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7화 〉성장 (47/84)



〈 47화 〉성장

“헤헤….”

아까 전의 섹시한 모습은 어디 가고, 레이나는 바보처럼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귀엽네.’

좋은 꿈을 꾸고 있는지 간간히 웃었다. 레이나의 머리를  번 쓰다듬어주고는 자리에서 슬쩍 일어났다.

섹스를 몇 시간 동안 했지만, 체력이 올라서인지 엄청 피곤하지는 않았다. 여관에서 간단하게 목욕을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힘을 실험해봐야 해.’

이번 기회로 여러 가지 특성과 함께 스탯이 많이 올랐다. 그것들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해 둘 필요가 있었다.

[‘성신’님이 민첩 능력치를 ‘2’ 후원하였습니다.]
[‘성신’님이  능력치를 ‘1’ 후원하였습니다.]

[힘 : 11]
[민첩 : 11]

“아이구, 성신 님. 이렇게  후원을… 감사합니다.”

[여신 : 야, 안 그래도 강해진 애한테 여기서 더 후원하면 어떡해. 대체, 왜 이렇게 후원을 자주 해주는 거야!]
[성신 : 꼴렸으니까.]
[여신 : 뭐?]
[성신 : 그게, 약속이니까. 음.]

“음.”

섹스할 때마다 주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자기를 꼴리게 할 때마다 주는 듯했다.

[여신 : 미친 년놈들인가…]

내가 함께 고개를 끄덕이자, 여신이   걸 봤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보다 여신님.”

[여신 : 왜.]

“남은 보상은 언제 줄 거에요?”

[여신 : 아, 그거 내가 일단 몇 개 생각해둔 게 있는데 봐.]

스탯 강화.
특성 추가
무기 강화

생각보다 가짓 수가 얼마 없었다.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요?”

[여신 : 응.]

스탯 강화는 딱히 끌리는 내용이 아니었다. 어차피, 섹스만, 아니 성신 꼴리게 하면 받는  스탯이었으니까.

특성 추가는 매력적이었지만, 이미 특성이 꽤 많이 있었다.

‘지금 있는 것들도 활용하기 벅찬데, 여기서  추가하는  무리지.’

그렇다면, 남은 건 무기 강화뿐.

“강화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여신 : 그건 랜덤인데?]

“랜덤이요? 막, 좆망겜의 양심 터진 개발자들처럼 실패 확률 같은  있는 거 아니죠? 에이, 설마 여신이 하는 건데. 그럴 리가 없겠죠?”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같은 상황은 딱 질색이었다.

[여신 :여, 신을 ㅁ로 보고!]
[여신 : 그냥기능이 랜덤으로 추가된다, 그런 거거든!]

오타난 거보니까, 진짜로 그렇게 하려고 했나 보다. 말 안 했으면 큰 일 날뻔 했다.

[성신 : ㅋ,,]

“그러면, 저는 무기 강화로 해볼게요. 무기가 너무 단조롭긴 했으니까.”

[무기 강화를 선택하였습니다.]
[랜덤으로 기능이 추가됩니다.]

손에 들고 있던 석궁이 빛나더니, 곧 무언가 생겨났다.

[연발 기능이 생겼습니다!]

“연발 기능?”

위에 작게 상자 같은  생겼는데, 열어 보니 안에 장전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손을 갖다 대자, 마력이 나가는 느낌과 함께 세 발의 화살이 장전됐다.

“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일단 실험해봐야겠다.

“간단하게 하실 만한 의뢰는  정도입니다.”

“고블린 처치, 이걸로 주세요.”

최근, 도시 근처에서 나타나는 고블린의 수가 늘어나 골치를 겪고 있으니, 최대한 많이 잡아 처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면 위험하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쓸 만한 표적들이 마련 된다. 고블린은 몸집이 작고, 날렵해서 사격 연습에 딱이었으니까.

퀘스트를 수주하고는 도시 밖으로 나와 숲으로 걸어갔다.

‘일단 한 번 쏴볼까.’

나무가 드문드문 심어져 있는 한적한 공터. 그곳에서 나무 표적 삼아 방아쇠를 당겼다.

투웅-!

화살이 날아가, 나무에 적중했다. 평소와 같은 쇠뇌였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투웅- 투웅-!

방아쇠를 연속으로 두  당기자, 화살 두 발이 동시에 날아가 박혔다는 것이다.

‘이거 쭉 당기면 연발로 나가나?’

다시 마나를 불어넣어 화살을 채워 넣고, 나무를 조준했다.

투두둥-!

쭈욱 당기자, 화살 세 발이 연속으로 나와 날아갔다. 두 발은 정확히 박혔으나, 한 발이 아쉽게도 바닥에 적중했다.

“오….”

이 정도면 상당히 쓸 만한 기능이었다.

이때까지 쇠뇌가 활에 비해서 떨어지는 점이 있다면, 장전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과 연속으로 쏠 수 있는 활과 달리, 한 번에  발밖에 못 쓴다는 점이었다.

‘근데, 그게 해결됐으니….’

이런 걸 보고 연노(連弩)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아마, 이 세계에는 이런 게 없겠지.

‘근데, 원래 연노가 이렇게 생겼었나?’

잘 모르겠다. 생긴 건, 석궁이랑 거의 똑같으니 그냥 석궁이라고 불러도 될 거 같다.

[여신 : 어때, 마음에 들어?]

“나를 속사라고 불러줄래요? 이유는… 나도 멋진 별명이 가지고 싶어서 그래….”

[여신 : 미친 놈…]
[성신 : 반응 보니까, 마음에 드나 보네 ㅋ,,]

“이 정도면 엄청 만족이죠.”

비록, 연속으로 발사할 때는 명중률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얻을 수 있는 다른 장점을 생각해봤을 때, 단점 축에 속하지도 못했다.

키게게겍-

사방에서 고블린 울음 소리가 났다. 미약하게 뭔가 다가오는 소리가 나긴 했는데, 그게 고블린이었나 보다.

‘연습하는 소리 듣고 모였나 보네.’

비열한 고블린은 아무리 수가 적어도, 포위하고 철저하게 몰아 넣듯이 사냥을 하는 게 특징이었다.

일반 모험가라면 이 상황에들어온 순간,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냉철함 특성 덕분인지, 오히려 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불어라.”

후웅-

바람이 불어, 나무 사이를 지나갔다. 고블린들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 정보가 속속이 들어왔다.

이것도 하이 엘프의 친화력을 얻고나서 새로 생긴 능력이었다.

정령과 더욱더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으며, 바람의 위력또한 늘어난다.

‘다음에 정령사라도 만나봐야겠어.’

이 정도 친화력이면 좀 더 높은 정령과 계약을 맺을  있을 거 같았다.

“키게게겍!”

불어오는 바람 사이, 사방에서 고블린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놈들은 날카로운 손톱을 무기를 앞세워, 내게달려들었다.

“불어라!”

뒤에서 오는 고블린들을 향해 바람을 보냈다. 달려오던 놈들의 속도가 점점 늦춰지더니, 날아가 그대로 나무에 박히거나 바닥에 고꾸라졌다.

마력 소모량이 상당했으나, 그래도 저지력을 봤을 때 충분히 쓸모 있는 기술이었다.

투두둥-!

곧바로 앞에서 달려오는 놈들을 조준해, 방아쇠를 쭉 당겼다.

거리가 멀지 않아서 그런지, 세 발 모두 적중. 순식간에 세 마리가 죽어 나갔다.

키이익!

남은 두 마리가 이빨을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가장 앞에 달려오는 놈의 공격을 가뿐히 피하고는 발로 걷어찼다.

퍼억-!

고블린이 자세 그대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올라간 힘 때문인지 놈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어서 달려오는 고블린도 석궁으로 후려쳤다. 머리통에서 나선  되는 소리가 나며 스러졌다.

“멈춰라.”

정령의 힘을 거두고는 바로 장전을 해, 뒤로 발사했다. 이번에도 역시  발 모두 적중.

키게겍-

남은  마리가 서로 눈치를 보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여덟 마리가 당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도망친 것도 그렇고,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놈들인지 사격각을 피하기 위해,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투웅-!

화살을 쏨과 동시에 눈을 감았다. 바람의 흐름에 집중해, 화살을 좌우로 움직여 조종했다.

푸욱-!

화살이 나무를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더니 고블린의 등에 꽂혔다. 나머지 한 마리는 안타깝게도 놓쳐버렸다.

‘쉽지 않네….’

이때까지는 방향을 바꾸는 용도로만 사용할  있었는데, 이제는 유도 미사일처럼 공격을 마음대로 이끌 수가 있었다.

아마, 친화력이 성장한 덕분일 것이다.

지금 당장이야 익숙치 않아, 조종이힘들었고 정신력 소모도 심했다. 하지만, 능숙해지기만 한다면 적을 허를 찌를 수 있는 스킬이 될 것이다.

‘완전 으깨졌네.’

아까 전에 발로 걷어  고블린의 시체를 뒤집어 확인해보니, 복부의 뼈가 모두 박살이 나 있었다.

‘힘이 올라간  확실히 의미가 있었나 보네.’

무기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었다. 궁수, 그것도 남자가 이 정도로 힘이 강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테니까.

토벌증거인 고블린의 귀를 잘라 주머니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쫓아가볼까.’

바람에 남은 흔적을 따라, 고블린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오늘 아주 씨를 말려주마.


###



“후….”

건물에 등을 기대고는 주머니에 담긴 물을 마셨다. 그의 주변으로는 100마리는 족히 넘어보이는 고블린이 누워 있었다.

시체들의 모습은 제각각 다양했는데, 화살에 머리를 꿰뚫린 것들부터, 몸이 으깨져 있거나, 아니면 칼로  것까지.

한 사람이 한 거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수였고, 많은 상처였다.

‘설마, 고블린 부족을 발견할 줄이야.’

그냥 도망친 고블린을 쭉 쫓아간 건데, 놈이 부족 소속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긴, 그 정도 지능과 기술은 소굴에선 나오지 못하지.’

고블린 소굴과 부족의 큰 차이점이라면, 기술을 이용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소굴 고블린은 애매한 교활함과 야성이 전부지만, 부족 고블린은 자신들의 교활함을 제대로 활용할  안다.

아까 전, 나를 대상으로 포위를 시도했던 게 대표적인 예시였다.

‘근데, 설마 단검이나 몽둥이 같은 무기까지  줄이야.’

부족 규모가 작아서 다행이지, 중간 규모라도 됐다면 주술사나 워리어 같은 놈들도 생길 뻔했다. 그럼, 도시나 주민들에게까지 피해가 생겼을 것이다.

“아니, 근데 진짜로 마력 올리는 법 안 알려줄 거에요?”

[여신 : 내가 말했잖아, 지내고 구르다보면 쌓일 거라고.]

“그러면, 대체 마법사들은 얼마나 굴렀길래 마법을  수 있는 겁니까?”

[여신 : 글쎄요?]

무조건 마력을 올리는 방법이 있을 텐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검사들은 오러를 어떻게 쓰고 마법사들은 어떻게 마법을 쓰겠어.’

단순히, 구르기만 해서 마력이 쌓인다면, 오래 된 모험가와 병사들은 전부 다 오러 사용자일 것이다.

‘나도 빨리 올려야 하는데.’

오러 사용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마력 때문에 골머리는 썩고 싶지 않았다.

이번 전투도 중간에 마력이 고갈돼서 죽을 뻔했다. 다행히, 능력치가 높아 압도가 가능했던 거지, 만약 나보다 강한 상대였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연발 사격과 정령술을 동시에 쓰고 있으니까, 마력 소모가 너무 심해.’

효율을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최소한의 방도다. 결국, 절대적인 마력량을 올리는 게 중요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안을 어떻게든 찾아봐야겠다.

어느 정도 숨이 돌아오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블린 귀를 하나하나 잘랐다. 수가 많아, 모두 자를 때쯤에는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멈춰라.”

이 세계에 오면서 몇 가지 얻은 상식이 있다면, 낮과는 달리 저녁에는 도시 출입이 빡빡하다는 점이었다. 밤에는 출입이 거의 불가했고 말이다.

“여기요.”

“흠, 들어가도 좋다.”

물론, 나야 브론즈급 모험가라서 하이 패스였다. 목례를 하고는 나는 도시 안으로 들어가, 바로 길드로 향했다.

“아, 돌아오셨군요. 성과는 좀 있으셨습니까?”

나는 허리춤에 달아둔 주머니를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양이 많아 상당히 묵직했다. 접수원은 주머니 안을 보더니,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이, 이렇게 많이 잡으셨습니까?”

“네. 운 좋게 고블린 부락을 발견했거든요.”

“그걸 운이 좋다고 하진 않죠. 보통은, 발견하면바로 도망쳐 길드에 보고하는 편인데… 수는 얼마나 되나요?”

“아마, 110마리 정도 될 겁니다.”

“1, 110마리요? 그 정도면 소규모 부락인데… 설마, 혼자서  잡으신 겁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미친 보듯이 바라봤다.

“미친, 110마리란다.”

“구라 아니야? 말이 되나.”

“남자 궁수인  같은데, 혼자서 그 많은 걸 잡았다고? 지랄하네. 그냥, 고블린 양쪽 귀 하나씩 다 잘라서 대충 섞은 다음 거짓말하는 거겠지.”

“야, 절반이어도 55마리야.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진짜 미친 놈이네. 루키는루키라는 건가.”

주변 여자 모험가들도 나를 미친 놈 보듯이 바라봤다.

‘루키라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좆같단 말이야.’

너무 이상한 호칭이었다.

“이, 일단 확인해보겠습니다.”


접수원이 주머니를 가지고 들어가더니, 곧 돌아왔다.

“저, 정말로 110개의 귀, 모두 다른 고블린이네요….”

접수원의 말에 모험가들이 웅성거렸다.

“와, 시발. 뭐하는 새끼지? 얼굴은 존나 따먹고 싶게 생겨가지고. 남자한테 저런 능력이 있다고?”

“저런 남자는 그냥 섹스만 잘해도 충분히 능력 있는 건데… 저런 남자한테 오히려 따먹히면 어떤 기분일까?”

“미친 년… 미친 년… 미친 년… 미친 년….”

이게 그 강한 남자, 왜곡된 성욕인가? 뭔가하는 건가?

“일단, 보수로 5실버 50쿠퍼를 드리겠습니다.”

‘한 마리당 5쿠퍼인가.’

부산물을 얻을 수 없는 고블린이라그런지, 수입이 짭짤하진 않았다. 물론, 이때까지 돈을 너무 확확 벌어서 그렇게 느껴진 거지, 이 정도면많이 번 건 맞았다.

“그리고, 한 번에 110마리가 넘는 고블린을 학살한 것도 확인. 이에 따라, 길드 측에서는 이걸 추가로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내게 구슬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푸른 마력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게뭔데요?”

“카르마 구슬입니다.”

“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