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승급전?
“이, 이게 뭐노.”
자고 일어나니까, 탁자 근처에 주머니가 있었다. 열어 보니, 안에는 금화가 2개나 들어 있었다.
“뭐긴 뭐야. 퀘스트 보상이지.”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도리스가 씩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2골드나요? 아니, 아이언급 모험가가 이렇게 많이 받을 수가 있나….”
“걱정하지 마. 너는 네 몫을 충분히 했으니까. 나랑 섹스한 것만 해도, 이미 1인분이거든.”
그러고 보니, 전투에 들어가기 직전, 그녀는 나 덕분에 강해졌다고 얘기했었다.
“진짜로 섹스하면 강해지는 거에요?”
“응. 남자의 정액이 진하면 진할수록, 더 강해져.”
“그건 영구적인 거에요. 아니면, 일시적인 거에요?”
“영구적으로 강해지는 건 아주 조금이고, 사실상 일시적인 강화가 맞는 말이겠지. 근데, 너는 정액이 워낙 진해서 그런지, 둘 다 효과가 엄청나더라고. 덕분에, 좀 강해졌어.”
“아, 네….”
정액 진하다고 칭찬을 들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건 자부심을 가져도 돼. 내가 이때까지 수많은 남자를 맛보았지만, 너만큼 진한 남자는 처음이거든.”
“대체, 어떤 신을 모시길래, 그런 효과가 있는 거에요?”
“진명은 나도 몰라. 다만, 세상에 알려진 이름은 아프로디테. 사랑과 아름다움을 관장하고 계신 분이야.”
“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이었다.
‘혹시, 그게 성신인 걸까?’
채팅을 치지 않는 걸 보면, 잘 모르겠다.
“아프로디테 님은 남녀 간의 사랑을 권장하시거든.”
“아프로디테 님을 모시는 분들은 전부 도리스님처럼 행동해요?”
그녀가 웃으며 내 몸위에 올라왔다.
“나처럼 행동하는 게 뭔데?”
얼굴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달콤한 향기가 확 풍겼다.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 향.
“그, 그게….”
그녀는 내 턱을 잡더니, 그대로 입을 맞췄다.
“응, 쪽, 쪼옥, 쪽, 쮸우… 흐응… 쪽, 쪼옥… 할짝.”
내 입술을 핥더니 다시 입을 뗐다.
“아, 진짜 맛있다. 너 왜 이렇게 맛있니? 진짜, 키스 한 번 했을 뿐인데 벌써 아래가 축축해.”
“오늘은 좀 봐주세요. 할 일이 있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그러니까, 나중에 더 즐기자?”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자지를 한 번 움켜쥐었다가 다시 놓았다.
“모든 신도들이 나처럼 행동하는 건 아니야. 애초부터, 많은 여성들이 아프로디테 님을 모시거든.”
“왜요?”
“모시는 것만으로 아름다워지는 효과가 있거든. 근데, 그 중에서 특실한 신도들은 나처럼 기사가 될 수 있지.”
“기사가 되면 뭐가 좋은데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더 아름다워지고 남자의 정기를 받아 더 강해질 수 있어. 게다가, 매일매일 깨끗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깨끗한 몸이라면….”
“매일 처녀와 같은 조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소리지. 내 정신은 음탕할지 몰라도, 몸은 처녀만큼이나 깨끗하다고?”
어쩐지 엄청난 조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만큼의 효과는 아니어도, 신도들도 간접적으로 이런 효과를 누리고 있어. 덕분에, 순수한 사람도, 그리고, 나처럼 음란한 사람도, 모두 아프로디테님을 모시는 거지.”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나같아도 모셨을 것이다.
[성신님이 민첩을 ‘1’ 후원하였습니다.]
[민첩 : 7]
그리고, 솔직히 내가 그녀를 탓할 만한 입장도 못 된다. 나도 섹스를 대가로, 성신한테 이리저리 받은 게 많았으니까.
‘오히려, 이쪽 세계로 치면 내가 창남인 건가?’
무슨 상관이랴. 즐거우면 된 거지.
“길드에는 이미 퀘스트 완료 보고 했으니까, 리오테르랑 같이 가서 보상받으면 될 거야. 내가 공적치 좀 많이 달라고 했으니까, 기대해?”
“도리스한테 그런 권리가 있어요?”
“기사들은 각자 일의 책임자로서 일하거든. 윗선이 더 있긴 하지만, 어차피 우리 선에서 모두 해결되니까, 내가 책임자라고 봐야지.”
“아….”
“전해줄 것도 전부 전해줬으니, 나는 먼저 가볼 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서.”
“안녕히 가세요.”
도리스가 나가자, 나도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래로 내려가니, 리오테르가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누나 잘 잤어요?”
맞은 편에 앉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밥 먹고 바로 길드로 가실 거죠?”
“그래. 도리스에게 들어보니 이미 퀘스트 완료 보고는 넣었다고 하니, 보상만 받으면 될 거다.”
모두 들은 이야기였다.
우리 둘은 빠르게 식사를 마친 다음, 바로 길드로 향했다.
“퀘스트 완료 보고 확인했습니다. 악몽의 괴수가 나왔는데도, 두 분 모두 훌륭하게 활약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악몽의 괴수라면, 아마 그 괴물을 말하는 듯했다.
‘끔찍하긴 했지.’
다시 생각해도 진짜 끔찍한 괴물이었다.
“일단, 이전의 퀘스트 완료 보상입니다.”
와이반과 베테랑 와이반에 대한 보상금을 받았다. 시체 자체가 없기 때문에 수익이 그리 크진않았으나, 이미 도리스에게 크게 받아서 괜찮았다.
이로서 내 전재산은 무려, 2골드 90실버가 되었다.
‘난 부자가 될 거야!’
30실버가 없어서, 경갑을 사던 내가, 벌써 이런 수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아, 그리고. 이전의 와이반 퀘스트의 공적치, 베테랑 와이반 토벌 공적치, 거기에 이교도 소탕 공적치까지 합산 한 결과. 민슥님의 공적치가 모두 채워진 걸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는 건…?”
“네. 브론즈 승급전을 치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기셨다는 이야기죠.”
“버, 벌써요?”
아무리 빨라도, 승급하는데 반 년은 걸린다고 들었다.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승급전이라니?
“너의 실력은 항상 브론즈 이상이라 느꼈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군.”
리오테르도 놀란 듯했다.
“제가 브론즈에 승급하면 누나랑 같은 브론즈 등급이 된다는 거네요.”
내가 리오테르랑 같은 등급이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아, 리오테르님 역시, 이번 퀘스트로 모든 공적치가 채워져, 실버 승급전을 치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아무래도, 리오테르랑 같은 등급이면 내가 불편했다.
“승급전은 언제 치러지나요?”
“브론즈 승급전은 5일 뒤에, 실버 승급전은 승급 퀘스트 중에 하나를 선택하신 다음, 혼자서 완료하시면 돼요.”
실버부터는 자유롭게 치룰 수 있나 보다.
“흠. 그러면, 당분간은 함께 파티를 맺을 수 없겠군. 너도, 그리고 나도. 둘다 승급전을 위해 연습해야할 테니까.”
“그렇겠네요. 브론즈 승급전은 어떤 식으로 치러지나요?”
“브론즈 승급을 원하는 자들과 파티를 맺어 퀘스트를 하나 완료하는 방식이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승급에 크게 관여하지.”
“운이요?”
“그래. 파티원의 상태에 따라서,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일부러, 승급을 실패시키기 위해 퀘스트를 방해하는 사람도 더러 있으니까.”
“대체 왜요?”
브론즈 승급까지 공적치 열심히 채워놓고, 대체 왜?
“뭐. 자신의 실력으로는 승급하지 못하니, 남이라도 방해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이니, 그냥 무시해라.”
“길드는 그런 사람들을 처벌도 하지 않고 그냥 둬요?”
“모험가는 길드에 소속된 사람일 뿐, 저희가 고용한 입장은 아니라서요. 징계야 계속해서 주고 있지만, 법처럼, 강제성을 발휘하긴 힘들어요.”
접수원이 대신 설명해줬다.
‘하긴, 여기가 제일 큰 길드이긴 해도, 다른 모험가 길드도 꽤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5일 뒤에 길드에 방문하면 될까요?”
“네. 오전 9시까지 오시면 돼요. 그때, 브론즈 승급 퀘스트에 대해서 설명할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리오테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제가 벌써 브론즈 승급이라니, 믿기지가 않네요.”
“그러게 말이다. 나도 3개월이나 걸렸는데, 벌써 브론즈 승급이라니. 대단하군.”
그녀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베테랑 와이반 때 이후로, 가끔 이렇게 머리를 만졌다. 감촉이 마음에 든 것일까?
“그, 저기….”
리오테르의 얼굴이 살짝 상기됐다.
“네.”
“승급전 기념으로, 도시 구경이라도 해보는 게 어떻겠나?”
“도시 구경이요?”
“그래.”
생각해보면, 기껏 판타지 도시에 왔는데, 거리 한 번 제대로 돌아다녀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바빴다는 소리겠지.
“흐음….”
나는 짓궂게 웃으며 그녀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그건 혹시, 데이트 신청인가요?”
“데, 데이트?”
“네. 남녀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노는 게, 데이트가 아니면 뭐에요.”
“아, 아니…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다. 나는 단지, 네가 긴장도 풀 겸 즐거워했으면 하는 마음에….”
리오테르는 횡설수설하며 말을 더듬었다. 나는 그녀에게 살며시 다가가, 얼굴을 가까이하며 말했다.
“누나.”
“어어?”
“그게 데이트라는 거에요.”
“그, 그렇군….”
“그러면, 오늘 저랑 데이트하실 거죠?”
“그, 그래. 하, 할테니 제발 얼굴 좀….”
‘반응이 귀엽다니까.’
이쪽 세계 여자답지 않게, 수줍음이 가득한 여인이었다.
다시 뒤로 물러서자,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빨리 가요. 도시 구경해야죠.”
난 리오테르의 손을 잡고는 거리로 이끌었다.
“어어? 어….”
나는 그녀를 이끌고, 거리로 향했다.
“일단은 옷부터 바꿔 입어보죠.”
“오, 옷을?”
“네. 맨날 갑옷만 입고 있잖아요. 기껏 돈도 잔뜩 받았는데. 좀 꾸며봐요. 얼굴은 예쁘면서 왜 그래요.”
그나마, 와이반 때는 벗은 걸 보긴 했다. 근데, 그마저도 밋밋한 흰색 민소매 셔츠였었다.
“내, 내가 예쁘다니….”
그녀는 내게 질질 끌려왔다. 옷 가게 앞에 서자, 리오테르의 표정이 구겨졌다. 마치, 도살장에 들어가는 동물과 같은 표정이었다.
“빨리 들어가요.”
“어, 어….”
강제로 가게 안으로 데려갔다. 가게 내부에는 여자들의 옷이 이리저리 늘여져 있었다. 중세답지 않게, 디자인이 꽤 멋들어졌다.
내가 옷을 보고 있을 때, 그녀는 멍하니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백화점에 끌려 간 남자와 같은 반응.
“이거 입어봐요.”
나는 옷을골라 그녀에게 내밀었다.
“나, 나 같은 게, 이런 옷을 입어도 되겠나?”
“아, 된다니까요. 잔말말고 빨리 입어봐요.”
옷과 함께 등을 떠밀어 탈의실에 집어 넣었다.
“다 입었어요?”
“어어, 기다려라!”
콰앙-!
대체 뭘하고 있는 건지, 내부에서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났다. 곧, 천이 걷히자,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야….”
흰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 정말 별 거 없는 패션이었지만, 원래 심플 이즈 베스트라지 않나.
얇은 흰티가 딱 달라붙어, 가슴의 라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 너머로는 검은 속옷이 보였다.
얇은 허리에서부터 넓은 골반. 튼실한 허벅지에서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너무나도 유려했다.
딱 봐도, 운동을 했다는 게 느껴지는 탄력적인 하체였다. 아마, 만지면 쫀득쫀득하지 않을까?
“이, 이상하지 않나?”
그녀는 어색하다는 듯, 흰티를 계속 잡아 내리려고 했다.
“예뻐요. 너무 예뻐요!”
“저, 정말인가?”
“네.”
이래서, 옷이 날개라는 거였다.
“옷은 제가 사드릴게요.”
“뭐, 뭐? 괜찮다!”
“제가 보기 좋아서 그래요. 미안하면, 가끔씩 저랑 만날 때, 입어주세요. 알겠죠?”
“그, 그래도….”
나는 그녀가 더 말하지 못하게 검지로 입을 막았다.
“그럼, 누나도 다음에 저한테 선물 하나 사주세요. 알겠죠?”
리오테르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아쉽게도 입고 온 갑옷이 있어, 의상을 바꿔야만 했다.
‘그래도, 새로운 모습을 봤으니까.’
그렇게, 그녀와 이리저리 노점상을 돌아다니며 도시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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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헤어져야 할 거 같네요.”
날이 어느새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간다던데, 오늘이 그만큼 즐거웠다는 뜻인 걸까?
“왜, 왜인가?”
“승급전 대비해서 장비 점검도 하고, 갑옷도 새로 맞추려고요. 최선의 상태에서 싸워야지, 좋잖아요.”
딱 봐도,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나도 같이 밥 먹으면서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필요한 물건이라는 게, 게임처럼 하루 만에 뚝딱 나오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슬슬 안 가면 굶어 죽을 거 같거든.’
또 가게에 갔는데, 쓰러져 있을 것만 같았다.
“그,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군. 이만, 헤어지도록 하지.”
리오테르는 쿨하게 보내주는 척했지만, 손이 계속 꼼지락거렸다.
“그, 콰앙.”
“네?”
그녀가 내게 다가오더니, 앞머리를 올렸다. 그리고는.
쪽-
이마에다가 키스를 했다.
“어어?”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바보 같은 소리가 흘러 나왔다.
“오,오늘은 정말 즐거웠다. 그러니, 다음에도 이렇게 둘이서 함께 데이트를 즐겼으면 좋겠다. 알겠나?”
그러면서, 고개를 휙 돌리는데.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네….”
“그럼, 잘 가라. 승급전은 힘내길 바란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가 몸을 휙 돌려, 인파 속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나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모솔처녀한테 한 방 먹었어….’
이때까지 놀리던 사람한테, 이렇게 당하다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성신 :섹스 각?]
“아니니까. 제발, 좀 닥쳐요….”
진짜 눈치가 더럽게 없었다.