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복귀 (62/84)



〈 62화 〉복귀

“어우… 머리야.”

잠에서 깨어나자 여관이었다. 양옆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고개를 돌렸다.

“음냐….”

“으으….”

델리카와 이사벨라가   사이에 끼어 있었다. 둘의 허벅지 사이에선 정사의 흔적이 말라붙어 있었다.

침대보에는 분홍빛의 얼룩이 남아 있었다. 이사벨라의 처음을 내가 가졌다는 증거였다.

‘기분 좋네.’

지금양옆에 있는 두 여자의 처음을 가져간 건, 바로 나였다. 그 사실이, 이상하리만치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손을 뻗어, 두 여자의 가슴을 만졌다. 양옆에서 느껴지는 각기 다른 크기의 부드러움. 역시,상대적으로 작은 델리카가 좀  탄력이 있었다.

‘이게 인생이지….’

아마, 한국에 있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새삼스레, 여신한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규칙적이던 호흡이 흐트러진 게 느껴졌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델리카가 얼굴을 붉힌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어요?”

“네….”

머리를 쓰다듬자, 강아지처럼 얼굴을 비벼왔다. 귀여운 모습에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이번에는 이사벨라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사벨라도 일어났네?”

내 말에 그녀가 눈만 슬쩍 올려 나를 쳐다봤다. 마치, 아기 고양이가 보는 듯한 느낌. 머리를 쓰다듬으니, 이쪽은 오히려 피하려고 했다.

“쓰다듬지마….”

역시나, 귀여운 모습에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중간에 있던 내가 사라지자, 나를 바라보고 있던 두 여인의 시선이 마주쳤다.

둘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하긴, 소꿉 친구였으니까.’

소꿉 친구랑 같은 침대에서 섹스를 하다니. 그것도 같은 남자랑. 아마, 나였어도 엄청 어색했을 것이다.

“오늘은 바쁘니까. 빨리 씻고, 빨리 밥부터 먹으러 가요.”

이렇게 두면, 평생 이러고 있을 거 같아서 둘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녀들을 목욕탕에 보내고, 나도 옷을 챙겨 몸을 씻었다. 샤워를 마치고 아래로 내려오자, 두 여인이 어색하게 식탁에 앉아 있었다.

“식사는 시켰어요?”

“응….”

“네….”

씻으면서 대화를 좀 해, 어색함이 풀릴 줄 알았는데. 둘다 아무  없이 샤워만 했나 보다.

‘이거  오래 가겠는데.’

나는 이런 상황이 재밌긴 했으나, 둘한테는 이러고 있어서 좋을 게 없었다. 그야, 리벨룸으로 돌아가면, 나는 파티로 돌아가야하고 둘만 남게 될 텐데, 그때도 이렇게 어색하면 어떻게 의뢰를 진행하겠나?

‘마차 타고 가면서 좀 풀렸으면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앞에 나온식사를 먹어치웠다.

“안녕히 계세요.”

여관을 나온 우리는 곧장 마차소로 향했다. 호위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우리는 고작 5실버로 마차를 얻어탈 수 있었다.

“그럼, 출발합니다!”

마부가 말을 때리자 곧 마차가도로를 따라, 도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관문을 통과하고 도시 밖으로 나오자, 넓디 넓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우와….”

아침 햇살을 받은 바다는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아마, 얼마간은이런 풍경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지, 우리 셋은 멀어져가는 바다를 1초라도 눈에 담아두기 위해 계속해서 바라봤다.

길고 길었던, 마레아에서의 일이 끝이난 것이다.


###


“수고하셨습니다.”

다행히, 리벨룸으로 돌아오면서, 별다른 일은 없었다.

“이 마차 때문에 마레아가 그리워질 일은 없을 거 같네….”

이사벨라가 마차 뒷면을 붙잡더니, 토할 것처럼 몸을 숙이고 있었다. 델리카는 뒤에서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더 다행인 건, 마차에 있는 5일 동안, 둘의 사이가  나아졌다는 거였다.

‘나는 지옥 같았지만.’

마차에있는 내내, 나는 그녀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둘은 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결론은, 일단 이대로 가자는 거였다.

“그럼, 갑시다.”

왠지, 어색한 리벨룸 도시를 가로질러, 엘프의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의 외형은 많이 변해 있었다. 주변의 땅을 샀는지 조금 더 넓어져 있었고, 간판이 더 세련됐다.

딸랑딸랑-

내부 역시, 이전보다 더 쾌적하고 넓었다. 내가 없는데도, 내부는 거의 꽉  있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여전히 레이나가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는 거였다.

“어서오세요, 숲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여관. 엘프의….”

그녀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나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 의자에서털썩하고 내려오더니 나를 향해 달려왔다.

“주인님!”

품에  안길 정도의 체구. 레이나는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며,애정을 표현해왔다.

“저게 뭐야?”

“주인님?”

이 사람 많은 여관 안에서 말이다.

당황스럽긴 했으나, 일단 머리를 감싸 안으며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왜 이렇게 늦게 돌아오셨어요! 2주 안에 오신다고 하셨잖아요!”

마레아에서 거의 2주가량 있었으니, 예상한 시간보다 조금  길게 있긴 했다.

‘근데,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미안. 마레아에서 지명 의뢰를 받아서, 도저히 돌아갈 수가 없었어.”

“지명 의뢰요!?”

“일단,여기는 보는 사람이 많으니까. 좀 있다가 이야기하자.”

“아.”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

“주인님…이요?”

내 뒤에 있던  여자는 나를 게슴츠레하게 바라봤다.

“자세한 건, 내일 설명해줄게요. 일단, 오늘은 고된 여행으로 지쳤을 테니까, 올라가서 쉬죠.”

두 여인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은 남아 있어?”

“이제 완전 꽉 찼어요.”

“헉.”

“헥.”

델리카와 이사벨라가 화들짝 놀랐다.

‘맞다. 쟤들은 장기투숙이 아니었지….’

아마, 리벨룸을 떠나기 전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녀들에게 그럴 돈도 없었을뿐더러, 이렇게 방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나야, 내 노예니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주인님께서, 두  방은 계속 비워두라고 하셔서 다행이네요.”

두 여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레이나가 말했다.

“그러면, 방이 남아 있는 거에요?”

이사벨라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의 방은 아직 남아 있어요. 내부 청소만 하고, 짐 정리는 안 했으니까. 안에 짐도 그대로 남아 있을 거고요. 이게 다 주인님의 선구안 덕분이죠!”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모르겠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 자체가 나한테 나쁠 건 없었으니까.

“콰앙….”

“제법인데….”

“자자, 빨리 올라가세요. 저는 레이나랑 얘기 좀 나누다가 갈게요.”

“응.”

두 여자는 짐을 들더니,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일행이 사라지자, 나는 레이나에게 물었다.

“근데, 내가 방을 비워두라는 말을 했었나?”

“그럴 리가요.”

“근데, 방금은 왜 거짓말 했어?”

“제가 대놓고 주인님이라고 불러서, 곤란하게 되셨으니까. 제가 그걸 어느 정도 푼 거죠.”

그래도, 여관 주인이라고. 상당히 똑똑했다.

“그럼, 방은? 꽉 찼다면서, 그것도 거짓말이야?”

“그건 사실인데요. 방이 꽉 차서, 여기서 확장 공사를 더 해야  판이에요. 저기  봐여요?”

손가락으로 가리킨 식당을 보니, 아주 그냥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여자였다.

“방은 어떻게 한 건데?”

“방이야, 주인님 지인이신 거 같아서, 일단은 비워놓았죠.”

“그렇게 안 보였는데, 너 진짜로 똑똑하구나?”

“저는 원래 똑똑했어요! 그냥, 주인님이 무시하신 거라고요!”

“그래, 그래.”

화를 내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세가 가라앉았다.

“그래서, 내가 마레아에 다녀 온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별 일 없었어요. 그냥 여관 인기가 점점 올라가던 차에, 루시 님께서 오셔서, 확장 공사를 도와주셨죠.”

“루시….”

뭔가, 되게 오랜만에 듣는 이름처럼 느껴졌다.

‘찾아가긴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보니까. 사실은 핑계지만.

“리오테르는? 최근에, 본 적 있어?”

“주인님이 마레아에 가신 뒤에 이틀 정도 보이시다가, 최근에는 여관에 아예 안 찾아오고 계세요. 숙박 비용은 계속 지불하고 계신데….”

“승급 퀘스트를 하러 간 모양이네.”

길면, 한 달 이상도 걸릴 수 있다고 했으니, 이상할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 세계에 온 지 두 달가량 밖에 안 지나갔는데,  많은 여자들이랑 얽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이야기는 전부 다 해드렸으니까. 빨리, 마레아에서 있었던 이야기나 말씀해주세요. 무슨 이유 때문에, 이렇게 늦게 오신 거에요?”

“그게….”

내가 말하려고  때, 무언가 종이를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절그럭-

그리고, 곧 레이나의 손이 다가오더니  바지를 확 벗겼다.

“야!”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는데, 주변 사람의 시선이 모였다가다시 사라졌다. 그녀는 내 입에 검지를 갖대더니 말했다.

“쉿. 인식 방해 마법 썼으니까, 아무도 몰라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마법사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무려, 5골드를 호가하는, 엄청 비싼 스크롤이라고요. 무려, 마탑의 부주가 만든 인식방해 스크롤! 국가 간의 전쟁에서나 사용할 법한고오급 스크롤!”

“지금 그걸 여기다가 썼다고?”

“네.”

“나랑 섹스하려고?”

“네.”

“금고에 있던 돈은?”

“거의 다 썼죠.”

역시, 미친년이 맞았다.

‘하긴, 안 만나지 기껏해봐야 2주인데, 그 사이에 사람이  변했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나랑 섹스가 하고 싶었어?”

“네!”

꽈악-

“으게겍!”

머리통을 한 손으로 붙잡은 다음에 힘을 꽉 줬다.

“머, 머리가 터질 거 같아요!”

“그냥 터져라, 터져. 널 잠시나마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다, 바보.”

스윽스윽-

이대로라면 정말로 터질 것만 같았는지,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내 자지를 어루만졌다. 갑작스러운 쾌감에 손에 들어가던 힘이 약해졌다.

“흡….”

아래가 완전히 발기되자, 그녀의 손길은 더더욱 과감해졌다. 곧, 머리에 들어가던 힘이 완전히 풀리자, 그녀는 반대쪽 손으로 불알을 어루만졌다.

찌걱찌걱-

마차를 타고 오는 동안, 거의  빼서 그런지 사정감이 빠르게 올라왔다.

문질문질-

곧, 레이나의 엄지가 내 요도 구멍을 문지르자, 자지가 움찔거렸다. 사정할 거라는 걸 알았는지, 그녀가 급히 무릎을 꿇어, 자지를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뷰릇- 뷰르릇-

목울대가 움직이며, 정액을 꿀꺽꿀꺽 삼키는 게 보였다. 그녀는 입가에 묻은 쿠퍼액을 요염하게 핥으며 재차 물었다.

“푸하…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요?”

찌걱찌걱-

아무래도, 오늘은 그냥 잘 수 없을 거 같다.


###


잠에서 깨자, 품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이불을 들추니, 레이나가 내 몸에 바짝 달라붙은 채 자고 있었다.

‘이제는 여자 없이 자는 날보다, 여자랑 같이  날이 더 많은 거 같네.’

그녀의 머리를 살포시 베개에 내려주고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일찍 일어났는지, 이른 아침이었다.

직원들이 출근하기까지는 2시간이 넘게 남아있는지라, 내가 직접 주방에 들어갔다. 처음, 리모델링 했을 때와는 다르게, 재료들이 넘쳐 났다.

‘간단하게 차려 먹을까.’

계란과 채소, 고기를 가져와, 옆에 두었다. 그리고는.

“붙어라.”

화악-!

불의 정령을 이용해, 팬 아래에다가 불을 올렸다. 생각보다 화력이 세, 마력량을 조금 낮추었다.

‘계약하고나서 처음 시키는 일이 불이나 붙이는 일이라니.’

조금 미안한일이었지만, 그래도 받은 걸 안  순 없으니까.

그렇게, 정령을 이용해 요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딸랑딸랑-

‘이 새벽에 대체 누구지?’

마력을 회수하고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

“어서오세요, 숲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여관. 엘프의….”

고개를 들어 말하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여관입니다….”

붉은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 브론즈급 모험가. 아니, 그녀의 가슴팍에는 동색이 아닌, 은색의 배지가 달려 있었다.

이제는 실버급 모험가가 된.

“콰앙.”

리오테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