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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9화 : 실전 (9/169)



〈 9화 〉9화 : 실전

웅얼거리는 목소리지만 알아듣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품 안에 어리광을 부리듯 파고드는 매끈한 나체.
부끄러움에 달아오른 한예지의 체온이 나의 온몸을 따스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그래, 꿈속에서는 솔직해지는 거란다. 너의 꿈이니까.”

마음 가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힘을 빼고 맡겨본다.
지난밤과 똑같이 강하게 끌어안으니 앞으로 닥쳐올 쾌감을 상상이라도 했는지  얇은 등허리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성욕에 솔직해진 꿈인지 우락부락한 근육이 사라진 말랑하고 부드러운 여고생의 몸.

“그래서, 어떻게 줬으면 한다고?”

등허리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귓가에 속삭이자 손끝에 닿아 있는 보들보들한 피부가 바르르 떨린다.
그와 동시에 조금씩 더 품속으로 파고드는 모양새가 마치 커다란 개가 필사적으로 애교를 부리는 모습 같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녀의 입에서 직접적인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그 보드라운 피부와 머릿결을 만끽하며 희롱한다.
결국, 급한 것은 내가 아니라 한예지, 그녀였으니까.

왼손을 머리 아래로 넣어 팔베개를 해주며 머리카락을 한껏 움켜쥔다.
폭력적으로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머리끈으로 묶듯, 그녀의 머리카락을 그러모아 목덜미가 드러나도록.


그와 동시에 오른손을 쭉 뻗어 그녀를 껴안으며 목덜미에 손을 올린다.


손가락 끝이 목덜미에 닿는 것만으로도 바르르 떠는 피부.
그대로 목덜미를 잡아당겨 그녀의 귀가 내 입술 앞에 올 정도로 꽉 끌어안는다.
이제 대화는 딱히 필요 없었다.

후욱 하고, 귓가에 숨결이 닿자 그것만으로 충분히 그녀는 달아오르고 있었으니까.

“좀, 좀 더 껴안아 주세요...”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가 창피함을 이겨내고 속삭인다.
얼굴과 얼굴이 맞대어 있어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지만 더 놀릴 이유는 없겠지.

“그래, 그래... 착한 아이야.”

그 자그마한 소망마저 창피하다고 느꼈는지 그녀가 다시 몸을 웅크리고 내게 매달린다.
온몸을 비벼오는 여체의 감촉을 만끽하며 그녀를 힘껏 껴안는다.
머리 아래에 받쳐준 왼손을 등허리로 보내고, 오른손을 비스듬히 내려 엉덩이를 움켜쥘 수 있도록.

어제와 똑같은 자세에 품 안에서 덜컥 흔들릴 정도로 놀란 그녀였지만,
꾹 눌러오는 남자의 거센 손아귀에 모든 걸 포기하고 몸에서 힘을 뺀다.


차라리 그게 낫지.

아무리 그래도 두 번 연속이나 삽입 직전에 방해받으면, 남자로서 화가  날 수가 없으니까.


손가락을 힘껏 뻗어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움켜쥔다.
고작 석 달의 운동이지만 효과는 있는지 젊어서 그런지 쥐는 맛이 있었다.
엉덩이가 남에게 쥐어지고 제 비부가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흥분감이 충분했는지
움찔거리는 그녀의 심처에서는 또다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내게 흥분했구나? 너를 선택한 성좌에게... 이런 욕망을 품고.”

“흐윽, 죄, 죄송해요오.”


“사과할  없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까?”


 하고, 엉덩이를 그러 쥔 손가락으로 그녀의  틈바구니를 찰싹 때린다.
하지만 남녀 공통의 급소를 가볍게 맞았음에도 그녀는 불쾌해하지 않는다.
아니, 쾌감에 취해서 그러지 못했다고 봐야겠지.

 하나 없이 매끈한 등허리부터 쥐는 맛 있는 엉덩이까지.
나는 발기된 물건을 숨길 생각도 없이 그녀의 허벅지에 문지르며 그 연약한 여체를 온몸으로 즐기고 있었다.

“자아, 솔직해지렴. 네가 정말 원하는  있잖니?”


그녀의 뺨을 손바닥으로 받쳐주며 고개를 들어 올린다.
눈망울 끝자락에 맺힌 눈물 한 방울이 어찌나 고혹적인지.
세상 환하게 웃던 여인의 눈물은 가끔  무엇보다 남자를 흥분하게 만든다.


흘러내릴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눈망울에 투명한  한 방울 매단 그녀가 작게 속삭인다.


“애태우지 말고, 성좌니이익, 으으...”

장난기가 돋아 스윽 하고 손가락을 깊숙이 집어넣는다.
고작해야 손가락 두 개가 살며시 그녀에게 파고들었지만, 그 좁은 살 틈은 손가락 두 개조차 버거웠는지 낑낑대며 몸을 비튼다.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손으로 인한 쾌락은 익숙해지기 힘든 것이다.
손가락 두  겨우 집어넣고 몇 번 긁어버리면 찍 하고 가버리는 숫처녀에게는 더욱 힘들 것이고.
그래도 어제 꿈에서 겪었다고 바로 히익 거리며 깨어나진 않는 게 기특하다.

음, 이대로 하룻밤을 보내면 내일 예지의 침대가...


그런 알아서 하겠지, 애도 아니고.

머리를 토닥이며 귓가에 잘한다, 잘한다 속삭인다.
그와 동시에 반대쪽 손으로는 그녀의 축축하게 젖은 속살을 농락한다.
명백한 어린아이 취급과 성적 희롱을 동시에 당하니 정신이 혼미한 듯, 눈물로 촉촉한 얼굴이 점점 녹아내린다.

늘 싱글벙글 웃던 눈매가 내려가고 눈물이 번진다.
낯선 쾌감이 조금은 무서운지 불안한 듯 움직이는 눈동자를 무시하고 그대로 이마에 입을 맞춘다.
연인 관계의 입맞춤보다는 부모가 아이에게 굿나잇 키스를 하듯 가볍게.


그러는 와중에도 손가락은 꾸물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나름 많은 여자를 안았던 몸이다.
물론 이 정도로 현란한 테크닉은 없었던  같은데, 몽마 버프일까?


“아으, 성좌니임, 오쁘아아...”

이제는갓 태어난 사슴처럼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내 팔목을 붙잡는 그녀였지만,
양손으로 하나의 손을 못 막는데 어쩌겠는가.
머리와 등을 토닥이는 내 손을 꼬옥 붙잡고, 자신의 은밀한 곳을 멋대로 쑤시는 것을 감내할 뿐.


“그만, 그마안... 나, 나 갈  같은데...”


한예지는 어렸다.


몸이 미성숙하다는 게 아니라 정신이.
아무리 긍정적이고 밝게 지낸다 해도 그녀는 부모 없이 동생과 단둘이 살아가는 고등학생이었으니까.
어른스럽고 성숙한 면모와 긍정적인 행동을 보이더라도, 침대 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쟁으로 가득  이 세계의 복지는 내가 알  없지만,
적어도 한예지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가 끝나면 매일 아르바이트를 했으니까.
남자와의 연애는커녕 동급생인 남학생과 대화도 어색해하는 모습이었고.


그런 소녀가, 내 품에 안겨 쾌락에 허덕이며 어리광을 부린다는 것에
나는 배덕감과 만족함이 뒤섞인 정신적 쾌락을 얻고 있었다.

“저, 저 갈 것 같아요... 손가락을 좀, 흐익!”


난생처음 해보는 음란한 말이 주는 창피함보다,  지려버릴 것 같은 쾌락이 주는 위기감이 더 컸을까.
여자가 지녀야 할 자존심도 내려놓고   같다고 애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곧바로 손가락을 빼 주었다.


대신 그곳을 파고들기 위해 어제부터 대기한 녀석이 있었으니까.


허리를 쭈욱 밀어 넣는다.
생소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허리를 뒤로 빼지만, 그녀는 이미   안에 있었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 내 양팔 안에 가두어져 있는 상태.
슬금슬금 뒤로 도망치려는 엉덩이를 양손으로 꾹 잡고, 다시 한번 공성추마냥 허리를 앞으로 강하게 치댄다.


“악, 서, 성좌님?!”

아무리 여자를 품은 지 오래되었다 하더라도, 넣을 구멍을  찾을 정도로 어리숙하지는 않았다.
이미 축축하게 젖다 못해 이불보를 적시는 그녀의 살 틈바구니로 내 물건이 강하게비집고 들어간다.

비릿한 피 내음이 날 정도로 출혈이 심하거나, 과하게 찢어져서 몸을 멈춰야 하는  따위는 없었다.

말 그대로, 달콤한 자각몽이니까.


아프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이라도 했는지 눈동자가 벌벌 떨리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자각몽이 미숙해서 스스로 쾌감을 과도하게 불러온 걸까?
삽입 후 그 끈적한 처녀의 속살을 맛보는 와중, 내 물건을 잘라내기라도 할 것처럼 강하게 조여온다.

“기분 좋아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니?”


“녜헤...”


그녀의 녹아내린 얼굴에서는 이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린다.
파괴의 고통이 아닌 실수로 불러버린 끔찍할 정도의 쾌락 때문에.
혀가 풀린 상태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더 참기 힘들어 몸을 그대로 돌린다.


팔다리가 대자로  퍼지고, 힘없이 벌려진 다리 사이에 내가 올라타 있는 모양새.
그것만으로 이미 한  강렬한 쾌감을 느꼈는지 그녀의 허리가 허공을  하고 쳐올리듯 바르르 떤다.

“자아, 괜찮아, 괜찮아. 가만히 있으렴. 무서우면 눈을 감아도 된단다. 이제 내가 전부 해줄게.”

그대로 눈물이 줄줄 흐르는 뺨에 입을 맞춘다.
입술 너머로 느껴지는 뜨겁디뜨거운 살갗과 달콤한 눈물.
대체 무슨 상상을 했길래 체액이 달콤하게 변한 걸까.

이쪽 세상에도 첫 키스는 레몬 맛이다 같은 속설이 있는 걸까?

양 뺨을 부여잡고, 이마와 눈꺼풀에 버드 키스를 계속 날리자 간지러운지 부끄러운지 그녀가 눈을 꾹 감는다.
그와 동시에  이상 참을 수 없어 허리를 강하게 전진시킨다.


“히익, 기퍼, 기퍼요!”

츄욱, 하고 물에 젖은 살 때리는 소리. 잘 여문 엉덩이가 치골에 충돌하며 챱찹 음란한 살 소리를 낸다.
깊다는 건지, 기쁘다는 건지 알  없는 혀 짧은소리를 내며 팔다리를 버둥대는 모습.


무력하고, 연약한, 내가 없으면 안 되는 한심한 모습.

가슴 한구석에 성욕과는 미묘하게 다른 기괴한 감정이 차오른다.
설마 이딴 게 부성애는 아니겠지.
보호욕과 독점욕이라면 몰라.

침대 시트를 그러 쥘 힘도 없는지 얼굴 위에서 덜렁이는 손을 치우고, 그 한심한 얼굴을 내려다본다.


눈물이 가득해서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반쯤 감긴 눈,
과도한 쾌락에 적응을 못 하는지 힉힉거리며 가쁘게 움찔거리는 자그마한 입,
달뜬 몸을 대변하듯 발갛게 달아오른 두 뺨까지.


“괜찮아, 괜찮아, 너는 나의 첫 번째 화신이란다.”

그대로 고개를 숙여 속삭이자, 다시 한번 절정에 도달한 한예지가 허리를 바르르 떨며 양다리로 내 허리를 감아온다.
필사적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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