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18화 : 선택 (18/169)



〈 18화 〉18화 : 선택

작달막한 소녀의 몸이 나의 몸 위에서 통통 튀어 오른다.


쌕쌕 바람 세는 소리 같던 가쁜 숨결이 점점 히에엑, 하고 늘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점점 힘을 내서 내리찍는 모습.
쾌감 때문인지 체력 때문인지 파들거리는 그 가녀린 몸과 위 아래로 살짝씩 요동치는 가슴.


소녀가 여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모습을 나는 그저 편히 드러누워 감상하고 있었다.

가만히 물건만 세우고 있으면 제 욕망대로 봉사해 오는 세상이라니, 남녀 역전 세상도 나쁘지 않았다.
나의 천성이 게으른 것인지 무기력한 악몽이라는 이름에 물든 건지.
슬슬 남자가 되어 여자에게 깔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 조금 체력이 떨어졌는지 내 허벅지 위에 주저앉은 그녀가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남자인 내가 봐도 커다랗다고 생각한 물건이 소녀의 소중한 곳을 인정사정없이 파고 들어간 상황.

언제나처럼 아플 정도로 조여오는 그녀의 속살이 기분 좋긴 하지만, 이 정도 사이즈는 처음이라 걱정도 된다.
흑인들도 정상적으로 섹스를 하고 다니니까 괜찮은 걸까?
얘는 감당도 못 할 텐데 왜 이렇게 커다란 걸 상상해서...

처녀 특유의 망상이었는지 자신감이었는지.


감당  할 쾌락은 고통처럼 느껴진다고 하던가.
아직 그런 끔찍할 정도의 쾌감은 느껴본 적 없지만, 한예지의 얼굴을 보면 약간은 이해가 갔다.
울먹이던 눈망울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 뺨을 적시고 있었으니까.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시 쉬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려, 가볍게 입을 맞췄다.
노골적으로 몸을 섞는 것 보다, 이마와 눈꺼풀에 와 닿는 입술이  부끄러웠는지 눈을  피한다.
그에 대한 답례로 재촉하듯, 한 번 엉덩이를 들썩거려 그녀를 공격해본다.


쿠욱, 하고 명백히 그녀의 안쪽 끝까지 들어갔다는 게 예민해진 물건 끝


낯선 상황, 하지만 익숙한 쾌감.


맨정신으로 그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한예지의 움직임은 어설픈 처녀 같다.
체력을 조금 회복했는지 엉거주춤하게 올라가 망설이며 내려오는 그 둥근 엉덩이.
쪼그려 앉은 여성 상위의 자세가 불편한지 조금씩 움직이는 디딤발.

허나 그녀가 느끼는 쾌감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지난 1주일간, 시간으로 치면 수십 시간 동안 몸속 깊숙이 받아들이던 쾌락.
눅진하게 녹아내린 속살이 이를 증명하려는 것처럼 감싸온다.


쾌락에 휘둘리는 그녀에게 기교 따위는 없었다.
그저 내 위에 올라타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 뿐.


필사적으로 보이는 그 허리 놀림에 맞춰 나도 몇 번 허리를 퉁겨 올려 주었지만,
되려 쾌감이 더해져서 체력만 더 앗아가게 된 것 같았다.

찌걱 하고 물기 어린 소리와 함께 한예지가 주저앉는다.
체력보다는 정신력이 다 했는지 움찔거리는 몸.
그 부드러운 육체를 살살 쓰다듬으며 품에 껴안았다.
양팔 가득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하아... 성좌님. 정말 괜찮은 걸까요?”

힘없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가슴팍에서 웅얼거린다.


“그럼, 괜찮고말고. 나의 풍족한 삶을 위해서 너를 선택한 것이 아니란다.”




꿈에서 깨어난 한예지는 마음의 짐을 한 아름 덜어낸 것처럼 망설임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첫 번째 화신인 만큼 나의 기대치가 높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겁을 먹었었는지 일주일 내내 침울한 모습이었는데.
성좌와 화신의 관계라지만 남자가 몸을 허락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모든 것을 허락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졌을까.


 번째 화신인 만큼 최전방으로 나가 포인트를 쑥쑥 벌어야 한다고 심적 부담을 지고 있었지만,
내가 그럴 필요 없다고 몇 번이고 속삭여주자 주저 없이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부모 없이 남동생 하나를 부양해야 하는 소녀 가장의 안전한 선택이었다.


“늘 죄송해요, 성좌님...”

[성좌, 무기력한 악몽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조언합니다]

화신의 활약과 명성에 따라, 성좌에게 포인트가 지급된다.

최전방에 나가 괴물들을 상대하는 일은 그만큼 사상자가 나오는 대신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반대로 내륙에서 화신 대응 부대에 들어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적은 이득을 얻고.
타락한 화신과 민간인을 습격하는 게이트를 처리하는 일이 전쟁터보단 안전하니까.

나의 경우에는 화신의 악몽을 수집할  있지만 그건 어디에 써야 하는지 감도  잡히니 일단 미뤄두고...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몸을 섞은 여고생에게 총을 쥐여 주며 전쟁의 최전선으로 나가라고 명령할 정도로 글러 먹지는 않았다.
이 세상도 아포칼립스라 망한 세상이면 또 몰라.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흐른다.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한예지는 3개월의 시간 동안 아카데미에서 친구를 사귀지못했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초급반 때 진로를 정하며 친해지거나, 졸업 준비 기간 때 같이 준비를 하며 친해지던데.
그녀는 초급반 때 진로를 정하는 사람들 사이에 붕 떠서 명함  장 받고 바로 진로를 정해버렸으니 그 기회를 놓쳤다고 봐야겠지.

듣고 있던 수업도상담 후에 변경했으니까.


기초 무기술 대신 기초 사격술과 법률 심화 과정을 선택해 내륙 지방 파견 의사를 강력히 밝혔다.
명함 크기의 작은 것을 자세히 살펴보기 귀찮아 넘겼지만, 교관을 가볍게 하대하는 것만 봐도 높으신 분이라는  알 수 있었다.
꽤 높으신 분이 관심을 가지고 직접 뛰어 왔으니 스카우트는 확정되었다고 봐도 좋을 거고.

이제 화면 속 그녀는 마네킹에 무기를 휘두르는 것이 아닌 움직이는 표적지에 총을 겨누고 있었다.
기초 강의를 수료하고 원하는 직업까지 정했으니 남은 것은 뼈를 깎는 특훈뿐.

가만히 있는 표적지에 사격하는 것으로 시작해 흰색 마네킹 사이에서 날아다니는 검은 드론을 쏘는 행위까지.
심리적 부담감이 없어져서 그런지, 그녀의 재능이 사격과 관련이 있는지 점점 실력 늘어가는  보인다.

3달 전 만 해도 그녀는 편의점 바코드 리더기를 손에 쥐고 있었는데 지금은 총을 쥐고 드론을 격추하고 있다.
이제야 재능이 있는데 피지 못한 영혼들이 무슨 뜻인지  것 같았다.

고작 3달, 심지어 총을  것은 1달이 되지 않는데 사격 실력 늘어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한예지는 아카데미의 역사를 살펴보면 특별히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주에 20발 중 14발을 맞추던 애매모호한 사격 실력이 장애물을 피해 비행체를 명중시키는 수준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치와 사격 실력이 평범함에 속해 있다니, 뭐 얼마나 대단한 화신들이 많은 거야.

성좌의 도움 없이 월 초에 실기 시험을 신청하고, 월 말에 통과하는 화신도 있다는데 그쯤 되면 좀 무서울 지경이다.
아카데미에 와서 처음으로 검을 잡더니 한 달 만에 교관을 검술로 이긴 녀석이 작년 최우수 생도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정말 소설  주인공 같은 재능을 지닌 화신들이 있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이전 세상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확 느껴진다.
이전 세상에서 운동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교관을 넘어설 실력자면 유망주로 뉴스에 대서특필 되지 않았을까.
그런 재능 넘치는 녀석이 분야별로 1년에  명씩은 반드시 존재하는 세상이라니.

그리고 그런 무시무시한 인간의 저력에도 전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침략하는 외계의 괴물들까지.
겉보기에는 평화롭지만, 실상을 잘 살펴보면 엄청난 세상이구나.

하긴, 그러니까 미성년자도 전쟁터에 보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아카데미를 잘 보면 20대의 청춘들이나 30 초반도 보이지만, 10대 중후반의 소년 소녀들도 꽤 많이 보인다.
20살이 되기도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저들 중 몇 명은 최전선으로 나가 괴물을 죽이고 다니겠지.


소년병, 아니 소녀병을 당연하게 소모하는 세상.
이렇게 말하니까 정말 끔찍한 세상처럼 느껴지네.


멍하니 목록을 바라보며 최대한 쓸만해 보이는 것을 찾아본다.


오늘은 9월의 마지막 날.

한예지는 테스트에서 고속 기동 중인 드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사격술 수업이 연장된 상태라 새 수업을 찾아보지 않고 편하게 침대에서 쉬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10월에 들어올 1,000pt를 더해, 2,000pt라는 모호한 포인트로 그녀를 도와줄 방법을 찾고 있었고.


내가 악몽과 자각몽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을 기록하듯이,
목록이 판매하는 물건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3,000pt 달콤한 자각몽보다 싼 권능은 없었다.
그렇다고 5pt짜리 피로 해소제 이런  사서 줄 수는 없으니 도움이 될 법한 것을 계속 찾아봐야지.

찾아보고 있는 것은 사격에 대한 권능과 회피에 대한 권능.
괴물을  죽이는 일을 시키기 싫어 내륙으로 보냈는데 실수로 민간인을 쏴서 트라우마가 생기는 일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거너는 민첩 회피 캐릭터라는 약간의 고정관념이 더해진 결과였다.

일시적인 도핑 아이템은 싸지만, 영구적으로 무언가 늘려 주는 아이템들은 기본 5,000pt를 넘어갔다.
기본 권능이 3,000pt인데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아니, 애초에  +1 같은 식으로 서술된  보니 화신들은 자기 상태창을 보고 다니나?
허공에 상태창! 하고 외치면 능력치 같은 게 보이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새로 생긴 목록을 계속 구경했다.
소모품 중에는 총잡이를 위한 건지 특수 탄환도 존재하는구나.
나중에 포인트를 많이 벌면 사줘야겠다.


11시 58분, 59분, 12시.

침대에 드러누운 한예지가 자각몽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포인트 창이 갱신된다.
6, 7, 8월 포인트를 모아 ‘달콤한 자각몽’을 구매했고, 9월 포인트가 그대로 남아 있으니 1,000pt.
그리고 이제 10월이 되었으니 2,000pt가 있어야 하는데-

[보유 포인트 6,000pt / 악몽의 편린 1 EA]

갑자기 포인트가 훅 늘어나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