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9화 〉작전 개시 (79/84)



〈 79화 〉작전 개시


“그래서, 작전이 뭐야?”

압도적인 힘의 파티장인 리데우나가 불만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젠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듯했다.

‘뭐, 원래도 그렇게 호의적이진 않았으니까.’

친한 척하면서 말을 많이 걸어오긴 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거의  자기 자랑이었다.

“저희가 오크 군락에 가서 직접 잡을  없으니, 놈들을 끌어내야죠.”

“어떻게?”

“그냥 방어선 짓는 곳 근처에서 매복하고 있다 보면 알아서 나올 거에요. 저번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으니,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을 테니까요.”

“나오면 어떻게 할 건데?”

“저번 전투 때, 사격을 하면서 미리 봐둔 건데. 오크 족장의 위치는 항상 일정해요. 오크들의 딱 중간. 절대로 저격이 불가능한 위치에 있죠.”

“뭐야? 그럼, 길드장이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아주 잠깐, 놈의 방어진이 약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가 언젠데?”

“그건 바로 오크들이 방어선을 뚫기 위해 돌진할 때에요. 그때, 아주 잠깐 동안 하이 오크 호위진을 제외하고는 모든 오크가 돌진해요. 아마, 화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우리는 그때를 노려야 한다?”

“네.”

“흐응… 나쁘지 않은 거 같긴 하네. 복잡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단하지도 않네.”

“작전이라는 게 원래 그런 법이죠. 그리고, 시간도 물자도 인원도 부족한 상태에서 복잡한 작전은 독이 되니까요.”

“뭐, 일단은 알았어. 어차피, 나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까.  말은 그게 끝?”

“뭐, 세부적인 것들이 있긴 한데. 어차피, 그건 제가 숙지하면 되는 거라서 가셔도 상관 없을 거 같아요. 그냥, 내일 지시만  따라주세요.”

저쪽이 대놓고 무시하길래, 나도 대놓고 꼽을 줬다. 리데우나는 입술을 살짝 씹더니 말했다.

“그래. 알겠어. 그럼, 그 대단하신 작전. 기대하고 있을 게?”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막사를떠났다. 아바는 나가면서고개를 꾸벅 숙였고, 소피아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참 묘한 파티야.’

대략적인 이야기는 모두 끝냈으니, 우리도 텐트로 돌아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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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못 봤네요.”

출전하기 전에 이사벨라와 만나고  생각이었는데,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식당에도 없는  보면 많이 바쁜 거겠지. 신전의 도움을 받아 사제가 온 것도 아니니, 일손이 많이 부족할 거다.”

전쟁은 병사만 하는 것이 아니며, 전장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전쟁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겐 각자마다의 작은 전장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사벨라에겐 치료소가 그런 곳일 거다.

“못 만난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일단 지금은 작전에 신경 쓰는 게 좋겠지.”

“그렇겠죠.”


특히나, 위험도가 높은 작전인만큼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사신 :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여신 : 살아, 살아, 살아, 살아, 살아, 살아.]
[성신 :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지금도 사신이 아주 지랄을 하고 있었으니까.

‘어우, 근데 채팅창 진짜 혼란스럽네.’

왜, 내 방송에는 이런 악질 신들만 모인 건지 도통 모르겠다.

[여신 : 그스그신이라는 말이 있죠?]

올라오는 채팅을 무시하고는 이동대열에 합류했다.

방어선이 밀린 탓인지, 어제보다는 이동 거리가 짧았다. 덕분에,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었으나 과연 그게 좋다고  수 있을진 의문이었다.

오크 부대는 어느새 임시 본부 근처에 바짝 다가와 있었으니까. 여기서 패배하면, 바로 임시 본부에서 최후의 전투를 치러야  것이다.

‘그건 막아야 해.’

전쟁에서 최선을 바랄 순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악으로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저희는 이제 따로 움직일게요.”

“그래,  부탁한다. 작전이 작전인 만큼 무사히 돌아오라는 말은 못하겠군. 그저, 무운을 빌겠다.”

칼리와 악수하고는 우리 부대는 몰래 옆으로 빠져나갔다. 언덕 아래로 내려오니, 오크 부대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여기서부터는 포복 자세로 이동할게요.”

모두가 등에다가 무기를 매고는 앞으로 천천히 기어갔다.

“어디까지 이동 할 생각이야?”



“방어선이랑은 조금 많이 떨어져야 해요. 그래야지, 시야각도열리고. 성공 확률도 올라가거든요.”

우리 다섯은 몸을 바짝 숙인 채 우거진  아래를 기어다녔다. 어느 정도 갔을까? 유지하고 있던 자세를 풀고는 조심스레 얼굴을 들었다.

‘애매한데.’

그리 멀지도, 그렇다고 해서 그리 가깝지도 않은 위치였다.

“조금만 더 이동할까요?”

리데우나가 오크 군락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이상 가면 위험해.”

“네? 이게요?”

“어, 아니저번에 정찰 갔을 때 기억  나? 저 새끼 꿰뚫음의 주술을 사용할 줄 안다고.”

“아.”

그러고 보니, 그때도 이렇게 숨어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위치가 들통나버렸다.

“사실, 지금의 거리도 아슬아슬해. 혹여나, 족장이 산책이라도 나온다면 바로 걸릴 거야.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뒤로 빠지는 게….”

“전시 상황에서 족장이 산책을 나올 리가 없다.”

리데우나의 말에 리오테르가 반박했다.

“그래, 그렇긴 하지. 하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그러니까, 뒤로 좀 빠지는 게 어때?”

“안 돼요.”

“왜?”

“여기서 더 빠지면 진짜 저격으로 죽이는 건 절대 불가능해요.”

“거리가 문제야?”

“거리도 문제지만, 그냥 심리 싸움의 문제에요.”

“심리 싸움?”

“네. 누나, 기사들도 동실력이면 심리 싸움을 얼마나 잘하냐가 행패를 가르죠?”

내 질문에 리오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격도 똑같아요. 상대가 방심했을 때, 가장 죽이기가 좋은 거죠.”

“오크 군락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심리적으로 경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네. 하이 오크들도 저격이나 마법에 대한 경계는 분명 하고 있을 거에요. 근데, 그런 신경은 저희 기지 쪽으로 향해 있겠죠.”

어떤 생명체든 간에, 신경을 쓰는 쪽은 잘 보이지만. 신경을 쓰지 않는 사각지대는 잘  보는 경향이 있다. 심리적으로 에너지를 쏟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하이 오크는 개체마다 수준이  다른데. 아마, 비교적 뒤쪽에 있는 놈의 수준이 낮을 확률이 높아요.”

“그쪽이 가장 안전한 부분이니까?”

“그렇죠.설령, 제일뒤에 있는 놈이 화살이 날아오는 걸 눈치 채더라도, 막지 못할 확률이 높겠죠.”

내 말에 리데우나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리데우나 씨, 저희가 위험해질수록 이번 전쟁에서 이길 확률이 늘어나요. 그걸 고려하고 생각해주세요.”

“우리가 죽을 확률 역시 함께 늘어나지. 그리고, 전쟁에서 패배할 확률 역시 올라가고.”

역설적이게도 맞는 말이었다.

“그럼, 투표로 하자.”

“투표로요?”

“어, 네 명 이상 앞으로 전진하는 거에 동의하면. 그때는 내가 군말 없이 갈게.”

“네  이상이요?”

“응.”

리데우나는 반대할  뻔하니, 아바와 소피아가 동의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좋아요.”

리오테르가 뭐라고 하려 했지만, 나는 동의했다.

‘우리한테 선택권이 있는 게 아니니까.’

이번 작전의 책임자는 나지만, 주도권은 이쪽에 없었다. 그야 인원도 저쪽이 더 많고, 무력의 면에서도 저쪽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럼, 나부터  게. 나는 반대야. 오히려,  후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당연하게도 리데우나는 반대표를 던졌다.  다음은 리오테르.

“나는 찬성이다. 위험을 감수했을 때, 그만큼의 성장이 따라오는 법.”

리오테르는 역시 찬성을, 그리고  역시 찬성을 던졌다.

찬성 2표에 반대 1표. 이제 여기서부터는 단 한 표라도 반대가 나오면 안 된다.

“소피아 씨의 의견은 어때요? 찬성인가요,아니면 반대인가요?”

“나는 찬성이야.”

“뭐? 너 제정신이야?”



찬성할 줄은 몰랐는지, 리데우나가 소피아를 노려봤다.

“아니, 솔직히 지금 실버 끝자락에 머문 지가 대체  달 째야. 우리도 슬슬 골드로 올라가야지. 그리고, 이번 작전만 성공한다면 경지를 뚫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모험가는 모험을 하기에 모험가로 불리는 거라고. 네가 네 입으로 말했잖아. 근데, 왜 이렇게 겁을 먹어?”

“야, 내가 무슨 겁을 먹어! 그게 아니라 너희 개죽음 당할까 봐, 걱정되서 이러는  아니야!”

“어제 길드장이 한 말 못 들었어? 이러나 저러나 개죽음이야. 기왕, 뒤질 거. 그래도, 화끈하게 이 몸 불사르고 죽어야하지 않겠어?”

소피아의 말에 리데우나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진짜 미친 년… 그래, 네가 그럼 그렇지. 항상,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니까.”

이거 어쩌면, 정말로 찬성이 4표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아바 씨네요?”

네 명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아바는 소심한 성격에 상당히 겁이 많은 성격으로 기억한다.

‘그에 비해 사용하는 무기는 무지막지한 크기의 폴암이지만.’

“그래,  의견은 어때?”

리데우나는 웃으며 아바를 바라봤다. 성격이 성격인 만큼,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저, 저는… 찬성이요.”


“야! 갑자기, 너까지 왜 그래!”

리데우나의 호통 그녀의 주황빛 머리가 찰랑하고 흔들렸다.

“친하게 지내던 모험가 분들이 시체가 되고, 치료소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걸 봤어요… 그런 걸  이상,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느꼈어요….”

“야, 사람은 언젠간 죽어. 모험가들이 죽는 게 한두 번 있는 일이야?”

“그래도, 이런 곳에서 죽는 건 아니에요… 이건 정말로 개죽음이잖아요….”

둘은 한동안 서로를 노려봤다.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면 곤란했기에 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럼, 찬성 4표에 반대 1표이니. 앞으로 나아가는 걸로 할게요?”

리데우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가자, 가. 가면 될 거 아니야. 대신에 너 이거 하나는 약속해.”

“뭐를요?”

“위험할 거 같으면 바로 빠져. 알겠어?”

“네엡.”

내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휙 돌렸다.

다시 몸을 낮춘 우리는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쿵쿵쿵쿵쿵쿵-!

갑자기, 격렬한 북소리가 들려왔다. 대기를 울리는 듯한 타악기의 소리에 심장이 함께 두근두근 뛰었다.

“씨발, 들킨  아니야!?”

“쉿, 조용히 하고 있어요.”

꿰뚫음의 문양이 우리 주변에 떠오르지 않았으니, 아직 속단하긴 일렀다.

꿀꺽-

긴장감에 침 넘어가는 소리조차 커다랗게 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쿠르아아악-!

오크의 포효 소리와 함께 땅이 울렸다. 마치, 대지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느낌. 주변에 바람이 일렁이더니 흙먼지가 자욱하게 휘날렸다.

고개를 들자, 오크 기수들이 언덕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보였다.  위에는 최소한의 방어선만이지어져 있었다.

“지금 가야 해?”

“조금만 더 기다려요.”

뒤이어 수십 마리가 넘는 오크가 언덕으로 뛰어갔다. 폭풍처럼 지나간 오크 부대. 놈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짓밟힌 풀만이 존재했다.

쿵쿵쿵쿵-

그리고 뒤이어, 그 풀을 밟고 화려하게 치장한 오크 족장이 나타났다.

“지금 가요!”

지금부터 작전 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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