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34화 : 꿈 속으로 中
이하린에게 있어 이것은 악몽이었다.
달콤해서 깨어나기 싫어지는, 하지만 직접 겪으면 몸서리치며 화들짝 놀랄 정도의 악몽.
나의 꿈속이어서 그런 걸까.
이하린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감히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 속에서 그녀가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두 가지였다.
환희와 죄책감.
상반된 감정이 단짠 조화를 이루는 훌륭한 디저트처럼 나를 황홀케 한다.
꿈속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하린이 특별하게 눈치가 빠른 걸까.
그녀는 내가 성적으로 흥분했다는 사실에 환희까지 느끼고 있었다.
성좌에게 선택받았을 뿐만이 아니라, 성좌에게 어떠한 이유로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에.
동시에,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자각몽으로 만들어낸 불경한 환상이 아닌가 의심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 세계에는 붓다와 마라 파피야스는 없지만, 종교인을 유혹하는 악마의 이야기 정도는 있었기 때문에.
“왜 그렇게 눈을 꾸욱 감고 있니?”
이것이 내가 만들어낸 꿈이 아니라 자신의 자각몽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이하린이 생각하기에 이것은 그녀의 자각몽이었으니까.
자신이 나의 꿈속으로 납치되어 끌려 왔다는 사실도 모르는 상황.
당황해서 작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는 모습이 퍽 귀엽기 그지없었다.
또한, 어쩔 줄 모르고 내 아래에 깔린 모습을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처녀를 유혹하는 음흉한 남자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뭐어, 이쪽 세상에서는 다르게 보이겠지만 적어도 내 감성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체와 나체가 밀착한 상태에서 불룩 솟아오른 아들내미도 동의하고 있다.
부드러운 여자의 몸에 눌리는 것만으로도 답답하다고 느낄 정도인데
내 몸에 직접 눌려 있는 이하린이 그걸 모를까.
술에 취한 사람처럼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는 그 가냘픈 팔다리를 바둥거리지만
차마 나를 밀쳐내거나 때릴 순 없어 침대만 팡팡 두드린다.
그렇다고 해서 160cm 남짓한 가녀린 육체가 허릿심만으로 근육질 우락부락한 180cm의 남성의 체중을 밀어낼 수 있겠는가.
저 말랑말랑하고 탄탄한 몸으로 그게 되면 오히려 무섭지.
더군다나 벗어나려고 노력해서 몸이 흔들릴 때마다 양팔로 감싸 안으면 또 뻣뻣하게 굳어버리니 벗어날 방법 따위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알몸으로 포옹하고 있는데 용케 기절을 안 하고 있네.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몇 번이나 기절과 기상을 반복한 그녀는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꼭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충격이 커다래서 서로 알몸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충격 요법이 의미가 없잖아.
그대로 가볍게 입을 맞춘다.
혀를 섞지는 않고, 보드라운 피부를 몇 번이나 맛보는 가벼운 입맞춤.
그때마다 기절조차 하지 못한 그녀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한다.
그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지는 얼굴을 구경하기 위해 바둥대며 흔들리는 얼굴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입술에, 입술 언저리에, 콧볼과 콧날에, 턱과 뺨에, 눈꺼풀과 이마에.
“계속 피할 거니? 그렇게 싫어하면 조금 서운한데.”
“싫어하는 게 아니랏!”
그러다 바둥거리는 그녀를 꼭 껴안고 귓가에 속삭이자 또다시 덜컥 행동을 멈춘다.
가만히 있기에는 황송한데, 거부하기에는 불경하다고 느끼는 모습이 계속해서 나를 자극한다.
빼액하고 소리를 지르고, 생각보다 커다란 자신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조차.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내게 입 맞춰주렴.”
모이를 쪼는 새처럼 아래에 깔린 그녀의 얼굴에 입맞춤하는 것을 멈추고, 코앞에서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자기가 들은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살짝 입을 벌리기에 다시 한번 가볍게 입을 맞추며 재촉했다.
“자아, 어서 내게 입 맞춰주렴. 내가 선택한 나의 두 번째 화신아.”
벌떡 솟은 내 물건에서 쿠퍼액이 물처럼 흘러나와 그녀의 허벅지 쪽을 적실 정도로 비벼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다리를 꾹꾹 눌러오는 내 살덩이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못하는 상황.
바들바들 떨며 고개만 힘겹게 들어 올린 그녀가 벌벌 떨리는 입술을 가져다 댄다.
입술도, 뺨도, 목덜미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턱선 언저리에.
눈을 질끈 감아서 잘못 한 걸까, 아니면 다른 부위에 하는 것은 부담이 된 걸까.
입맞춤보다 입술 박치기에 가깝게 가져다 대고 도망치는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남녀의 정조 관념이 역전된 이 세상에서 수동적으로 쩔쩔매는 그녀의 모습은 이전 세상을 떠오르게 해주니까.
입술도 뺨도 아니고, 턱 언저리에 어정쩡하게 입을 맞춘 이하린이 큰일을 해냈다는 양 숨을 할딱거린다.
악수에서 알몸의 입맞춤이니 하루 만에 엄청나게 단계가 올랐네.
물론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기절하든 말든 내가 안에 사정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니까.
일단 특성을 얻어야 뭐라도 하지 않겠는가.
그녀가 내게 익숙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 보다 먼저 특성을 얻고 천천히 익숙해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품 안에서 조금씩 안정되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입을 맞춘다.
이번에는 입술과 입술을 겹치면서.
반쯤 닫힌 상태로 굳어 있는 그녀의 입술을 혀로 비집고 들어가 잇몸을 살살 건드린다.
이제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굳어버리는 이하린을 바라보며 슬그머니 웃는다.
“내게 다시 입 맞춰 줄 수 있겠니?”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은 걸까?
이번에는 아까보다 빠르게 회복해서 고개를 들어 올리길래 그대로 이마를 꾹 눌렀다.
눈을 꾹 감고, 우스꽝스럽게 입술을 쭈욱 내민 얼굴.
얼굴과 목만 들어 올리는 게 힘든지 파들파들 떠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었다.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왜, 왜 그러시나요?”
“거기가 아니니까?”
또다시 턱 쪽에 입을 맞추려 하기에, 이마를 꾹 눌렀던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터질 지경인데. 이쯤 되면 만취한 사람처럼 보인다.
“제, 그, 제가, 거기, 그-”
“그래서, 키스는 싫은 거니?”
어차피 그녀가 벗어나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여기는 나의 꿈속 세상이었고, 나는 그녀의 성좌였으니까.
슬슬 기절은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역시 충격 요법이 올바른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비 전문가도 알 정도로 유명한 것에는 이유가 있던 거였어.
이하린이 고개를 들자 불편하지 말라고 그대로 팔을 뻗어 머리를 받쳐주었다.
입술에 말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고, 거칠게 뿜어지는 콧김이 서로의 코를 간지럽힌다.
그 상태에서 나는 눈을 마주치고 웃어 보인 다음 가만히 있었다.
마치 지뢰밭이라도 걸어가는 병사처럼 안절부절못하며 슬그머니 뻗어 나오는 혀.
그 작은 분홍 살덩이를 맞이하기 위해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처음 해보는 어른의 키스에 나를 흉내를 내기라도 하려는지 이빨만 살살 건드리더니 후다닥 도망간다.
‘속으로 세고 있었구나?’
그 시간이 정확히 내가 입 맞추던 시간과 똑같은 걸 봐서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는 것 같았다.
눈에 콩깍지라도 씌워졌는지 어쩜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울 수 있는지 모르겠네.
입맞춤 횟수도 키스하는 시간도 속으로 헤아리고 있다니.
그 귀여운 건방짐을 혼내주기 위해 다시 입을 맞춘다.
“으으읍?”
바둥거리는 팔을 꼭 껴안고, 들썩거리는 허리를 체중으로 누르면서
숨을 제대로 들이쉬기 전에 입술로 입술을 막았다.
시간이 점점 흐르며 숨이 막히고 정신이 몽롱해지는지 혓바닥이 바둥대는 게 느껴진다.
속으로 숫자 따위 셀 수 없을 정도로 기나긴 키스.
진득하게 엉킨 혀를 떼어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마치 수영이라도 한 것처럼 허억거리며 깊은숨을 들이마시는 이하린 앞에 다시 입술을 들이댄다.
“자아, 한 번 더, 해 줘야지?”
망설여도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다시 입술이 다가온다.
그래, 덩치 큰 남자에게 깔려 뒷머리를 붙잡힌 소녀가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는가.
이 좁은 방과 작은 침대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입맞춤이 끝날 즈음, 슬그머니 도망치려는 그 자그마한 혀를 느끼고 꽉 끌어안는다.
숨이 막히는지 작게 바둥거리지만 자그마한 코가 쌕쌕 소리를 내며 필사적으로 산소를 들이마셨는지 질식하는 일은 없었다.
바둥거림이 그치고 탈진한 사람처럼 축 늘어진 자그마한 육체를 내려다본다.
어깨에 닿을 정도의 단발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고
숨이 차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입을 헤 벌리고 바쁘게 산소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자그마한 입술, 자그마한 코가 쌕쌕 소리를 내자 가슴이 빠르게 오르락내리락 움직인다.
작긴 정말 작네.
가슴만 작다는 게 아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에 둘지 몰라 어색하게 꼼지락대는 손가락과 벌릴지 오므릴지 고민하는 발바닥까지 전부 작았다.
덩치가 커진 내 육체로 균형만 잘 잡으면 한쪽 팔로 그녀를 안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실히, 이하린은 몸 쓰는 재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 대학에서 그토록 노력했을 텐데, 몇 년간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가 이런 여리여리한 몸이라니.
너무 오래 깔려 있으면 답답할 것 같으니 슬그머니 몸을 들어 올리자 음란하게 쯔꺼억 소리가 난다.
그 얇은 허벅다리 아래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내 쿠퍼액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질퍽한 습기.
기절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녀는 소리 없는 절정을 몇 번이나 느낀 걸까.
자그마한 무릎을 잡고 슬그머니 벌리니 꽉 다물린 속살이 나를 반긴다.
털도 옅으니까 진짜 애를 건드리는 것 같네.
“아, 아아, 성좌니임...”
몸이 자그맣다 해서 성적 지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키스 다음으로 남녀가 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 상상의 나래를 무럭무럭 펼쳤는지 벌게진 얼굴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너무 오랜 시간 기다렸다며 아플 정도로 우뚝 솟은 물건을 슬슬 비빈다.
왈칵거리며 애액을 토해내는 그 자그마한 여인의 비처가 이리저리 밀린다.
허벅지 안쪽을 눌러대는 뜨거운 살덩어리에 그녀가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을 가린다.
이 상황에 또 얼굴을 가리다니, 정말 괴롭히는 맛이 있긴 하네.
장난을 치듯 귀두 끝으로 그녀의 살 틈바구니와 콩알을 꾹꾹 눌러대며 히끅거리는 이하린에게 말했다.
“자아, 네가 직접 움직여 주지 않겠니?”
딸꾹질을 하던 그 자그마한 몸이 덜컥 멈춰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