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반가운 사람 (45/84)



〈 45화 〉반가운 사람

날씬한 상체에 적당한 가슴. 거기에 탄탄한 허벅지의 순산형 몸매.

“델리카 씨?”

나는 그게 바로 델리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팔로 그녀를 그대로 안았다. 바닥에 내려주자, 그녀의 푸른 눈망울이 나를 바라봤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저야, 뭐. 그냥 그런대로  살아가고 있었죠. 그것보다 델리카 씨는 대체 어떻게?”

“저 독립했어요!”

“독립이요?”

“네. 모험가가 되려고, 마을도 떠나서 도시로 오늘 막 왔어요. 언니가 마차를 태워줬고요.”

“가족이 반대하진 않았어요?”

“아버지는 위험하다고 반대하셨는데. 여자대장부라면 무릇 세상을 경험하고  더 넓은 곳에서 놀 줄 알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 덕분에 올 수 있었어요.”

하긴, 여자가 남자처럼 행동하는 세상이니, 그럴 게 말할 만도 했다.

“모험가 등록은 했어요?”

그녀는 품을 뒤지더니, 아이언 뱃지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네! 아까 전에 등록 완료했어요. 저도 이제, 콰앙님과 같은 아이언급 모험가라고요?”

“아, 그거….”

나는 브론즈 뱃지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줬다.

“저는며칠 전에 승급했어요.”

“네? 벌써요? 접수원 님한테 들어보니까, 아이언에서 브론즈로 승급하려면 최소 반 년 이상은 걸린다고 들었는데… 모험가가 된지 얼마  됐다고 하지 않았어요?”

“워낙, 운이 좋아서….”

“하긴. 콰앙  실력 정도면  정도 승급속도도 용납이 가죠. 무려, 고블린 킹을 화살  발로 끝내버린 사내인데!”

누군가 이렇게 치켜세워주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어색했다.

“흥.그래 봐야. 남자라는 혜택으로 올라간 거겠지.”

델리카의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보니, 웬 여자 하나가  있었다.

“누구…?”

“아, 얘는 제 소꿉 친구인 이사벨라라고 해요. 저랑 어릴 때부터 엄청 친했는데, 제가 모험가를 하겠다니까. 자기도 같이 해야겠다고 해서….”

“내가 언제! 나도 원래, 모험가 하려고 했거든?”

딱 봐도 츤데레처럼 보이는 타입이었다.

“반가워요. 콰앙민슥이라고 해요. 편하게 쾅이나 민슥이라고 불러요.”

내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막 처음 보는 사람이랑 악수를 하려고 하다니. 몸이 헤픈 거야, 뭐야?”

“이사벨라!”

[여신: 헤프긴 하지.]
[성신 : ㅇㅈ]

채팅을 무시하고는 다시 손을 회수했다.

“친구 분이 많이 까칠하신 편이네요.”

“죄송해요… 원래  성격이 더러운 애라서….”

“뭐!?”

그래도 저렇게 투닥거리는 걸 보니, 친하긴 하나 보다.

“퀘스트는 받았어요?”

“아니요. 저희가 원하는 게 없어서, 의뢰에서 하나 골라서 하려고요.”

“정한 건 있어요?”

“음, 둘이서 이걸 해보려고 하는데….”

[난도 : 아이언 – 상급]
[적정 인원 : 4인 이상]
[종류 : 공략]
[대상 : 버려진 성당 정화.]

“버려진 성당 정화? 정화를 하려고 하면 사제가 필요할 텐데… 혹시, 있어요?”

“네, 이래보여도 이사벨라가신성력을지니고 있거든요! 비록, 알고 있는 신성 마법은 고작  개뿐이지만….”

“야!”

‘신성력이라….’

등급말고도 모험가 끼리는 서열이라는 게 있었다.

검과 같은 냉병기를 사용해 근접전을 벌이는 모험가는 하위.

원거리 저격을 하는 궁수가 중위.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와 정령사는 상위,

그리고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제는 최상위.

각자의 실력에 따라 이 계급이 변하기도 한다. 검기를 쓸 수 있는 검사는 마법사보다 낫기도 하며, 저격을 잘하거나 정령을 다루는 궁수는 마법사만큼의 파괴력을 지니까.

하지만, 사제의위치만큼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무조건 최상위.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은 교회에 들어가니까….’

실력 기르기도 좋고,돈도 많이 주고, 경력만 쌓는다면 대사제와 같은 귀족과 준하는 권력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제 중에는 모험가를 하는 사람이 없다. 위험한 모험가 생활보다는 사제 생활이 훨씬 안정적이니까.

‘그런데, 델리카를 따라서 모험가를 한다라….’

정말로 우정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마음이 있는 걸까? 그거야차차 알아보면 될 문제였다.

“이거 저도 같이 해도 될까요?”

“진짜요?”

“네가 왜?”

상반된 반응.

델리카는 뒤에 꼬리가 있다면 좌우로 마구 흔들릴 정도로 좋아하는 기색이었다면, 이사벨라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걱정이 되기도 하고 4인 이상이 모여야지 가능한 의뢰잖아요?”

“그렇죠.”

“저는 브론즈 모험가라서 아이언 의뢰에 참여시 2인으로 취급되거든요. 그러면, 굳이 사람을 모집해야 하는 수고를 덜  있으니까.”

“굳이?”

이사벨라가 차갑게 말했다.

“브론즈급 모험가가 굳이 아이언급 의뢰에 꼽사리 끼려는 이유가 뭐야?”

“이사벨라!”

델리카의 윽박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해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러는 거지? 설마,  델리카한테 관심 있는 거야?”

‘이건 확실하네.’

남자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심. 이건 낯선 이를 경계하는 그런 자세가 아닌, 자신의 것을 빼앗길까 봐, 안절부절 못하는 그런 불안감에 비롯 된 공격성이었다.

이사벨라는 델리카를 좋아한다.

‘이 세계에서 레즈비언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

하긴, 저쪽에서도 게이는 있었으니까. 별 다를 건 없었다.

“관심이야 물론 있죠.”

“뭐?”

그녀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의뢰를 하기도 했고.  보겠다고 독립까지 한 여자를, 제가 싫어 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리고, 이사벨라 씨.”

이사벨라는 가만히 노려보기만 했다. 말할 거면 더 말해보라는 듯한 표정.

“제가 무슨 여자를 아쉬워할 만한, 그런 남자로보입니까?”

나는 이사벨라에게 바짝 다가갔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입술이 닿을 거리. 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이사벨라 씨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 때문에 이러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속삭이듯 말하자,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이, 이거 진짜 헤픈 남자 맞았네! 처음 보는 외간 여자한테 이런 짓이나 하고!”

“그리고, 저도 원래 같이 다니는 고정 파티가 있어요.”

“그, 그래요?”

델리카가 나를 바라봤다.

“네. 다만, 지금  사람이 실버 승급전 준비 중이라서 임시로 함께 다닐 파티원을 구하고 있을 뿐이죠. 어때요, 이 정도라면 이유가 될까요?”

“시, 실버급 모험가….”

아이언인 그녀로서는 아득히 높은 경지겠지.

“그러면, 나중에는 헤어져야하는 거네요….”



그녀가 시무룩해지는 게 보였다.

“모르죠. 델리카 씨가 저와 같은 브론즈급 모험가가 된다던가, 아니면  강해지면 함께 다닐 수 있을지도?”

“저 힘낼게요!”

“그럼, 같이하는 걸로?”

델리카가 이사벨라를 바라봤다. 제발 함께 하자는 듯한 눈빛.

“후, 그래. 같이 하자, 같이 해. 대신에 우리 파티에 폐라도 끼치면,바로 추방이에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애초부터 아이언급 의뢰인데, 그럴 리가?

“시간은 언제들 되세요? 저는 오늘은  거 같고. 내일 가능할 같은데.”

“저희도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시작하려고 했어요. 마차를 타고 오느라 지치기도 했고, 숙소도 알아봐야 하거든요.”

“오, 그러면. 제가 아는 지인이 하는 여관이 있는데 거기로 가실래요? 시설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요.”

“저희가 돈이 그리 많지않아서….”

“지인이 하는 곳이니까, 제가 좀 싸게 해달라고 할게요.”

“그런 거라면….”

이사벨라는 못마땅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녀도 현실적인 사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럼, 가요.”

“네!”

델리카가 종종 걸음으로 다가 와, 내 옆에 붙었다. 이사벨라는 입을  다문 채 우리 둘을따라왔다.

“델리카 씨는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마을 생활이 항상 똑같죠, 뭐. 주변에 나오는 들짐승들 좀 잡고. 가끔 사냥나가기도 하고.”

“고블린은  이상 안 나오죠?”

“네. 덕분에.”

“생각해보니까. 그때 고블린 소굴소탕하러 갈 때, 이사벨라 씨도 같이 갔으면  편하지 않았을까요?”

“그때는 이사벨라가  마을 사람들 치료해주러 출장을 간 상태였거든요.”

“아.”

하긴, 좋아하는 사람이 위험한 곳을 간다는데, 그냥 보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 그건 했어요?”


“그거…요?”

나는 몸을 바짝 붙인 다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위요.”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이사벨라가 성큼성큼 다가 와, 우리 둘 사이를 벌렸다.

“델리카, 아무리 남자라고 해도 이렇게 서슴없이 다가오면 좀 물러서고 그래!”

“어어,응….”

델리카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그래서, 했어요?”

이사벨라가 다시 뒤로 물러서자, 내가 다시 물었다.

“ㄴ, 네… 그날 밤에 주신 쾌감을 잊을 수 없어서….”

“만족했어요?”

“아니요. 아무리 만져도 그때만큼 기분이 좋진 않더라고요….”

“흐응… 그럼, 우리 나중에 또 할까요?”



“저, 정말요?”

“네. 이번에는 그 특별한 능력을 사용해서 한 번 해보죠.”

“어떻게요?”

“그건 그때 가서의 즐거움으로 남겨둘게요.”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할게요.”

“기대해도 좋아요.”

이야기 하는 사이에, 여관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레이나가 깡충깡충 다가왔다.

“오셨어요, 주… 아니, 콰앙 님?”

그녀는 내 옆에 있는 여자들을 보더니 말했다.

“어어, 왔어.”

“이 분들은?”

“예전에 고블린 토벌하러 갔을 때, 그때 마을에서 만나서 친해진 분들이야. 이번에 모험가를 하기 위해 도시로 오셨다는데, 잘 곳이 없다고 해서 여기를 소개시켜주려고.”

“안녕하세요.”

둘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두 분 다 아름다우시네요. 어때요. 여관은 마음에 드세요?”

“네. 마을에 있는 거랑은 차원이 다를 정도로 크고 시설도 깔끔하네요.”

이사벨라가 말했다.

“돈이 꽤 많이 들어갔거든요. 그러면, 묵으실 거죠?”

역시, 바로 직진으로 물어보는 레이나였다.

“가격만 괜찮다면 묵고 싶네요.”

“그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 아니 콰앙님 지인이시니까. 싸게 해드릴게요.”

“그렇다면….”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따라 들어오시겠어요?”

레이나는 두 여자를 데려가더니, 곧 바로 여관비와 식사비 결제까지 한꺼번에 마쳤다.

‘역시, 장사수완이 있다니까.’

노예로 만들어두길 잘했다.

“여기 열쇠 받으시고. 점심 식사는 벌써 준비를 마쳤는데. 혹시, 드실 건가요?”

이야기 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보다.

“네. 너도 배고프지?”

“응.”

“그러면,  풀고 바로 내려올 테니까. 준비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콰앙님은 안 드실 거에요?”

델리카가 물었다.

“저는아침을 좀 늦게 먹어서 괜찮아요.”

이사벨라의 표정이 밝아지는 게 보였다.

“알겠어요.”

둘이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녀들이 사라지자, 레이나가 손을 잡고 카운터로 강제로 들어오게 했다.

“왜?”

“지금 해요.”

“뭐를?”

“섹스.”

“뭐?”

 년이 드디어 미친 걸까?

“조금 있으면 바쁠 시간인데, 대체 어떻게 하게?”

“카운터 보는 직원은 이미 구해뒀어요. 아침은 제가 맡아도, 조금 있으면 올거에요.”

“그러면, 뭐. 지금 방에 들어가서 하자고?”

“아니요. 여기랑 여관 전체에서요.”

“너 진짜 미쳤냐?”

그녀는 서랍을 뒤지더니, 스크롤 한 장을 꺼내 보여줬다.

“이게 뭔지 아세요?”

“뭔데.”

“투명 마법 스크롤.”

“뭐?”

“이걸 쓰면 저랑 주인님은 사람들 눈에 안 보이게 되는 거에요. 등급 높은 마법사라면 꿰뚫어 볼 수 있지만, 이 근방에는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노출 섹스를 마음껏  수 있다는 거죠.”

변태인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네. 제가 주인님 친구들여관비 싸게 해드렸잖아요. 그러면, 주인님도 저한테 싸주셔야죠….”

오, 펀치라인. 아니, 이런 건 라임이라 하나?

“어제나 오늘 해주기로 약속하셨잖아요. 근데, 어제가 지났으니. 오늘은 해주셔야죠. 네? 네네?”

“음….”

그래도, 노출 섹스라니? 남들이 아무리못 본다고 해도, 조금은 고민이 되는 사안이었다.

‘재밌을 거 같긴 한데….’

마지막 남은 양심이막고 있었다.

“저 주인님한테  받으려고 여관도 엄청 열심히 운영했고. 주인님 기분 좋으라고 보지도 녹진녹진하게 풀어놓았어요. 그러니까, 제발요. 네, 네?”

“알겠다, 알겠어.”

이렇게 간절하게 말하는데,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진짜죠? 진짜죠?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없기에요?”

“그래, 그래.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그녀가 요염하게 웃으며 내 손목을 잡았다.

“일단 제 방에 들어가요.”

‘조금 무섭네….’

대체 무슨 짓을 당할지, 뭔가 좀 걱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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