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7화 : 달콤한 꿈 中
한예지에게 자각몽을 선물하고 난 뒤, 나와 그녀의 일상이 아주 약간 바뀌었다.
낮에는 열심히 달리고 운동하고, 밤에는 12시가 되자마자 침대에 눕는 일상.
평소에는 조금 피곤하더라도 12시 넘은 시간까지 과제나 공부를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뭘로 시켰어?”
“나는 흑당 라떼로.”
한예지는 자각몽에 슬슬 매료되고 있었다.
하긴, 낮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는데 꿈속에서도 훈련 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차라리 자각몽으로 푹 쉬게 해줘서 멘탈 케어와 휴식 효과를 노리고, 현실에서 열심히 하는 게 낫지.
그녀는 감히 꿈속의 남자가 자신의 성좌라고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는지, 은근슬쩍 달라붙는 모양새를 계속 유지했다.
애정 결핍과 사춘기 특유의 왕성한 성욕이 뒤섞였다고해야 할까, 스킨십이 장난 아니게 많다.
“아, 이거 맛있던데. 하나 시켜서 나눠 먹을까?”
“그래, 그러지 뭐.”
예쁜 여자가 애정을 갈구하듯 옆에 착 달라붙어 오는 데다, 수 십 가지의 다양한 음식을 공짜로 맛볼 수 있는 꿈.
당연히 나도 그녀가 자정에 침대에 누울 때마다 같이 자각몽에 들어가고 있었으니 상관없지만.
꿈 대부분은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고, 오늘은 카페였다.
물론 온종일 카페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처럼.
슈욱 하고, 기묘한 소음이 귀를 먹먹하게 만들더니 어느새 나는 카페가 아니라 거실에 있었다.
허리를 70도 숙여야 사용할 수 있는 불편한 카페 테이블 대신
높이가 적당한 소파 테이블이 눈앞에 생겨났으니까 바로 알 수 있었다.
켜져 있는 TV에서는 어느 영화의 명장면인지 두 남녀가 거칠게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저거, 꿈에서 자주 나오는걸 보니 되게 인상 깊게 봤나 보다.
카페에서 마주 보고 커피를 쪽쪽 빨던 장면은 온데간데없이 어느새 귓가에 들리는 것은 샤워기 물 떨어지는 소리.
슬쩍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이번에는 고기 대신 과일과 간식거리가 가득 차 있었다.
창밖의 푸른 나무들을 보면 봄 ~ 여름인 것 같은데, 계절에 아랑곳하지 않고 과일들이 냉장고에 가득 차 있었다.
색이 고운 한라봉을 하나 꺼내 손톱으로 껍질을 쭉 가르자 훅하고 새콤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진짜 좋다... 멀쩡한 음식에 이어 신선한 과일과 야채라니.
캔 콜라 하나로 사람이 죽고 살고가 결정이 나는 세상이었다.
당연히 신선한 과일과 야채는 사람 목숨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었는데.
왜냐하면, 아예 발견할 수 없었으니까. 있어야 거래를 하고 싸움이 나지,
그 누구도 보지도 얻지도 못한 물건을 이야기해서 뭐 하겠는가.
차가운 한라봉을 음미하며 반쯤 먹었을 때, 한예지가 샤워 가운을 대충 두르고 화장실에서 나온다.
안면에 훅 다가오는 샴푸와 바디워시 향 섞인 뜨거운 수증기 너머로,
그녀가 터벅터벅 걸어와 내 손에 있던 한라봉을 집어먹는다.
손이 아니라, 입술로.
“아, 달다. 한라봉이 철이긴 철인가보다.”
‘슬슬 욕구 불만인가?’
차가운 한라봉을 계속 들고 있어 얼얼해진 손가락에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이 말캉하고 느껴진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는지 체온이 높은 것인지 그 입술 자국이 낙인처럼 손가락에 남아있는 것 같다.
꿈속의 한예지는 반쯤 꿈에 취해있었다. 지금 모습만 봐도 그렇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마주 보고 수다를 떨다 혼자 샤워를 하고 나오는 것은 자각몽이라 부르기 이상하니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가 점점 나와의 거리를 좁혀간다는 것.
첫날에는 고작 백허그였다.
그리고 지금은 반쯤 흘러내린 목욕 가운을 입고 내 손가락에 입술을 맞대고 있는 상황.
고작 일주일, 7번의 꿈을 꾸는 동안 나는 점점 부드러운 인상의 미남에 식스팩까지 탑재한 완벽한 초인으로 변했다.
또한 한예지도 슬금슬금 옷차림이 가벼워지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성좌인 나에 대한 감사함 때문에 기대치를 점점 높게 잡은 걸까.
“음, 왜 그래?”
조금은 뚜렷해진 눈동자가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고자도 아니고, 차려진 밥상을 걷어찰 이유는 없지.
대충 매어서 흘러내린 목욕 가운 허리띠 너머로 적당한 크기의 가슴골이 보인다.
슬쩍 손을 뻗어 손바닥을 올린다. 따듯하다 못해 뜨거운 체온,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보드라운 가슴의 감촉을 만끽하기도 전에 시야가 일렁인다.
“어, 어?”
얼빠진 것처럼 한예지가 억억거리고 있는 동안 세상이 다시 바뀐다.
귀가 먹먹해지고 들려오던 키스신의 드라마 OST가 사라진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거실도 주방도 아닌 처음 보는 침실.
커다란 침대에 무드등 하나 덜렁 켜져 있는 곳에서, 나 또한 샤워 가운을 입고 서 있었다.
침실을 둘러보기도 전에 손목을 잡아채는 손길. 분위기 깨도록 버틸 생각 따위는 없어 이끄는 대로 따라가 침대 위에 누웠다.
온몸을 푹신하게 감싸주는 고급스러운 감촉에 이게 몇 포인트짜리인가 궁금해하고 있는데...
‘뭐야?’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한예지가 나를 내려다보는 상태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 모습에 문득 어떤 용병의 실 없는 농담이 떠올랐다.
식량 수색을 같이 나갔던 놈이 투덜거리던 내용이었는데,
여자와 같이 밤을 보낸 게 너무 오래되어서 야한 꿈을 꾸다가 기억이 안 나서 깼다고.
“왜 그래?”
“아니, 그으... 마, 만질게요?”
갑자기 존댓말, 야한 일을 할 때만 내가 성좌라고 상상을 하는 건가?
사람 얼굴이 빨개지면 왜 삶은 문어 같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벌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타오르는 것 같은 한예지가 슬그머니 손을 뻗어온다.
목욕 가운을 파헤치고 가슴팍 맨살에 와 닿는 뜨거운 손가락.
남녀 역전 세계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지 아니면 그녀의 노력을 반영하는 건지
길게 뻗은 가느다란 손가락은 생각보다 여리여리하지는 않았다.
약간의 굳은살과 뻣뻣한 감촉. 그러나 남자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
침 삼키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릴 정도로 긴장한 그녀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다.
편히 드러누운 내 옆에서 무릎으로 앉은 그녀가 살살 가슴을 어루만지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놔두어 보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내 얼굴과 가슴과 고간부를 바쁘게 오가는 흔들리는 눈동자.
덜덜 떨면서 피부를 어루만지다 조금 강하게 눌렀다고 지레짐작했는지 황급히 들어 올리는 손목.
은은한 자극도 좋지만 나 또한 오랜 금욕 때문에 참을성이 조금 부족해졌다는 기분이 들어
황급히 도망치는 그 손목을 잡아챘다.
“어, 어?!”
대체 아무것도 달린 것 없이 납작한 가슴만 만져서 뭐가 즐겁다는 건지.
개인적으로 여자에게 유두를 공략당하는 것은 취향이 아니기에 손을 아래로, 아래로 내렸다.
가운을 헤치고 우뚝 솟아오른 내 물건쪽으로.
“흐, 뜨거...”
홀린 것처럼 내 살기둥을 붙잡은 그녀가 중얼거린다.
정신 못 차리고 꽉 쥘까 두려워 살짝 사그라들었던 내 물건이 그녀의 체온에 힘을 입어 다시 우뚝 솟아오른다.
제 혈기 주체 못 하고 꺼덕거리는 모양새에 화들짝 놀란 그녀가 화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뒤늦게 손을 뗀다.
“왜, 더 안 만져 보게?”
숫처녀의 수줍음과 사춘기의 성욕이 뒤섞여 기묘한 상승 작용이라도 생기는걸까?
눈동자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 손은 벌벌 떨리면서 내게 접근도 못 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팔을 뻗어 그대로 그녀를 껴안는다.
“서, 성좌니임...”
“그래, 그래. 착한 아이로구나.”
꿈의 효과인지 아니면 나 또한 이 분위기에 취했는지 품 안에 쏙 들어온 그녀의 뒷머리를 토닥토닥 두드린다.
내 것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의 체온과 매끈매끈한 피부.
흥분으로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은 것을 꾹 참고 그녀의 뒷머리를 토닥거렸다.
내 몸이지만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기묘한 기분.
아, 이거 꿈이구나 싶은 감각에 몸을 맡기자 뭔지 모를 부유감과 해방감이 나를 감싼다.
그러는 와중 한예지는 내 목욕 가운 안으로 파고 들어와 얼굴을 묻고 숨을 내쉬고 들이쉬길 반복한다.
몇 번이고 몇 번이나, 내 피부에 그녀의 입김이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그래, 힘들었지? 잘 참았다.”
토닥거리던 오른손을 내려 그대로 엉덩이를 움켜쥔다. 손 안 가득 잡히는 부드러운 살집.
내 품속에 고개를 묻은 그녀가 히익, 하고 거칠게 숨을 들이마신다.
그런 반응이 귀엽기 그지없어서 왼손도 아래로 내려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모양새 좋은 엉덩이를 쪼물딱거리며 시선을 품 안으로 돌린다.
마치 발정이 난 강아지가 엉겨 붙듯 내 몸에 자신의 알몸을 열렬히 눌러오는 한예지와 눈이 마주친다.
눈물 맺힌 그녀의 눈동자에는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인다.
안도감과 성욕과 죄책감과 갈망이 뒤섞인, 복잡하기 그지없는 눈동자.
나체의 미녀가 품 안에 안겨 이런 눈동자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쥔 오른손에 힘을 꽉 주었다.
마치 질 좋은 밀가루 반죽을 치대듯 손을 쥐었다 펴는 것으로 엉덩잇살을 뭉개며 조금씩 조금씩 위치를 이동한다.
“서, 성좌님, 성좌님 죄송해요...”
“왜 죄송스러워하는 거니?”
할딱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손을 계속 옮기자, 손가락 끝에 축축하고 끈적한 감촉이 느껴진다.
목욕 가운이 미처 닦아내지 못한 물은 아니었다. 흥분한 그녀의 심처로부터 조금씩 흘러나오던 끈적한 애액.
나는 당연하게도 끈적한 물이 흘러나오는 그녀의 살 틈바구니로 손가락을 슬그머니 밀어 넣었다.
손가락 마디 마디를 죄어오는 뜨겁고 끈적이는 여인의 속살.
여고생에게는 자극이 심했는지 힉힉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오돌토돌한 속살을 꾸욱 눌렀다.
“자아, 한 번 가도 된단다.”
“아, 아으, 서, 성좌님, 죄송해에엑!”
가느다란 목소리가 나오다 말고 비명이 되어 목구멍을 뛰쳐나옴과 동시에
품 안에 있던 그녀의 몸이 가운을 흐트러트리며 펄쩍 뛴다.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꾸욱 조여오는 그녀의 속살.
손을 푹 적셔버릴 정도로 왈칵 흘러나오는 뜨거운 액체.
그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고 손가락을 긁으며 스윽 뽑아냄과 동시에 세상이 산산조각이 난다.
“아니, 이 씨발?”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원룸의 화면 너머에서 젖어있는 이불과 속옷을 들고 좌절하는 한예지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