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이사벨라 (10) (58/84)



〈 58화 〉이사벨라 (10)


“그러니까.  건물이라는 거지?”

여관에서 석궁을 챙겨 와, 양아치와 함께 장미단의 본거지 건물 근처로 왔다.

“네….”

그녀는 입술이 터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내가 한 거지만.’

살짝 미안하긴 했으나, 어차피 범죄자 년들인데,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그냥 평범한 창남집으로 보이는데, 확실해?”

이때까지 봐온 곳과는 달리, 봉에 매달려서 유혹하는 남자들의 연령이 많이 낮긴 했다. 많이 잡아봐야, 20대 정도의 나이.

그들의 눈빛에는 묘한 흥분이 깃들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동공이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화, 확실합니다. 저 가게에 남자를 납품한 게 바로 저희니까요.”

“너희라고? 다른 년들은 뭐하고?”

“아, 저희는 빈민가 쪽 담당입니다. 도시에서 활동하시는 선배님들은 또 따로 계시고요. 제가 듣기로는, 최근에 체포 됐다고 들었는데….”

그걸 잡은 게 바로 나였다. 물론, 굳이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장미단의 두목이랑 흑장미단의 두목이 서로 자매 사이라고 하던데. 맞아?”

“그건….”

그녀가 눈치를 봤다. 모르는 게 아닌, 뭔가 망설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확씨. 말 안 해?”

내가 주먹을 들자, 그제야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습니다.가끔, 장미단끼리 회식할 때, 흑장미들도 같이 와서 술 마시고는 합니다.”

“그래? 서로 친하나 보네.”

“뭐, 서로 건물이 가까우니… 아.”

“뭐?”

나는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녀가 시선을 돌리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방금 한 말 다시  봐.”

“그, 그게….”

나는 그녀의 목을 잡은 다음, 손아귀에 힘을 줬다.

“켁… 케헥….”

양아치의 몸이 벽을 타고 쭉 올라가더니, 어느새 바닥에 몸이 닿지않게 됐다. 그녀가 손으로 내 팔을 쳐보지만,  내려 줄 생각이 없었다.

“커헉….”

움직임이 거의 멈출 때쯤, 그대로 놓아버렸다. 바닥에 고꾸라진 그녀가 양손으로 목을 잡아 숨을 헐떡였다.

“다시 말해 보라니까? 다음에는  봐준다?

“켁… 자, 장미단이랑 흑장미단의 건물이 엄청 가깝습니다….”

목을 조른 탓인지,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어딘데?”

“건물 바로 옆이요….”

창남 가게 바로 옆에는 포션 가게가 있었다.

“저기라고?”

“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게처럼 보여도, 사실은 마약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너 딱 봐도 말단으로 보이는데, 그런 정보들은 대체 어떻게 아냐?”

“마, 말단이라니요! 이래 보여도, 꽤 신뢰받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회식할  그 년들이먼저 말해준 거라고요….”

“그래?”

그러면, 확실한 듯했다.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도 않고.’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챙겼다.  정도면, 저쪽에서 먼저 접근해오길 기다리지 않고, 그냥 바로 경비대로 가서 알려주면 될 듯했다.

[여신님이 연계 미션을 등록하였습니다.]
[혼자서 장미단 소탕하기.]
[제한시간 :1시간]
[보상 : 기능 ‘인벤토리’ 생성.]
[수락/거절]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미션이 등록됐다.

‘오랜만인 거 같네.’

연계 미션인  보아 하니, 이걸 깨면 새로운 미션을 더 주는 듯했다.

“갑자기 이런 건 왜 주셨어요?”

“예?”

“너말고 이 년아.”

“예….”

[여신 : 같잖지도 않은 년들이, 내가 보낸 대리자를 무시한다는 거. 마음에 안 들잖아? 그러니까, 조져야지.]
[성신 : ㅋ,, 인정,,]

[‘성신’님이 힘과 민첩을 ‘1’ 후원하였습니다.]
[힘 : 13]
[민첩 : 12]

[성신 : 가서 찢어라….]

“오우 쉣….”

존나 중2병 같았는데, 좀 멋있었다. 신들이 이렇게 나오는데,여기서 내가 물러서기도 좀 그랬다.

미션을 수락하고는 몸을 풀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양아치는 나를 미친 놈 보듯이 바라봤다. 허공에다가 혼잣말을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야.”

“예, 예….”

“너 나랑 일 하나 하자.”



##

‘시발, 진짜 어떻게 해야 하지?’

벨라는 자신의 뒤에서 겁 먹은 표정으로 따라오고 있는 콰앙을 착잡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누가 봐도, 겁을 먹은 남자였으나 그녀 자신은 알고 있었다. 저게 다 연기라는 걸 말이다.

‘그냥 안에 데리고 간 다음에 사실은 경비대에서 보낸 놈이라고 꼰지를까?’

솔직히, 저 남자가 강한  사실이었으나, 과연 10명이 넘는 여자를 감당할  있을까? 근데, 아까 전에 보인 힘을 생각해보면 또 그럴  있을 거 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콰앙의 말을 그대로 따르자니, 뒷일이무서웠다.

만약에 일이 실패하면, 콰앙은 기껏해봐야 마약  먹여서 병신 만든 다음에 노예로 팔거나, 사창가에서 굴릴 거다. 인간 같지는 않아도, 최소한 살아는 있다는 거다.

‘하지만, 나는 아니란 말이지….’

아마, 잡히는 순간. 실컷 고문 당한 다음,물고기 밥이 될 것이다.

그 어디를 선택하든, 확실한 곳도 없었으며, 실패했을 때의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 벨라. 오랜만이야?”

들어가자마자, 조직원이 자신을 반겼다.

“어, 오랜만이네.”

“무슨 일로 방문했어? 왜, 떡이라도 좀 치고 가게?”

그녀가 웃으며 손가락으로 구멍을 쑤시는 시늉을 했다.

“야, 뒤에 남자 안 보여? 그거야, 이미 충분히 즐기고 왔지.”

“남자?”

벨라가 비켜서자, 콰앙의 미모가 드러났다. 앉아 있던 조직원이 입을 쩍하고 벌렸다.

“와, 존나 꼴리게생겼네. 쟤, 대체 뭐냐? 무슨 귀족처럼 생겼는데.”

“몰라. 빈민가 구경 좀 시켜달라길래, 대충 해주다가 실컷 따먹었지.”

실은, 실컷 쳐 맞기만 했다.

‘시발, 생각하니까 빡치네.’

끓어오르는 화를 진정하고는 말했다.

“이 정도면 상등품, 아니 최상등품 아니야? 노예로 내놓으면, 변태 새끼들이 아주 그냥 부르는 대로 골드를 줄 거 같은데.”

“맞지. 내가 이  5년 넘게 하면서, 이렇게 생긴 남자는 처음 보네. 시발, 보는 것만으로 젖는 거 같다야.”

“미친 년… 그래서, 그런데. 올라가서, 보스 계셔?”

“보스?”

벨라의 말에, 조직원이 몸을 움찔거렸다.

“어,  정도 물건이면 보스한테 직접 보여드리고 상납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이리저리, 돈도 받아야 하고.”

두 여자의 시선이 이리저리 교차했다. 방금 했던 말은 신호였다.

‘병신 같은 새끼.’

장미단, 그리고 검은 장미단이 어떻게 이 험악한 마레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교묘함과 정교함이었다.

일반적인 멍청한 조직과는 다르게, 그녀들은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경비대에서 온 첩자 혹은 협박받는 상황에서 건물이 알려졌을 때의 대처법 역시 이미 존재했다.

실제로 이런 상황 역시 상당히 많이 겪었고 말이다.

“마침, 잘 됐네. 지금 위에 계시거든. 어떻게, 연락 드릴까?”

“어어, 줘.”

“알겠다.”

조직원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곧 다시 나왔다.

“지금 지하에 계시다고, 바로 내려오시란다. 얼굴이 궁금하다네.”

“알겠어. 야, 따라 와.”

벨라는 콰앙의 몸을 강압적으로 잡은 다음, 지하실 문을 열고안에 넣었다.

“야.”

문이 닫히고, 계단에 서자, 콰앙이 말을 걸어왔다. 벨라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예, 예?”

“여기 지하에는 뭐가 있냐?”

“창남들이 잘 수 있는 방이랑 노예들을 경매장에 보내기 전에 가둬두는 감옥이 있습니다.”

“너희 보스라는 년은 지하에 자주 있나?”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오십니다.”

“그래?”

곧, 콰앙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다.

‘다행이다.’

이미, 여기 들어온 이상 콰앙이 봅된 건 맞았다. 하지만, 방금 들켰다면, 벨라 자신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그럼. 내려가시죠.”

“그래.”

계단을 타고 하나하나 내려갔다. 곧, 지하실 문이 보이자, 벨라가 앞에 섰다.

“제가 열겠습니다.”

콰앙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신 같은 놈.’

이제 이 문만 열면, 저 거만한 모습도 끝이었다. 조직원들이 놈을 맞이해줄 것이고, 아마 존나게 맞겠지.

‘그때는 내가 아까 못했던 섹스. 실컷해주마.’

그녀는 혀를 핥짝이며문을 열었다. 지하실은 무척이나 깜깜했다.

끼익- 쾅!

내부로 들어가자, 문이 닫혔고. 곧, 주변에 횃불이 확 켜지면서 시야가 밝아졌다. 그리고 거기에는 10명이 넘는 조직원들이 무기를  채 기다리고 있었다.

‘넌 봅됐어!’

벨라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뭐야?”

콰앙이 신경질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몸이 살짝 떨리긴 했으나,이제 여기서 갑은 벨라, 자신이었다.

“뭐긴 뭐야. 너 이제 봅된 거지.”

“카운터 직원이랑 눈으로 무슨 대화를 그렇게 나누나 했더니, 이거였냐?”

그녀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 그걸 알고 있었다고?’

콰앙의 실력이면 현관에서 충분히 도주하고도 남았다. 근데,  도망치지 않은 걸까?

‘설마….’

그녀의 머릿속에 불안함이 스멀스멀 떠올랐으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모두 날려버렸다.

“무슨 대화를 그렇게 하냐?”

정면에 있던, 벨리아. 장미단의 보스가 말했다. 다행히, 오늘은 가게를 비우지 않았나 보다.

“네  바야?”

“뭐?”

보스의 얼굴이 구겨졌다.

“허, 너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지금 너 우리한테 포위된 거야. 알아?”

“그럼, 모르겠냐?”

“근데, 이런 태도를 보인다고?”

“엉.”

“이 남자가 진짜 미쳤나. 외모 보고, 좀 살살 다룰까 했는데 안 되겠네.”

벨리아는 사악하게 웃더니 말했다.

“넌 팔다리 전부 자른 다음, 자지만 세울 수 있게 만들 거야. 그런 다음, 그냥 생체 딜도로 써줄 게.어때, 좋지?”

상상만 해도, 살벌한 짓이었다. 그러나, 콰앙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넘무 무섭당.”

“씹새끼가 진짜… 얘들아, 조져!”

그녀의 말에, 주변에 있던 조직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모두 손에 단검이나 손도끼가 들려 있었다.

덩치 큰 여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데도, 콰앙은 전혀 겁을 먹지 않은 듯했다. 아니, 오히려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진짜, 설마… 아니겠지.’

벨라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공격하지 않고, 뒤로 슬쩍 물러섰다.

그런데, 그녀는 몰랐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는 걸 말이다.

“어?”

눈을   깜짝이자, 앞에 있던 남자의 신형이 사라졌다.그리고, 곧 조직원 한 명이 바닥에 처박히듯 밀려났다.

“꺄악!”

벨라의 볼을 무언가가 스치듯이 지나갔다. 머리카락이 살짝 떠오르듯 휘날리는  느껴졌다.

‘바람?’

사방이 막힌 지하. 절대 바람이 불 수 없는 환경에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엄청난 풍압에 남자를 향해 달려가던 조직원들이 점점 뒤로 밀려 났다.

“뭐야, 시발!”

보스가 당황한 게 보였다. 이때까지 가만히 있던 그녀가 무기를 들고 함께 달려들었다.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조직에서 가장 강한사람이 싸움에 끼어든 것이었지만, 판도는 결코 바뀌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달려오던 조직원들이 갑자기 눈을 부여잡았다. 패닉에 빠진 여자들이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주변에 피가 솟구치고 서로의 몸이 엉키며 바닥에 뒹구는 사람이 늘어난다.

환기가 되지 않는 지하의 꿉꿉하면서 답답한 공기와, 횃불에서 나온 열기로 올라간 온도. 그리고, 비릿한 피 냄새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데에 충분했다.

“멈춰, 전부 멈추라고!”

한 여인이 외치지만, 이미 아수라장으로 빠진 사람들은 들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힉!”

갑자기, 어깨에서 느껴지는 팔의 감촉에 벨라는 몸을 움찔거렸다. 벌벌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참 잘 싸운다, 그죠?”

거기에는 콰앙이 씩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어느 남자보다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무서운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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