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브로즈 승급전 (4) (38/84)



〈 38화 〉브로즈 승급전 (4)

“우와아아악!”

뒤에서 10마리가 넘는 악어들이 아가리를 들이밀며,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오오!”

릴리가 함께 달리고 있을 때, 물었다.

“아까 전에 설명하실 때, 주변에서 천천히 다가오더라고요!”

“그러면, 그걸 말씀해주셨아야죠! 그래야지, 도망치던가 대응하던가 할 텐데!”

“그래도, 말하고 있는 도중에 끊는 건 너무 예의 없잖아요!”

[여신 : 동방예의지국 ㄷㄷ]

와아아악!

악어 한 마리가 짧은 다리로 힘껏 뛰어올라, 릴리를 향해 아가리를 들이 밀었다. 그녀는 앞만 보고 있어, 못 본 듯했다.

“불어라!”

나는 바람을 조작해, 내 몸을 순간적으로 반대편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쇠뇌로 놈의 입에다가 화살을 박아 넣었다.

콰악-!

악어의 입이 닫히더니, 그대로 추락했다. 다시 바람을 이용해, 앞으로 몸을 돌렸다.

“정령사이셨어요!?”

릴리가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네!”

“어쩐지, 왜 그렇게 빠르게 승급할  있나 했는데!”

늪지대를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에 커다란 웅덩이가 보였다.

“저, 저거!”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가 읽은 정보가 맞다면!”

웅덩이에 물보라가 솟아오르더니, 갑자기 거대한 악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크로킹이 서식하는 웅덩이에요!”

길드장에게 들은 대로, 머리에 나무로 만들어진 특이한 왕관이 보였다.

왁왁!

덩치에 비해 귀여운 울음 소리였다. 크로킹이 등장하자, 우리를 향해 달려들던 악어들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졌다.

와아아악!

놈들은 크로킹을 보며 바짝 엎드렸다. 마치, 왕에 대한 예의라는 듯.

“지랄났다. 그죠?”

“그, 그러게요.”

몬스터들끼리 그러는 꼴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웃긴 건, 크로킹이 근엄한 척하며 웃고 있었다는 거다.

“이제 어떻게 하죠?”

방향을 잘못 잡는 바람에, 놈들의 영역 깊숙이 들어 와버렸다. 주변에는 우리를 쫓아오던 놈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악어가 있었다. 족히, 30마리는 넘어 보이는수.

“저 정도 크기에, 이 정도 무리면. 브론즈 최상급까지도 올라갈 거 같은데요….”

브론즈 최상급이면 실버와 진배 없었다.

“최대 브론즈 중급까지 올라갈  있다고 하더니. 이거 참….”

운이 없어도, 더럽게 없었다. 아마, 그때 리오테르에게 들었던, 베테랑과 같은 종류일 것이다.

“답이 없는 건 아니에요.”

“뭔가 방법이 있어요?”

“고블린들이 고블린 킹을 중심으로 모여 소굴을 만들 듯이, 늪지 악어도 똑같아요. 크로킹이 있기 때문에,  근처를 영역으로 삼아 모이는 거죠.”

“그렇다는 건….”

“네. 만약, 크로킹이 쓰러진다면 늪지 악어들은 도망칠 거에요.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는 싸우지 않기 위해, 늪지에 자리를 잡은 녀석들이니까요.”

“오….”

생각보다 공부를 많이 했나 보다.

“그런데,문제는  커다란 악어를어떻게 할 거냐인데….”

크로킹은 이족 보행으로 움직이는 녀석으로, 특별한 능력은 없다고 들었다. 하지만, 저 크기 자체가 위협이었고, 무기였다.

“방법이 뭐가 있겠어요.”

화살에바람의 힘을 담은 다음, 줄을 쭈욱 당겼다.

쐐애악- 콱!

화살이 날아가, 놈의 어깨에 박혔다. 가만히  있던 크로킹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왁왁-!

“그냥 싸워서 죽여야죠.”

크로킹의 눈동자가 우리를 향하더니, 짧은 팔이 우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늪지 악어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어?”

“릴리 씨는 주변에서 몰려오는 늪지 악어들을 맡아주세요. 제가, 크로킹을 맡을게요!”

“아, 네!”

와아악!

나를 향해 아가리를 들이미는 늪지 악어의 주둥이를 발로 힘껏 짓밟았다.

콰직-!

악어의 이빨이 입천장을 뚫고 나왔다. 그대로 허리춤의 단검을 머리에 박아, 마무리했다.

왁왁―!

크로킹이 짧은 다리를 움직이며 내게 다가왔다. 이족보행이라서 그런지,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애초부터, 늪지라는 특성상 빠르게 움직이는 게 힘들었다. 놈의 머리를 조준한 다음 방아쇠를 당겼다.

쐐애액- 콱!

궤적은 확실했으나, 크로킹이 팔을 들어 올려 화살을 막아냈다. 놈이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질렀다.

왁왁-!

열이 받은 듯, 늪지대 바닥을 손으로 내려쳤다. 물이 첨벙거리며 날렸고, 주변에 있던 악어들의 몸이 으깨졌다.

놈이 그러든 말든, 나는 계속해서 쇠뇌를 장전해 발사했다.

쐐애액- 콱!

반대쪽 어깨에 한 방. 다리에 다시  방. 가끔 머리를 노리긴 했으나, 항상 팔에 막혔다.

그렇게 10발이 넘는 화살을 몸에 박았을 때쯤이었다.

왁왁-! 왁왁-! 와아아아악-!

놈의 가죽이 붉어지더니,갑자기 속도가 빨라졌다.

쿵- 쿠웅-!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 크로킹이 금세 내게 다가와, 거대한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불어라!”

콰아앙-!

정령을 이용해, 급히 뒤로 빠졌다. 내게 다가오던 악어들이, 크로킹의 입안으로들어가 으적으적 씹혔다.

늪지대 바닥이 뒤집히고, 사방에 물과 피가주르륵 흘러내렸다.

“광폭화에요!”

“광폭화요!?”

“지능이 떨어지고, 가죽이 물렁해지는 대신에 힘과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요!”

광폭화 상태에 들어서자, 주변에서 달려들던 늪지 악어들이 갑자기 뒤로 물러섰다.

“이 상태에는 늪지 악어들도 겁을 먹어, 근처에 오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면, 오히려 좋았다. 오히려, 레이드처럼 2:1 구조가 되는 거니까.

왁- 와- 왁!

놈이 바닥에 주둥이를 깊게 박더니, 땅바닥을 뒤집어 나를 향해 진흙을 날렸다.

“오우 쉣!”

원거리 공격까지 할 줄이야. 이건 예상도 못했다. 급히, 왼쪽으로 몸을 날려 공격을 피해냈다.

“제가 어그로를 끌게요! 그동안에 좀 처리해주세요!”

릴리가 크로킹에게 바짝 다가가, 다리를 베어냈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놈의 시선이 내려갔다.

“후우.”

쇠뇌를 장전한 다음, 놈의 머리를 조준했다. 아까 전에는 팔로 막아냈지만 지능이 떨어진 지금이라면, 막지 못할 것이다.

“깃들어라.”

화살에 바람의 힘을 담은 다음, 방아쇠를 당겼다.

쐐애애액-!

화살이 바람을 뚫고 날아갔다. 놈의 머리에 적중하기직전.

왁-!

갑자기, 고개를 확 숙이는 바람에 빗나가버렸다.

‘미치겠네….’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그런지, 맞추는  쉽지가 않았다. 다시 쇠뇌를 당기고 있을 때였다.

“꺄악!”

릴리가 크로킹의 아가리에 밀려나, 저 멀리 날아갔다.

“릴리 씨!”

그녀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해보지만, 충격이 컸는지 쉽사리 움직이질 못했다. 크로킹이 붉은 눈을 빛내며, 달려갔다.

이번에 무조건 맞춰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릴리가 죽는다. 그녀가 마음에  건 아니었다. 그녀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는  보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깃들어라.”

마력 화살을 다시 장전했다.

“후….”

숨을 내쉬고 놈의 머리를 조준했다. 크로킹은 바닥을 뒤집으며 달려가고 있었다.

주변에는 진흙과 함께 물이 날렸고, 안개가 시야를 가려 저격을 방해했다. 거리는 짧았으나, 속도가 워낙 빨라 맞추기 힘든 상황.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투웅-!

하지만, 이때까지 사격 연습을 했던 이유는 모두 이러한 순간을 위해서였다는 걸, 나는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 깨달았다

‘바람은계산하는 게 아니라!’

쐐애애액-!

화살이 매서운 궤적을 따라 날아갔다. 역시나, 오차 범위는 존재했다. 지금 이 방향대로 날아간다면 크로킹의 복부에 맞을 것이다.

‘조종하는 것이다!’

손을 위로 확 들어올리며 외쳤다.

“솟구쳐라!”

폭풍과도 같은 바람이 일순간 불더니, 화살의 궤적을 바꿨다. 복부로 향하던 화살이 점차 가슴, 어깨, 그리고 목을 지나더니, 곧.

푸욱-!

놈의 미간에 정확하게 박혀 들었다.

릴리를 향해 양팔을 들어 올리고 있던 크로킹의 움직임이 우뚝 멈춰 섰다. 놈의 팔이 천천히 내려가더니, 뒤로 몸이 넘어갔다.

쿵-!

충격이 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듯, 주변 일대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그 어떤 생명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와아아아악-!

하지만, 이내 늪지대에는 혼란스러운 악어들의 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왕이 죽었다.

그 충격적인 사실에 화들짝 놀란 것이다. 놈들은 서로 몸을 부딪치며 사방을 돌아다니더니, 결국 늪지로 숨어들었다.

“괜찮아요?”

쓰러진 릴리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크로킹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말을 걸자, 그녀의 얼굴이 내게로 향했다.

“저, 저… 산 거에요?”

“네. 살아남으신 겁니다.”

내 말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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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네요.”

크로킹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은 별로 없었다.

가죽이라도벗겨 간다면 좋을 텐데, 크기도 워낙 크고, 광폭화에 들어서면서, 가죽이 물렁해져서 별 가치가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죠….”

릴리는 진이 빠진 듯 말했다. 전투가 워낙 고되기도 했고, 그렇게나 울어댔으니 지치긴 지쳤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챙겼잖아요.”

크로킹의 왕관. 이것도 가치는 없지만, 토벌 증거로는 충분했다.

“그러게요….”

나와 릴리는 아무 말 없이, 길을 걸어갔다. 그녀는 여자가 꼴사납게 울었다는 민망함에 입을 열지 못했고, 나는 그냥 할 말이 없어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단 한 마디의 대화도 없이, 여관까지 걸어갔다. 식사도 거르고, 물이 담긴 대야 하나만 받은 채 방으로 들어왔다.

그때도 여전히 말은 없었다.

“먼저 씻을게요.”

“네.”

릴리가 먼저 대야를 이용해 몸을 씻엇다. 어제와 같은 끈적한 물소리는 없었다. 그러나, 어제처럼 목욕 시간이 짧지 않았다.

스윽스윽-

무언가를 신경쓰듯, 그녀는 열심히 몸을 닦았다. 마치, 첫날 밤을 준비하는새색시처럼.

“여, 여기요.”

대야를 받았을 때, 그녀의 얼굴을 빨개져 있었다.하지만, 아까와 같은 침울한 기색이 아닌, 뭔가를 결심한 듯한 모습이었다.

“고마워요. 여기요.”

릴리는 안대를 받아, 눈에 썼다. 나는 그걸 확인하고는 대야에 담긴 물을 이용해 몸을 씻었다.

왠지 모르게, 나도 몸을 좀 열심히 닦았다. 어째서인지는 사실  모르겠다. 그렇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닦아, 깔끔해졌을 때였다.

“흐읍!”

갑자기, 내 몸이 반대쪽으로 돌아가더니 릴리가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라긴 했으나, 이내 능숙하게 입을 맞췄다.

“응… 쪽… 쪼옥… 쪼옥, 쪼옥… 푸하…”

그녀가 어깨를 밀어내더니,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아… 하아… 이거 숨을 쉴 수가 없네요….”

“숨은 코로 쉬어야죠. 남자 친구랑은 해본 적 없어요?”

“이, 이렇게 길게 해본 건 처음이라서…”

“그래요?”

그러면, 이쪽이 주도해야겠다. 이번엔 내가 그녀의 턱을 잡은 다음 입술을 핥았다.

“딥키스는 알아요?”

“알긴 아는데… 해본 적은… 읍.”

혀를 그녀의 입안에 넣었다. 릴리는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혀가 마중을 나와 수줍게 나를 감쌌다.



“츄웁, 츄릅… 쪽… 츄우… 츄우… 할짝, 할짝.”

때로는 입천장을 두드리기도 하고, 때로는 뱀처럼 서로의 혀가 얽혔다.

“낼름낼름… 츄웁… 츄릅… 하읏… 흐… 츄으읍… 쪽, 츄우….”

내가 혀로 입술을 핥을 때마다 그녀의 몸이 움찔움찔거렸다. 그 수줍은, 처녀 같은 반응이 너무 귀여웠다.

“하아… 하아…”

입술을 떼자, 우리 사이에는 기다란 은실이 이어져 있었다. 그녀는 내게 몸을 기대더니 숨을 헐떡였다.

“키스… 기분 엄청 좋네요… 이런  이때까지 못하게 했다니, 인생 절반 손해본 것만 같아요.”

“푸흡.”

진짜 귀여운 반응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사랑스러워 보일까.

“괜찮겠어요?”

“네?”

릴리가 눈을 크게   나를 바라봤다.

“남자 친구 있잖아요. 그리고 처음이잖아요. 그런 건 남자 친구랑 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비록, 정조가 역전되도,여자의 처음은 소중한 걸로 여겨지는 세상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에 관계 없이, 처음이라는 건 무릇  정도 가치를 지니는 것이니까.

“저도 알아요. 근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화살을 쏘아, 크로킹을 죽였을 때의 그 모습도. 그리고 괜찮냐고 물으며 다가왔을 때에도….”

그녀는 올곧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히려, 민석 씨는 괜찮아요? 저 같은 여자랑 해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릴리 씨는 충분히 사랑스러운 여자니까요.”

그녀가 다시 다가와 입을 맞췄다.

“쪽, 쪼옥….”

아까와 같은 진한 키스는 아니었지만, 사랑과 애정이 가득 담긴 그런 입맞춤이었다.

“그러면, 저도  이상 참지 않을게요.”

“네.”

 대답에 릴리가 내게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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