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브로즈 승급전 (1)
‘긴장 되네.’
실바나에게 장비 의뢰를 맡긴 이후, 나는 승급전까지 온종일 연습에만 몰두했다.
“주인님, 진짜 저랑 섹스안 하실 거에요?”
레이나가 메이드 복을 입고 와, 유혹해도 거절했고.
“진짜로 안 할 거야?”
루시가 더욱더 발전된 오나홀을 가지고 와, 유혹해도 거절했다.
“흐읏, 흐으응… 역시, 이 자지가 최고야아아…♥”
[성신 : 도리스랑은 섹스했으면서.]
“그건 매혹 때문에 어쩔 수 없었잖아요. 불가항력이었다고요, 불가항력.”
[성신 :ㅋ,,]
어쨌든, 4일간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단검도 최소한의 실력으로다룰 수 있게 되었고 정령술에도진전이 있었다.
‘마력량도 꽤 늘었으니.’
이 정도면, 어떤 파티원이 오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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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라서 그런지, 길드 내부는 무척이나 조용했다.
“승급전 때문에 왔는데요.”
“2층, 회의실로 가시면 됩니다.”
접수원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자, 이미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정확하게 오전 9시. 아슬아슬하게 지각은 면했군.”
앞에는 눈에 상처가 난, 한 아가씨가 서 있었다. 검은 옷의 말끔한 차림이었는데, 체격에 비해 뭔가 기세가 대단했다.
“빨리 앉아라.”
“넵.”
나는 남은 자리에 가, 앉았다.
“반갑다. 나는 이번 브론즈 승급 퀘스트에 대한 설명을 맡은, 길드장, 칼리라고 한다.”
‘길드장이 있긴 했구나.’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사실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왜, 회사 다닐 때도 사장은 전설 속 푸킷먼처럼 여겨지잖나. 그거랑 비슷한 거였다.
“길드장…?”
그녀의 직급때문일까, 옆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이 살짝 경직됐다.
“승급과 관련 된 퀘스트의 경우, 길드 마스터가 설명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에, 내가 나선 거지. 뭔가, 특별한 사안이 있어 그런 건 아니니, 긴장 할 필요는 없다.”
길드장은 가볍게 긴장을 풀어주고는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 승급 퀘스트의 경우, 간단하다. 팔루스 마을의 늪지대에 서식하는 크로킹을 잡으면 끝이다.”
“크로킹이요?”
“거대한 악어인데, 머리에 특이한 왕관 같은 걸 쓰고 있는 게 특징이다. 특이 사항으로는 부하 악어들을이끈다는 것 정도.”
별 거 없었다.
“크로킹의 등급은 어떻게 되나요?”
“크기와 이끄는 부하의 수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브론즈 중급까지 책정될 수 있는 괴수다.”
‘쉬운데?’
브론즈 상급으로 측정되는, 베테랑 와이반까지 잡은 마당에, 중급이 무슨 대수겠나?
‘이번 파티는 내가 캐리하면 되겠네.’
아무리, 파티원이 병신이라도, 이 정도라면 혼자서 감당할 수 있었다.
[여신 : 그게 그가 보인 마지막 모습이었다.]
불길한소리를 하고 있다.
“질문은 더 없나?”
“있어욧!”
맨 왼쪽에 앉아 있던 남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와, 참 좆같이도 생겼다.’
남자가 덕지덕지 화장을 했는데 진짜 아이가 장난친 거 같은, 그런 수준이었다.
“뭔가.”
“저 남자!”
그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눈빛에는 적개심이 보였다.
“아직도 한 달도 안 된 신입 모험가라고 하던데, 벌써 브론즈 승급전이라뇻!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깟!?”
‘저 얘기 왜 안 나오나 했다.’
하긴, 나 같아도 나처럼 승급 빠른 사람 있으면 의심이 갈 것이다.
“말이 되니까,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거지 않나.”
길드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르잖아욧! 혹시, 길드 내에서 공적치와 관련 된 부… 그 뭐라고 하더라?”
“부정…청탁이요….”
옆에 있던 여자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거들었다.
“그래, 부정 청탁! 그게 있었던 거 아닌가욧!”
“콰앙민슥의 브론즈 승급전은 나도 찬성을 한 사안이다. 그래서, 그가 이 자리에 있는 거고 말이다.”
저벅- 저벅-
그녀는 천천히 그 남자에게 가며 조용한 어조로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자네는 길드장이 내가 그에게서 부정청탁을 받았다, 그런 소리인가?”
“그, 그게….”
잔잔하나 무게가 실린 목소리였다. 남자는 눈치를 보더니 시선을 내렸다.
“약초 채집 퀘스트에서 포레스트 울프 세 마리를 처리. 두 번째 고블린 토벌 의뢰에서, 혼자 고블린 킹 처리 및 소굴 소탕.”
그녀의 입에서는 내가 이때까지 해온 이력들이 모두 쭉쭉 나왔다.
“세 번째 브론즈 모험가와 함께 한 와이반 토벌에서, 와이반 세 마리 및베테랑 와이반 토벌.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이교도 소탕에서, 이교도 및 악몽의 괴수의 처치에 큰 기여.”
칼리는 숨을 한 번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게불과 2주 만에 그가 달성한 성과들이다. 영웅급의 재능을 가진 여자여도, 단기간에 이 정도 성과를 보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제 왜 그가 이 자리에 너희들과 같이 앉아있는지 알겠나?”
“그, 그래도….”
이쯤이면, 남자도 물러설 만한데, 오기라도 발동했는지, 계속 입을 열었다.
“물론, 자네의 이력도 봤다. 쉬운 퀘스트와 의뢰만 골라서 했더군.토벌 경험이 있긴 했으나, 그마저도 고블린이나 포레스트 울프가 전부.”
그녀는 몸을낮춰, 그와 시선을 맞췄다.
“쉬운 난이도의 일들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모험가가 모험가라고 불리는 이유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언가와 맞서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네는 모험가라고 할 수 있나?”
남자는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칼리는 다시 시선을 떼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자네가 브론즈 승급전에 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이유고. 민석이, 2주 만에 브론즈 승급전에 도달한 이유다. 알겠나?”
“네….”
‘존나 멋있어.’
[여신 : 오우 쉐엣…]
[여신 : 할 말은 한다, 길 카 콜 라 !]
“더 이상 질문이 없다면, 바로 승급전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그녀는 품에서 모래시계를 꺼내, 탁자 위에 뒤집었다.
“마법의 모래시계다. 시간을 설정해, 모래의 흐름을 조종할 수 있지. 내가 자네들에게 주는 시간은.”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말했다.
“딱, 3일. 그 안에 크로킹을토벌했다는 증거를 내 앞에 가져와라. 그럼, 무운을 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길드장은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매력적이네.’
얼굴에 큰 상처가 있음에도, 전혀 외모가 떨어지지 않는 여자였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그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나중에 접점이 있으면 작업이라도 걸어봐야겠다.’
“흑…흐흐흑….”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옆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길드장에게 팩트 폭행을 당한 남자가 질질 짜고 있었다.
“어, 어떻게… 남자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제, 제이야. 진정해….”
화장 때문인지 투명한 게 아닌, 검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아주 지랄 났네.’
뭐, 잘했다고. 울고 있는 건지.
“저기요. 저희 지금 시간 없거든요. 빨리 짐 챙겨서 마차 구하고, 바로 출발해야 한다고요.”
승급전이니 시간을 여유롭게 줬을 리가 없었다.
“너, 너는! 같은 남자가 울고 있는데에… 흑… 아무렇지도 않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좆같았다. 남자가 질질 짜면서 여자한테 애교 부리는 걸 보면, 누구나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댁이울든 말든. 죽든 말든. 관심은 없는데요. 우리 같은 팀원한테 피해는 끼치지 맙시다.”
“뭐?”
그가 노려보던 말던,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시간이 9시 20분이니까. 10시까지 필요한 물건들 챙겨서 마차소로 나오세요. 40분이면 충분하죠?”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한 달도 안 된 신입 주제에!”
“네에~ 지금 그 신입이랑 같이 승급전 치르고 계십니다, 무능한 선배님.”
“뭐?”
“10시까지 나오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그때 마차 구해서, 바로 출발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회의실 문을 닫고 나오자, 뒤에서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자, 자기야 진정해….”
‘여자가 참 고생이 많겠어.’
많이 소심해보이던데. 이래서 남자를 잘 만나야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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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오긴 또 오셨네?”
버럭 화를 냈던 것과는 달리, 커플은 마차소에 나왔다. 아무래도, 1년 동안 쌓아 온 게 결실을 맺는 승급전인데, 포기하긴 그랬겠지.
‘내 경력을 듣고, 탐이 났던 것도 사실일 거고.’
실력은 없으면서 자존심만 높은 남자였다. 그는 내 시선을 무시하고는, 내가 탄 마차에 올라탔다.
“1실버.”
나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뭐?”
“1실버 달라고요.”
“왜?”
“마차 섭외하는데 3실버 들었으니까요.”
“그걸 내가 왜 줘야 하는데? 네가 멋대로 섭외한 거잖아?”
“마차 안 타실 거에요?”
“탈 건데?”
“그럼, 돈은?”
“네가 섭외한 건데, 내가 왜?”
진짜 미친 새끼인가?
[여신 :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막무가내도 이런 막무가내가 없었다.
“돈 안 주실 거에요?”
“응. 내가 왜 줘?”
“그래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뭐! 뭐, 한 대 치기라도 하게? 이 새끼야?”
“잠시만요.”
난 옆에 앉아있는애인에게 눈웃음을 지으며 양해를 구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더니, 살짝 비켜줬다.
“돈 안 주실 거죠?”
“안 준다니까?”
“그래요?”
나는 남자의 목과 다리를 잡았다.
“뭐, 뭐야! 왜 이래!”
그가 발버둥쳤지만, 힘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래보여도, 무려힘이 ‘7’이나 되는 남자니까.
“돈 안 줄 거면!”
남자를 살짝 들어올린 다음, 마차 밖으로 잡아 던져버렸다.
“타지 마, 씹새끼야!”
쿵-!
남자가 바닥을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너 미쳤어!?”
“안 미쳤어, 이 새끼야.”
여자친구가 당황한 듯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자기야, 대체 뭐해! 지금 나 던졌잖아! 복수 안 해줄 거야?”
남자가 징징거렸으나, 그녀가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왜? 남자의 권리가 훨씬 강하니까.
남자끼리의다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의외로 자주 일어나고, 같은 남자니까. 하지만, 여자가 남자와 싸운다?
대부분의 상황에선 남자의 편을 들어준다, 아무리 남자가 잘못을 했어도 말이다.
남자가 절대적인 법적 우위에 서 있는 세상. 그게 바로 이 세계였다.
“마부님, 전부 탔으니, 출발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마차를 두들기자, 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흙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어?”
“1실버.”
“어어? 아니, 진짜 두고 가려고? 승급전인데? 어어?”
“1실버.”
“너희 둘이서 깰 수 있을 거 같아!? 어!?”
“1실버.”
마차가 점점 속력을 내더니, 남자와의 거리가 벌려졌다. 내 태도에 변화가 없자, 그는 노선을 바꿨다.
“당신은 지금 뭐하는 거야! 애인이 지금 이러고 있는데, 여자친구라는 년이 가만히 있어!?”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내려버렸다.
‘고작, 남녀 사이일 뿐이니까.’
남자는 귀하다. 하지만, 시간은 더욱더 귀하다. 그녀로서도 1년 간의 성과를, 고작 남자 친구 때문에 날리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것도 정당한 사유가 아닌, 자존심 문제였으니까.
“너희들 내가 저주할 거야아아아아!”
마차가 멀어지기 전까지, 남자는 1실버를 내놓지 않았다.
‘진짜 독하다 독해.’
여러모로 대단한 남자였다.
2명밖에 타지 않은 마차는 리벨룸을 벗어나, 팔루스 마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