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브로즈 승급전 (2)
‘진짜 지옥인 줄 알았네.’
팔루스 마을에 도착한 건, 저녁쯤이었다. 이동 시간만 해도, 거의 10시간. 진짜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럼, 이틀 뒤. 같은 시간에 이곳에서 만나는 걸로 하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어요.”
마부를 보내고, 주변을 쭉 둘러봤다.
‘울적하네.’
근처에 늪지대가 있어서 그런지, 공기도 꿉꿉하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분위기 때문인지, 사람들도 어딘가 우울해보였다.
“오랜 마차로 지쳤을 테니, 일단 여관에서 쉬고 다음 날에 늪지대로 가는 걸로 할까요?”
“…네.”
“그럼, 일단 여관부터 찾아봐요. 릴리 씨.”
그녀와는 마차에서 통성명을 나눴다. 이름은 릴리. 얼굴이 엄청 예쁜 것도, 몸매가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다.
딱, 중간 수준의 여자였지만. 지금은 흥미가 갔다.
[릴리에게 여자로서의 기쁨을 알려주기.]
[제한 시간 : 승급전이 완료될 때까지.]
[보상 : 특성 ‘모유 생성’ 획득.]
왜냐하면 성신한테서 미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섹스가 보고 싶어도 그렇지, 미션까지 걸 줄이야.’
심지어, 나보고 남의 여자를 빼앗으라고 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거절 했겠지만 그 남자의 여자이니, 흥미가 갔다. 보상도 매력적이었고 말이다.
‘모유 생성이라니, 사용하면 여자한테서 모유가 나오는 건가?’
그런 거라면 정말 엄청난 스킬이었다. 모유착정 플레이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내가 다가갈까, 아니면 다가오게 만들까?’
어느 쪽이어도 재밌겠지만, 역시 그래도 전보다는 후자가 훨씬 재밌을 거 같다.
‘그게 또 타락시키는 듯한 느낌이 있으니까.’
쾌락으로만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감정 자체를 흔들어 버리는, 진정한 의미의 NTR. 나는 그걸 해보고 싶었다.
‘유혹이나 한 번 해볼까….’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빌드업을 최대한 빨리해야 했다. 그러니, 그녀가 참지 못하고 나를 덮칠 테니까.
‘NTL 가보자, 가보자~’
일단, 릴리의 곁으로 붙었다. 팔끼리 살짝 닿자, 그녀가 흠칫 놀랏다.
“저, 저기. 너무 가까운데….”
“마을이 조금 무서워서요… 조금만 붙어 있어도 될까요?”
“아… 네.”
“고마워요.”
내가 살짝 웃으며 말하자,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남자 친구도 있으면서, 이 정도에 그 정도 반응이라…’
내 생각보다 이 커플의 진도가 많이 안 나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관을 찾았다. 다행히, 이런 우울한 마을에도 여관은 존재했다.
“방은어떻게 드릴까요?”
허름하고 조용한 여관. 오랜만에 온 손님 때문인지, 주인장의 얼굴이 밝았다.
릴리가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2인실로 하나로 주세요.”
“어…?”
그녀가 당황한 게 보였다.
“원래라면 돈이 좀 남았을 텐데, 사람이 한 명 줄어드는 바람에 부담이 늘어났잖아요.”
그녀의 남자친구 얘기였다.
“그거 때문에 지금 돈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괜찮으시죠?”
거짓말이었다. 여관 금고에 돈을 넣고 오긴 했지만, 아직 10실버 넘게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그냥 같은 방에서 잘려고 수작부리는 거였다. 물론, 그걸 그녀가 알 리는 없었지만.
“저, 저는 상관 없는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릴리의 눈빛에는 미약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하긴, 남자가 먼저 같은 방에서 자고 싶다는데, 거절 할 여자는 없었다.
“괜찮아요. 설마, 남자 친구도 있는 릴리 씨가 저한테 무슨 짓을 하겠어요?”
“그, 그렇죠.”
그녀는 뭔가 양심에 찔린다는 듯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아마, 음탕한 생각을 한 거겠지.
“알겠습니다. 여기 2인실열쇠입니다. 2층 맨 뒤에 방이니, 거기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몸을 씻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에 물을 가져다드릴 수는 있습니다.”
목욕 시설이 없는 여관에서는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씻을 수밖에 없었다.
“식사하고나서 가져다 주세요.”
“알겠습니다. 식사는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네.”
그녀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오래 됐는지,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소리가 났다.
끼익-
엘프의 여관보다 훨씬 안 좋긴 했으나, 적어도 여관이 더럽진 않았다. 문제는 침대가 하나라는 것.
“헉….”
그녀도 그걸 봤는지, 놀란 눈치였다. 릴리와 내 눈이 마주쳤다.
“저,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이라도 제가 방을….”
“아니에요. 릴리 씨도 같은 아이언급 모험가잖아요. 돈 없는 거야피차일반일 텐데, 그냥 같이… 자요.”
릴리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때까지 꽉 매고 있던 경갑을 벗어 바닥에 던졌다.
“후… 갑갑해 죽는 줄 알았네.”
마차에서 벗고 싶었는데, 혹여나 괴물이나 산적의 습격이 있을까 봐, 어쩔 수 없이 계속 입고 있었다.
“저, 저기. 남자가 그렇게 옷을 벗으면….”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 양손으로 눈을 가렸다.
‘가린 척 하기는.’
손가락 사이로 눈동자가 보이는 걸 보아, 그냥 딱 시늉만 하는 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갑갑하게 입고 잘 수는 없잖아요. 저는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릴리 씨도 편하게 하세요.”
“네….”
릴리는 쭈뼛쭈뼛 옷을 벗었다. 근데, 의외로 속옷이 꽤 과격했다. 붉은 빛에 상당히 색정적인 디자인.
“죄, 죄송해요….”
그녀가 부끄럽다는 듯, 급히 옷을 갈아 입었다.
‘오늘여기서 섹스라도 하려 했나?’
딱 봐도 무언가 기대했다는 게 보이는 속옷. 설마, 그걸 내가 망쳐버린 걸까?
‘내 알 바는 아니지.’
이미 떠난 버스였다. 타려고 했다면 탈 수 있었겠지만, 자존심을 내세운 건, 그 남자였다.
나와 그녀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1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마쳤다.
“릴리 씨는, 그 남자랑 사귀는 사이인 거죠?”
목욕물이 준비되는 동안, 정보를 좀 캐야겠다.
“네? 네… 그렇죠.”
“사귄지는 얼마나 됐어요?”
“이제 거의 1년 정도 돼가요. 모험가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만났거든요.”
그녀의 얼굴에는 헤실헤실 웃음이 떠올랐다. 그런 남자인데도 저런 얼굴이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근데, 리벨룸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혼자 두고 와서, 화가 많이 났을텐데.”
다른 마차라도 구해서 쫓아올 줄 알았는데, 마을에 들어 온 우리가 타고 온 마차, 딱 한 대뿐이었다.
“그러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릴리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선택에 후회하고 있는 듯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거죠.”
똑똑-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말씀하셨던 물 가져왔습니다.”
문을 열자, 남자가 팔을 부들부들 떨며 대야를 들고 있었다.
“아, 주세요.”
내가 대야를 들려고 하자, 그녀가 급히 다가왔다.
“제, 제가 들게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이래 보여도, 힘 세다고요.”
내가 과시하듯 팔을 보여줬다. 하얀 피부에 근육 하나 없어보이는 몸이 드러났다.
“아, 네….”
대야를 들고 와, 바닥에 놓았다.
“감사합니다.”
고생한 주인장에게 소소하게 팁을 주고는 문을 닫았다.
“제가 먼저 할까요? 아니면, 릴리 먼저 할래요?”
“머, 먼저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커튼이….”
보통, 2인실에는 중간에 커튼 하나를 두기 마련이다. 최소한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데, 여긴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커튼이 없는 거 같으니, 잠시 뒤돌아서 벽 좀 보고 있어 주시겠어요? 아, 그리고. 이거 써주세요.”
나는 안대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내가마차에서 자려고 가져온 건데, 효과가 하나도 없었다.
“이걸요?”
“네. 그래야지, 서로안심할 수 있잖아요.”
“아, 알겠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안대. 벗고 뒤돌아 보시면 안 돼요?”
내가 짓궂게 웃으며 말하자, 그녀의얼굴이 시뻘개졌다.
“아, 안 봐요….”
“보고 싶으면 봐도 되는데~?”
“네?”
릴리의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농담이에요, 농담. 그렇게 제 몸이 보고 싶었어요?”
내가 살짝 어깨를 살짝 내려 보여주자, 그녀가 뒤로 몸을 휙 돌렸다.
“아, 아니에요!저 남자친구도 있는데, 이런 장난은 조금….”
“알겠어요. 제가 좀 짓궂었네요. 릴리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빨리 씻을게요. 안대 써주시겠어요?”
“네.”
안대를 쓴 릴리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리고는.
“후….”
“히에엑?”
귀에 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그녀가 급히 안대를 벗더니, 나를 바라봤다.
“자, 장난 치지 마세요!”
“아, 미안해요. 너무 재밌어서. 이제 진짜로 씻을게요.”
“네….”
그녀가 안대를 쓰자, 나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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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기관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는 건 단연코 시각이다. 일상에서 얻어지는 정보 중 80%는 눈을 통해 얻어지니까.
시각의 힘이 얼마나 강하냐면, 시각 때문에 다른 감각 기관들이 무뎌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여기서 눈을 차단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 많은 에너지는 대체 어디로 갈까?
사르륵-
“흣….”
정답은 다른 감각 기관들의 더 예민해지며, 몸의 민감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각의 부재를 다른 것들로 채워야 하니까.
뇌로서는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행동이었으나.
‘미칠 거 같아… 몸이 대체 왜 이러지?’
그걸 제대로 된 과학조차 발달하지 않은 이 세계 사람들이 알 리가 없었다.
릴리는 지금 정말로 미칠 것만 같았다. 민석과 단 둘이 방에 있을 때부터 기분이 묘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안대를 쓰는 순간. 마치,발정난 것처럼 몸이 달아올랐다.
스르륵-
“흣….”
민석의 옷 벗는 소리가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살과 천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몸이 본능적으로 움찔거렸다.
킁킁-
코를 통해, 진한 수컷의 냄새가 들어온다. 어찌나 진한지, 맡는 것만으로 뇌가 범해지는 기분이었다.
주륵-
팬티가 점점 애액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미쳤어, 미쳤어!’
손등을 꼬집으며 흥분을 몰아내려고 했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다.
사르륵-
또 다시 옷 벗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어디일까? 상의? 아니면, 하의? 그것도 아니라면, 속옷?
아까 전에 봤던민석의 새햐안 팔이. 매끈한 어깨가 다시 떠올랐다. 다른 곳도 그곳만큼이나 하얀 걸까?
찰랑-
상상하고 있을 때, 물소리가 났다. 옷을 전부 벗은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안대를 벗고 뒤를 보면, 그의 알몸을 볼 수 있는 걸까?
‘미, 미쳤어!’
고개를절레절레 저었다. 남자 친구도 있는 년이, 이게 대체 무슨 추태란 말인가.
이건 그저 샤워하는 과정일 뿐이었다. 근데, 그거에 흥분하다니? 진짜 변태가 따로 없었다.
‘하, 하지만. 이건 어쩔수 없는 걸….’
원래라면, 남자 친구와 오늘 첫 섹스를 하기로 했었다. 애정을 쌓고, 함께 모험을 한 지도 벌써 1년. 드디어, 처녀를 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일부러 속옷도 예쁜 걸 입고 왔었다.
근데, 그런 기대는 오늘 마차 사건으로 모두 날아가버렸다.
‘일부러, 기분 좋게 섹스하려고 자위도 한 달 넘게 참았는데….’
그런 상태에서, 저런잘생기고 예쁜 남자랑 단 둘이 방에 있다? 그 어떤 여자라도 자신과 같을 것이다.
찌걱-
그러니,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가 먼저 배신한 거니까.
‘조금이라면 즐겨도 되겠지….’
섹스를 한것도 아니니, 이건 배신도 아니었다.
“흣….”
물이 차가웠는지, 민석이 얕게 신음을 냈다.
‘섹스할 때도 저런 목소리를 내주는 걸까?’
굉장히 명량하면서 짓궂은 웃음을 짓는 그였다. 그런데, 만약 침대에서 그와 섹스를 하면 어떤 목소리를 낼까? 높은 목소리? 아니면, 낮은 목소리?
“하아, 하아….”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손이 본능적으로 아래로 내려갔지만, 그녀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았다.
“다 했어요.”
그렇게 그가 샤워를 끝냈을 때쯤, 그녀의 팬티는 애액으로 푹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