로 들어갈  있다.
거기서 잠재적인 트라우마를 찾아 끄집어내면 악몽이고, 꿈의 주인을 끌고 오면 자각몽이다.
그리고 화신도 성좌도 이 세상을 만든 창조주가 수집한 영혼이지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생각해보면 화신들보다 성좌들의 악몽이 훨씬 강력할 것이다.
화신들은 전생의 기억이 없지만, 성좌들은 전생의 기억이 있으니까.


한 세계를 멸망시킨 강력한 괴물에 대한 악몽.

‘괜히  년 손해 본  같아.’

그렇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접촉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성좌와 마찰이 일어나 내 화신들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걱정이 되어서
화신들이 아카데미에 있을 땐 아카데미 밖의 다른 화신을 건드리지 않고 있었으니까.
아카데미처럼 성좌가 화신을 관찰하는  허락된 공간에서만 잠깐 구경하고 말았지.

그런 와중에 타인의 화신도 아니고 성좌에 직접 접촉하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이다.


불사르는 폭군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지금 걸음마를 뗀 수준이니까.
심지어 화신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법은 알아도 화신을 매개체 삼아 성좌에게 접촉하는 방법은 아직 모른다.

나, 나의 화신, 다른 성좌의 화신, 다른 성좌.


아마 세 단계를 거쳐 간접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몽마고 드림 워커고 그걸 어떻게 하는지 아직 모르니까 조급할 필요는 없겠지.

예전 세상이 멸망하기 전 게임을 할 때마다 생각하던 것이다.
내가 백날 조급하게 움직여 봐야, 오픈베타부터 있던 고인물은 못 따라간다.
할 수 있는 거 최대한 하면서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 뿐.


한 번에 날로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번째 특성 때문에 월급이 올랐어요. 저도 몰랐는데 화신의 특성이나 권능에 따라 추가 급여가 있더라구요.”

“그래, 잘된 일이구나. 월급 받은 건 어떻게 쓰고 있니?”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해도 온몸으로 응석을 부리는 한예지의 입은 멈추질 않는다.
듣기로는 두 번째 특성 개화가 평균보다 훨씬 빠르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에 조금 흥분한 걸까.
적당히 반응하며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니 내 쪽으로 아예 기대버린다.

불사르는 폭군의 비행선과 특성 개화가 겹쳐서 그런지
놀이공원에 온 아이처럼 달뜬 표정을 숨기지도 못한다.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전부 내게 털어놓는 것처럼 조잘대는 입이 멈출 생각도 없어 보이고.

“월급이요? 사실 잘 알 수 없어서 일단 모아두고 있어요. 선배님이 공식 행사용 양복 한 벌은 챙겨두라 해서 구두까지 한 세트 맞춰둔 거 말고는 동생 학비로 쓰려구요.”

“이사 같은  생각해  적 없니?”

“이사... 한다면 동생이 대학 가면 할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슬슬 내신 걱정하면서 예민해졌던데, 이사까지 하면 더 흐트러질 것 같기도 해서요.”

다른 세상인데도 대학과 수험 공부는 여전히 존재하는 걸까.
화제가 바뀌니 또 수다를 떠는 모습은 정말 여자애 같았다.
수다는 여자애들이 떤다는 건 너무 고정 관념일까?
내게 기대서 떠드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은데.


“특성이 새로 생겨서-”
“이번에 후임이 들어왔는데 걔 성좌가-”
“마취 다트 때문에 선임이-”

재잘재잘.

수다가 멈추질 않는다.
품 안에 안겨 있는 부드러운 여체를 즐기며 재잘대는 것을 듣는 것도 좋지만
슬슬 무의식적인 리액션이 귀찮아진다. 삼십분도 아니고  시간 가까이 떠들고 있으니까.

“그래서, 읍?”

그래서, 입술로 입술을 막았다.
댕그란 눈동자에 혼란이 가득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한예지는 요즘 자각몽을 딱 두 개로 나눠 쓰고 있었다.

내가 있는 자각몽은 응석을 부리고 부성애를 느끼는 용도
내가 없는 자각몽은 놀고먹고 마시며 가상의 나를 상상하며 욕망을 채우는 용도로.

감히 성좌를 섹스 파트너 삼기에는 조금 많이 불경한 것 같으니
야한 꿈이나 꾸면서 욕망을 채우겠다는 발칙한 의도였다.
화신이 이런 발칙한 짓을 하면 혼내주는 게 성좌의 역할 아니겠는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내가
아무런 맥락도 없이 입을 맞춰오니 그녀가 물맞은 고양이처럼 뻣뻣하게 굳었다.
성좌인 내가 입맞춤을 해  건지 자신의 꿈속에서 이루어진 망상인지 순간 분간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정신을 차리게 놔둘 생각도 없었다.

불사르는 폭군의 꿈속에서 얻은 드림 워커, 그러니까 몽마에 대한 정보 때문이다.
은하계를 누비며 행성 단위의 식민지를 만들 정도로 발전한 세계라 그런지
몽마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는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몽마의 성장 방법.
야한 짓을 해서 호르몬이 분비될수록,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있을수록 성장이 빠르다는 것.
본능적으로 내가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어렴풋이 느끼던 것이 정답이라고 확답을 받았으니 멈출 이유가 사라진다.
입맞춤하고 그대로 껴안고 있으니, 음흉한 손길이 살살 허리춤으로 향해온다.


“헤헤...성좌니임~”

슬그머니 다가온 손이 허리춤 사이로 쏙 들어와 허벅지를 어루만진다.
허리춤의 고무줄이 그녀의 손목에 걸려 당겨지는  불편해 슬쩍 엉덩이를 들었다.
자연스럽게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 내 반바지.

얘는 꿈속에서 사람 바지 벗기는 연습을 했나.


자연스럽게 훌렁 내려가는 반바지의 모습에  어쩌려나 하고 내버려 두었더니
드러난 내 허벅지에 그대로 뺨을 대며 누워버린다.
낮잠이라도  생각인가 싶었지만,  오똑한 콧날이 사타구니를 파고드는 걸 보니 그건 아닌가.


속옷 너머로 느껴지는 뜨겁고 축축한 숨결에 자극받은 물건이 자극받아 서서히 일어난다.
늘씬한 미녀가 가랑이에 얼굴을 박고 자극하는데 서지 않으면 고자거나 게이겠지.
서서히 속옷을 밀어내며 기지개를 켜는 내 물건을 한예지가 황홀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입맞춤 한 번에 스위치가 올라갔는지, 아니면 한창 끓는 피를 가진 나이여서 그런지
주저 없이 속옷도 치워버리는 과감한 손놀림에 다시 한번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바지와 함께 저 멀리 던져지는 사각팬티.


이제는 가릴 수도, 가릴 이유도 없는  물건을 그녀가 덥석 잡는다.
어찌할 줄 모르고 뻣뻣하게 굳어 있던 처녀는 온데간데없고,
남자의 물건을 즐겁다는 듯 희롱하는 여인만이 남아 있었다.

나한테도 그녀에게도 서로 즐기는 것이 좋으니 상관없나.

물론 망설임이 없어졌을 뿐이지 성적인 기교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같은 일은 없었다.
혀로 살살 핥으며 충분히 젖었다는 것을 판단하고 내 위에 올라타는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내 위에 올라타 엉겨 붙어오는 그녀는 부끄러움보다 색욕에 달뜬 모습이었다.

하기야 일 년 내내 스트레스를 푼다고 자각몽 속을 매일 들락날락했는데
아직도 부끄러워하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뱀이 기어가듯 내 위에서 엉덩이를 꿈틀대며 움직인 그녀가 슬그머니 삽입을 시도한다.


이미 어지간히 흥분했는지 아니면 스스로 적셔둔 상태인지
축축해진 살 틈바구니로  성기가 파고들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크기 때문에 뻑뻑하다는 느낌이 있어 절로 숨이 거칠어지지만.


부담스럽지 않은가 생각해보니 이 크기를 정한 건 눈앞에 있는 한예지였네.
누가 야한 꿈을 꿀 때 성기 크기가 안 맞아서 못하는 상상을 하겠는가.


양팔을 뻗어 그녀를 포옹하자 꼭 껴안아 피부가 밀착된 상태로 골반만 슬그머니 돌려온다.
눈앞이 번쩍거리는 쾌감이 아닌,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는 것처럼
몸의 끝자락에서 척추로 서서히 올라오는 느릿하고도 부드러운 쾌감.

마치 사냥감을 삼키는 뱀처럼 나를 껴안은 그녀가 차마 깨물지는 못하겠는지 내 피부를 살살 핥는다.
뜨거운 체온보다  뜨겁게 느껴지는 자그마한 혓바닥이 어깨와 쇄골을 지나, 가슴을 살살 건드려온다.


이쯤 되면 그녀가 나를 가르치고 있는  같은데.

아포칼립스에서의 섹스는  그대로 욕망만 급히 풀어내는 모양새였으니까.
농밀한 키스고 애무고 간에, 적시고 박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안전지대가 없었으니까. 거기에 내가 박고 흔드는 쪽이지, 이렇게 핥아지는 쪽이 아니었고.

“으음, 조금 간지럽구나. 남자의 가슴이 뭐 볼  있다고?”

“성좌님, 여자는  넓은 남자 가슴을 좋아할 거에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슬쩍 내 가슴을 강하게 빨아들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가슴을 빨려보니, 간지럽고 소름만 오싹 돋을 뿐 기분이 좋지는 않은데.

이게 기분 좋게 될 정도로 빨아대진 않겠지?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살살 한예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그대로 그녀가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다.
땀에 푹 젖어서 그런지 제 침이 뺨을 적시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렇게 서로의 심장 소리를 느끼며 느긋하게 드러누워 있었다.


“아... 진짜 평생 이러고 싶어요.”


“꿈은 언제나   있단다.”


“그건 그렇죠... 이거라도 없었으면 출근도 안 했을 거 같아요.”

다시 수다가 시작될 것 같아, 나는 가볍게 엉덩이를 밀어 쿡 하고 그녀의 속살을 찔렀다.
언제나 꿈을  수 있다 해도 오늘 밤이 영원한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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